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747호 김금영⁄ 2023.04.10 13:35:26
3월 정용진 신세계그룹 부회장이 직접 찾아 화제가 된 장소가 있다. 이곳을 찾은 정 부회장은 “신세계그룹은 단순히 상품만 판매하는 기업이 아닌 고객의 시간과 공간을 점유하는 기업으로 거듭나고 있다”고 강조하며 “고객 경험의 폭을 더욱 확장해 고객이 자신의 시간을 투자해 우리를 찾는 이유를 만들기 위해 끊임없이 혁신하겠다”고 말했다.
정 부회장이 감탄하는 동시에 포부를 밝힌 이 장소는 스타벅스 ‘더북한산점’으로, 2월 15일 은평구 북한산국립공원 입구 인근에 문을 열었다. 스타벅스에 따르면, 오픈 이래 평일 평균 1500명, 주말엔 2000명 이상의 고객이 방문하는 ‘핫플레이스’로 등극했다. 여기엔 “고객경험의 폭을 확장해 고객의 시간과 공간을 점유하겠다”는 정 부회장의 의지가 반영된 스타벅스의 인테리어 전략도 한몫 했다.
본래 프랜차이즈 카페의 기본은 ‘세계 어디서든 동일한 퀄리티의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으로, 여기엔 인테리어도 포함됐다. 하지만 점차 스타벅스의 인테리어 전략은 천편일률적인 형태에서 벗어나 개성을 살리고, 사람들의 라이프스타일을 반영하는 방향으로 점차 진화하고 있다. 관련해 더 자세한 이야기를 윤경일 스타벅스 인테리어 팀장과 그룹 측으로부터 들었다. 답변에서 스타벅스 인테리어의 다섯 가지 특징이 읽혔다.
자연경관과의 조화로 힐링 제공
최근 스타벅스 인테리어에서 찾아볼 수 있는 첫 번째 특징은 ‘자연경관과의 조화’다. 더북한산점에서 이점이 돋보인다. 1, 2층과 루프탑 등 약 300평 규모의 더북한산점은 전체 좌석 수는 253석으로(1층 49석, 2층 138석, 루프탑 66석) 매장을 방문하는 고객이 넓은 스타벅스 매장에서 편안하게 커피를 즐길 수 있도록 공간을 준비했다. 도심으로부터는 다소 떨어진 곳에 위치했는데, 이것이 오히려 포인트다. 삭막한 빌딩숲을 벗어나 한적한 자연에서 힐링을 원하는 사람들의 니즈를 반영한 것.
스타벅스 측은 “더북한산점은 서울 도심 속에서 바쁜 현대인에게 커피 한 잔과 함께 자연과 교감하며 북한산의 웅장한 경치를 즐길 수 있는 특별한 경험을 제공한다”며 “서울을 벗어나 멀리 교외로 나가지 않아도 북한산을 바라보며 힐링할 수 있다는 점이 더북한산점의 특징”이라고 짚었다.
인테리어도 이에 맞게 설계됐다. 특히 스타벅스는 북한상 전경이 가장 잘 보이는 위치에 건물을 배치하기 위해 설계에 앞서 드론 카메라를 띄워 현장조사를 진행했다. 스타벅스 측은 “보다 웅장한 북한산을 느낄 수 있도록 건물은 통유리창으로 디자인했고, 일몰시간엔 건물의 패턴블럭을 통해 들어오는 석양의 그림자를 느낄 수 있게 했다. 매장 외부엔 커피한잔 들고 소중한 사람과 걸으며 시간을 보낼 수 있는 산책공간도 조성했다”고 인테리어 주안점을 밝혔다.
더북한산점을 비롯해 ‘더북한강R점’과 ‘더양평DTR점’ 또한 자연경관과의 조화가 돋보인다. 총 4층 좌석, 300여 석 규모의 더북한강R점은 북한강 전경을 바라볼 수 있는 곳에 지난해 1월 문을 열었다. 매장 내부 공간은 간결한 디자인을 바탕으로, 북한강을 한 눈에 조망할 수 있는 대형 창을 마련해 자연 경관을 하나의 인테리어 요소처럼 느낄 수 있게 했다.
최근 도심 근교를 방문하는 자동차 드라이브 여행 고객이 지속적으로 늘어남에 따라 차량 90여 대의 주차 공간을 갖췄다. 스타벅스의 지속가능성 전략에 맞춘 인프라 구축의 일환으로 전기차를 위한 총 3대의 전기차 충전 시설도 벤츠 코리아와 협업해 마련했다.
이에 앞서 2020년 7월엔 전면 유리창으로 펼쳐지는 아름다운 남한강 조망을 즐길 수 있는 더양평DTR점을 열었다. 매장은 전체 364평으로, 넓은 공간을 자랑한다. 각 층마다 계단식 좌석을 배치해 자연스럽게 층과 층 사이가 연결되는 듯한 디자인을 구현해 넓고 시원한 공간감을 준다. 스타벅스 측은 “더북한산점, 더북한강R점, 더양평DTR점 모두 기존 도심 속 매장에서 경험하지 못하는 특화된 요소를 반영해 지역사회 및 주변 환경과 함께 어울리는 장소라는 것이 중요한 요소”라며 “인테리어도 이 점을 고려했다”고 밝혔다.
시장·야구장·골프장과 카페의 조화
두 번째 특징은 ‘카페가 위치한 장소의 특수성과의 조화’다. 가장 유명한 사례는 ‘경동 1960점’이다. 스타벅스는 기존에 매장을 많이 볼 수 있는 도시 한복판, 세련된 신도시 권역을 벗어나 서울 동대문구에 위치한 경동시장에 매장을 지난해 12월 열어 화제가 됐다. 경동극장은 1960년대 지어진 이후 20년 넘게 버려져 사용되지 않는 폐극장이었으나, 경동 1960점을 통해 새 공간으로 탈바꿈했다.
‘전통시장 커피점’, ‘폐극장 스타벅스’ 등으로 입소문을 타 개점 이후 보름 동안 누적 방문자가 2만 명을 넘어섰고, 1월부터 운영 시간을 2시간 연장해 오전 9시부터 오후 10시까지 운영 중이다. 기존 시장을 주로 찾았던 중년층, 노년층 뿐 아니라 MZ세대가 알아서 찾아오는 핫플레이스로 거듭난 데에는 경동 1960점의 독특한 인테리어가 큰 역할을 했다. 기존 폐극장이라는 장소가 지녔던 분위기를 완전히 없애고 들어내는 것이 아니라, 레트로(복고풍) 감성을 살려 모든 세대에게 친근함과 호기심을 자아냈다.
스타벅스 측은 “기존 극장 감성을 그대로 녹여내고, 웅장함과 안락함을 살리고자 노력했다. 목조 트러스(골조 구조)를 부각시키고, 매장을 방문하는 고객에게 드라마틱한 공간의 효과를 주기 위해 국내 유명 조명 설계팀과 협업해 설계를 진행했다”며 “바 위쪽엔 연극 세트장을 연상케 하는 조명기구와 MD상품을 밝혀주는 스탠딩 조명, 좌석 공간 사이에는 레트로한 조명기구를 놓았고, 기존의 멋진 천정 철재, 목조 구조를 부각시켜주는 조명도 설치했다. 다른 스타벅스 매장에서 볼 수 없는 조명기구들을 보며 또 다른 재미를 느낄 수 있다”고 밝혔다.
시장뿐 아니라 야구장, 골프장에도 스타벅스가 들어섰다. 지난해 인천 SSG랜더스필드, 창원 NC파크, 여주 자유CC 골프장에 각각 스타벅스가 등장한 것. 특히 여주 자유CC점은 골프장 내에 위치한 첫 스타벅스 매장이다. 야구장, 골프장의 경우 스포츠를 즐기는 것이 1순위 목적으로, 카페 방문은 부수적인 요소다. 그렇기에 방문객의 발걸음을 카페까지 끌어들이기 위한 인테리어 전략도 중요했다. 이를 위해 인테리어와 서비스의 조화에 집중했다.
스타벅스 측은 “야구장을 방문하는 고객이 스타벅스 사이렌오더 앱을 통해 음료를 주문하고 좌석 번호를 입력하면, 매장으로 주문 정보가 전송되고 매장은 즉시 음료를 제조해 주문 고객의 좌석까지 음료를 제공하는 시스템을 적용했다. 이를 통해 야구 경기를 관람하면서도 중요한 순간을 놓치지 않고 음료를 즐길 수 있는, 특별한 스타벅스 경험을 만끽할 수 있게 매장을 꾸렸다”며 “골프장 매장의 경우 기존 방문자에게 익숙한 그늘집 공간을 리모델링해 라운딩 중간에 그늘집에서 휴식을 취하면서 커피와 골프를 즐길 수 있도록 하는 데 신경썼다”고 설명했다.
반려동물 친화적 공간
세 번째 특징은 ‘반려동물 친화적 인테리어’다. 반려동물 인구가 점점 늘면서 반려동물과 동행할 수 있는 ‘펫 프렌들리’ 공간이 늘어나는 추세다. 커피업계에서도 이 부분이 눈에 띈다.
커피빈은 2021년 7월 위례2차아이파크점을 시작으로 반려견 동반 출입이 가능한 펫 프렌들리 매장을 운영해 왔다. 리뉴얼 오픈한 부천북부역사거리점까지 포함하면 모두 14개점으로, 점차 매장을 확대하고 있다. 할리스는 '공덕경의선숲길점'에 고객이 반려동물과 함께 쉴 수 있는 ‘펫 프렌들리 휴게존’을 2020년에 마련했다. 이곳엔 배변 봉투와 반려견용 그릇이 비치돼 있다. 2021년 제주도에 야외 ‘펫 프렌들리존’을 겸비한 ‘제주연북로점’도 추가로 열었다.
스타벅스 더북한강R점도 대표적인 펫 프렌들리 매장이다. 스타벅스 측은 “더북한강R점 외부엔 반려동물과 함께 즐길 수 있는 약 100평 규모의 펫 파크 공간이 조성됐다. 반려동물을 테마로 한 공간이 마련된 매장은 더북한강R점이 국내 스타벅스 최초이자 유일하다”고 짚었다.
최근 이곳에선 보호동물 입양 이벤트도 열려 여러 동물이 마음껏 뛰노는 모습도 볼 수 있었다. 스타벅스 측은 “더북한강R점을 반려동물과 관련된 다양한 펫티켓 캠페인을 통해 올바른 반려동물문화 확산을 위한 매장으로도 운영해 나갈 방침”이라고 밝혔다.
한국의 멋 세계에 알리는 매장
네 번째 특징은 ‘한국의 멋을 담은 매장’들이다. 카페를 통해 우리의 문화를 세계에 알리는 장이기도 하다. 세계인이 주목하는 국내 스타벅스 매장으로는 ‘환구단점’, ‘문경새재점’이 꼽힌다. 소공동에 자리 잡은 환구단점은 ‘2020 문화유산 방문 캠페인’을 기념해 오픈했는데, 한옥의 현대적 해석이 돋보이는 매장이다.
스타벅스 측은 “매장 내부의 음료제조 탁자와 건물 기둥엔 환구단 석조삼문(황궁우로 가는 정문)의 벽돌 모양을 반영했다. 상품판매 진열장은 환구단 단지 내 기단 위에 있는 황궁우의 팔각지붕을 반영했다”며 “매장 안엔 디지털 커뮤니티 보드를 설치해 환구단의 역사와 문화유산 가치를 소개하는 영상을 상영한다”고 밝혔다.
매장 안에 좌식 공간과 방석, 디딤돌, 창호 형식의 가림막을 설치해 우리 문화유산과 전통문화의 미를 조화롭게 표현한 점도 눈길을 끈다.
경상북도 문경에 위치한 스타벅스 문경새재점은 가장 한국적인 매장으로 평가받는다. 2017년 ‘스타벅스 점장들이 추천하는 가장 아름답고 가볼 만한 매장’에 이름을 올리기도 했다. 내·외관이 조상들이 다니던 문경새잿길의 전통을 기반으로 한 한옥 구조로 이뤄진 단정하고 아담한 매장이다.
스타벅스 측은 “내부에 들어가자마자 문경새재를 그린 이미지가 눈에 띈다. 실내 곳곳, 그리고 조명에도 전통 문양을 장식해 한옥 느낌을 한층 끌어올렸다”며 “외관에는 한국식 정원과 멋스러운 기와지붕을 더해 한국의 정취를 전한다”고 인테리어 특징을 밝혔다.
공연장·전시장이 되는 카페
다섯 번째 특징은 ‘예술과의 결합’이다. 지난해 국내 미술시장은 1조 원을 돌파할 정도로 예술에 대한 사람들의 관심은 점점 뜨거워지고 있다. 이에 커피업계도 매장 인테리어에 예술을 조화시키는 시도를 늘려가고 있다.
스타벅스 경동1960점을 살펴보면 극장의 중심인 스크린이 있던 곳에 고객과 소통하고 음료를 제조하는 바 공간이 메인 무대가 될 수 있도록 배치한 점이 눈에 띈다. 스타벅스 측은 “바 옆 공간에 정기적으로 지역 예술가들이 공연을 펼칠 수 있는 무대를 만들었다”며 “극장식 좌석에서는 레트로함을 느낄 수 있으면서도 편안하게 즐길 수 있도록 가구 디자인에도 중점을 뒀다”고 설명했다.
2018년엔 과천DT점을 열면서 예술 작품을 전시하는 ‘별빛미술관’ 공간을 함께 마련했다. 별빛미술관 이외에도 하트-하트재단, 한국장애인고용공단과 장애인식 개선을 위해 진행한 제2회 텀블러 그림 공모전 수상작 순회 전시를 스타벅스 매장에서 진행하며 예술이 어우러진 공간을 만들었다.
스타벅스 측은 “춘천구봉산R점을 시작으로 지난해 과천DT점 별빛미술관, 서울대치과병원점이 입점해 있는 서울대치과병원 내 치유갤러리에서 전시회를 이어나갔다”며 “전국 주요 매장으로 관련 전시를 확대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ESG 반영된 매장 인테리어
마지막으로 여섯 번째 특징은 ‘ESG(환경·사회·지배구조) 반영’이다. 대표 매장은 2020년 문을 연 스타벅스 서울대치과병원점으로, ‘스타벅스 최초의 포괄적 인테리어 적용 매장’으로도 불린다.
서울대학교치과병원 부설 장애인치과병원 중앙장애인구강진료센터에 위치한 서울대치과병원점은 스타벅스가 한국장애인고용공단, 서울대학교치과병원과 협력해 장애인 고용 증진과 장애인 인식개선을 통한 사회적 가치 실현의 의미를 담은 매장이다. 총 12명의 파트너 중 다양한 직급에서 장애인 파트너가 6명이 근무하며 편견 없는 채용에 나서고 있다.
스타벅스는 서울대치과병원점 매장 콘셉트 개발 단계부터 매장 디자인, 제반 환경, 운영 테스트까지 현재 스타벅스에서 근무 중인 장애인 파트너의 의견을 적극 반영했다.
스타벅스 측은 “색약이 있는 고객들을 위해 출입문에서 시작해 메뉴를 주문하고 음료를 받아가는 동선의 바닥 색을 다르게 표현하는 등 매장 곳곳에 장애인 편의 시설을 반영했다”며 “매장 위치가 장애인치과병원 건물 안쪽에 있음에도 불구하고, 벤치마킹 및 장애인 편의 시설과 서비스를 체험하기 위한 목적으로, 병원 의료진과 내원 환자 외에도 장애인 기관 관계자를 비롯해 사회복지 관련 전공 학생들의 방문이 이어지고 있다”고 밝혔다.
2021년엔 휠체어 배려 좌석과 이동 편의성을 고려해 인테리어를 반영한 세종충남대학교병원점을 열었다. 매장 내 휠체어 진출입이 용이하도록 매장 내 충분한 이동 동선을 고려해 가구 및 기물을 배치하고, 휠체어 이용 고객이 편리하게 사용할 수 있도록 테이블 높이를 맞춘 휠체어 배려 좌석을 갖췄다. 특히, 휠체어 이용 고객이 음료 주문 및 수령 시, 파트너와 보다 원활한 의사소통을 할 수 있도록 주문 구역과 음료 제공 구역 아래쪽에 공간을 둔 특별한 바 디자인을 채택했다.
커피 마시는 공간→특별한 경험 온몸으로 느끼는 공간
정용진 부회장은 “신세계그룹은 고객이 원하고 바라는 것에 대한 해결책을 제공하는 기업”이라며 “고객의 니즈를 파악해 고객이 열광할 수 있는 새로운 고객경험과 가치를 끊임없이 고민하고 선보이는 것이 우리의 사명이라고 생각한다”고 강조한 바 있다.
스타벅스의 인테리어 전략도 이에 맞춰 진화하며 공간 마케팅을 진행하고 있다. 스타벅스 측은 “공간 마케팅 전개 시 스타벅스는 공간, 경험 중심의 브랜드라는 점을 가장 중심에 둔다. 스타벅스만의 공간에서 스타벅스만의 특별한 경험과 분위기를 제공하고자 노력한다”며 “단순히 커피를 마시는 공간이 아니라, 온몸으로 스타벅스를 체험할 수 있는 매장을 만들고자 한다”고 짚었다.
이어 “이 방향에 따라 스타벅스는 기존 도심 속 매장을 비롯해 지역사회 및 주변 환경과 어울리는 장소가 될 수 있는 다양한 매장을 선보이고 있다”며 “이는 기존의 스타벅스 매장이 주는 브랜드 경험을 넘어 보다 독특하고 다양한 경험을 제공하는 부분”이라고 강조했다.
< 문화경제 김금영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