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예은⁄ 2023.04.07 11:29:09
고금리와 경기 침체가 벤처 기업의 평가 잣대를 변모시키며 유니콘, 데카콘 기업의 가치가 급락하고 있다.
벤처업계에서는 기업가치 1조 원 이상의 비상장사를 '유니콘', 나아다 기업가치 10조 원이 넘는 비상장 기업은 '데카콘'으로 칭한다.
세계적으로 '데카콘' 반열에 이름을 올린 기업은 80여 개에 불과하며, 한국에서는 비바리퍼블리카(토스), 두나무, 야놀자 등 3개사 뿐이다. 그런데 그마저도 올 들어 금리 급등과 경기 침체, 벤처업계 불황 등의 악재가 겹치면서 데카콘 명함을 줄줄이 반납하고 있다.
6일 한국경제 보도에 따르면 2021년 비바리퍼블리카(토스), 두나무, 야놀자 등 국내 3사가 기업가치 10조~30조 원으로 거래되면서 데카콘에 합류한 바 있다. 그러나 올 4월 기준 시가총액이 고점대비 최대 80% 급감하며 고전하고 있다.
장외주식을 거래하는 비상장 주식거래소 ‘증권플러스 비상장’에 따르면 간편 송금 서비스 토스를 운영하는 비바리퍼블리카는 최근 6조 8608억 원(주당 3만 9000원)에 거래됐다. 2021년 11월 30조에 육박하던 시가총액은 고점(29조 3781억 원·주당 16만 7000원) 대비 76.6% 감소했다.
암호화폐거래소 업비트를 운영하는 두나무는 3조 6780억 원(주당 10만 6000원)의 가치에 거래됐다. 2021년 11월 고점(18조 7368억 원) 대비 80.2% 급락한 수치다.
레저 플랫폼 야놀자는 2021년 소프트뱅크 비전펀드로부터 2조 원의 투자금을 유치하고 당해 5월 시가총액 11조 9815억 원의 가치를 인정받았지만, 최근 4조 2288억 원으로 64.71% 감소했다.
주요 상장 기업과 달리 데카콘 기업들의 가치가 최대 5분의 1 토막 난 것은 상장사와 달리 비상자의 혁신 가치에 부여하던 '혁신 프리미엄'이 사라진 것이 핵심 이유로 꼽힌다. 이러한 프리미엄 가치 소멸에는 금리 상승, 경기 침체가 불러온 유동성 침체가 한 몫 했다.
한 비상장 주식 담당 펀드매니저는 “유동성이 넘쳐나던 시기에는 데카콘이 일궈낸 혁신의 가치에 높은 가격을 부여했다”며 “투자자들이 상장 기업을 평가하던 잣대를 적용하기 시작하면서 이들 기업도 ‘특별한 존재’가 아니라는 인식이 퍼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처럼 성장테마론의 한계가 나타나자 실망 매물이 터져나오며 데카콘과 유니콘 기업의 가치는 지속적으로 급락을 면치 못하고 있다.
비바리퍼블리카는 지난해 3708억 원의 당기순손실을 기록했다. 직전해에 기록한 2160억 원의 손실액보다 오히려 손실 규모 증대됐다. 분기마다 1조 원의 순이익을 내는 시중은행과 비교되는 행보를 지속하며 가치가 급락하고 있다.
두나무는 비트코인 가격 하락에 따른 여파에 기업가치도 동반 하락했으며, 야놀자는 벤처업계 불황에 동반 충격을 받으며 주가가 하락하고 있다.
다수의 유니콘 기업도 기업 가치 하락에 유니콘 탈락이 이어지는 모양세다. 지난해 말 중소벤처기업부 선정 22개사가 유니콘 기업에 이름을 올렸지만 올 들어 최소 7곳은 1조 원 미만으로 떨어진 것으로 추정된다.
대표적 사례가 컬리다. 컬리는 작년 1월 초 4조 4817억 원의 평가가치를 인정받으며 '시총 4조'의 유니콘 명예를 안았지만, 1년만에 시가총액이 8886억 원으로 감소했다. 최근 장외시장에서 주당 2만3000원에 거래되면서 고점 대비 80% 축소됐다. 기업가치 하락에 올해 초 컬리는 기업공개(IPO)를 연기한 바 있다.
동종업계 오아시스는 지난 2월 9670억~1조 2535억 원의 시총을 목표로 상장에 도전했지만 기관들이 ‘반값’을 제시하면서 상장을 철회했다. 최근에는 시총이 4013억까지 급감했다.
이처럼 컬리, 오아시스 등의 연이은 기업공개(IPO) 철회·연기는 국내 주요 유니콘의 밸류에이션(실적 대비 주가 수준)에 거품이 끼었다는 점을 보여준 결정적 계기였다는 분석이 나온다.
<문화경제 김예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