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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체 불가 의사 주석중 교수 영면...."하늘에선 응급콜 없이 편안하시길"

서울아산병원서 울산대학교 의과대학장 엄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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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nbnews 김예은⁄ 2023.06.20 11:58:15

20일 오전 서울 송파구 서울아산병원 장례식장에서 고 주석중 아산병원 심장혈관흉부외과 교수의 발인이 엄수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2023년 6월 16일 새벽, 교수님의 응급 대동맥 박리 수술이 끝이 났습니다. 전날에 이어 두 번째 응급 수술이었습니다. 잠깐 눈을 붙이다 일어난 아침, 교수님은 입원 병동에서 환자들을 만나고 중환자실을 확인했습니다. 평소와 같은 시작이었습니다. 오후에는 제자들을 위한 교육과 연구 회의도 예정되어 있었습니다. 병원 가까이 집에 잠시 다녀오는 길, 불의의 사고가 일어났습니다. 교수님의 시간이 사라지고 말았습니다. 세상이 무너지는 소식이었습니다.
- 김경환 대한심장혈관흉부외과학회 이사장 및 학회 일동

16일 불의의 교통사고로 유명을 달리한 서울아산병원 심장혈관흉부외과 고(故) 주석중(59) 교수의 영결식이 20일 서울 송파구 아산병원 장례식장에서 엄수됐다.

 

연합뉴스 보도에 따르면 이날 오전 8시부터 서울 송파구 서울아산병원 장례식장에서 울산대 의과대학장으로 진행된 영결식장에 고인의 영정과 함께 관이 들어서자마자 식장에선 울음과 흐느낌이 터져 나왔다.

조사(弔詞)를 맡은 김승후 울산대 의과대학 학장은 "뭐가 그리 급해 이리도 갑자기 가셨냐. 비통한 마음을 가눌 길 없다"며 "남을 먼저 배려하던 주 교수의 자상함에 주 교수 주위는 평온했다"고 말했다.

고인과 함께한 심장혈관흉부외과 김홍래 교수는 추도사에서 "선생님은 어떤 상황에서도 환자들을 위해 최선을 다하셨고 (환자들에게) 새로운 생명과 위안을 전달했다"며 "수술하면서도 행복해하는 모습이 우리에게도 큰 행복이었다"고 회고했다.

이어 "선생님의 뜻을 기려 환자들에게 최선을 다하겠다"며 "하늘에서는 응급콜에 밤에 깨는 일 없이 편안하시길 바란다"며 고인을 기렸다.

서울아산병원 흉부외과 주석중 교수. 사진=연합뉴스

고(故) 주석중 교수는 1988년 연세대 의대를 졸업하고 세브란스병원에서 흉부외과 전공의를 수료했다. 1998년 서울아산병원 흉부외과 전임의 근무를 시작으로, 2005년 미국 매사추세츠주 의사 면허증을 취득했으며, 같은 해 하버드 의대 버밍엄 여성병원 심장외과 임상 전임의를 거쳤다. 이후 서울아산병원 심장병원 대동맥질환센터소장을 맡아 활약해 왔다.

특히 고인은 대동맥박리 등 대동맥질환, 대동맥판막협착증 등 응급 수술이 잦고 의사 인력이 많지 않은 전문 분야에서 이름을 널리 알리며 '대체 불가능한 인재'라는 평가를 받아온 인물이다.

지난 2020년부터는 대동맥질환 전담팀을 꾸려 치료한 후 대동맥 박리 환자의 수술 성공률을 97.8%까지 높인 연구 성과를 발표하며 국내 대동맥수술 수준을 다른 차원으로 끌어올린 권위자로 평가받는다. 이는 세계 유수 병원들이 구성한 컨소시엄 ‘국제급성대동맥박리학회(IRAD)’의 대동맥 박리 수술 성공률인 80~85%를 상회하는 수치다.

노환규 전 대한의사협회장은 SNS를 통해 “(그는) 국내 대동맥수술 수준을 다른 차원으로 끌어올린 ‘탁월하고 훌륭한’이라는 단어로 표현해낼 수 없는 인재 중 인재”라며 애도했다.

SBS보도에 따르면 찢어진 대동맥을 꿰맬 수 있는 흉부외과 전문의는 전국 30여 명뿐이다. 그 중에서도 고인은 가장 정점에 오른 인물로 꼽힌다.

양지혁 삼성서울병원 흉부외과 교수는 SBS와의 인터뷰에서 "살아남은 사람들이 이제 그 자리를 빈자리를 메우겠죠. 메우긴 하겠지만 아무래도 지금 현재 가장 정점에 올라 있으셨던 분이 그렇게 갑자기 가시니까, 빈자리가 적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주 교수는 병원 10분 거리에 거주하며 응급환자 수술을 위해 쉬는 날 없이 24시간 대기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주석중 교수의 큰 형인 주석규 정형외과 교수는 "막냇동생인 주 교수가 가족들 모임에도 항상 제시간에 맞춰 오기 힘들어하고 항상 피곤해면서도, (수술을) 미룰 수 없다고 왔다가 또다시 가고 너무 가슴이 아팠다"고 전했다.

그럼에도 고인은 환자가 회복할 때 아이 같은 웃음을 보였다고 한다. 사고 당일 잠시 들렀던 집에서 과로를 걱정하는 아내에게 남긴 "환자가 좋아지면 기분이 좋다"라는 말은 고인이 세상에 남긴 마지막 말이 되었다.

2015년 병원 소식지에 "수술한 후 환자가 극적으로 회복될 때 힘들었던 모든 일을 잊는다"고 고백한 고 주석중 교수.

“비록 개인사 없는 하루하루를 보내지만 지금의 삶이 늘 고맙다. 불확실한 미래에 정답을 찾는 후배들에게 바란다. 하고 싶은 일을 해라.”
- 주석중 교수, 서울아산병원 원내 소식지

그가 남긴 헌신과 희생정신은 의료계 전반에 큰 울림을 주고 있다.

<문화경제 김예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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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석중  서울아산병원  아산병원  대동맥  의사협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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