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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억이 떠오르듯 기포가 떠오른다… ‘추억은 방울방울’ 샴페인 이야기

보통 두 가지 이상 포도품종 블렌딩… 전용 글라스는 가늘고 긴 ‘플루트’ 사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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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nbnews 제743호 김응구⁄ 2023.03.08 10:35:54

한국의 샴페인·스파클링와인 수입량은 2021년 695만4045㎏으로 전년과 비교해 30.7% 증가했고, 2022년에는 858만1714㎏으로 23.4% 늘었다. 샴페인 인기가 치솟고 있다. 사진=픽사베이

샴페인 인기가 무섭다. 기포(起泡)에 홀린 사람이 마구 늘고 있다. 2022년 국내 샴페인·스파클링와인 수입 규모는 1억 달러에 육박했다. 역대 최고치다. 최근에는 샴페인 전용 바도 생겼다. 이곳에선 이탈리아의 프로세코(Prosecco)나 스페인의 카바(Cava) 같은 스파클링와인도 취급한다. 그간 인기의 중심에서 약간은 비켜나 있었다. 이젠 레드와인 혹은 화이트와인, 위스키와 나란히 설 준비를 하고 있다.

한국무역협회 수출입통계에 따르면 국내 샴페인·스파클링와인의 수입량은 2018~2020년까지만 해도 해마다 530만㎏ 수준이었지만, 2021년 695만4045㎏으로 전년과 비교해 30.7% 증가했다. 2022년에는 858만1714㎏으로 전년 대비 23.4% 늘었다.

롯데백화점의 2022년 샴페인 매출 신장률은 35%로 레드와인을 20%포인트가량 앞질렀다. 그런 가운데 2월 24일부터 3월 5일까지 ‘비포 스프링 페스티벌’을 열어 150여 종의 샴페인·스파클링와인을 40~60% 할인된 가격에 선보였다.

롯데백화점 관계자는 “야외 파티, 캠핑, 나들이 수요가 확대되는 본격적인 봄철을 앞두고 진행한 샴페인·스파클링와인 대량 기획전”이라며 “롯데백화점이 이때 행사를 하는 건 이번이 처음”이라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엔데믹(풍토병) 상황에서도 혼술·홈술 트렌드가 여전한 데다 저도주(低度週) 인기 역시 꾸준하고, 특히 MZ세대를 중심으로 ‘맛있는 술’을 선호하는 경향이 짙어지면서 샴페인·스파클링와인이 더욱 부각하는 것으로 분석했다.

佛 샹파뉴서 만든 발포성 와인만 ‘샴페인’

샴페인은 쉽게 말해 프랑스 샹파뉴(Champagne) 지방에서 만드는 발포성(發泡性·sparkling) 와인이다. 좀 더 정확히 얘기하면 이 지역에서 만든 스파클링와인에만 ‘샴페인’이라는 명칭이 붙는다. 그 외의 스파클링와인에는 샴페인이란 단어를 쓰면 안 된다.

오래전부터 샹파뉴 지방은 양질의 와인산지로 유명했다. 그 때문에 A.D 92년 로마 황제는 이탈리아 와인과의 경쟁을 염려해 샹파뉴 지방의 와인산지를 모조리 파괴했다.

그로부터 200년이 지난 3세기경이 돼서야 샹파뉴 지방의 와인은 부활했다. 그러나 당시에는 레드와인과 화이트와인이 전부였다. 지금의 스파클링와인은 17세기 후반 프랑스 수도사 동 페리뇽(Dom Perignon)이 만들었다. 즉, 샴페인을 탄생시킨 주인공이 바로 그다.

샴페인을 처음 만든 사람은 프랑스 수도사였던 동 페리뇽이다. 그를 ‘샴페인의 아버지’로 부르는 이유다. 사진=문화경제 데이터베이스

‘별을 마신’ 샴페인의 아버지, 동 페리뇽

17세기 말 상파뉴 지방의 오빌리에(Hautvilliers) 수도원에서 한 수도사가 자신이 만든 와인을 마시고 감탄하듯 “형제여, 형제여… 별을 마셨습니다”라고 외쳤다. 와인 담당 수도사였던 그는 수도원 안에 연구소를 차려놓고 와인 연구와 작업을 해오던 터였다. 그가 바로 ‘샴페인의 아버지’ 동 페리뇽이다.

사실, 샴페인의 발명은 단순한 무지(無知)에서 비롯됐다. 오크통 속 와인의 당분이 미처 알코올로 바뀌기도 전에 겨울로 접어드는 상파뉴 지방의 날씨는 자연발효과정을 멈추게 한다. 오크통 와인은 다음 해 봄까지 ‘숙면’ 상태가 되는 것이다. 이후 봄이 와 발효가 다시 시작되면 가스압력을 견디지 못한 병이 종종 폭발했다. 미생물이나 당분 효모가 그대로 살아있는 와인을 병 속에 넣어 숙성시켰기 때문이다.

그 시대에는 이 같은 발효 현상을 알지 못했고, 그 까닭에 샴페인을 가리켜 ‘악마의 와인’이라고 부르기도 했다. 하지만 동 페리뇽은 탄산가스로 가득 찬 그 와인을 맛보곤 독특함에 놀랐다. 그는 곧 가스압력을 견딜 만한 두께의 병과 철사로 뚜껑을 고정하는 방법을 고안해냈다. 이 방법이 오늘날까지 이어진 것이다.

동 페리뇽만의 블렌딩 비법은 주원료인 포도에 있다. 보통 샴페인은 적(赤)포도인 피노 누아(pinot noir)와 청포도인 샤르도네(chardonnay), 그리고 이 둘의 중간격인 피노 뮈니에(pinot meunier) 세 품종을 배합해 만든다. 하지만 동 페리뇽은 피노 누아와 샤르도네 둘만 사용한다. 그런 이유에선지 독특하고 귀족적인 맛을 연출한다.

프랑스 샹파뉴 지역에서 만든 스파클링와인에만 ‘샴페인’이라는 명칭을 붙일 수 있다. 사진=픽사베이

최고급 샴페인 이름엔 ‘뀌베’라는 단어 사용

샴페인의 종류는 알아두면 가끔 써먹을 때가 있다. 수확이 뛰어난 해의 포도를 최소 3년 이상
숙성시킨 후 만들어낸 샴페인은 ‘빈티지(vintage)’라고 한다. 빈티지 샴페인은 해마다 나오지 않는다. 평균 10년에 3~5차례밖에 생산되지 않는다. 2~3개의 빈티지를 블렌딩해서 만든 샴페인은 ‘논 빈티지(non vintage)’라고 하며, 전체 샴페인의 85%를 차지한다. 또 적은 양의 레드와인을 첨가한 샴페인은 ‘로제(rose)’라고 한다.

일반적으로 샴페인은 두 가지 이상의 품종을 섞어 만든다. 그러나 샤르도네만으로 만들 때도 있다. 이를 ‘블랑 드 블랑(blanc de blancs)’이라고 부른다. 반대로 피노 누아나 피노 뮈니에 같은 적포도 품종으로만 만들 땐 ‘블랑 드 누아(blanc de noirs)’라고 한다.

샴페인 이름에 사용하는 ‘뀌베(cuvee)’는 첫 번째 압착(壓搾)에서 얻은 가장 좋은 포도즙으로만 만들었다는 걸 의미한다. 한 마디로 최고급 샴페인이다.

샴페인은 리터(ℓ)당 당분의 함량에 따라 여섯 가지로 구분한다. 먼저 0~6g의 당분이 들어있을 땐 ‘엑스트라 브뤼(extra brut)’, 1~15g은 ‘브뤼’, 12~20g은 ‘엑스트라 섹(sec)’, 17~35g은 ‘섹’, 35~50g은 ‘드미(demi) 섹’, 50g 이상은 ‘두(doux)’라고 표기한다.

샴페인을 보관하기에 가장 좋은 온도는 11℃ 정도다. 무엇보다 일정한 온도를 유지하는 게 중요하다. 특히, 진동이나 자외선에 무척 민감해 햇빛이 들지 않는 곳에 수평으로 눕혀서 보관하면 좋다.

샴페인을 마시기 전에는 맛과 향이 잘 우러나도록 냉각시켜야 한다. 그러나 얼려선 안 된다. 온도가 너무 낮으면 특유의 향이 사라지기 때문이다. 샴페인의 미묘한 맛과 향은 8~10℃에서 최대한 느낄 수 있다.

샴페인을 따라 마실 때는 6~8℃를 유지하는 게 좋다. 아이스버킷(ice bucket)에 절반은 차가운 물로, 나머지는 얼음으로 가득 채운 다음 최소 30분 정도 넣어두면 된다. 이후에는 샴페인이 골고루 차가워지도록 중간중간 병을 돌린다.

샴페인 글라스는 가늘고 긴 ‘플루트(flute)’를 사용한다. 마실 때는 글라스에 3~4㎝ 높이로 따른 후 거품의 색깔과 향을 확인한다. 그런 다음 글라스를 돌려가며 향을 충분히 느끼고, 글라스에 ⅔ 정도가 차도록 따르면 된다.

일반 와인과 마찬가지로 샴페인도 향을 풍부하게 내기 위해 글라스의 다리 부분을 잡고 여러 번 돌려준다. 맛을 제대로 음미하기 위해선 한 모금 버리고, 이후 입안 전체로 맛이 퍼지도록 혀로 굴린다.

‘샴페인의 꽃’으로 불리는 ‘페리에 주에 벨에포크’는 페리에 주에를 대표하는 샴페인이다. 사진=문화경제 데이터베이스

왕비가 사랑했던 ‘샴페인의 꽃’, 페리에 주에

얼마 전 ‘원더걸스’ 출신 안소희는 한 웹 방송에서 주변인에게 샴페인을 추천할 때 ‘페리에 주에(Perrier-Jouёt)’를 소개한다고 해 관심을 끌었다. 그러면서 본인은 물론 가족 모두 이 샴페인 마니아라는 점도 얘기했다.

페리에 주에는 프랑스 피에르 니콜라스 페리에와 아델 주에의 결혼으로 탄생한 샴페인이다. 샴페인하우스가 설립된 1811년 이후 210년 넘도록 명성을 이어오고 있는 최고급 샴페인 가운데 하나다. ‘페리에 주에 벨에포크(Belle Epoque)’는 ‘샴페인의 꽃(Fleur de Champagne)’이라고 부를 정도로 페리에 주에를 대표한다.

이 샴페인하우스는 완벽한 품질만 생산하기 위해 포도 수확이 좋지 않은 해에는 샴페인을 전혀 생산하지 않는다. 그런 이유로 나폴레옹 3세와 레오폴드 1세가 즐겨 마시고, 영국 빅토리아 여왕 시절엔 ‘로열 워런트(Royal Warrant)’도 수상하는 등 유럽 왕족들이 선호하는 최상의 샴페인으로 자리 잡았다.

병 디자인은 1902년 세계적인 아르누보 유리공예가인 에밀 갈레(Emile Galle)가 맡았다. 이 샴페인에서 풍기는 백색 꽃 향을 형상화해 아라베스크풍의 아네모네꽃으로 디자인했다. 그 덕에 패키지 자체만으로도 또 다른 예술로 인정받고 있다.

페리에 주에는 유명인과의 관계가 깊다. 샴페인 애호가였던 그레이스 켈리 모나코 왕비는 이 샴페인을 특히 사랑했다. 그녀의 지시에 따라 1970년부터는 모나코 최대 자선행사인 ‘발 데 라 로즈(Bal de la Rose)’의 공식 샴페인으로 사용하고 있다.

화려한 맛과 향 때문인지 패션디자이너에게도 큰 사랑을 받고 있다. 크리스챤 라크르와 패션쇼나 쟝 폴 고티에 파티에서도 페리에 주에가 함께했다. 영화배우 마이클 더글라스와 캐서린 제타존스의 결혼식 피로연에도 모습을 보였다. 이 커플은 결혼식에 참가한 모든 하객에게 페리에 주에를 선물로 주기도 했다. 한국에선 탤런트 김희선의 결혼파티 샴페인으로 관심을 모았다.

‘멈’은 포뮬러 원 그랑프리 대회 우승자가 승리를 자축하며 터트리는 샴페인으로 잘 알려져 있다. 사진=문화경제 데이터베이스

포뮬러 원 그랑프리 우승자가 터뜨리는 ‘멈’

‘멈(G.H.Mumm)’은 해마다 전 세계 175개국에서 800만 병 넘게 판매되고 있다. 우리에겐 포뮬러 원 그랑프리 대회 우승자가 승리를 자축하며 터트리는 붉은 리본의 샴페인으로 잘 알려져 있다. 그 덕에 도전과 성공을 상징하는 이미지도 갖고 있다. 옥빛이 감도는 산뜻한 황금색에 풍부한 거품이 생동감 있게 일어 보는 눈을 자극한다.

멈 라벨의 붉은 리본은 프랑스 최고 명예훈장인 ‘레지옹 도뇌르(Legion d’ honneur)’를 상징한다. 이 훈장은 과거 나폴레옹 1세 부하들의 업적을 치하하고자 처음 제정됐다. 오늘날까지도 이어지고 있는데, 전 세계 각 분야에서 위대한 업적이나 공적을 이룬 인물에게 프랑스 대통령이 직접 수여한다.

 

<문화경제 김응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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