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도입된 퇴직연금 사전지정운용제도가 1년 간의 유예기간을 거쳐 올해 7월 12일부터 본격적으로 시행됐다. 이에 따라 원리금보장상품 중심이었던 국내 퇴직연금 시장이 TDF 등과 같은 실적배당형상품 비중이 늘며 연금 머니무브로 이어질지 주목된다.
퇴직연금 사전지정운용제도는 근로자가 자신의 퇴직연금 적립금을 운용할 금융상품을 결정하지 않을 경우, 사전에 정한 운용 방법으로 적립금이 자동 운용되도록 하는 제도다. 그간 퇴직연금 가입자들의 상당수는 전문성 부족과 낮은 관심도로 인해 퇴직연금 적립금을 원리금보장상품에 넣어두고 방치해 퇴직연금 수익률이 저조해 지는 결과를 낳았다. 금융감독원 통계에 따르면 2017년 이후 5년간 연평균 수익률은 2% 에 미치지 못한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퇴직연금 가입자들의 수익률 제고 목적의 사전지정운용제도 조항을 담은 근로자퇴직급여보장법 개정안이 2021년 12월 본회의를 통과했고 2022년 7월 이 제도가 시행됐다.
이후 규약 변경, 전산망 구축 등에 소요되는 기간을 고려해 1년 간 제도 시행이 유예되었으며, 올해 7월부터 본격적으로 사전지정운용제도 가입이 시작된다. 가입자들은 회사가 퇴직연금 규약에서 정한 상품들 중에 하나를 선택해야 한다. 기존 가입된 상품들도 만기 이후 일정기간동안 운용지시가 내려지지 않으면 사전지정운용방법으로 운용된다.
현재까지의 사전지정운용제도 수익률 성적표는 원리금보장상품에 의존해 온 최근 5년간 퇴직연금의 연평균 수익률에 비해 6배 이상의 성과율을 기록하고 있다. 고용노동부가 올해 1분기 사전지정운용제도 상품의 운용 현황을 공시했는데 3개월 수익률의 평균은 약 3.06%, 연환산 시 12.41%를 기록했다.
사전지정운용제도 도입으로 300조원을 돌파한 국내 퇴직연금 시장의 지형도를 변화시키려는 금융업계의 선점 경쟁도 심화될 전망이다.
연금시장의 선기를 잡은 것은 미래에셋자산운용이다. 5월말 기준 미래에셋자산운용의 퇴직연금펀드(DC, IRP등) 규모는 7조 3,000억원대, 개인연금(연금저축 등) 규모는 4조4,000억원대로 총 11조 7,000억원의 연금 자산을 운용하며, 전체연금펀드 시장에서 27.8%를 차지하고 있다. 특히 미래에셋은 대표적 연금 상품인 타겟데이트펀드(TDF)와 관련해 적극적인 마케팅 활동을 전개하며, 전체 TDF 시장의 43%를 차지하는 우위를 나타내고 있다.
사전지정운용제도의 중추적인 상품이라고 평가받는 TDF 상품은 글라이드패스에 기반해 투자자 은퇴시기에 맞춰 위험자산의 비중을 줄이고 안전자산 비중을 점차 확대해 가는 펀드다. 글라이드패스란 투자자 연령대에 맞춰 주식과 채권 등 자산 비중을 조절하는 일종의 설계도면과 같다.
현재 국내 운용사들은 TDF를 자체 운용하는 방식과 위탁 운용하는 방식 두 가지 형태로 운용하고 있다. 자체 운용은 운용사가 직접 글라이드패스를 설계해 적용하는 방식이며, 위탁 운용은 국내에 비해 퇴직 연금 시장이 활성화되어 있는 미국 등 외국 운용사의 자문을 받거나 위탁하는 형태다. 자체 운용의 경우 위탁 운용사에 지급하는 수수료를 없애 수익률을 높일 수 있어 투자자들에게 유리하다.
미래에셋은 2011년 ‘미래에셋자산배분 TDF’를 통해 선제적으로 TDF를 출시했다. 미래에셋자산운용은 자사 TDF만의 무기로 한국인 맞춤형 ‘글라이드패스(Glide path, 생애주기 자산배분곡선)’를 기반으로 한 자체 운용과 글로벌 네트워크를 꼽았다.
미래에셋자산운용 WM연금마케팅부문 류경식 대표는 “사전지정운용제도 도입으로 연금펀드 시장의 성장이 더욱 가속화될 것으로 보인다” 며, “고객의 마지막 자산을 지켜야 한다는 사명감으로 TDF를 포함한 연금 상품이 안정적이고 꾸준한 수익률을 낼 수 있도록 전사적인 역량을 다할 계획” 이라고 말했다.
<문화경제 김예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