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예은⁄ 2023.01.04 15:00:45
직장인 익명 앱 '블라인드'의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 주 52시간 제도에도 불구하고 야근 등 '장시간 근무 문제'가 조직문화 실태의 가장 주요 이슈로 나타났다. 야간근무, 당직, 숙직 등 고된 노동에 대해 남성에게 편중되는 '역차별' 문제를 지적하는 의견도 높았다.
업무 시간의 야간 확장, 야간 업무의 남성 편중 모두 '시간 외 업무'의 불만에서 비롯됐다. 본 연구를 진행한 김은정 성주류화지식혁신본부 성인지데이터센터 부연구위원은 이에 대한 제도적 개선의 필요성을 제기했다.
한국여성정책연구원은 조직문화의 정책 이슈 발굴을 목적으로 2021년 8월부터 2022년 8월까지 직장인 기업 리뷰 플랫폼 ‘블라인드’ 회사생활 게시판 내 조직문화 관련 게시글 총 2627개, 성희롱 대처방안 관련 댓글 849개를 수집·분석 결과를 바탕으로 직장 내 조직문화 실태를 점검했다.
김 부연구위원은 ‘일·생활 균형', ‘성차별', ‘성희롱’, ‘기타’ 조직문화의 4가지로 분류하고, 기업 규모를 201인 미만의 중소기업과, 대기업으로 분류해 세부 영역별 이슈 키워드를 분석했다.
일·생활 균형과 관련해서는 공공기관과 민간기업 모두 근무시간 및 업무 과다에 대한 고충이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연차”, “야근”, “업무”, “시간”, “퇴근” 등의 키워드가 상위에 등장한 것을 두고 김 부연구위원은 연차 사용의 어려움과 장시간 근무에 대한 고충을 핵심 이슈로 분석했다.
기업 유형별로는 민간기업의 경우 장시간 근무에 대한 스트레스와 관련해 “퇴사” 그리고 “이직”이 제일 많이 등장하는 반면, 공공기업은 “야근”이 제일 많이 언급되고 상대적으로 “퇴사” 및 “이직”에 대한 언급은 적었다. 이를 두고 김 부연구위원은 공공기관의 경우 업무 과중으로 인한 이직 및 퇴사 의향이 민간기업보다 적은 것으로 보았다. 한편, 공공기관의 경우 초과근무 관련 근로기준법이 적용되지 않는 것에 대해 부당함을 토로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기업 규모 측면에서는 규모와 상관없이 공통적으로 야근 등 장시간 근로에 대한 불만이 높았다. 단, 중소기업에서는 “이직 준비” 및 “퇴사 고민” 등의 키워드 가중치가 높게 나타난 반면, 201인 이상의 대기업에서는 육아휴직자 이용자에 대한 불이익 및 남성 육아휴직 사용 등 "육아휴직"과 관련된 글들의 가중치가 높게 나타났다.
성차별과 관련해선 남성에 대한 역차별에 대한 불만을 토로하는 비중이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워드 클라우드를 살펴보면, “성차별”, “차별”, “이유”, “여직원” 등의 키워드가 상위에 나타나는데, 김 부연구위원은 이를 남성 직원의 역차별에 대한 ‘불만’ 및 최근 성차별 “이유”와 관련 논쟁을 반영한 결과로 분석했다.
기업 유형별로는 공공기관의 경우 특히 남경의 업무 분담 및 승진체계에 대한 불합리성에 대한 의문이, 민간기업의 경우 야간근무, 당직, 숙직 등 고된 노동에 대한 남성의 독박 근무에 대한 언급이 상대적으로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기업 규모 별로는 중소기업에서는 “남녀 임금 격차”가 상위 연관 키워드로, 201인 이상 사업체에서는 남성 직원에게만 당직과 숙직을 전담시키는 것과 관련해 “남직원 숙직”, “남직원 독박” 등이 주요 키워드로 등장한 것이 특징적이라고 꼽았다.
다만 김 부연구위원은 해당 사이트를 이용하는 게시자들의 성별 및 성향과도 관련이 높기에 해석에 있어 경계를 요했다.
성희롱과 관련해서는 “상사” 및 “팀장” 키워드가 “동료”보다 더 상위에 등장해 상사에 의한 성희롱이 상대적으로 더 많은 것으로 분석했으며, "가해자” 키워드가 “퇴근”과 빈번하게 언급되는 것을 두고 퇴근 후 회식 자리 등 업무시간 외에도 성희롱이 빈번하게 발생하는 것으로 추론했다.
기업 규모별로는 전 유형에서 공통적으로 “상사” 키워드가 등장했으나, 중소기업에서는 "상사로부터 성희롱"이 상위에 등장한 반면, 대기업에서는 "가해자에 대한 낮은 징계처분" 및 "피해자 퇴사" 등에 대한 언급이 상위에 등장한 것이 특징이라고 밝혔다.
또한 성희롱에 대한 노동자들의 반응 및 대처 방식에서는 “신고”, “증거”, “녹음” 등 적극적인 대처에 대한 글들이 “무시”, “정색” 등 보다 소극적인 대응에 대한 키워드 보다 상대적으로 높게 나타났다.
김 부연구위원은 본 연구결과를 토대로 야근 및 주말 출근 등 장시간 근무에 대한 개선 및 근로감독 강화, 육아휴직에 대한 경영진의 인식 개선 및 노동자 지원강화, 역차별 해결을 위한 숙직 및 당직 외주화 등 효율적 경영방안 모색, 그리고 성희롱 예방 교육의 체계적 치짐 등의 정책을 제언했다.
<문화경제 김예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