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741호 김금영⁄ 2023.01.30 13:33:48
최근 소비 트렌드가 Z세대(1990년대 중반~2000년대 초반 출생으로, 20~30대 초반)를 중심으로 변화하면서 관련 마케팅도 활발해지고 있다. MZ세대(20~40대) 마케팅의 범위가 지나치게 넓고, 소비 특성이 다르다는 지적이 잇따르자, ‘찐’ Z세대를 대상으로 한 맞춤형 마케팅이 부상하고 있는 것이다.
개성을 중요시하는 Z세대는 독특한 디자인과 신선한 아이디어에 관심이 많고, ESG(환경·사회·지배구조)에도 가치를 둔다. 어릴 때부터 스마트폰을 접하고 자란 ‘디지털 네이티브’로, 사회관계망서비스(SNS) 등 온라인 활동의 영향을 많이 받으며, 콘텐츠 생산에도 익숙하다. 이런 Z세대의 취향을 맞추기 위해 직접 Z세대와 손을 잡는 기업들의 움직임이 늘고 있다.
롯데마트, 대학생과 손잡고 Z세대 ‘관심급구’ 프로젝트
롯데마트는 Z세대의 소비 성향을 꿰뚫기 위해 대학생들과 손을 잡았다. 롯데마트의 세대 맞춤형 마케팅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앞서 롯데마트는 광고마케팅팀에 속한 MZ세대 사원이 자발적으로 진행하는 ‘관심급구 프로젝트’를 통해 MZ를 타깃으로 한 다양한 프로젝트를 진행해왔다. 이들의 목표는 롯데마트의 젊고 새로워진 이미지를 알리고, 새로운 고객 경험을 발굴하는 것이었다.
지난해 4월 롯데의 시그니처 와인 ‘LAN 멘시온’의 출시를 기념해 동묘에 위치한 와인바와 손잡고 한 달 동안 팝업 레스토랑을 선보인 것을 시작으로, 같은해 7월에는 청담동 ‘우월’과 함께 오마카세 메뉴로 롯데마트가 론칭한 프리미엄 소고기 ‘마블나인’을 선공개한 것도 이 프로젝트의 일환이었다.
이번엔 Z세대가 타깃으로, 더 세밀해졌다. 롯데마트는 Z세대의 소비 성향을 꿰뚫기 위해 대학생 싱크탱크 프로그램인 ‘ZRT(gen Z Round Table)’ 1기를 운영 중이다. ZRT는 관심급구 프로젝트의 네 번째 활동으로 기획됐다.
‘Z세대의 마음은 Z세대가 가장 잘 안다’는 판단 아래, 최신 트렌드를 선도하는 Z세대 대학생들과 ‘관심급구 프로젝트’가 한 팀을 이뤄 향후 유통 트렌드를 이끌어 나갈 미래 마케팅 전략을 논의하는 형태로 진행된다. 이달 4일부터 시작된 ZRT 1기 모집엔 9배수에 달하는 지원자가 몰려 합격자 발표가 지연될 만큼 많은 관심을 받았다. 서류와 면접 전형을 거쳐 최종적으로 20대 대학생 15인이 선발됐다.
ZRT 1기는 지난해 12월 22일 발대식을 시작으로 올해 3월까지 약 3개월간 매주 1회씩 잠실 롯데마트 본사와 영등포 리테일 아카데미 등 실무자들이 근무하는 공간에 직접 방문해, 정기적인 FGD(Focus Group Discussion, 주제별 집단토의)를 진행한다. Z세대의 신선한 아이디어로 오프라인 대형마트의 현주소를 면밀히 짚어보고, 5개 조로 나뉘어 브랜드 커뮤니케이션(3개 조), 마케팅 전략 개발(2개 조) 아이디어를 도출·발표한다.
특히, 지난해 10월 롯데마트가 새롭게 선보인 가정간편식(HMR) 브랜드 ‘요리하다’와 친환경 캠페인 브랜드 ‘리얼스(RE:EARTH)’ 등 롯데마트의 5가지 브랜드를 Z세대와 더 가까워질 수 있도록 하는 마케팅 방안을 개발하는 것이 주된 목표다.
우수 아이디어로 선발되면 현업 반영 가능성을 검토한다. 1등조 500만 원, 2등조 300만 원 등 장학금을 수여하고, 사원증이 포함된 롯데 웰컴 키트, 프로필 사진 촬영, 활동 지원금 등의 혜택도 제공할 계획이다.
롯데마트 측은 “ZRT 1기의 신선한 아이디어와 관심급구 프로젝트의 시너지를 통해 Z세대가 좋아하는 롯데마트를 만들고자 한다”며 “ZRT의 모든 활동은 롯데마트가 운영하는 SNS을 통해 오픈 소스로 공유할 예정이니, 앞으로 남은 활동들도 많은 관심 부탁한다”고 말했다.
GS25, 대학생 디자이너와 음료 패키지 디자인 논의
편의점 GS25도 Z세대 고객 공략을 위해 대학생 디자이너들과 손을 잡았다. GS25는 지난해 11월 초부터 올해 1월 초까지 한양대학교 에리카(ERICA) 디자인대학 학생들과 함께 아이스 파우치 음료 패키지 디자인을 주제로 산학협력 프로젝트를 진행했다.
GS25 측은 “GS25는 트렌드에 민감한 Z세대 디자이너들과 소통하며 참신하고 개성 넘치는 아이디어를 발굴할 수 있고, 한양대 학생들은 학교에서 익힌 이론적, 기술적 역량을 실무에 접목할 수 있는 기회를 가질 수 있는 서로의 니즈(needs)가 맞아 손을 잡았다”고 설명했다.
이번 산학협력 프로젝트엔 총 63명의 디자인대학 학생들이 2~3인으로 28개 팀을 구성해 참여했다. 프로젝트 기간 중 GS25 디자인 실무자들이 한양대학교를 방문했고, 학생들을 GS리테일 본사로 초대해 멘토링을 진행했다. 한양대 교수진과 GS리테일 실무진들이 사전 평가를 통해 최종 4개 팀을 선발했고, 지난해 12월 22일 GS리테일 본사에서 최종 발표회를 열었다.
‘리노베이션(RE:novation)’, ‘초고추장’, ‘인스퍼(INSPIR)’, ’GS22.3’ 등 최종 발표회 후보에 오른 4개 팀은 최근 20대가 재미를 추구하고, 귀여운 상품에 쉽게 지갑을 열며, 자신을 위한 소비에 돈을 아끼지 않는 등의 특성을 거론하며 다양한 디자인 콘셉트를 제안했다.
리노베이션팀은 현대인이 커피를 없어서는 안 될 필수 음료로 인식해 ‘커피 수혈’이라는 표현을 즐겨 사용한다는 점에 착안해 디자인을 제안했다. 초고추장팀은 ‘눈’을 콘셉트로 고객의 눈길을 사로잡는 디자인을 제안했으며, 인스퍼팀은 치열하게 살아가는 Z세대에게 휴식을 제안하는 ‘쉼표’를 모티브로 디자인한 파우치를 선보였다.
팀원 3명의 나이를 평균한 GS22.3팀은 최근 20대 사이에서 인기를 끌고 있는 ‘세계관’, ‘웹툰’ 등의 요소를 활용해 단순한 파우치 디자인을 넘어 통합마케팅(Integrated Marketing Communication)을 제안하며 실무자들에게 호평을 받았다.
대상은 발표 도중 실무자들의 큰 박수와 웃음까지 끌어낸 GS22.3팀이 차지했다. GS22.3팀이 제안한 솔루션은 당장 실무에 반영해도 좋을 정도라는 평가를 받기도 했다. 초고추장팀은 금상, 리노베이션과 인스퍼팀은 각각 은상을 수상했다.
대상을 수상한 한양대 에리카 디자인대학 영상디자인학과 유아라(2학년), 이영선(3학년), 이수빈(3학년) 양은 “학교 수업에서는 해볼 수 없는 값진 경험이었다”며 “이번 프로젝트를 통해 패키지에 대해 정말 많이 공부했고, 그만큼 성장할 수 있었다. 처음에는 풀기 어려운 숙제 같았는데 저희 제안을 좋아해 줘 정말 감사했다”고 소감을 밝혔다.
이정표 GS25 플랫폼마케팅부문장은 이날 참가한 학생들에게 “크리에이티브는 정답이 없다. 논리가 아닌 가슴속에서 시작되는 그 무엇”이라며 “회사는 보이지 않는 틀(Box)에 갇혀 ‘틀을 깨는 사고(Out of Box)’를 하라고 강조하는 곳인데, 이번 프로젝트를 통해 틀을 깰 수 있도록 도와준 한양대 학생들에게 매우 감사하게 생각한다”고 인사를 전했다.
GS25는 최종 발표회에서 제안된 4개 팀의 디자인 콘셉트를 대학생들과 함께 구체화한 후 올해 아이스 파우치 음료 상품에 적용 여부를 결정할 계획이다.
포스코·효성, 대학생 대상 ESG 아이디어 공유의 장 마련
포스코와 효성은 대학생을 대상으로 ESG 경영 아이디어 발굴에 나섰다. 포스코그룹은 지난해 12월 2일 서울 포스코센터에서 대학생들과 함께 ESG경영 아이디어 공유의 장인 ‘기업시민 레벨업 그라운드’를 열었다. 이날 행사에는 서울여대, 성균관대, 숙명여대, 포스텍, 한양대 등에서 ‘기업시민경영과 ESG’ 과목을 수강중인 대학생 120여 명, 학생들과 협업 프로젝트를 수행한 포스코그룹 임직원 50여 명이 참석했다.
포스코그룹은 2021년부터 기업시민경영과 ESG를 대학에서 정규과목으로 운영할 수 있도록 지원해 왔다. 기업시민경영과 ESG 과목은 기업 경영상의 실제 이슈들을 학생들과 함께 나누고 대안을 마련하는 PBL(Problem·Project-Based Learning)방식으로 운영된다. 수강생들은 포스코, 포스코인터내셔널, 포스코케미칼, 포스코플로우, 포스코스틸리온, 포스코모빌리티솔루션, 포스코O&M, SNNC, 엔투비 등 포스코그룹의 각 사업회사 기업시민 전담조직 실무자로부터 멘토링도 받는다.
기업시민 레벨업 그라운드는 한 학기 동안 기업시민경영과 ESG 과목을 학습한 내용을 정리하고 수행한 프로젝트별 아이디어를 함께 공유하는 행사다. 이번 기업시민 레벨업 그라운드엔 포스코그룹 해외법인에서 우수 대학생들을 선발해 포스텍에 교환학생으로 보내는 GYP(Global Young leader Program) 학생들도 참여해 인니, 베트남, 태국의 ESG 트렌드와 이슈를 발표했다.
이어진 대학별 우수 프로젝트 세션에서 ▲서울여대는 ‘폐어망 밸류체인 형성’ ▲성균관대는 ‘기업시민 팬덤 브랜드화 방안’ ▲숙명여대는 ‘컬러강판의 전과정평가(LCA)와 친환경 소재 적용 확대방안’ ▲한양대는 ‘철강부산물 슬래그를 활용한 도시숲 관리’를 주제로 발표했다.
이날 행사에 참석한 한국경영학회 김재구 차기회장은 “미래세대를 위한 포스코그룹의 노력에 깊은 인상을 받았다”며 “ESG경영 담론이 세계적인 관심사로 급부상한 시점에 기업시민을 경영이념으로 선언해 선도적으로 대응한 포스코그룹의 사례는 대학교육에도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성균관대학교 경영학과 김희영 학생은 “포스코그룹 실무진이 직접 멘토로 참여해 기업시민 경영과 실무를 알려주니 역량 향상에 도움이 됐다”고 말했다.
조현준 효성 회장은 “기후 변화에 긴밀히 대응하기 위해서는 지구 온난화 현상에 대한 심도 깊은 연구가 필요하다”고 강조해 왔는데, 환경문제에 대한 젊은 인재의 관심을 높이고 소통하고자 2017~2019년 대학생을 대상으로 아이디어 공모전을 진행했다. 공모전은 미세먼지나 기후변화 등 환경문제 해결, 또는 수소경제 등 효성그룹의 사업과 연계된 친환경 아이디어부문과 영상부문으로 나뉘어 진행됐다.
공모전엔 대학생들의 참신한 아이디어가 쏟아져 나왔다. 2018년 2회 아이디어 공모전엔 당시 경북대학교에 재학 중이었던 학생들로 구성된 ‘뿜뿜아재’팀(김도윤, 윤한택, 강기효)이 출품한 ‘바이오 플라스틱을 이용한 씨앗을 품은 배변봉투’가 대상을 수상했다. 반려동물 1000만 시대를 맞이해 일회용 비닐 배변봉투로 인한 환경오염을 방지하려는 아이디어였다.
일회용 비닐 대신 20일 만에 분해되는 바이오 플라스틱 비닐을 사용했는데, 씨앗을 봉투에 미리 담아 반려동물의 분변을 천연비료로 활용해 꽃을 피우는 방식이었다. 이를 통해 환경오염과 환경미화 두 마리 토끼를 잡았다. 창의적인 아이디어와 함께 사업화 방법도 고민한 부분에서 심사위원들의 높은 평가를 받았다. 수상팀에게는 아이디어 부문 대상 500만 원 등 총 2100만 원의 상금과 함께 효성그룹 입사 지원 시 가점부여 혜택이 주어졌다.
핵심 소비층으로 부상 속도 빨라진 Z세대
이처럼 기업들이 Z세대 사로잡기에 나선 건, 관심 있는 가치엔 거침없이 지갑을 여는 Z세대가 핵심 소비층으로도 부상하는 속도가 빨라졌기 때문이다. 명품 시장에서는 이 지점이 벌써 발견된다.
실제로 이달 17일(현지시간) 미국 경제매체인 CNBC는 글로벌 컨설팅업체 베인앤컴퍼니의 글로벌 명품시장 보고서를 인용해 지난해 전 세계 명품 매출이 3810억 달러(약 473조원)로 전년 대비 22% 급증한 것으로 추산된다고 보도했는데, Z세대 소비자의 경우 핸드백과 신발, 시계, 보석, 의류, 미용제품 등 모든 품목에서 밀레니얼(M세대·1980~2000년대 출생)보다 3~5년 빠른 15세에 첫 명품 구매를 시작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베인앤컴퍼니 측은 “향후 10년간 명품을 구매하는 젊은 소비자 규모는 중·장년층 등 기성세대보다 3배 더 빠르게 증가할 것”이라며 “2030년까지 Z세대와 현재 13세 미만의 알파세대의 지출이 3분의 1을 차지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어 “Z세대와 알파세대에 M세대까지 더하면 2030년 세계 명품시장 구매의 80%를 차지하는 가장 큰 구매층이 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글로벌 시장조사 회사 유로모니터 인터내셔널 또한 이달 17일(현지시간) 발간한 ‘2023 톱 10 글로벌 소비자 트렌드’ 리포트에서 확고한 자기 신념에 따라 움직이고 자신을 세상에 내놓는데 거부감이 없는 Z세대가 새로운 소비 계층으로 떠오르며 소비 시장의 공식을 새로 쓰고 있다고 분석했다.
문경선 유로모니터 코리아 리서치 총괄은 “시장은 언제나 새로운 세대의 가능성에 따라 움직이고, 세대별 차이점을 이해하는 것이 그 어느때 보다 중요하다”며 “특히 Z세대는 신제품을 접하는 채널이 기성 세대와 완전히 다르고, 밀레니얼 세대는 그들의 자녀인 알파 세대의 의견을 최우선으로 고려해야 하는 등 또 다른 소비 패턴이 보이고 있다”고 덧붙였다.
< 문화경제 김금영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