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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현장] 임미량 작가의 바람, 변화·도전 싣고 자유로이 날다!

롯데백화점 잠실점 롯데갤러리, ‘리조이스’ 캠페인 연계 전시 열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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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nbnews 제744호 김금영⁄ 2023.03.14 13:36:50

롯데백화점 잠실점 롯데갤러리에서 열리고 있는 임미량 작가의 '컬러즈 오브 더 윈드(Colors of the Wind)'전 현장. 사진=김금영 기자

전시장에 푸른 바람이 휘몰아쳤다. 거칠진 않지만, 또 그렇다고 산들산들 아주 약하지도 않으면서도, 힘 있는 모양새다. 그 바람은 때로는 강렬한 붉은빛, 청량한 녹색, 발랄한 노란빛을 띄기도 하는 등 다채로웠다. 바람이 훑고 간 흔적은 날개처럼 화면을 날기도, 세포처럼 생명력을 꽃피우기도 했다.

롯데갤러리가 3월 8일 세계 여성의 날을 기념해 ‘리조이스(REJOICE)’라는 이름으로 다양한 국내 여성작가의 독창적인 작품세계를 만나는 전시를 열었다. 리조이스는 여성의 자존감을 지키고, 꿈과 도전을 응원하는 의미를 담아 롯데백화점이 2017년 시작한 ESG(환경·사회·지배구조) 캠페인이다.

롯데백화점은 리조이스를 알리기 위한 활동들을 다양하게 전개해왔다. 여성의 우울증이 사회적 문제라는 인식 아래 선보인 ‘리조이스 심리상담소’를 비롯해, 전국 사회 복지관과 연계해 저소득층의 심리 상담을 지원한 ‘마음돌봄 프로그램’이 대표적이다.

임미량 작가의 작품이 설치된 모습. 사진=김금영 기자

특히 예술과 결합된 연계 전시를 지난해 처음으로 열어 리조이스의 대중적 인지도를 높였다. 당시 여성 이슈를 다루는 8개 전시를 롯데백화점 각 지점에서 선보였는데, 주요 장르는 추상미술이었다. 이정민 롯데백화점 아트갤러리팀 큐레이터는 “단색화를 비롯해 추상미술은 국내에서 인기 장르이지만, 남성 위주로 주류화된 경향이 있었다. 이 가운데 재능 있는 여성작가의 추상미술을 조망하고자 했다”고 말했다.

올해도 다양한 여성작가들의 추상미술에 주목한다. 롯데백화점 본점, 잠실점, 동탄점, 인천점에서 총 5개의 연계 전시로 진행된다. 이중 잠실점 롯데갤러리에서 열리고 있는 임미량 작가의 ‘컬러즈 오브 더 윈드(Colors of the Wind)’전 현장을 찾았다.

임미량은 루이비통 파리컬렉션 본사가 그의 작품 4점을 소장하며 이른바 ‘루이비통이 주목한 작가’로 유명세를 탔다. 또 다른 작품들은 현대·신세계·롯데 등 3대 백화점의 루이비통 VIP실에 전시돼 있다. 하지만 작가는 이런 유명세에 안주하기보다는 끊임없이 변화, 도전을 추구하며 자신의 작업 영역을 확장해 왔다.

전시장 벽은 흰벽으로 시작돼 핑크색, 검은색 등으로 변모하는데 여기에 걸린 작품들 또한 푸른색부터 형형색색 찬란한 무지개색, 안정된 느낌을 주는 숲의 색까지 꾸준히 변화의 바람을 이어가며 끊임없이 춤을 춘다. 사진=김금영 기자

이 도전은 꽤 오래 전부터 이어져 왔다. 작가는 어린 시절 글을 쓰면 항상 상을 받고, 그림도 잘 그리는 등 예술적 재능을 타고났지만, 취직을 위해 영문학을 택했다고 한다. 그럼에도 미술을 놓을 수 없어 디자인을 다시 공부하고, 오랫동안 디자이너로 근무했다. 그렇게 정해진 길을 걸으면서 살 수 있었지만, 누군가의 주문을 받아 만드는 결과물이 아닌, 자신만의 창작물을 만들고 싶다는 마음이 걷잡을 수 없이 커졌고, 다시 그림을 그리며 새로운 길을 걷기 시작했다.

이 큐레이터는 “근래 주목받기 시작한 임미량 작가는 이전엔 구상 작품을 그렸다”며 “작품 판매가 잘 되면 쭉 그 스타일을 구축해 그림을 그리는 경우도 많은데, 작가는 자신만의 독창적 스타일을 찾는 데 더 집중하며 매번 새로운 도전을 이어왔다. 이에 따라 탐구기간 동안 전시, 아트페어에도 나가지 않았다”고 말했다.

루이비통이 주목한 작가…탐구에 나서다

임미량, '고잉(GOING) 83'. 캔버스에 아크릴릭, 오일, 112.1x162.2cm. 2022. 사진=롯데갤러리

작가에 따르면, 그는 안 써본 재료가 없고, 온갖 방법으로 실험도 해 봤다. 재료를 끓여도 보고 긁어도 보고, 밀가루를 던져 보기도 하고, 건조시키기도 하고, 입에 물감을 넣고 뱉어도 보고, 퍼포먼스도 해 봤다. “의도하는 것을 싫어하고, 어디서 본듯한 느낌도 지루하며, 한 번도 본 적 없는 그림을 그리고 싶었기 때문”이라고.

그 결과 기하추상(대상의 특징을 점, 선, 면 등으로 단순화해 표현하는 차가운 추상)과 비정형의 추상(작가 자신의 내면의 감흥 등을 비구상적인 형태와 색채로 표현하는 뜨거운 추상) 두 전통 모두에 속하는 현재의 작가 작업이 탄생했다. 작가의 그림은 고요한 것 같으면서도 그 안에 휘몰아치는 힘의 소용돌이가 묵직하게 느껴지는 양면성이 특징이다.

'더 포레스트' 작품이 설치돼 있다. 사진=김금영 기자

김영애 롯데백화점 아트콘텐츠팀 실장은 전시 소개글을 통해 “멀리서 그림을 보면 두꺼운 질감이 있는 듯한데 가까이서 보면 한없이 투명하고, 서양화 재료인데 동양화 같기도 하다. 붓으로 그렸다고 봐야 할지, 썼다고 봐야 할지, 혹은 스티커처럼 붙인 것 같기도 한, 그래서 회화적이면서도 그래픽적인 요소도 충분한 임미량 작가만의 독특한 스타일이 자리를 잡았다”고 했다.

자신만의 스타일을 찾은 작가는 이때부터 작가 임미량이 탄생했다고 생각하고, 그 이전의 경력은 기재하지 않은 채 다시 전시를 시작했다고 한다. 대표적으로 지난해 충무아트홀에서 연 ‘자아성찰전’에서 지난 10년의 작업과정을 돌아보며 마침표를 찍었다.

그리고 이번엔 리조이스와 연이 닿았다. 지난해 리조이스의 전시가 추상미술의 구성적 측면에 주목했다면, 올해는 보다 내용적인 측면에 초점을 맞췄다. 이 큐레이터는 “베스트 원(Best One)이 아닌 온니 원(Only One)을 추구하는 작가의 태도는 다양한 영역에서 활동, 도전하는 여성을 응원하는 리조이스의 취지와도 잘 맞았다”고 말했다.

이번 전시에서 작가는 바람을 통해 자아를 확장하는 과정을 보여준다. 사진=김금영 기자

특히 이번 전시에서 작가는 바람을 통해 자아를 ‘확장’하는 과정을 보여준다. 바람은 작가가 좋아하는 단어라고 한다. 고기압에서 저기압으로 공기가 이동하면서 생기는 바람은, 위치를 매번 바꾸며 변화와 혁신을 만들어내는 주체로, 그 자유로움이 작가와도 닮았다. 김 실장은 “임미량이 오늘날 작가로 거듭난 것도 실은 그녀의 내면을 꽉 채운 고밀도의 창작욕구로부터 흘러나온 바람의 힘”이라고 짚었다.

작가 또한 “바람은 내게 한낱 바람이 아니다. 눈에 보이지 않지만 형태를 바꾸고, 다짐과 포부를 품게 하는 힘이 있다”고 강조했다. 작품명도 눈길을 끈다. ‘고잉(Going)’, ‘포 유어셀프(For yourself)’, ‘마이 포레스트(My Forest)’ 등 자신을 보다 잘 알기 위해 성찰하고 진취적으로 나아가려는 작가의 의지가 느껴진다.

자아를 확장하는 자유로운 바람들

임미량, '고잉(GOING) 79'. 캔버스에 아크릴릭, 오일, 112x162.2cm. 2022. 사진=롯데갤러리

‘더 퍼포먼스 오브 윈드(The Performance of Wind)’는 기억하기 쉬운 차별적인 형태로 바람을 표현한 작품이다. 이 바람들의 속도감과 운동감을 묶어 예측 가능한 미래를 확장시키고자 하는 작가의 꿈의 실현을 이야기한다. ‘고잉’ 시리즈에선 시선의 방향이 이끄는 데로 나아가다보면 새로운 시선을 만나 대립하고, 다시 이어지는 과정이 이어진다. 여기서 감성적인 성장을 이끌어낸다.

또, 소중한 이에게 전하는 감정을 담은 ‘포 유어셀프’, 사색을 통해 마음에 휴식을 취하는 ‘마이 포레스트’, 과거 기분 좋았던 색감, 향기 등을 온몸으로 느끼는 ‘레미니스(Reminisce)’, 지친 감정을 어루만지고 달래는 ‘수딩(Soothing)’, 소중한 친구를 요정에 빗댄 ‘페어리 오브 더 포레스트(Fairy of the Forest)’, 모든 작업에서 획득한 자신만의 감정을 한 덩어리로 표현한 ‘캐치(CATCH)!’ 등을 볼 수 있다. 작품을 감상한 사람들은 저마다 “독특하다”, “색감이 아름답다” 등 다양한 반응을 보이는데, 공통적으로 이야기하는 건 에너지다.

임미량은 루이비통 파리컬렉션 본사가 그의 작품 4점을 소장하며 이른바 '루이비통이 주목한 작가'로 유명세를 탔다. 사진은 그의 작품이 설치된 모습. 사진=김금영 기자

이 큐레이터는 “작가의 그림은 보는 사람에 따라서 물고기나 파도의 춤, 흡사 현미경으로 본 미세한 입자, 태양 표면이나 성운에서 터져 나오는 폭발처럼 아름다운 우주적 장관처럼 보이기도 한다”며 “개인적으로는 몸을 이루는 수많은 세포들의 움직임이 확장하는 것처럼 보였다. 우리의 몸을 이루는 수많은 세포들은 일정 시간을 주기로 스러지고 새로 생기기를 반복한다. 그 과정에서 끊임없는 확장이 이뤄지는데, 작가의 작업에서 그 확장이 품은 폭발적인 에너지가 느껴졌다”고 말했다.

그의 말처럼 어딘가에 종속되지 않은 붓의 거친 움직임은, 캔버스라는 화면을 뚫고 밖으로 이어지는 듯하다. 전시장 벽은 흰벽으로 시작돼 핑크색, 검은색 등으로 변모하는데 여기에 걸린 작품들 또한 푸른색부터 형형색색 찬란한 무지개색, 안정된 느낌을 주는 숲의 색까지 꾸준히 변화의 바람을 이어가며 끊임없이 춤을 춘다.

이 큐레이터는 “작가의 깊은 내면을 추상적으로 드러낸 작품들은 기본적으로 움직임, 즉 확장하는 성질에 기반한다. 이는 생명체의 자연스럽고 고유한 충동으로 자아를 확장시키고자 하는 인간의 욕구와 지금 이 순간에도 무한히 팽창하고 있는 우주의 메타포로 읽힐 수 있다”며 “이번 리조이스 캠페인과 함께하는 전시가 오늘날 다양한 영역에서 그 영향력을 확장해 나가고 있는 여성들에 대한 응원이자 우리 내면에 있던 꿈과 도전의식, 열정을 이끌어내는 촉매가 되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전시는 롯데백화점 잠실점 롯데갤러리에서 4월 23일까지 열린다.

롯데백화점 동탄점 갤러리에서 열리는 '비 유(Be You)!' 전시 전경. 사진=롯데갤러리

한편 롯데백화점 다른 점포에서도 리조이스 연계 전시가 이어진다. 3월 3일부터 5월 31일까지 본점과 에비뉴엘의 아트월에서 ‘베터 투게더(Better Together)’ 전시와 ‘라이프 인 풀 블룸(Life In Full Bloom)’ 전시를 각각 선보인다. 본점은 이예림, 이원숙, 정다운 3명의 여성작가가 조화와 균형미를 보여주는 작품들을 선보이고, 에비뉴엘은 배달래 작가가 맨드라미 꽃을 주제로 작품을 통해 인간의 삶의 과정과 생명력의 의미를 전달한다.

동탄점은 2월 7일부터 3월 26일까지 여성작가 8인의 ‘비 유(Be You)!’ 전시를 열었고, 인천점은 3월 31일부터 5월 31일까지 ‘나를 사랑하는 시간’ 전시를 연다. 이 큐레이터는 “유동인구가 많은 주력 점포인 롯데백화점 본점, 잠실점엔 무게감 있는 전시를 기획했다. 신도시에 위치해 특히 젊은 고객층의 방문이 많은 동탄, 인천점엔 트렌디한 감각을 지닌 작가들을 만날 수 있는 전시를 마련했다”며 “각양각색의 매력을 지닌 작품들을 이번 전시에서 만나보길 바란다”고 말했다.

< 문화경제 김금영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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