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예은⁄ 2023.02.23 11:12:35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3.5%로 동결하며 지난 2021년 8월 이후 약 1년 반 동안 이어져온 기준금리 인상 행진을 멈췄다.
한은은 23일 발표한 수정 경제전망에서 올해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기존 1.7%에서 1.6%로 하향 조정했다. 우리 경제가 지난해 4분기 2년 반 만에 역성장하고, 수출·소비 등 경제 지표도 악화되며 경기 둔화 조짐이 본격화되는 가운데, 추가 금리 인상으로 소비·투자를 더 위축시키진 않겠다는 방침으로 해석된다.
23일 연합뉴스 보도에 따르면 한은 금융통화위원회(이하 금통위)는 이날 오전 9시부터 열린 통화정책방향 회의에서 현재 연 3.50%인 기준금리를 동결했다.
앞서 2020년 3월 금통위는 코로나 19 충격으로 인한 경기 침체가 예상되자 2019년 10월부터 동결된 기준금리를 1.25%에서 0.75%로 한번에 0.50%포인트(p) 낮추는 '빅컷'에 나섰고, 같은 해 5월 28일 추가 인하(0.75→0.50%)에 나서며 0.5%의 기준 금리를 유지해왔다.
역사상 가장 낮은 기준 금리 수준은 이후 아홉 번의 동결을 거쳐 2021년 8월까지 지속됐다. 2021년 8월 26일 금통위가 15개월 만에 0.25%포인트 올리며 이른바 '통화정책 정상화'에 나섰고, 올해 1월까지 0.25%포인트씩 여덟 차례, 0.50%포인트 두 차례, 모두 3.00%포인트 높아졌다.
한은이 이날 금리 인상을 피한 것은 무엇보다 악화된 경기 상황의 영향 때문으로 분석된다.
국내 실질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전분기 대비)은 수출 부진 등의 여파로 지난해 4분기부터 마이너스(-0.4%)로 돌아섰고, 심지어 올해 1분기까지 역성장이 이어질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특히 지난해 12월 경상수지도 배당 증가에 힘입어 겨우 26억8천만달러(약 3조3천822억원) 흑자를 냈지만, 반도체 수출 급감 등으로 상품수지는 석 달 연속 적자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2월 1∼20일 수출액(통관 기준 잠정치·335억4천900만달러)도 작년 같은 달보다 2.3% 적어 이 추세대로라면 이달까지 5개월 연속 감소(전년동월대비)가 우려된다.
수출 감소, 물가 상승 등의 영향으로 2월 소비자심리지수(CCSI·90.2) 역시 1월(90.7)보다 0.5포인트 떨어졌다. 부진한 수출을 대신해 성장을 이끌 민간소비조차 움츠러든다는 뜻이다.
소비자물가는 석유류 가격 오름세가 둔화되었지만 전기요금 인상, 가공식품 가격 등의 높은 오름세 등으로 1월중 상승률이 5.2%로 전월 5.0%보다 높아졌다.
한은은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2월중 5% 내외를 나타내다가 지난해 국제유가 급등에 따른 기저효과, 수요압력 약화 등으로 점차 둔화될 것으로 전망했다. 다만 공공요금 인상의 영향 등으로 주요 선진국에 비해서는 둔화 속도가 완만할 것으로 예상했다.
이날 동결로 이번 금리 상승기가 최종 3.50% 수준에서 완전히 끝난 것인지는 미지수다.
이날 금통위가 기준금리를 동결하면서 미국과 격차는 1.25%포인트(한국 3.50%·미국 4.50∼4.75%)로 22년 만에 가장 큰 차이로 유지됐다.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연준·Fed)가 3월과 5월 최소 두 차례의 베이비스텝(기준금리 0.25%포인트 인상)을 밟으면 격차는 역대 최대 수준인 1.75%포인트 이상까지 벌어지게 된다. 미국과의 기준금리 격차는 외국인 자금 유출과 원화 절하(원/달러 환율 상승) 압력으로 작용해 한국 경제에 부담으로 작용한다.
따라서, 2월 들어 긴축 기조 강화 가능성이 제기된 미국 연준의 통화 긴축이 장기화되며 실제로 외국인 자금이 뚜렷하게 빠져나가거나 1300원을 넘은 원/달러 환율이 추가 급등할 경우,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한은의 기대와 달리 3월 이후에도 5%대에서 내려오지 않을 경우 한은이 다시 추가 금리 인상에 나설 가능성도 남아 있다.
금통위는 앞으로 성장세를 점검하면서 중기적 시계에서 물가상승률이 목표수준에서 안정될 수 있도록 하는 한편, 물가안정에 중점을 두고 긴축 기조를 상당기간 이어가면서 추가 인상 필요성을 판단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문화경제 김예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