김응구⁄ 2022.12.22 11:27:57
부산에서 한 여성이 컵라면과 생수를 훔치다가 걸렸는데, 경찰은 오히려 이 여성에게 직접 생필품을 사서 전달한 사연이 22일 알려졌다. 무슨 사연일까.
22일 부산진경찰서에 따르면 이달 초 부산진구 범천동의 한 무인 점포에서 일주일 동안 모두 16차례에 걸쳐 절도사건이 발생했다.
경찰 발표에 의하면 피해 물품은 라면, 쌀, 생수 등 대부분 생필품이었고, 피해 금액은 총 8만 원에 불과했다. 점주는 소액 범죄여도 수차례 이어지자 결국 신고했다.
경찰은 곧바로 무인 점포 주변의 CC(폐쇄회로)TV를 탐색했다. 이 영상에서 A씨(50대)가 새벽 6시쯤 무인 점포를 찾아 주위를 둘러본 후 컵라면과 생수를 챙기는 장면이 포착됐다. 그렇게 16차례의 범행을 저질렀다.
경찰은 이를 보고 생계형 범죄로 추정했다. 한 번에 다 가져가지 않고 여러 차례 나눠 물건을 들고 간 점, 같은 장소에 반복해서 나타난 점 등으로 그렇듯 판단했다.
경찰은 어렵지 않게 범인의 인적사항을 특정한 후 주변 한 고시원에서 A씨를 찾아냈다. 조사결과 A씨는 남편 B씨(60대)와 함께 1.5평 남짓한 고시원에서 살고 있었다. 둘 다 정신장애를 앓고 있고, 기초생활보장 수급자로 보조금도 받고 있다. 그나마 몸이 덜 아픈 A씨는 고시원 복도에서 이불을 깔고 잔다고 했다.
정신장애로 경제활동이 어려워 식사조차 제때 못하며 생활고를 겪다가 범행을 저질렀다는 A씨는 “가지고 가면 안 되는 걸 알지만 배가 너무 고파서 그랬다, 죄송하다”며 사죄했다.
조사를 마친 뒤 형사들은 컵라면과 마스크 등 생필품을 마련해 A씨 부부에게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어 A씨 부부가 범죄에 내몰리지 않도록 행정기관에 연락해 도움을 주기로 했다.
경찰의 연락을 받은 관할 주민센터는 A씨 부부가 한 달에 한 번 주민센터를 찾아오기도 했고, 현재 지자체에서도 관심을 가지고 살피는 중이라고 알려왔다. 이어 조만간 가정방문을 통해 추가로 이들을 도울 방법이 있는지 확인하겠다고 밝혔다.
<문화경제 김응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