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예은⁄ 2023.03.10 17:38:36
강남 4구인 송파구와 강동구에 세를 끼고 집을 사는 '갭투자' 수요가 증가하고 있다. 지난해부터 집값이 크게 하락하고 동시에 전세가의 낙폭은 적어 진입가격이 낮아진 상황에 시장 진입을 노리고 있던 실수요자와 투자자들이 갭투자에 나섰다는 분석이다.
10일 한국경제에 따르면 부동산 정보제공 앱(응용프로그램) 아파트실거래가 상에서 최근 3개월동안 서울에서 갭투자 건수가 가장 많이 늘어난 지역 1위는 송파구였다. 해당 기간 거래가 333건 이뤄졌는데 이 가운데 27건(8.1%)이 갭투자로 나타났다.
2위엔 노원구(276건 중 24건, 8.6%), 강동구는 전체 거래 286건 가운데 24건(8.3%)이 갭투자로 나타나며 3위를 기록했다. 4위엔 강남구(22건 중 13건, 5.8%), 5위엔 동대문구(170건 중 9건, 5.2%) 등이 이름을 올렸다. 서울에서 상급지로 불리는 강남 4구 내 자치구가 3곳이 모두 포함된 것이다.
갭투자가 늘어난 까닭은 지난해부터 하락한 집값이 저점에 근점했다는 인식과 갭투자 가격 하락이 진입 수요의 촉발제가 됐다는 분석이다.
특히 매매가 대비 낙폭이 작은 전세값은 갭투자 가격 부담을 낮추는 기제로 작용하고 있다.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공개시스템에서 송파구 대표 단지인 '헬리오시티' 전용 84㎡는 지난해 1월 23억7000만원에 매매 계약을 맺었지만, 올해 1월엔 15억3000만원을 기록, 1년 만에 8억4000만원이 하락했다. 같은 기간 12억8000만원이던 전셋값은 8억9000만원으로 내려 3억9000만원 하락했다. 매매 가격이 전고점에서 54.9% 내리는 동안 전셋값은 43.82% 떨어지면서 상대적으로 낙폭이 작았다. 이에따라 지난해 1월엔 '헬리오시티'를 갭투자로 구매하려면 10억9000만원이 필요했지만, 올해 1월엔 6억4000만원만 있으면 갭투자가 가능해진 셈이다.
강동구 고덕동 대장 아파트인 '고덕그라시움' 전용 84㎡는 지난해 2월 17억5000만원에 거래가 이루어진 반면, 올해 1월엔 14억4700만원에 매매됐다. 1년 새 매매값은 4억9100만원(38.23%) 내린 반면, 같은 기간 전셋값은 9억4000만원에서 7억3000만원으로 2억1000만원(28.76%) 하락했다. 따라서 작년 1월 8억3500만원에 거래할 수 있던 매물이 올해 2월엔 5억5400만원만 있으면 살 수 있게 된 것이다.
송파구 가락동에 있는 A 공인 중개 관계자는 "1~2월에 세를 끼고 집을 사는 갭투자가 많았다. 중개한 매물의 80~90%는 갭투자 매물이었다"며 "어떤 실수요자는 당장 집에는 들어가지 못하더라도 나중을 생각해 미리 세를 끼고 집을 매수한 경우도 있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경기, 인천뿐만 아니라 부산, 대전, 대구 등 지방에서도 집을 보러 왔다"고 밝혔다.
다만 현재는 아파트 가격이 반등세를 보이며 소강상태에 접어들었다는 의견이 많다.
현 시세 기준 '헬리오시티' 전용 84㎡ 매매가격은 17억~18억원, 전셋값은 8억원 중반을 넘어섰다. '그라시움' 역시 전용 84㎡ 기준 매매 호가는 15억원 중반~16억원까지, 전셋값도 7억원 중반까지 반등했다. 따라서 '헬리오시티'는 전용 84㎡ 기준 최소 10억원, '고덕그라시움'은 8억원 이상 있어야 갭투자를 할 수 있는 셈이다.
한편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강남·서초·송파구 등 강남 3구와 강동구까지 포함한 동남권 집값은 지난해 5.45% 하락했다. 송파구가 8.03% 하락하면서 가장 많이 내렸고 이어 강동구가 6.8% 내리면서 송파구 뒤를 이었다. 올해 들어서도 동남권 집값은 1.71% 떨어져 하락세를 지속하고 있다. 강동구가 2.97%, 송파구 1.62% 내렸다. 다만 송파구는 이달 첫째 주(6일) 기준 0.03% 올라 상승세로 반전했다. 강동구도 같은 기간 0.15% 내려 전주(-0.22%)보다 낙폭을 더 줄였다.
이에따라 시장 거래도 늘고있다. 서울부동산정보광장에 따르면 지난달 기준 송파구에서 이뤄진 거래는 191건, 강동구에서 이뤄진 거래는 162건으로 나란히 1, 2위를 차지했다. 지난해 같은 기간 40건, 62건보다 각각 4.7배, 2.6배 늘어났다.
한편, NH투자증권은 부동산 대책 발표 이후 주택시장에서 반등거래가 등장한 모습이 저점 도달의 신호로 볼 수 있으나, 규제 완화로 인한 일시적인 반등일 수 있다고 분석했다. 저점 도달의 근거로는 가장 먼저 거래량 증가를 꼽았다.
반면, 전년 대비 공급물량이 증가할 것으로 예상되고 미분양이 계속해서 증가하고 있는 지표는 최근 반등거래가 일시적일 것이라고 보는 요인으로 분석했다. 또한, 매매가격을 뒷받침하는 지표인 전셋값이 계속 하락하고 있는 것도 매매가격 하락에 영향을 줄 것이라고 보았다.
NH투자증권은 현재와 같은 시장에서 유효한 대응 전략은 갭투자를 활용한 갈아타기 매매로 분석하면서도, 저점론에 대해선 신중을 기했다.
정보현 NH투자증권 Tax센터 부동산 수석연구원(NH WM마스터즈 전문위원)은 “수요는 예상보다 빠르게 회복 중이나 공급 요인에서 침체가 우려되어 이 점이 해소되기 전까지는 지금과 같은 시장 분위기가 지속될 것이며, 최근의 반등은 추세적 방향으로 보기에는 불확실성이 있으나 시장의 연착륙 가능성은 높아진 것”으로 분석했다.
정유나 NH투자증권 책임연구원은 “올 상반기 동안 거래량 증가와 반등 거래가 계속된다면 저점 도달은 가속화될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문화경제 김예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