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서초구의 한 초등학교 1학년 담임 교사 A씨(23)가 교내에서 사망한 채 발견됐다. 그 배경으로 학부모의 항의가 있었다는 사실이 알려지며 논란이 일고 있는 가운데, A씨를 추모하던 교사가 추모 이미지를 프로필 사진에 올렸다 학부모에게 항의를 받았다고 호소했다.
20일 직장인 익명 커뮤니티 블라인드에는 ‘이게 학부모다’라는 제목의 글이 올라왔다. 공무원으로 재직 중인 B씨는 "카톡 프로필을 (추모용) 사진으로 바꾸니 바로 (학부모로부터) 문자가 왔다"며, "추모하는 마음도 표시하면 안되는가" 라며 반문했다.
B씨가 바꾼 프로필에는, 추모의 의미를 담은 검은색 리본 아래에 '23.07.18 꽃다운 나이에 세상을 떠난 선생님께 마음 깊이 애도를 표합니다.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라는 문구가 담겨있었다.
B씨의 주장에 따르면 프로필 사진을 변경한 직후인 이날 오전 7시38분, 한 학부모로부터 바뀐 프로필에 대해 항의하는 메시지를 받았다. 학부모 C씨는 “이른 아침에 죄송하다. 다름 아니고 선생님의 프로필 사진이 학생들에게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을 것 같다. 아이들 어린데 선생님의 행동 하나하나가 다 큰 영향을 준다는 거 아시죠?”라며 B씨의 프로필 사진을 지적했다.
이어 "아직 사실관계도 판명 나지 않은 일로 이렇게 추모한다는 걸 드러내는 건 아닌 것 같아서 연락드린다”며, “아이들이 상처받을 수 있으니 언급 자제 부탁드린다”고 당부했다.
B씨는 "(이는) 추모하는 마음의 표시일 뿐, (아이들에게) 언급할 생각도 없었다"고 토로했다.
한편, 지난 18 일, 서초구 소재 모 초등학교에서 교사 A씨가 극단적 선택을 하는 사건이 발생했다. A교사는 2 년째 1 학년 담임을 맡아 근무하던 중 최근 학교폭력 관련 업무를 담당하며 학부모 민원에 시달린 것으로 알려졌다.
서울교사노동조합이 19일 배포한 성명서에 따르면, "제보에 따르면 고인은 평소에 7 시 30 분이면 학교에 출근하였다. 학교생활이 어떠냐는 동료 교사의 질문에 ‘그냥 작년보다 10 배 정도 힘들어요.’ 라고 답할 뿐이었다."고 전했다.
또한 "동료 교사에 따르면 지난주 고인이 맡았던 학급에서 학생끼리 사건이 있었다"며, "(괴롭힘을 당한) 학생의 학부모가 이 사건을 이유로 교무실에 찾아와, 고인에게 ‘교사 자격이 없다’, ‘ 애들 케어를 어떻게 하는거냐 ’ 라고 강하게 항의했다."고 주장했다.
동료 교사들은 고인이 ‘평소 속이 깊고 힘든 일을 내색하지 않고 묵묵히 학교생활을 해왔다'며 황망한 마음을 내비쳤다.
최근 교사들의 교권 추락이 사회적 문제로 부상하는 가운데, 서울교사노동조합은 "고인의 죽음은 학부모의 민원을 오롯이 담임교사 혼자 감당해야 하는 현재의 제도와 무관하지 않다"며, "전국의 교사들은 참담한 심정으로 교육청과 교육부의 진정성 있는 대응을 촉구한다."며 목소리를 높였다.
※ 우울감 등 말하기 어려운 고민이 있거나 주변에 이런 어려움을 겪는 가족·지인이 있으면 자살 예방 핫라인 ☎1577-0199, 희망의 전화 ☎129, 생명의 전화 ☎1588-9191, 청소년 전화 ☎1388 등에서 24시간 전문가의 상담을 받을 수 있습니다.
<문화경제 김예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