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758호 김금영⁄ 2023.10.11 16:21:44
지난해 10월 13일 강남구 역삼동에서 마곡지구로 이전해 새롭게 개관한 LG아트센터 서울에 개관 후 1년간 29만 명의 관객이 찾아온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역삼 LG아트센터의 연평균 관객(20만5000명)대비 40% 이상 상승한 수치다.
10월 11일 LG아트센터 서울에 따르면 개관 후 1년간 대극장 LG 시그니처(SINATURE) 홀(1365석)에서 31편의 작품을 통해 24만 명, 블랙박스 공연장 유플러스(U+) 스테이지(가변형 객석 120~365석)에서 19편의 작품을 통해 5만 명, 총 29만 명의 관객을 동원했다. 공연 관람이 아닌 건축 관람, 교육 프로그램 참석, 건물 내 F&B(식음료) 이용 등을 위해 방문한 인원도 25만 명으로 집계돼, 1년 간 누적 방문객이 총 54만 명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2021년 LG아트센터가 강남구 역삼동에서 마곡지구로 이전한다는 계획을 발표했을 때, 새로운 지역에서 전과 같은 관객 동원은 쉽지 않을 것이라는 우려가 많았다. 하지만 LG아트센터는 22년간의 운영 노하우를 바탕으로 안정적인 운영과 우수한 프로그램을 선보이며 빠른 정착에 성공했다는 평가다.
특히 마곡 지역을 중심으로 신규 관객들이 대거 유입되며 초반의 접근성 우려는 사라졌다. LG아트센터가 주최하는 기획공연의 경우 33편 중 17편이 매진을 기록하며 평균 매표율이 90%를 상회했고, 개관 후 첫 대관 공연이었던 뮤지컬 ‘영웅’도 역대 최대 매출을 기록했다.
수도권 서부 신규 관객 대거 유입…관객 범위 확대
LG아트센터 서울은 수도권 서부 신규 관객을 대거 유입하며 관객 범위를 수도권 전역으로 확대시킨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1년간 티켓을 1회 이상 구매한 회원들의 데이터를 살펴보면, 공연장이 위치한 서울 강서구에서 온 관객이 가장 많았으며, 이어서 강남구, 마포구, 서초구, 양천구, 송파구, 영등포구 순이었다. 수도권의 경우 경기 고양시, 성남시, 김포시, 수원시, 용인시의 관객들이 상위권을 차지했다. 역삼 LG아트센터에서 비중이 높지 않았던 수도권 서부(강서구, 양천구, 영등포구, 고양시, 김포시)의 관객이 크게 증가한 것으로 드러났다.
관객들의 지역 분포는 공연별로 차이가 분명했다. 뮤지컬 ‘영웅’, 이은결 ‘더 일루션’ 등 가족형 공연의 경우 인근 지역 관객의 비중이 크게 높았으나, 파리 오페라 발레 ‘지젤’, 요안 부르주아 ‘기울어진 사람들’ 등 해외단체 내한공연의 경우 수도권 전역에서 고르게 관객들이 찾아왔다.
눈에 띄는 점은 서울, 경기, 인천을 제외한 비수도권 관객의 비중이 13%로 역삼보다 2배 이상 높아진 점이다. 안도 다다오가 설계한 LG아트센터 서울에 대한 전국적인 인지도가 높아진 점, 김포공항과 가깝고 서울역에서 공항철도로 바로 연결된다는 점이 비수도권 관객의 접근성을 높인 것으로 보인다.
관객의 연령대는 30대(34%), 40대(29%), 20대(20%), 50대(12%), 60대(3%) 순으로 역삼 LG아트센터와 큰 차이가 없었다. 관객 성비는 여성 67%, 남성 33%로, 공연계의 평균적인 남녀관객비율(여성 72% 남성 28%, 인터파크 2019년 공연 결산 자료)에 비해서는 남성 관객이 다소 많은 편이었다.
런던 심포니, 파리 오페라 발레 등 세계적 아티스트 내한 이어져
이처럼 LG아트센터 서울의 안착을 성공적으로 이끈 키워드로는 크게 ‘세계적 아티스트 내한·제작 공연·예술적 건축물’ 3가지가 꼽힌다. 먼저 LG아트센터 서울은 화제의 공연들을 연달아 선보이며 관객들의 관심을 지속시켰다. 개관 공연이었던 ‘사이먼 래틀 & 런던 심포니(피아노 조성진)’ 공연은 티켓 오픈 40초 만에 전석 매진을 기록했다. 런던 심포니를 이끌고 내한한 지휘자 사이먼 래틀은 공연 전 인터뷰에서 “이런 공연장이 한국에 지어졌다는 것에 질투가 난다”고 소감을 밝히기도 했다.
지난해 11월엔 프랑스 안무가 요안 부르주아가 처음으로 내한해 ‘기울어진 사람들’과 ‘오프닝 2’를 선보였다. 특히 요안의 시그니처 작품으로 계단을 오르다 떨어지기를 반복하는 퍼포먼스로 유명한 오프닝 2는 공연 전부터 소셜 미디어를 통해 공유되며 인기를 끌었다.
올해 3월엔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발레단이자 최고 기량을 가진 발레단으로 평가받는 ‘파리 오페라 발레단’이 30년 만에 내한해 대표작인 ‘지젤’을 선보였다. 특히 마지막 공연일 알브레히트 역으로 무대에 섰던 무용수 기욤 디옵이 파리 오페라 발레 최초의 흑인 에투알(수석 무용수)로 지명되면서 감동을 남겼다. 에투알 지명식은 파리 오페라 발레단의 고유한 전통으로, 파리가 아닌 해외에서 이뤄지는 경우는 극히 드물다.
‘파우스트’, ‘나무 위의 군대’ 등 매진행렬… 제작 공연 지속 선보여
LG아트센터가 마곡 이전 이후 활발하게 제작하고 있는 국내 아티스트들의 신작 공연들도 관객의 사랑을 받고 있다. ‘오징어게임’, ‘수리남’ 등을 통해 세계적인 스타가 된 배우 박해수를 비롯해 유인촌, 박은석, 원진아 등 화려한 캐스팅으로 주목받은 양정웅 연출의 ‘파우스트’는 올 상반기 최고의 흥행작이 되었다. 악마 메피스토로 분한 박해수의 열연 속에 1300석의 대극장을 한달 간 매진시키며 매표율 98%를 기록했다.
‘대세 배우’로 일컬어지는 손석구의 9년 만의 연극 복귀작 ‘나무 위의 군대’ 또한 화제를 모았다. 전쟁이 끝난 뒤에도 나무 위에 남아있는 두 병사의 이야기를 담은 이 연극은 7주간의 공연 전 좌석이 일찌감치 매진됐으며, 1주간 공연이 연장되기도 했다.
특히, 객석 형태를 자유자재로 변형할 수 있는 블랙박스 공연장 U+ 스테이지의 존재는 LG아트센터가 더욱 다양한 형태의 공연을 선보일 수 있는 원동력이 되고 있다. 암전 상태에서 헤드셋을 끼고 소리로 극을 체험하는 ‘다크필드 3부작’, 관객이 움직이고 춤을 추며 관람하는 ‘차차차원이 다다른 차원’, 클럽과 공연장의 경계를 허무는 ‘클럽(Club) ARC’ 등 새로운 포맷의 공연들이 이 무대에서 펼쳐졌다.
LG아트센터는 올해부터 창작자들과 경계 없는 협업 프로그램 ‘크리에이터스 박스’라는 기획공연 브랜드를 새롭게 런칭해 창작 플랫폼으로의 역할도 함께 수행하고 있다.
건축물 그 자체로 화제…서울시 건축상 대상 수상하기도
안도 다다오가 ‘튜브’, ‘게이트 아크’, ‘스텝 아트리움’이라고 하는 세 가지 건축 콘셉트로 설계한 LG아트센터 서울은 개관 이후 건축물 자체로 명소가 됐다.
서울식물원 입구에 위치해 풍부한 자연 환경을 함께 누릴 수 있으며, 튜브에서 발향되는 LG아트센터만의 ‘향기 136’, 스무 송이 꽃 모양의 조형물 ‘메도우(MEODW)’, 도넛 모양의 증기 고리를 뿜어 내는 ‘포그 캐논/파사지(Fog Cannon/PASSAGE)’, 대형 미디어 아트 ‘ARK 23.5’ 등 다양한 어트랙션 요소가 추가되면서 공연관객 뿐 아니라 공연장 자체가 주는 예술적 영감을 향유하고자 방문하는 사람이 점점 늘어나고 있다.
LG아트센터 서울은 8월 발표된 ‘서울특별시 건축상’에서 ‘주변 자원을 유기적으로 연결하는 공공성 높은 민간 문화시설’이라는 평가를 받으며 ‘대상’을 수상했다. 서울특별시 건축상은 서울의 공공적 가치를 구현한 건축물 설계자에게 수여하는 상으로, 1979년 1회를 시작으로 올해로 41회를 맞이했다.
건축가 안도 다다오는 3월 LG아트센터 서울 완공 이후 첫 공연장 방문 시 “상상했던 것보다 훨씬 밀도 높은 건축물”이라며 “세계적으로도 이렇게 기업이 만들어 기부하는 공연장, 자연과 연결된 공연장은 찾아보기 어렵다”고 소감을 밝히기도 했다.
LG아트센터 이현정 센터장은 “역삼 LG아트센터를 22년간 운영해 온 스태프들의 노하우와 헌신적인 노력 덕분에 예상보다 빠르게 안정화에 성공할 수 있었다”며 “2024년, 2025년 더욱 흥미롭고 풍성한 작품들로 관객들의 기대에 부응할 예정이며, 특히 내년에는 해외 유명 연출가와 우리나라 탑 배우들이 함께하는 도전적인 연극 작품도 준비 중에 있다”고 밝혔다.
또한, “LG아트센터 서울은 공연 뿐 아니라 다양한 즐길 거리로 방문객에게 영감을 주는 공간”이라며 “수도권 전역 뿐 아니라 전국, 해외에서도 찾아오고 싶은 공연장으로 만들어 나가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 문화경제 김금영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