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 키운 캐릭터가 회사 매출을 올리고, 브랜드 이미지 제고 상승까지 책임지고 있다. 벨리곰, 펭수, 무너 캐릭터는 복잡하지 않은 단순하고 귀여운 외형과, 재치 있는 이벤트, 공감 가는 촘촘한 세계관으로 공감을 얻으며 아이돌 팬덤 못지않은 인기를 누리고 있다.
밤늦은 시간, 서울 잠실 롯데월드에 5000여 명이 모였다. 롯데홈쇼핑의 대표 캐릭터 ‘벨리곰’을 만나기 위해서다. 롯데홈쇼핑은 25일 밤 11시부터 26일 오전 5시까지 총 6시간동안 롯데월드에서 벨리곰 NFT(대체불가토큰)홀더를 위한 ‘벨리 파티’를 열었다. 이번 행사는 벨리곰 NFT홀더 간 소통의 장을 마련하고, 벨리곰NFT의 비전을 제시해 로열티를 강화하기 위해 마련됐다.
행사를 위해 롯데월드가 6년 만에 전체 대관을 진행하는 등 롯데그룹 계열사 간 협업이 이뤄졌다. 홀더를 비롯해 유명 인플루언서, 행사 관계자 등 총 5000여 명이 이번 행사에 몰리며 벨리곰에 대한 관심을 입증했다.
롯데홈쇼핑은 이날 행사에서 ▲네트워크 안정성 강화를 기반으로 한 새로운 생태계 구축 ▲글로벌NFT 제휴를 통한 해외 진출 ▲벨리곰 커뮤니티 전용 포인트 신설 등 몰입형 커뮤니티 구축 ▲핫딜상품 구매, 한정판 굿즈 제공 등 등급별 새로운 보상체계 마련 등 벨리곰NFT 시즌 2에 대한 로드맵을 발표했다. 또, 벨리곰 팬들에게 인기 가수 ‘다이나믹듀오’의 초청 공연, 13종의 어트랙션 무료 탑승, 벨리곰 포토존 운영 등 다양한 볼거리, 즐길거리를 제공했다.
김재겸 롯데홈쇼핑 대표는 인사말을 통해 “벨리곰NFT의 가치는 홀더들, 곧 커뮤니티의 힘”이라고 강조했다.
벨리곰은 2018년 MZ세대 직원들을 대상으로 진행한 사내 벤처 프로그램을 통해 탄생한 캐릭터다. ‘일상 속에 웃음을 주는 곰’이라는 세계관을 바탕으로 활동하며, 지난해 ‘2022 대한민국 콘텐츠 대상’에서 ‘대통령상’을 수상했다.
일반인을 대상으로 한 깜짝 카메라 콘셉트의 영상 콘텐츠를 통해 유명세를 타기 시작한 벨리곰은, 현재 145만 팬덤을 보유한 인기 캐릭터로 성장했다. 지난해 4월 롯데홈쇼핑이 롯데월드타워 오픈 5주년 기념으로 메인 광장에 설치한 벨리곰 공공 전시는 오픈 2주 만에 방문자 200만 명을 돌파하며 성황을 이뤘고, 같은 해 9월엔 미국 뉴욕 맨해튼에 위치한 관광명소 ‘피어17’에서 ‘어메이징 벨리곰’ 공공 전시를 진행했다.
벨리곰은 점점 활동범위를 넓혀가고 있다. 지난해 12월엔 다이어리 에세이 ‘돈 워리, 비 벨리’를 출간, 사인회를 진행하며 작가로 변신했다. 최근엔 싱글앨범 ‘테디 베어’로 컴백한 아이돌 그룹 ‘스테이씨’와 손잡고 연남동에 팝업스토어를 선보였다. 올해는 너구리, 라마 등 4마리의 벨리곰 친구들을 공개하고, 애니메이션 제작, 유명 글로벌 IP(지식재산권) 협업 등을 통해 해외시장 진출도 확대할 예정이다.
롯데홈쇼핑은 자사의 사업과 벨리곰을 연계시켜 효과도 톡톡히 보고 있다. 롯데홈쇼핑은 지난해 8월 총 6단계 등급으로 이루어진 벨리곰NFT를 공개했는데, 벨리곰 캐릭터의 팬덤, 롯데그룹 계열사와 연계된 차별화된 혜택 등으로 호응을 얻으며 9500개 NFT가 오픈 1초 만에 완판됐다.
잘 키운 캐릭터가 회사를 먹여 살리는 대표적인 선례로는 EBS의 ‘펭수’가 있다. BTS(방탄소년단) 같은 스타가 되기 위해 남극에서 헤엄쳐 왔다는 EBS 연습생 펭귄 펭수는 유튜브 론칭 7개월 만에 100만 구독자를 돌파하는 저력을 과시했다.
2019~2020년 이랜드 스파오, KGC인삼공사, 동원F&B 등 유통업계 광고를 휩쓸었는데, 당시 펭수의 몸값은 2억~5억 원(1년 기준 광고 모델료) 수준으로 알려지며 화제가 됐다.
든든한 팬클럽인 ‘펭클럽’과 함께하고 있는 펭수의 화제성은 여전하다. 지난해 8월 진행한 첫 팬미팅은 티켓 오픈 직후 2만 이상의 트래픽이 몰리며 순식간에 2회차 전석 매진을 기록했다. 이런 소식에 펭수는 “기쁘지만 티켓을 구하지 못한 펭클럽이 많은 것 같아 속상하다”고 밝히기도 했다. 이후 같은 해 연말 펭클럽을 만나기 위한 팬미팅을 다시 열었다.
다음달엔 첫 부산 팝업스토어를 신세계 센텀시티점 지하 2층 ‘하이퍼 그라운드’에서 연다. 23일 문을 연 신세계 센텀시티점은 신세계가 국내외 고객을 사로잡을 ‘미래형 백화점’으로 도약하겠다는 포부를 내세운 곳인데, 펭수는 신세계백화점 대표 캐릭터 푸빌라와 사람들 맞이에 나선다. 포토존을 비롯해 다양한 굿즈를 선보이고, 다음달 9일엔 신세계백화점 모바일 앱을 통해 사전 신청한 고객을 대상으로 펭사인회(펭수 사인회)도 진행, 젊은 고객들의 많은 관심을 받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캐릭터 팬클럽의 선행이 화제가 되기도 한다. 캐릭터에 대한 애정을 사회에 선한 영향력으로 베푸는 것이다.
네이버 펭수 팬카페 ‘자이언트 펭TV’는 최근 독립유공자 후손을 위해 국제 주거복지 비영리단체 한국해비타트에 쌀을 후원했다. 자이언트 펭 TV는 1만 6000여 명의 회원 수를 보유한 펭수의 네이버 팬카페다. 자이언트 펭TV는 펭수의 선한 영향력을 전파하고 이웃과 함께 나누고자 꾸준히 기부활동을 해 왔다.
13일 한국해비타트에 따르면 자이언트 펭TV는 지난해 12월 두 번째 팬미팅으로 모은 쌀 300kg을 후원했다. 쌀 300kg은 독립유공자 후손 30세대에 전달될 예정이다.
LG유플러스의 대표 캐릭터 ‘무너’의 팬 커뮤니티 ‘무너41.com’도 모금한 기부금과 무너 굿즈 판매금을 합해 총 1000만 원을 ‘사랑의열매’에 지난해 11월 전달했다.
무너는 해양 생물인 문어를 의인화된 캐릭터로, 직장생활을 시작한 지 얼마 되지 않는 사회초년생으로 1인 가구 청년이다. 공감 가는 캐릭터 상황과 노란 몸뚜아리에 빨간 모자(사실은 초고추장)를 쓴 귀여운 외모로 인기를 끌었다.
지난해 3월 오픈한 무너 팬 커뮤니티는 현재 23만5000여명의 가입자를 확보하고 있으며, 디지털 굿즈를 내려받을 수 있는 ‘별다꾸(별걸다꾸미기)’ 카테고리 외에도 ▲무너의 일상을 웹툰 형식으로 감상할 수 있는 ‘무너툰’ ▲무너 관련 실물 굿즈를 구매할 수 있는 ‘잡화점’ 등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기부금 전달식 후 무너41.com은 기부를 실천한 단체가 가입하는 ‘나눔리더스클럽’에 이름을 올렸다. 지난해 10월에는 ‘무너NFT’ 보유 고객 모임인 ‘홀더랭이’가 나눔리더스클럽에 이름을 올린 바 있다.
무너41.com에서는 기부금 모금을 위해 팬과 캐릭터가 함께 기부하는 ‘1000만 원 모금 프로젝트’를 진행했다. 프로젝트는 커뮤니티 가입자가 댓글작성, 친구초대 등 활동을 통해 얻은 ‘무너 코인’을 기부하면 그 금액의 10배를 LG유플러스가 대신 기부하는 방식으로 진행됐다.
기부식에 참석한 무너41.com 대표 이정민 씨는 “무너가 귀여워서 시작한 커뮤니티 활동이 기부로 연결돼 재밌다고 생각했고, 앞으로도 비슷한 이벤트에 꼭 참여하고 싶다”고 말했다.
< 문화경제 김금영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