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용호⁄ 2023.09.26 17:17:42
갤러리 나우는 ‘행복한 돼지’로 세상을 표현하고 자신을 드러내는 작가 한상윤의 개인전 ‘행복하면 되지? 돼지! PIG POP and HAPPY PIG’을 오는 10월 4일부터 10월 31일까지 개최한다. 이번 전시에서는 2005년부터 지속된 연작과 패턴화된 필획의 돼지 형상 위에 상하의 레이블(label)이 돋보이는 근작으로 구성해 약 18점을 선보일 예정이다.
화면은 세필이 움직이기 시작하면 먹색으로 미묘하게 다른 표정의 돼지들로 가득 찬다. 일필휘지의 입꼬리가 기분 좋게 올라간 돼지이 얼굴은 캔버스 안에서 넘실거린다. 일본 풍자화와 동양화를 현대적으로 재해석하고 그 소재를 확장해가고 있는 작가 한상윤의 붓끝에서 나온 돼지들은 동양적 필획과 팔색조의 색들이 절묘하게 어우러져 있다. 돼지가 가진 길상, 그 다양한 의미에서 뿜어져 나오는 좋은 기운들을 표현하기 위해 작가는 금과 먹, 여러 안료로 속도감 있게 그려냈다.
‘풍자 만화(satirical cartoon)’를 전공한 작가에게 작업 초기부터 돼지는 행복함을 상징하는 대상은 아니었다. 전공의 특성상 사회학에도 관심이 많았던 작가는 ‘돼지’를 자본주의에서 빼놓을 수 없는 명제인 ‘욕망’을 상징하는 것으로 여겼지만, 인생의 지난한 여정 중 긍정성 만을 남기기로 하고 작업의 변화를 시도한다. 표면적으로는 그의 이야기가 행복의 완결편처럼 보이나 작업은 여러 어려움을 견디고 얻게 된, 깊고도 쉽게 사라지지 않는 행복을 내포한다. ‘돼지’라는 구체적인 형상 뒤에 행복에 이르기 위한 과정과 그것을 이룬 우리의 자화상이 고스란히 녹아 있는 것이다.
이번 전시에서 처음으로 선보이는 ‘MODERN TIMES’는 하나의 색이 가지는 원초적이고 철학적인 의미를 화면에 부여하여 표현했다. 상하의 비슷한 두께의 레이블은 ‘처음’과 ‘끝’을 의미하고, 각 색의 레이블은 서구 모더니즘이 추구했던 색면과 유사한 방식으로 구성된다.
예를 들어 작가는 화이트 레이블의 ‘무지無知’ 혹은 ‘0’, 블랙 레이블의 ‘태초’ 등으로 명명하며 팝적인 요소를 넘어 우리 눈에 보이는 상(像)을 넘어선 길로 안내한다. 눈에 보이는 무언가가 아니라 가슴 속에 감동을 옮겨 내기 위해 새로운 방향의 붓질을 시도한 것이다. 이렇듯 다양한 형식의 붓질로 그려낸 화면에는 그가 느끼는 행복한 정서가 그대로 반영되어 있다.
작가는 여기에서 멈추지 않고 삶을 가치 있고 행복하게 보라는 우의를 담아 우리에게 권유한다. 나아가 나와 같이 행복하자고 말이다. 그리하여 작가의 작업은 ‘돼지’를 통해 화면 안에 행복했던 순간들을 기억하도록 만드는 선명하고도 따뜻한 단서를 남긴다.
한상윤은...
교토 세이카대학교 미술학부(풍자화) 및 동대학원 석사, 동국대학교 미술학부 한국화 전공으로 박사 과정을 수료한 한상윤(B.1984-)은 2005년 일본 대판현대화랑(大阪現代画廊)에서의 개인전을 시작으로 서울, 도쿄, 상하이, 베이징, LA, 필리핀 등에서 48회의 개인전과 360여 회의 그룹전을 통해 연작을 선보여왔다.
<문화경제 안용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