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응구⁄ 2023.03.02 10:45:40
가수 이동원과 함께 ‘향수(鄕愁)’를 불렀던 성악가 박인수 전 서울대 교수가 지난달 28일(현지시간) 미국 로스앤젤레스에서 노환으로 별세했다. 향년 85세.
유족으로는 부인 안희복 한세대 음대 명예교수, 아들 플루티스트 박상준 씨가 있다. 장례 예배는 미국 현지에서 3일 오후 6시에 열린다.
시인 정지용이 쓴 동명의 시에 작곡가 김희갑이 곡을 붙인 ‘향수’는 1989년 처음 음반이 발매된 후 지금까지 130만 장 넘게 팔린 스테디셀러다. 당시 대중가요와 클래식 음악을 접목한 파격적인 시도로 큰 화제가 됐고, 이는 높은 인기로 이어졌다.
그러나 박인수는 이 노래 때문에 국내 클래식계에서 배척당하기도 했다. 성악가가 대중가요를 불렀다는 이유. 결과적으로 ‘향수’는 박인수라는 성악가를 대중에 널리 알린 계기가 됐고, 사람들의 애창곡이 됐다.
줄리아드 합격, 유명한 일화로 남아
1938년 서울에서 5남매 중 장남으로 태어난 박인수는 어려운 집안 형편 때문에 어려서부터 신문배달 등을 하며 고학했다. 어머니와 다녔던 교회에선 찬양대 활동을 했고, 이를 눈여겨본 목사가 성악을 해보라고 권유했다.
1959년 서울대 음대에 진학한 후 4학년 때인 1962년 성악가로 데뷔한 박인수는 1967년 국립오페라단이 무대에 올린 베버의 오페라 ‘마탄의 사수’ 주역을 맡았다.
1970년에는 미국으로 건너가 줄리아드 음악원, 맨해튼 음악원 등에서 수학했다. 특히, 전설적인 소프라노인 마리아 칼라스의 줄리아드 음악원 오디션에 합격한 일화는 지금도 회자되고 있다. 이후 미국과 캐나다 등에서 ‘라보엠’, ‘토스카’, ‘리골레토’ 등 여러 오페라의 주역으로 활약했다. 1983년에는 서울대 성악과 교수로 부임했다.
서울대 교수 시절엔 “클래식 음악은 특권 계층의 전유물이 아니다”라며 대중적인 행보를 보였다. 이 같은 말과 행보가 문제시돼 ‘향수’를 발표한 후인 1991년 국립오페라단 단원 재임용에서 탈락하기도 했다.
국내외 독창회 2000회 이상, 오페라 주역 300회 이상의 이력을 쌓고 2003년 서울대에서 퇴임한 뒤에는 백석대 석좌교수와 음악대학원장을 맡았다. 2011년에는 은관문화훈장을 수훈했다. ‘향수’를 같이 부른 가수 이동원 씨는 2021년 작고했다.
<문화경제 김응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