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의 7월 경상수지가 수출보다 수입이 더 크게 줄면서 석 달 연속 흑자를 기록했다.
한국은행(한은)이 8일 발표한 ‘2023년 7월 국제수지(잠정)’에 따르면 7월 경상수지는 1년 전보다 18억8000만 달러 늘어난 35억8000만 달러 흑자를 기록했다. 이는 지난 5월부터 3개월 연속 흑자로 경상수지가 석 달 연속 흑자를 기록한 것은 지난해 5∼7월 이후 1년 만이다.
올해 들어 7월까지 누적 경상수지 흑자는 60억1000만 달러로 작년 같은 기간의 265억7000만 달러와 비교하면 22.6% 수준에 불과하다. 경상수지 흑자 규모가 줄어든 이유는 수출 부진에 여행수지 등의 적자 규모가 커지면서 올해 초 큰 폭의 적자를 기록했기 때문이다.
경상수지를 항목별로 보면 상품수지는 42억8000만 달러 흑자를 기록했다. 수출이 작년 7월보다 87억9000만 달러(-14.8%)가 줄어든 504억3000만 달러였지만 수입이 135억9000만 달러(-22.7%) 급감한 461억5000만 달러를 기록한 데 따른 것이다.
통관기준 품목별 수출액을 보면 석유제품이 –41.8%로 가장 많이 감소했고, 이어 반도체(-33.8%), 화학공업제품(-16.4%), 철강제품(-12.6%) 등의 순이었다. 지역별로는 중국(-25.1%), 동남아(-20.9%), EU(-8.4%), 미국(-8.1%), 일본(-6.0%) 등 세계 전 지역으로의 수출이 위축됐다. 다만 승용차 수출액은 1년 전보다 15.7% 증가했다.
통관기준 품목별 수입액은 원자재가 1년 전보다 35.7% 급감했다. 원자재 중 가스(-51.2%), 원유(-45.8%), 석유제품(-40.9%) 등이 눈에 띠게 줄었다. 반도체(-22.6%)와 반도체 제조장비(-13.7%), 수송장비(-13.3%) 등 자본재 수입도 12.5% 축소됐고, 곡물(-20.3%)과 승용차(-19.2%) 등 소비재 수입 역시 12.1% 줄었다.
서비스수지는 전년 7월 대비 적자 폭이 24억6000만 달러 늘어난 25억3000만 달러 적자를 기록했다. 운송수지 흑자가 1년 전보다 13억8000만 달러 급감한 9000만 달러로 줄어든 데다, 여행수지 적자 폭이 1년 전(8억4000만 달러)보다 두 배에 가까운 14억3000만 달러로 급증했기 때문이다.
임금·이자·배당 소득을 반영한 본원소득수지 흑자는 배당소득을 중심으로 1년 전보다 3억 달러 확대된 29억2000만 달러로 나타났다. 같은 기간 배당소득수지 흑자 규모는 5억5000만 달러 증가한 25억6000만 달러를 기록했지만, 이는 6월 42억3000만 달러보다는 줄어든 수치다.
한편 자본의 움직임을 나타내는 금융계정 순자산은 7월 중 37억2000만 달러 증가했다. 내국인의 해외 직접투자가 24억2000만 달러, 외국인의 국내 직접투자는 16억5000만 달러 늘어났다.
내국인의 해외 증권투자와 외국인의 국내 증권투자는 각각 69억 달러, 26억 달러 증가했다. 내국인 해외 증권투자 증가 규모는 14개월 만에 가장 컸다.
이동원 한은 금융통계부장은 “올해 초 경상수지가 큰 폭의 적자를 나타냈다가 점차 개선 흐름을 보이면서 7월 들어 전년 동월 수준을 상회했다”면서 “경상수지 흑자 기조가 지속되는 것이 분명해졌다”고 진단했다. 이 관계자는 이어 “최근 국제유가가 가파르게 오르고 있는데, 유가 오름세가 지속된다면 앞으로 경상수지 흑자를 제약하는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문화경제 한원석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