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예은⁄ 2023.01.18 15:21:37
손태승 우리금융지주 회장이 장고 끝에 용퇴를 결정했다. 4년여 간의 임기를 마치고 오는 3월 자리에서 물러나게 된다.
차기 회장 선출이 본격화되기 직전인 18일 손 회장은 연임을 포기하고 용퇴하기로 결정했다. 이 같은 의사는 이날 오후 임원후보추천위원회를 여는 이사회에 전달됐다.
손 회장은 이날 오후 입장문을 통해 "오늘 저는 우리금융 회장 연임에 나서지 않고 최근 금융권의 세대교체 흐름에 동참하겠다는 말씀을 드리고자 한다"며, "앞으로 이사회 임추위에서 완전민영화의 가치를 바탕으로 그룹의 발전을 이뤄갈 능력 있는 후임 회장을 선임해주시길 기대한다"고 밝혔다.
손 회장은 2017년 말 우리은행 은행장에 이어 이듬해 말 우리금융그룹 회장 자리에 오른 바 있다. 이후 2020년 연임에 성공하면서 그룹을 이끌어왔다. 금리인상 등 대내외 환경에 힘입어 사상 최대 실적을 견인하면서 3연임이 가시화 돼왔다.
발목을 잡은건 2019년부터 금융권을 달군 라임펀드 환매 중단 사태(라임펀드 사태)다. 이 사안은 한국 최대 헤지펀드 운용사이던 라임자산운용이 1조 6700억 원 상당의 펀드에 대해 환매 중단을 선언하며 투자자들에게 큰 피해를 안긴 사건이다.
당시 주요 금융사들이 해당 문제에 엮여 책임론이 일었고, 펀드 판매 창구 중 하나였던 우리은행 역시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없었다.
금융위원회는 2022년 11월 9일 정례회의에서 ‘업무 일부정지 3월 및 퇴직 임원 문책경고’ 등 조치를 의결했다. 이로인해 우리은행은 향후 3개월간 사모펀드를 신규로 판매할 수 없도록 제재되었고, 라임펀드 사태 당시 우리은행장이던 손 회장에게도 문책경고 상당의 중징계를 내렸다. 금융당국으로부터 문책경고 이상의 중징계를 받을 시 3~5년간 금융권 취업이 제한된다.
지난해 12월, 3연임이 유력했던 조용병 신한금융그룹 회장이 용퇴를 선언한 점도 영향을 끼친 것으로 풀이된다.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은 조 회장의 용퇴 결정을 두고 "성과의 공과 소비자 보호 실패의 과에 대해 자평을 하면서 후배들에게 거취를 양보해 준 것”이라고 평하며 사실상 손 회장에 대한 사퇴를 압박해왔다.
손 회장은 연임 포기와 별개로 라임펀드 사태와 관련한 중징계 취소 소송 제기를 유력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손 회장의 법적 대응은 개인적인 명예 회복 뿐만 아니라 우리은행과 법리 대응의 일관성을 유지하는 등 조직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한 것으로 해석된다.
우리금융지주 안팎에도 금융위 제재에 대한 법적 대응이 필요하다는 공감대가 형성돼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문화경제 김예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