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터무니없이 완성도가 높다. ‘한국산 따위’라는 선입견은 이제 버려라.”
일본의 자동차 전문지 ‘베스트 카’가 3일 공개한 기아 소개 기사의 마지막 문장이다. 북미와 유럽에서 대약진 하고 있는 기아 차를 소개하면서 “일본에 살면서 일본 차 위주의 자동차 생활을 하다 보면 ‘일본제야말로 세계에서 가장 훌륭하다’고 생각하기 쉽지만, 한 발짝 해외로 나가면 매우 많은 메이커의 차가 달리고 있는 것을 볼 수 있다”고 이야기를 풀어나간 기사의 끝 문장이 아주 자극적이다.
2001년 일본 시장에 진출했다가 8년만에 철수했던 현대자동차는 작년 전기차 ‘아이오닉 5’와 수소차 ‘넥소’를 들고 일본에 재상륙했다. 그 중에서도 아이오닉 5의 실력은 일본 업체나 소비자들도 인정하는 분위기다. 그러나 아직 기아 차는 일본에 상륙한 적이 없기에 일본인에겐 아주 낯선 브랜드다.
하지만 작년 세계 자동차 판매량 톱 3가 도요타(1048만 대), 폭스바겐(826만 대), 현대-기아(684만 8198대) 순서로 재편됐고, 기아(290만 3619대, 전년 대비 4.6% 증가) 단독으로만 보아도 판매량이 전통의 혼다(387만 161대, 전년 대비 6.4% 감소), 닛산(322만 5549대, 전년 대비 20.7% 감소)의 뒤를 바짝 쫓고 있으니 일본 전문가 입장에선 신경이 쓰이지 않을 수 없다.
특히 기아의 전기차 EV6가 2021년 발매 뒤 1년만에 ‘유럽 올해의 차’에 오르면서 일본 전문가들을 놀라게 했다. 당시 순위는 1등 EV6, 2등 프랑스 르노 ‘메간 E-TECH 일렉트릭’, 3등 현대 아이오닉 5였다. 1-3등을 한국 차가 차지했고 더구나 일본인에게 낯선 기아가 1등이니 놀랄 만도 했다.
일본 차 조립해 팔던 '경성정공'으로 출범
이 기사는 기아의 역사에 대해 1944년 일본 식민 지배 아래의 서울(경성)에서 ‘경성정공’으로 시작해 자전거나 오토바이(혼다의 카브)를 제조했고, 이어 마쓰다의 3륜차나 트럭을 녹다운 방식(부품 상태로 들여와 현지에서는 조립만 해서 판매하는 방식)으로 판매했다고 소개했다. 한국의 거의 모든 산업이 그렇듯 초창기엔 절대적 일본 의존이 당연했다.
이어 1980년대엔 포드의 자본 참여로 포드 디자인의 소형차(‘피에스타’ ‘프라이드’ 등)를 생산했으며 1990년엔 ‘기아차’로 사명을 변경했지만 1997~1998년 IMF 외환위기 때 부도가 나면서 현대차 산하로 들어간 역사를 전했다.
이 기사는 기아의 대표 모델로 △거대한 풀사이즈 바디의 SUV ‘텔루라이드’ △고성능 세단 ‘스팅어’ △터무니없이 평판이 높은 EV6를 거론했다.
북미에서만 팔리는 전략 SUV인 텔루라이드에 대해 “이국적인 디자인에 2.5톤까지 토잉할 수 있어 미국인들에게 장비 만발”이라고, 그리고 스팅어에 대해선 “0→100km 가속 4.7초로 걸음이 빠르고 독일차틱한 것은 디자이너가 아우디 출신이기 때문”이라고 전했다.
'실력 사회'인 미국에서 소비자 선택받았으니
EV6에 대해선 “5도어 해치백이지만 스타일링이 요염하다. 뒷바퀴 디자인 등은 닛산 리프나 토요타 bZ4X와는 비교할 필요도 없다. 최고 출력 576hp, 항속 거리 500km, 급속 충전으로 18분만에 10~80%까지 충전할 수 있어 퍼포먼스가 뛰어나다”고 소개했다.
기아의 지난 10년은 현대에는 못 미치지만 옛 이미지였던 ‘저품질 저가 브랜드’에서 벗어나 이제 현대의 자매 차로서가 아니라 독자적인 거대 브랜드로 성장하면서 북미 시장과 유럽 시장에서 약진하고 있음을 전했다.
북미에서의 인기에 대해 “외국인들(특히 미국인)은 좋다고 생각하면 선입견을 갖지 않고 사는 경향이 있고, 그러한 실력 사회 속에서 연마된 자동차의 완성도는 터무니없이 높다. ‘한국산 따위가’라는 선입견은 이제 버려야 할 것이다”라고 기사는 마무리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