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일 서울 서초구 서이초등학교에서 극단적 선택을 한 1학년 담임교사 A씨의 일기장이 공개됐다.
24일 서울교사노동조합은 유족의 동의를 받아 A씨의 일기장 일부를 공개했다. 해당 일기는 A씨가 극단적 선택을 하기 15일 전 작성된 것으로 알려졌다.
일기엔 “금~주말을 지나면서 무기력 처짐은 있었지만 그래도 힘들다고 느껴질 정도까지는 아니었는데, 월요일 출근 후 업무폭탄과 OO 난리가 겹치면서 그냥 모든 게 다 버거워지고 놓고 싶다는 생각이 마구 들었다. 숨이 막혔다. 밥을 먹는데 손이 떨리고 눈물이 흐를 뻔했다”는 내용이 담겼다. OO엔 학생의 이름이 적혀 있었다.
서울교사노조는 “고인이 생전 업무와 학생 문제 등 학교생활로 인해 어려움을 겪었다는 점을 분명 확인할 수 있다”고 밝혔다. 경향신문 보도에 따르면 앞서 서울교사고조는 A씨의 동료 교사들로부터 제보를 받았다.
제보에 따르면 A씨가 맡았던 학급에서 학생 B가 뒤에 앉아 있던 C의 이마를 연필로 긁는 사건이 있었고, C의 학부모는 교무실로 찾아와 A씨에게 ‘교사 자격이 없다’, ‘애들 케어를 어떻게 하는 거냐’며 항의했다. 학부모는 A씨의 개인 휴대전화를 알아내 수십 통의 전화도 한 것으로 전해졌다.
서이초 교사 극단 선택은 무너진 교권에 대한 여러 담론을 불러 일으켰다. 실제로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에 따르면 교권본부에는 2021년 한해에만 437건의 교권침해 상담이 접수됐고, 지난해엔 충남 홍성의 한 중학교에서 학생이 수업시간 도중 교단에 누워 휴대전화를 조작하고 있는 영상이 동영상 플랫폼을 타고 급속히 퍼져 논란이 됐다. 영상 속 교사는 학생을 제지하지 못하는 모습이었다.
최근엔 서울 양천구의 한 초등학교의 담임교사가 6학년 학생에게 폭행을 당한 데 이어 부산에서도 초등학교 3학년 학생이 수업 시간에 교사를 폭행한 사건이 알려지기도 했다. 폭행 사건 이후 피해 교사는 상당한 정신적 고통에 시달리고 있지만, 학생 징계 효율성이 떨어진다는 이유로 교권호보위원회 신청은 하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파장이 커지자 정신건강의학 전문의 오은영 박사가 비판을 받는 일도 불거졌다. 오은영 박사는 채널A 프로그램 ‘금쪽같은 내새끼’에 출연하며 문제 행동으로 어려움을 겪는 아이, 부모에 대한 상담을 이어왔다.
아주경제 보도에 따르면 20일 직장인 익명 커뮤니티 ‘블라인드’엔 ‘오은영이 학부모들 여럿 망친 것 같다’는 글이 올라왔다.
게시자는 “오은영 교육관이 자녀는 어떤 상황에서도 상처받지 않고 동감 받고 존중받아야 할 존재로 규정짓는다. 그러다 보니 체벌도 없어 오냐오냐 남 불편하게 하고 피해주는 일까지도 존중해주고 공감하니 아이들 버릇이 없어지는 것”이라고 지적하며 “‘어떠한 이유에서라도 폭력은 없어야 한다’고 하는데, 체벌과 폭력을 같은 카테고리(범주)에 묶어 놓고 방송에서 떠들어대니 금쪽이 같은 애들이 자꾸 출몰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무자비한 폭력이 아니라 체벌 후에 아이를 위로해주고 공감해주면 된다. 자꾸 방송에서 체벌하고 훈육하는 것을 악처럼 묘사하니 이상한 부모들이 자꾸 출몰하는 것 같다. 그런 부모들도 애초에 공중도덕 없는 것 같고 애들은 때론 쥐어패야 말을 듣는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소아청소년정신과 전문의 서천석 서울대 의학 박사는 오은영 박사의 상담 방송을 지적하기도 했다. 19일 서 박사는 페이스북에 울 양천구 초등학교 교사 폭행 사건을 거론하면서 “일반적 교권 침해 문제는 그 문제대로 강력한 해결책을 만들고, 아이들의 정신적 문제 내지 장애로 인해 발생하는 교실 내 어려운 상황에 대해선 이를 적극적으로 다룰 치료기관과 이를 뒷받침할 법과 제도를 만들어야 한다”고 적었다.
이어 “무슨 상담 몇 차례나 교육 몇 차례? 바보나 얼뜨기 아마추어 아니면 그런 것으로는 씨알도 안 먹히는 아이들이 있다는 것쯤은 다 안다”며 “‘금쪽이 류’의 프로그램들이 지닌 문제점은 방송에서 제시하는 그런 솔루션으로는 결코 해결되지 않을 사안에 대해서 해결 가능하다는 환상을 만들어내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매우 심각해 보이는 아이의 문제도 몇 차례의 상담, 또는 한두 달의 노력으로 해결할 수 있는 듯 꾸민다. 만약 그것이 가능하다면 그렇게 해결 못하는 부모와 교사에게 책임이 갈 수밖에 없다. 실력이 부족하든, 노력이 부족하든 둘 중 하나다. 그런데 그리 간단한 게 아니라는 것쯤은 정신과 의사라면 알고 있다”며 “노력해도 바꾸기 어려운 아이가 있고, 상당수는 장기간의 노력이 필요하며 그런 노력에는 많은 지원이 필요하다. 그런 진실을 말해야 하는데도 프로그램은 흥행 내지 권위를 위해 의도적인지 아니면 은연중에 그러는지 환상을 유지하려 든다”고 작심 비판했다.
반면 “사건 하나 터지면 누구든 탓을 하고 싶어 한다”, “이게 마녀사냥이 아니고 뭐냐”, “일반론적으로 오은영 박사를 몰아간다”, “오은영 박사의 진심어린 상담으로 도움 받은 사례가 모두 거짓은 아니다”, “누구 한 사람을 비난할 게 아니라 사회 전체가 바뀌어야 한다”, “오은영 박사님 힘내세요”, “악플이 악성 민원이랑 다를 게 뭐냐” 등 오 박사를 응원하는 댓글들도 있었다.
한편 서초경찰서는 A씨에게 갑질을 했다는 의혹을 받는 학부모를 지난주 불러 조사한 것으로 전해졌다. 또 경찰은 서이초 교사 60여 명 전원을 상대로 A씨가 극단적 선택을 한 배경을 탐문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 문화경제 김금영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