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759호 김금영⁄ 2023.10.19 14:54:09
한때 ‘먹지 말고 피부에 양보하라’는 광고 카피가 뷰티업계를 휩쓴 바 있다. 그런데 여기에 먹는 것부터 피부에 바르는 것까지, 즉 속부터 겉까지 건강한 뷰티 케어를 위해 한쪽에 양보하지 않고 골고루 모든 제품을 선보이는 회사가 있다. 대표 제품 ‘야쿠르트’로 대변됐던 hy(옛 한국야쿠르트)가 최근 화장품 출시로 라인업을 확대하며 식품기업에서 종합유통전문기업으로 한 걸음 더 나아가고 있다.
혹자는 ‘야쿠르트 회사가 왜 굳이 화장품을?’이라고 생각할지도 모르겠지만, 그 중심엔 50년 이상 프로바이오틱스를 연구하며 자체 개발한 유산균 원료를 다양하게 보유하고 있는 hy의 저력이 자리한다. 프로바이오틱스는 체내 마이크로바이옴(장내 미생물 환경)을 정상화하는 다양한 유산균을 통칭하는데, 꾸준히 섭취하면 장 건강을 비롯해 피부 미용, 면역력 강화에도 도움을 주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에 식품업계뿐 아니라 뷰티업계에서도 그 활용도가 점점 높아지는 추세다.
관련해 보다 자세한 이야기를 hy 서일원 플랫폼소싱팀 팀장에게 들어봤다. 그는 식품부터 화장품, 패션 아이템까지 카테고리를 막론하고 소비자의 니즈 및 국내외 트렌드를 파악해 품질력 높은 상품을 개발하고 좋은 브랜드를 발굴, 소개하는 역할을 맡고 있다.
- ‘윌’ 등 장 건강 중심의 발효유 제품으로 유명한 hy는 프로바이오틱스 연구기술력을 기반으로 ‘쉼’ 등 멘탈 헬스케어까지 건강기능 음료 카테고리를 다양화해왔습니다. 이 가운데 화장품 출시는 다소 의외라는 시선도 있었습니다.
“과거로 거슬러 올라가면 hy와 화장품의 연결고리가 발견됩니다. hy는 1990년대 전성기 시절 1000억 원대의 연 매출을 올렸던 나드리화장품의 관계사로 함께 하며 일찌감치 화장품 DNA를 갖고 있었습니다. hy의 배송 인프라를 담당하는 프레시 매니저(옛 야쿠르트 아줌마) 또한 이때부터 화장품 제품에 대한 이해도를 갖추고 있었고, 4~5년 전부터는 방판(방문 판매) 채널 등을 통해 데일리 케어용 상품인 마스크팩도 판매해 왔어요.
hy의 온라인몰 ‘프레딧’도 점점 카테고리가 다양화되면서 뷰티/생활용품을 선보인 지 약 2년 정도 됐고, 이로 인한 소비자들의 피드백도 어느 정도 쌓여 있었습니다. 그렇기에 고객에게 hy의 화장품은 완전히 생소한 카테고리는 아니었어요.”
- 하루가 멀다 하고 새로운 제품이 나올 정도로 뷰티업계 경쟁이 치열한데 hy가 화장품을 개발할 때 주안점을 둔 부분은?
“hy가 자체 개발한 독자 원료 ‘피부유산균7714’를 적극 활용했습니다. hy는 기존에 구강 섭취를 통해 장으로 들어가 흡수돼 피부 건강에 도움을 주는 유산균 특허를 보유하고 있었는데요. 해당 유산균을 키울 때 나오는 배양물에서도 피부 염증과 자외선에 손상된 피부 회복에 도움을 주는 기능을 발견했습니다. 연구를 거쳐 이 효과를 극대화할 수 있는 피부유산균7714를 개발했고, 좋은 원료를 썩히지 말고 화장품으로 개발하자는 의견을 모았습니다. 그 결과 기존 장에 국한됐던 프로바이오틱스의 활동 영역이 스킨케어까지 확대됐죠.
전문 업체들과의 협업도 거쳤습니다. 화장품은 원료 하나만 갖고 완성되는 것이 아니라, 만약 100가지 성분이 들어갔으면 조합된 완성물의 데이터로 이야기하는 이성적인 제품이거든요. 피부유산균7714를 중심에 두고, 다른 원료들과의 최적의 조합을 거쳐 시너지 효과를 낼 수 있도록 수많은 배합 테스트를 거쳐 화장품을 완성했습니다. 기능성뿐 아니라 안전성에도 각별히 신경 썼습니다. hy는 기존에 몸에 직접 들어가는 식품을 다루는 회사로 출발했기에 이 부분 또한 매우 중요했고 철저하게 검증을 거쳤습니다.”
- 배우 강소라 씨가 제품 기획 단계부터 참여한 것으로 알려졌는데 어떤 역할을 담당했나요?
“유산균을 배합하고 임상하는 전 과정에 참여했어요. 강소라 씨는 hy의 프로바이오틱스 대표 제품군 중 하나인 ‘엠프로(MPRO)’ 모델로 활동하면서 인연을 맺었는데요. 강소라 씨는 제품을 섭취하며 장 건강 개선 등의 효과를 몸소 체감해 프로바이오틱스에 대한 관심이 높아졌는데 이를 기반으로 한 화장품을 만든다고 하니 직접 참여하고 싶다며 의지를 밝혔어요.
평소 강소라 씨는 ‘건강함이 나의 최고의 아름다움’이라는 생각을 갖고 있는데, 이 모토 또한 hy와 맞아 함께 하게 됐습니다. 강소라 씨는 현재 hy의 화장품 모델로도 활동 중인데요. 단순 모델이 아닌 화장품을 공동 개발, 판매하는 파트너로 생각합니다. 현재도 새로운 제품을 개발할 때마다 테스트에 적극 참여하고 피드백도 주고 있어요.”
- 5월 첫 화장품 ‘NK7714 하이퍼 부스팅 앰플’을 선보였습니다. 이 제품의 대표적 특징은?
“피부유산균7714의 중심 기능은 피부 장벽 개선입니다. 피부 관리의 기본이죠. 아무리 좋은 제품을 사용해도 피부 장벽이 건강하지 않으면 성분을 흡수하지 못해 효과를 제대로 볼 수 없거든요. 그래서 어떤 브랜드 라인업도 처음부터 특이한 기능성 제품부터 시작하지 않아요. 피부 장벽 개선부터 시작해 이후 보습과 광채까지 이어지는 기본 스킨케어 라인을 탄탄하게 구축하는 게 중요하죠. NK7714 하이퍼 부스팅 앰플이 바로 그 시작을 알리는 제품입니다.
이중구조 앰플로 사용 직전 뚜껑을 누르면 주요 성분이 섞이는 방식인데요. 시각적으로도 예쁘게 보일 수 있도록 신경썼어요. 핑크빛을 내는 건 프랑스산 쪽잎에서 추출한 천연 원료로, 화학적 염료를 사용하지 않았습니다.
△피부유산균7714를 비롯해 △화상 환자들의 인공 피부를 만드는 성분을 더 작게 쪼갠 ‘제그펩타이드리포좀’ △주름 개선 성분인 ‘아데노신’ △피부 미백 및 잡티 개선에 도움을 주는 ‘글루타치온’과 ‘아스코빌글루코사이드’ △보습 효과를 지닌 ‘나이아산마이드’와 ‘4종 히알루론산’ 등 40가지 성분을 한 병에 담았습니다. 임상전문기관을 통해 인체 피부 일차자극을 시험한 결과, 무자극 판정을 받았고, 98.9% EWG 그린 등급 성분으로 예민한 피부에도 사용 가능합니다.”
- 이어 9월 ‘LETI7714 트리플 리프트-업 안티에이징 크림’을 출시하며 앰플에 이어 크림형 화장품 라인업을 구축했습니다.
“기본 스킨케어를 마친 고객이 흔히 다음에 관심을 보이는 분야가 안티에이징입니다. 이는 외부 활동을 많이 하는 프레시 매니저들의 피드백에서도 발견됐습니다. 피부 노화의 주된 요인으로 자외선으로 인한 피부 손상이 꼽히는데, 손상된 피부를 진정, 회복시키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는 제품 개발의 필요성이 많이 언급됐습니다. NK7714 앰플을 사용한 고객들 사이에서도 수분을 보다 탄탄하게 잡아줄 수 있는 크림에 대한 니즈가 있었고요. 이 의견들을 반영해 LETI7714 크림을 출시했습니다.
피부유산균7714를 활용한 두 번째 제품으로, 고농축 영양크림과 주사기 형태의 부스터로 구성됐습니다. 크림은 안티에이징을 위한 3중 설계가 특징입니다. △차세대 주름개선 성분인 ‘레티노이드’와 ‘바쿠치올’ △식약처 인증 기능성 성분 ‘아데노신’을 황금 비율로 조합했습니다. 부스터는 △피부유산균7714를 함유한 1만 개 이상의 핑크빛 마이크로캡슐로 채워졌는데, 이를 크림에 섞어서 동봉된 기구로 얼굴 전체에 마사지하듯 사용하면 됩니다. 크림을 바를 때 마이크로캡슐 알갱이가 자연스럽게 퍼지면서 피부에 흡수되는 느낌을 받을 수 있어요.
안티에이징을 위해서는 피부의 탄력, 즉 리프팅 효과가 중요한데요. 자외선은 표피 아래 있는 진피의 콜라겐을 파괴해 피부 탄력을 떨어뜨려 노화를 촉진하기 때문에 단순히 피부 겉탄력뿐 아니라 속탄력도 중요합니다. LETI7714 크림은 자외선으로 파괴된 콜라겐의 얼기설기한 구조가 무너지지 않게 겉과 속을 모두 탄탄하게 채워주는 접착제 역할을 합니다. 18종의 인체적용실험을 통해 눈가와 입가, 팔자주름 개선 등의 안티에이징 효과를 확인했습니다.”
- 그간 hy 제품명들은 ‘윌’, ‘쉼’, ‘엠프로’ 등 기억하기 쉬운 케이스가 많았는데 화장품 이름들은 다소 어렵게 느껴지는데요.
“살펴보면 소비자가 브랜드는 인지할지언정 화장품명을 정확하게 기억하는 경우는 생각보다 많지 않아요. ‘갈색병’, ‘녹색병’, ‘보라병’ 등 제품 특징에 따른 별명으로 부를 때가 많고요. NK7714 앰플 또한 ‘강소라 앰플’로 많이 불립니다. 제품 이름을 지을 땐 주요 원료 피부유산균7714에 대한 정보를 정확하게 제공하고, 탄력과 주름개선 등 화장품이 어떤 기능을 지니고 있는지 직관적으로 알 수 있도록 신경썼어요.”
- 화장품 개발 시 고려한 주요 소비자층은 누구인가요?
“과거엔 기능성 화장품은 나이가 든 중년층이 주로 사용한다는 이미지가 있었는데, 현재는 화장품을 비롯해 패션 등 뷰티업계 전반에 인종과 성별을 불문하고 ‘에이지리스(Ageless, 나이를 초월해 자신의 스타일을 추구하는 소비계층)’ 트렌드가 눈에 띕니다. 자신이 보다 효과를 보고 싶어하는 부분에 관심을 갖고 관련 정보를 탐색해 이에 따라 맞춤형 화장품을 찾는 젊은 고객도 많이 늘어났어요.
그래서 특정 연령대만을 노리기보다는 다양한 세대를 아우를 수 있는 제품을 개발하는 데 주안점을 뒀습니다. 다만 제품 구매 부분에서는 1020세대보다 소비력이 있는 3040세대가 가장 높은 호응을 보이고 있어요.”
- 현재까지 화장품에 대한 반응은?
“NK7714 앰플은 출시 2주 만에 판매량 1만 개, 현재(10월 기준) 누적 판매량 3만 개를 돌파했습니다. 예상치를 훨씬 상회해 초도 물량이 빠르게 사라져 출시 한 달만에 리오더가 이뤄졌고요. 기존 4주 단위의 세트 구성뿐 아니라 일주일 동안 사용할 수 있는 소용량 구성도 만들어달라는 요구도 있어 한정 출시로 선보이기도 했습니다. 이어 선보인 LETI7714 크림 또한 5000개 넘게 팔리는 등 출시 초반부터 좋은 반응을 얻고 있습니다. 화장품을 선물용으로 구매하고 싶다는 고객들의 요청으로 프레딧에서는 8월 뷰티 상품을 모은 ‘뷰티 페스타’ 이벤트를 진행했습니다.
제품 사용 후기도 전반적으로 긍정적입니다. 프레딧에는 과장 또는 허위 정보를 막기 위해 제품을 직접 구매한 사람만 후기, 평점을 남길 수 있는데 NK7714 앰플의 경우 첫 출시부터 누적 판매량 2만 개가 넘었을 때까지 평점 5점 만점을 꾸준히 기록했습니다. 제품에 대한 냉정한 평가가 이뤄지는 세태 속 뿌듯한 성과였어요. 화장품을 사용해 본 고객의 재구매율은 20% 이상으로, 5명 중 1명은 다시 제품을 찾고 있습니다. 기억나는 피드백 중엔 ‘피부톤이 맑아졌다’, ‘내일 쌩얼로 출근하려 한다’, ‘건조한 피부가 많이 개선됐다’ 등이 있었고요. 국내 고객뿐 아니라 외국인 고객 또한 제품을 찾고 있습니다.”
- 마케팅적 차원에서는 여타 화장품 전문 회사들과의 차별점을 두기 위해 어떤 활동들을 전개하고 있나요?
“좋은 제품의 정보를 웹사이트나 광고를 통해 선보이는 것도 중요하겠지만, 여전히 고객 사이의 입소문을 통해 알려지는 힘을 무시할 수 없어요. 이때 과장되지 않고 실질적이면서 정확한 정보가 알려지는 것이 중요하죠. 전국에 1만 명이 넘게 활동하고, 고객과의 접점이 높은 프레시 매니저의 활동이 여기서 중요합니다. 단순히 제품을 추천, 배송하는 데 그치지 않고 제품에 대한 이해도가 높아야 제품의 장점을 효과적으로 소개할 수 있습니다.
본격 화장품 론칭 전 부산, 대구, 대전, 서울, 광주에서 관련 세미나를 진행했는데 참여를 원하는 프레시 매니저들의 신청을 자발적으로 받았습니다. 실제 화장품 연구에 참여했던 자사 연구원과 배우 강소라 씨 등도 세미나에 참여했고요. 세미나에서 상세한 책자와 영상 자료를 제공해 프레시 매니저들의 교육 만족도가 높았습니다.
또한 2010년 12월부터 운영 중인 프리미엄 멤버십 서비스 ‘프레딧 클럽’을 통해서도 제품을 소개하고 있습니다. 연회비 3만 5000원을 내면 4만 원 적립금을 지급하고, 매월 20% 할인 쿠폰을 제공하는데 뷰티를 비롯해 푸드 카테고리까지 폭넓게 사용할 수 있습니다. 더 저렴하게 제품을 이용할 수 있는 환경을 제공해 품질력 좋은 제품을 경험하도록 이끌고, 이 경험이 재구매로 이어져 충성 고객을 형성하는 밑거름이 되고 있습니다. 온·오프라인을 넘어 모든 고객이 혜택을 받을 수 있도록 향후에도 다양한 마케팅을 전개하려 합니다.”
- 현재까지 앰플, 크림을 출시했는데 또 어떤 라인업을 계획하고 있나요?
“탄탄한 기초군부터 시작해 화장대를 점차 채워가는 형태로 라인업을 완성해가려 합니다. 피부 관리의 기본이 되는 스킨, 로션, 미스트에도 관심을 두고 있고요. 보다 기능성을 강화한 팩도 개발하려 합니다. 이밖에 헤어, 바디케어 용품을 비롯해 아이라인 등 다양한 제품 개발을 염두에 두고 있습니다.”
- hy 화장품의 추후 목표는?
“브랜드의 생존이 6개월 안에 결정 나는 시대입니다. 특히 트렌드 전환이 빠른 화장품 브랜드는 1~2개월 안에 반짝 생겼다가 금세 사라지기도 해요. 제품을 만드는 것도 어렵지만, 이를 알리고 고객의 재구매를 유도하며 브랜드를 유지하는 과정이 정말 힘들고 어렵죠. 그래서 브랜드를 영속하기보다는 반짝 스타 제품을 팔고 사라지는 현상이 늘어나고 있어요. hy는 화장품 브랜드를 꾸준히 길게 가져가려 합니다. 순간의 상품 판매량에 만족하지 않고 회사의 탄탄한 기술력을 기반으로, 몇십 년 동안 브랜드를 이어가려는 의지와 자신이 있어요.
‘hy표 화장품’은 이제 시작 단계이지만, 미래 성장 가능성을 높게 보고 있어요. 뷰티 카테고리는 단순 미용뿐 아니라 위·장·간·질 건강 등 이너뷰티까지 점점 세분화되고 있는데 hy는 먹는 유산균부터 바르는 유산균까지, 이 모든 분야의 니즈를 충족시킬 수 있는 탄탄한 기술력을 보유하고 있기 때문이죠. 소비자가 믿고 찾는 브랜드로 hy 화장품을 키워나가는 것이 현재 목표입니다.”
< 문화경제 김금영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