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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트뉴스] 달에서 방아 찧던 토끼가 전시장에…계묘년 토끼, 박물관에 모였다

국립민속박물관·국립중앙박물관, 역사 속 토끼 짚어보는 전시 진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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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nbnews 제741호 김금영⁄ 2023.02.06 10:09:00

2023년 계묘년(癸卯年, 검은 토끼의 해)을 맞아 박물관들이 관련 전시 및 이벤트를 펼치고 있다. 역사 속 토끼가 어떤 모습으로 작품에 반영돼 왔는지 그 의미를 짚어보는 자리다.

옛 작품에 흰색 토끼가 많은 이유는?
국립민속박물관, ‘새해, 토끼 왔네!’ 특별전

십이지 장식품 중 토끼 이미지. 사진=국립민속박물관

국립민속박물관은 3월 6일까지 기획전시실2에서 ‘새해, 토끼 왔네!’ 특별전을 연다. 토끼하면 떠오르는 판소리 ‘수궁가’의 한 장면을 묘사한 ‘토끼와 자라 목각인형’ 및 두 마리 토끼가 정답게 그려진 조선시대 민화 ‘쌍토도’ 등 관련 전시자료 70여 점을 선보인다. 특히 작품을 통해 옛사람들이 토끼를 어떤 방식으로 이해했는지, 지금 우리 곁에 토끼는 어떤 의미로 존재하는지 알아본다.

한 예로 작품에 흰색 토끼가 많은 이유를 짚어본다. 본디 이 땅에 서식하던 토끼는 멧토끼로 회색, 갈색 털을 가졌다. 흔히 떠올리는 흰색 털의 토끼는 색소결핍증 토끼이거나 20세기 전반에 수입된 외래종이다. 따라서 가끔 보이는 흰색 토끼가 조상들의 눈에는 퍽 신기했을 것이다.

자라 위에 토끼가 올라타 있는 형태로 나무를 깎아서 만든 인형이다. '별주부전'에서 자라가 토끼를 꾀어 등에 업고 수궁으로 가는 장면을 표현했다. 사진=국립민속박물관

조선 후기 실학자 홍만선(1643~1715)은 ‘산림경제'에 “토끼는 1000년을 사는데 500년이 되면 털이 희게 변한다고 한다”는 기록을 남겨 흰 토끼에 장수의 의미를 불어 넣었다. 국립민속박물관 측은 “조선시대 대표적인 회화, ‘화조영모도’에 등장하는 토끼가 흰색이 많은 이유도 이 때문일 것으로 짐작된다”며 “흰 토끼에 장수의 의미를 불어넣은 조상들의 상상력이 놀랍게 느껴지는 지점”이라고 설명했다.

옛 사람들은 토끼의 지능을 짐작해보기도 했다. 토끼의 지능은 50으로 호랑이(45), 거북이(20)에 비해 높은 편으로 알려졌다. 이를 어찌 알았는지 조상들은 토끼를 꾀 많고 교활한 동물로 인식했다. 국립민속박물관 측은 “토끼는 굴을 파고 그 안에서 사는데, 신기하게도 굴을 한 개가 아니라 세 개 이상 파는 습성이 있다”며 “이는 생태 피라미드 맨 하단에 위치한 초식 동물 토끼의 생존 전략일 테지만, 우리 조상들은 이런 토끼의 습성에 ‘꾀쟁이’라는 상징성을 부여했다”고 밝혔다.

토끼 무늬 베갯모판. 베개 양쪽 끝을 장식하는 베갯모를 만드는 데 사용하는 도안이다. 동그란 판에 방아 찧는 토끼, 나무, 불로초, 괴석을 음각했다. 사진=국립민속박물관

토끼는 ‘꾀쟁이 토끼’ 유형의 설화에서 호랑이에게 잡혀 먹힐 위기에 침착하게 기지를 발휘하는 영민한 동물로 묘사된다. 그런가하면 판소리 ‘수궁가’와 한글소설 ‘별주부전‘에서는 부패한 권력을 풍자하는 지혜로운 서민의 대변자로 나온다. 이번 전시에서는 토끼의 길고 쫑긋한 귀, ‘ㅅ’ 자 모양의 입 등 토끼의 생태에 얽힌 흥미로운 민속 이야기를 찾아볼 수 있다.

‘쎄쎄쎄’로도 유명한 윤극영의 동요 ‘반달’을 MZ세대(20~40대)를 포함해 모르는 사람은 거의 없을 것이다. 이처럼 토끼가 달 속에서 방아를 찧고 있다는 이야기는 사람들에게 익숙하다. 옛 사람들은 달의 표면을 보고 연상한 방아 찧는 토끼에 달의 정령이라는 상징과 무병장수와 장생불사의 의미를 부여했다.

 

전시장 안쪽 별도 공간에 마련된 달 토끼의 세계에서는 달을 상징하는 토끼와 해를 상징하는 삼족오를 함께 장식한 가사(승려들의 법의)와 백이·숙제 고사를 묘사한 ‘치자도’ 등을 전시했다.

토끼와 모란을 함께 그린 그림으로, 화조영모도 10폭 병풍 중 한 폭이다. 두 마리 토끼를 그린 쌍토도는 부부의 금술과 다산 등 가족의 화목을 상징한다. 사진=국립민속박물관

과거뿐 아니라 토끼의 이야기는 현재로도 이어진다. 요즘 핫한 아이돌그룹 ‘뉴진스’의 앨범 자켓 디자인엔 멤버 사진이 아닌 토끼 캐릭터 그림이 들어가 화제가 됐다. 그런가하면 토끼를 주인공으로 하는 일상툰이 인기를 끌기도 한다.

2022년 발표된 논문 ‘유아와 성인의 동물 인지도, 선호도, 상징성에 대한 인식 분석’은 이런 토끼의 인기는 유아부터 성인까지 다양한 연령층에게 친숙하고 호감 가는 동물이라는 데서 기인한다고 짚는다. 그 저변엔 옛날부터 이어져온 토끼에 대한 긍정적인 이미지가 깔려 있다는 분석이다.

토끼를 활용한 다양한 상품들 이미지. 사진=국립민속박물관

이에 전시는 지혜로움과 귀여움의 대명사 토끼의 변화무쌍한 모습을 생태와 관련된 동화, ‘수궁가’를 본문에 담은 교과서, 캐릭터 마시마로부터 일러스트레이터 최고심의 작품까지 다양한 캐릭터 상품에 담았다. 이를 통해 우리의 정서와 문화 속에서 의미 있는 동물 중 하나로 인식되고 있는 토끼의 모습을 이해할 수 있게 돕는다.

국립민속박물관 측은 “토끼는 장수, 지혜뿐 아니라 여러 의미를 지녔다. 다정한 토끼 한 쌍을 그린 ‘쌍토도’는 부부애와 화목한 가정을 상징하며, ‘추응토박도’ 등 새해를 축하하는 세화에도 토끼가 등장한다. 전시의 말미엔 토끼가 지닌 좋은 의미를 관람객이 모두 가져갈 수 있도록 전시 리플렛에 ‘토끼 도장’을 찍어가는 체험 코너도 마련했다”며 “이번 전시를 통해 오랫동안 우리 삶 속에서 함께 해 온 토끼의 생태와 민속을 알아보고 깡충 뛰어오르는 토끼처럼 2023년 행복과 행운이 상승하는 한 해가 되길 바란다”고 밝혔다.

공예품 장식 요소로 등장하는 토끼들
국립중앙박물관, ‘토끼’ 전시품 상설 전시

청자 투각 칠보무늬 향로. 귀여운 토끼 세 마리가 향로를 받치고 있다. 사진=국립중앙박물관

국립중앙박물관은 상설전시실 곳곳에 ‘토끼’ 관련 전시품 10점을 소개한다. 국립중앙박물관 측은 “토끼는 우리 문화유산에서 공예품의 장식 요소로 등장한다”며 “‘십이지신의 네 번째 동물’, ‘토끼와 거북 이야기의 재치 있는 동물’, ‘달에서 방아를 찧는 옥토끼’, ‘매에게 잡히는 토끼’ 모습 등으로 형상화됐다”고 설명했다.

고려 12세기 청자의 정수를 보여주는 ‘청자 투각 칠보무늬 향로’는 토끼 세 마리가 향로를 받치고 있는 형상을 하고 있다. 토끼는 귀여운 외모와 달리 향로를 가뿐히 받치고 있을 만큼 힘이 세 보이는 점이 흥미롭다.

십이지 토끼상. 이 토끼는 갑옷을 입었으며 한 손에는 칼을 들고 있는 모습이다. 사진=국립중앙박물관 

통일신라시대 ‘십이지 토끼상’은 갑옷을 입고 칼을 들고 있는 형상으로 능묘 수호의 의미가 부여되던 것으로 보인다. 국립중앙박물관 측은 “통일신라시대 능묘에 토우와 같은 작은 형태의 십이지상을 묻었는데, 점차 십이지상이 능묘를 지키는 수호신 역할을 하면서 십이지상이 갑옷을 입은 형상으로 바뀌었다”고 설명했다.

조선 19세기 말 ‘백자 청화 토끼 모양 연적’은 파도를 내려다보는 토끼 형상을 하고 있다. 거북의 감언이설에 속아 바다로 갔다가 재치로 목숨을 건진 ‘토끼전’ 이야기가 연상된다. 예로부터 토끼가 재치 있는 동물로 여겨졌음을 짐작하게 해주는 작품이다.

푸른 파도 위에 물속을 내려다보는 토끼 모양 연적. 사진=국립중앙박물관

가장 널리 알려진 ‘달에서 방아를 찧는 옥토끼’는 고려시대 청동 거울과 조선시대 그림에서 확인할 수 있다.

국립중앙박물관 측은 “고려시대 청동 거울은 토끼가 달에서 불사약을 만들었다는 전설을 바탕으로, 신선세계를 표현하는 한 요소로 방아 찧는 토끼 문양을 사용한 것으로 짐작된다”며 “조선시대 ‘둥근 달을 바라보는 토끼’ 그림에서도 예로부터 달에서 방아를 찧으며 불사약을 만드는 영물로 알려진 토끼에 대한 사람들의 인식을 살펴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달에서 방아를 찧는 토끼의 모습을 담은 '문자도 병풍 제8폭 치(恥)자(字)'. 사진=국립중앙박물관

사나운 매가 토끼를 잡으려는 상황을 그린 조선시대 그림 여러 점도 볼 수 있다. ‘매를 피해 도망가는 토끼’에선 나무에 앉은 매의 눈이 살기등등하지만, 숨은 토끼는 먹으로 연하게 표현돼 연약해 보인다.

‘매를 피해 숨은 검은 토끼’에서도 날카로운 발톱을 세운 매의 모습과 귀를 쫑긋 세우고 눈을 동그랗게 뜬 토끼의 모습이 대비돼 긴장감이 넘친다. ‘매에게 붙잡힌 토끼’에서는 결국 토끼가 매에게 붙잡혔는데, 토끼와 매를 중심으로 주변 동물의 표정까지 생생하게 표현됐다. 국립중앙박물관 측은 “이는 매로 토끼를 잡는 전통적 사냥방법을 반영한 것이며, 제왕(매)의 위엄 앞에 교활한 소인배(토끼)가 움츠린다는 의미도 담았다”고 밝혔다.

두 귀를 쫑긋 세운 토끼가 하늘에 떠 있는 둥근 달을 바라보고 있다. 사진=국립중앙박물관

이밖에 일본 17세기 전반에 만들어진 토끼무늬 접시도 전시된다. 접시에 토끼, 구름, 사각 모양 종이를 오려 붙인 뒤 청화 안료를 뿜고 종이를 들어낸 뒤 세부를 추가한 작품이다. 접시 오른쪽 면에 "봄날의 흰 토끼(春白兎)"라고 새긴 글이 있다.

국립중앙박물관 측은 “우리 문화유산 속 토끼의 여러 모습을 상설전시실에서 만나면서 선조들의 토끼를 향한 다양한 시선과 표현 양상을 살펴볼 수 있기를 바란다”고 밝혔다.

< 문화경제 김금영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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