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740호 김예은⁄ 2023.01.19 11:48:44
IPO 한파 속에서 신선식품 새벽배송 업계 유일 흑자 기업 오아시스마켓(이하 오아시스)이 올해 첫 ‘조(兆) 단위’ 기업공개(IPO)에 나선다.
코로나 팬데믹 이후 비대면 쇼핑 수요가 늘어나면서 유통업계는 고객 편의를 위한 다각화 된 배송시스템의 혁신을 꾀했다. 그 가운데서 두드러진 서비스가 바로 새벽배송이다. 새벽배송은 전날 주문한 상품을 다음 날 새벽 문 앞으로 가져다주는 서비스다. 2015년 마켓컬리가 ‘샛별배송’이란 이름으로 최초로 도입한 이래 오아시스, 쿠팡, SSG닷컴을 비롯해 롯데쇼핑의 롯데온, BGF 리테일의 헬로네이쳐, GS리테일의 GS프레시몰 등이 합류하며 새벽배송 시장을 9조 원 규모로 확장시켰다. 하지만 흑자 창출 구조 확립이 어려운 새벽배송 시스템의 특성으로 이 가운데 살아남은 기업은 쿠팡, 오아시스, 마켓컬리, SSG닷컴 등 4개 사에 불과하다. 그 가운데서도 2019~2021년 3개년 모두 흑자를 기록하고 있는 곳은 오아시스가 유일하다.
오아시스는 1월 12일 금융감독원에 증권신고서를 제출하고 코스닥 상장 절차에 돌입한다고 밝혔다. 이커머스 업계의 대어급 IPO로 주목받았던 경쟁업체 마켓컬리가 올해 초 상장을 철회한 것과 상반된 행보다. 공모 계획도 오는 2월 중 상장을 완료를 목표로 하는 등 속도전을 예고했다. 계획대로 상장이 추진될 경우 오아시스는 ‘전자상거래(이커머스) 1호 상장사’의 타이틀을 갖게 되며, 이에 따르는 브랜드 인지도 제고 효과도 도모할 수 있다.
오아시스는 이번 상장으로 총 523만6000주를 공모한다. 공모 예정가는 3만500~3만9500원으로 총공모 금액은 1597~2068억 원 규모다. 최대 1조2535억 원의 가치를 평가받을 수 있는 수준이다. 지난해 9월 상장예비심사(예심) 청구 당시 최대 기업가치 1조5000억 원을 목표로 공모가 희망밴드를 3만9600~4만6200원을 제시한 것과 달리 눈높이를 낮췄다.
이는 지난해 6월 이랜드리테일로부터 330억 원의 투자를 유치하며, 1조 1000억 원의 기업가치를 인정받았던 투자단가 3만9189원 보다도 낮은 수준이다. 오아시스의 2.65%의 지분을 소유한 이랜드리테일은 투자 당시 자신들의 투자유치 금액을 상회하는 수준에서 상장을 진행한다는 조건부 계약을 체결했음에도 불구하고 이번 언더밸류 공모 추진을 허용했다.
마켓컬리 IPO 철회 결정, 오아시스는 지금이 적기
이처럼 오아시스는 얼어붙은 IPO 시장의 눈높이에 맞춰 목표 기업가치 하향이 불가피함에도 상장을 미루지 않겠다는 입장이다. 오히려 이커머스 공룡 경쟁업체들의 IPO 도전이 주춤한 현시점을 적기로 판단했다. 마켓컬리의 철회 결정이 오아시스가 IPO에 나서기로 결심을 굳힌 트리거(trigger, 계기)로 작용했다는 것이 업계 관계자의 후문이다.
오아시스는 마켓컬리를 필두로 한 이커머스 기업들의 IPO 준비가 본격화하던 지난해 초까지만 하더라도 주목도가 떨어지는 기업이었다. 하지만 IPO 시장 경색으로 투자 심리가 위축되고 투자자들의 평가 기준이 성장성보다 수익성에 집중되면서 상황이 반전됐다.
새벽배송의 선두 주자 마켓컬리는 작년 초 국내 이커머스 업체 가운데 처음으로 국내 증시 입성에 도전장을 던지며 업계의 주목을 받았다. 당시 마켓컬리는 2021년도 매출 1조 5614억 원과 영업손실 2177억 원을 기록했음에도 성장성만으로 후한 평가를 받았다. 시가총액이 크고 성장성을 인정받는 기업의 경우 적자 폭이 커도 상장이 가능하도록 하는 소위 ‘유니콘 기업 특례 요건’으로 상장을 추진하며 마켓컬리의 몸값은 한때 4조 원대로 치솟았다.
2021년 기준 매출규모 3569억 원을 기록한 오아시스의 매출 규모는 마켓컬리(1조5580억 원)의 4분의 1에 미치지 못하는 수준이다. 규모의 경제 실현을 목표로 2019년부터 2021년까지 매출액 4260억 원, 9530억 원, 1조 5614억 원을 기록하며 규모를 확장해 온 마켓컬리는 아직 이렇다 할 수익성 개선의 기틀을 마련하지 못했다. 2019년부터 동기간 당기순이익은 각각 -56.7%, -23.3%, -82.3%로 적자 폭을 좁히지 못했으며, 2021년에는 역대 최대 규모인 2200억 원의 손실을 기록했다.
반면, 오아시스의 매출은 2019년 1423억 원, 2020년 2386억 원, 지난해 3570억 원으로 비교적 작은 규모에도 꾸준한 성장세를 보였다. 같은 기간 영업이익은 2019년 10억원, 2020년 97억원, 지난 해 57억원의 3년 연속 흑자를 기록했다. 2022년 3분기 매출과 영업이익은 각각 3118억 원, 77억 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20%, 79% 증가했다.
IPO 시장 경색과 함께 투자자들의 평가 기준이 성장성보다 수익성에 집중되며 마켓컬리의 몸값은 2021년 프리IPO(상장 전 지분투자) 당시 4조에서 8000억 원~1조 원 수준으로 4분의 1 넘게 급락한 반면, 오아시스마켓의 시장 평가는 지난해 프리IPO 당시 1조 5000억 원에서 현재 1조 2535억 원으로 하락 폭이 크지 않은 점도 상장 추진의 동력이 되었다. 오아시스는 매출 규모 측면에서 마켓컬리의 4분의 1에 미치지 못하는 규모임에도 흑자 경영의 이점으로 마켓컬리와 동급 수준의 기업가치를 평가받고 있다.
새벽배송 시장, 오아시스만 흑자인 이유
새벽배송 시장은 2018년 4000억 원 규모에서 지난해 9조 원까지 급증했다. 교보증권에 따르면 새벽배송 시장 규모는 올해 12조 원까지 팽창할 전망이다. 또한 통계청에 따르면 새벽배송 업체가 영위하고 있는 온라인 식품 시장규모는 2023년 1월 기준 31조 4,000억 원으로 2025년까지 70조 원까지 성장할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오아시스는 성장하고 있는 새벽배송 및 온라인 식품 시장에서 업계 유일 흑자라는 수익성과 스마트 물류 솔루션의 기술력을 바탕으로 한 미래 성장성을 앞세워 시장친화적 밸류에이션으로 증시 입성을 서두르고 있다.
지난 2011년 설립된 오아시스는 일반적인 온라인 마켓플레이스 기반의 이커머스 기업들과 달리 오프라인 매장 기반으로 설립됐다. 오프라인 매장을 통해 구축해온 생산자 직소싱 네트워크를 기반으로 양질의 유기농 식품을 합리적인 가격으로 소비자들에게 제공하며 경쟁사와 차별화했고, 이를 바탕으로 2018년에는 ‘오아시스마켓’을 런칭하며 신선식품 새벽배송에 뛰어들었다. 설립 이래 흑자경영을 지속하는 오아시스의 매출액은 2015년 193억 원에서 2021년 3569억 원으로 약 18.5배 성장했다.
오아시스는 새벽배송 업계 유일 흑자를 창출하고 있는 자사의 수익구조가 경쟁사와의 차별화 요소이자 진입장벽이 될 것이라 판단하고 있다. 오아시스에 따르면 신선식품 새벽배송 시장에는 상품 소싱 역량, 재고관리 역량, 콜드체인 물류 역량을 비롯해 브랜드 평판 및 인지도 확보 등의 다양한 기능의 조화가 요구된다. 특히 새벽배송 시장에서 수익성을 확보하기 어려운 이유로 오아시스는 “전날 밤까지 주문하면 다음 날 아침에 배송받는 형태의 배송 구조 특성상 인건비가 주간 대비 2배 가까이 소요되며, 콜드체인을 갖춘 물류센터 건립을 포함해 초기 투자 비용 또한 상당한 부담으로 작용한다”고 설명했다.
또한 “소비자에게 소구할 수 있는 신선식품을 경쟁력 있는 가격대에 안정적으로 조달할 수 있는 공급망을 확충하는 것은 단기간에 가능한 것이 아니며, 유통기한이 짧은 신선식품을 다룬다는 점에서 높은 재고 폐기율이 발생할 수 있어 전문적인 수준의 재고 관리 역량이 요구된다”고 덧붙였다.
회사 측은 이러한 측면에서 독자적 성장 요인을 ▲스마트 물류 솔루션 오아시스 루트 ▲업무 효율을 극대화한 스마트 통합물류센터 ▲온∙오프라인 시너지로 꼽았다.
오아시스 루트는 상품 유통 및 판매 프로세스의 전반적인 관리를 위해 독자적으로 개발한 모바일 자동화 시스템이다. 모든 직원은 휴대폰 하나만 있으면 상품의 발주부터 입고, 포장, 배송지 분류, 배송까지 원스톱으로 관리할 수 있다. 이로써 새벽배송 서비스를 영위함에도 지속해 흑자를 낼 수 있는 효율 최적화를 이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업무 효율성을 높여주는 오아시스 루트는 업계 유일의 합포장 동선 구조를 갖춘 스마트 통합물류센터에 적용되며 최적의 시너지를 발휘한다. 성남, 의왕 물류센터는 담당자의 효율적 동선을 위해 냉동, 냉장, 상온 제품을 한 장소에서 합포장할 수 있도록 설계돼 있어 고객은 여러 가지 제품을 한 박스에 배송받을 수 있다. 제품별로 각각의 포장 공간에서 개별포장해 배송하는 여타 이커머스 기업들과 달리 포장재 비용을 3분의 1로 절감하고 있다는 것이 업체 측 설명이다.
오프라인 매장과 온라인몰의 시너지도 높은 성장률에 일조했다. 오프라인 매장의 고객 경험 축적으로 소비자들의 브랜드 인지도가 상승하며 온라인 매출도 동반 성장했다. 특히 온라인 판매가 어려운 식품을 오프라인에서 판매할 수 있다는 점으로 신선식품 새벽배송 시장의 핵심 지표인 재고폐기율을 0%인 업계 최저 수준으로 낮췄다.
오아시스는 업계 경쟁력과 달리 대대적인 회사 광고 마케팅을 진행하지 않았음에도 업계 평균보다 높은 매출성장률과 흑자경영을 유지하는 있다는 점도 강점으로 내세웠다.
IT 물류 솔루션, 물류 대행 기술력, 강력한 직소싱 네트워크 등의 핵심경쟁력을 기반으로 다른 기업과의 협업, PG업(전자지급결제대행업) 등 신규 사업 진출 등으로 전략적으로 성장하겠다는 것이 오아시스의 계획이다. 이를 위해 신주발행을 통해 유입되는 자금 중 총 725억 원을 물류센터, 오프라인 매장 투자, 물류시스템 고도화 등 시설자금으로 투입할 계획이다. 369억 원은 타법인증권 취득자금으로 분류하며, 시너지를 창출할 수 있는 회사들의 인수를 최우선으로 검토할 것이라 밝혔다.
이를 통해 오아시스는 물류센터 부지 확보, 오프라인 매장 풀필트먼트센터화 등으로 전국 지역으로 새벽배송 서비스를 제공하고 이미 진출한 라이브커머스, 퀵커머스 서비스를 고도화하며 외적, 내적 성장을 견인할 계획이다.
IPO 공동 주관사는 한국투자증권과 NH투자증권
한편, 오아시스가 국내 전자상거래(이커머스) 1호 상장사에 도전에 나선 만큼 기업 가치 평가 방식에 있어서도 차후 상장할 이커머스 기업들의 산정 기준으로 정립될 전망이다. 오아시스의 IPO 공동대표주관을 맡은 한국투자증권과 NH투자증권은 경쟁사 쿠팡이 미국 나스닥 상장 당시 기업가치를 매출액으로 나누는 PSR(주가매출비율)을 활용한 것과 달리, 매출액 대비 기업가치 비율인 EV/Sales(성장률조정배수) 방식을 적용해 기업가치를 산출했다.
EV/Sales는 기업가치(EV, Enterprise Value)를 연간 매출(Sales)과 비교하는 재무 평가 지표로 주로 적자기업이 기업가치 산정에 사용하는 방식이다. 아직 돈을 벌지 못하는 기업의 경우 이익이 나지 않기 때문에 매출 지표를 살피는 방식이지만, 부채도 고려하기 때문에 단순히 매출만으로 산정하는 지표보다 정확한 평가 지표로 활용된다. 주관사단은 EV/Sales 방식이 이커머스 사업, 특히 새벽배송 서비스를 주력으로 하는 기업가치평가에 적합하다고 판단했다. 이 방식이 꾸준히 영업이익을 창출하고 있는 오아시스의 특성을 담진 못하지만, 순차입금을 반영하여 재무구조가 안정적인 오아시스의 특징을 잘 반영할 수 있다는 평가다.
다만, 오아시스가 공모주식의 30%를 최대 주주인 지어소프트의 구주로 내놓는다는 점이 흥행의 변수가 될 전망이다. 통상적으로 기업공개 시 대주주의 구주 매출은 해당 기업의 투자 매력도를 낮추는 요소로 꼽힌다. 오아시스의 총공모주식 수 523만6000주 중 구주 매출 157만1000주가 지어소프트의 구주매출분이다.
오아시스는 2월 7~8일 수요예측을 진행한 후 2월 14~15일 일반청약을 거쳐 2월 중 코스닥 시장에 입성할 예정이다.
<문화경제 김예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