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금영⁄ 2023.12.06 09:41:25
아침 체감온도 -14도 안팎의 갑작스러운 영하권 추위에 유행에서 물러났던 롱패딩이 다시 주목받고 있다.
패션계에 뉴트로(뉴+레트로) 바람이 불면서 유행에 민감한 1020세대를 중심으로 푸퍼 스타일의 숏패딩이 인기를 끌었다. 푸퍼는 원래 공기를 품어 몸을 부풀리는 생선인 복어(Puffer)를 뜻하는 말로 솜이나 다운, 구스 등 충전재를 넣어 복어처럼 빵빵하게 부피감이 있는 패딩을 이른다.
여기에 전소미, 한소희, 수지 등 1020세대 사이 핫한 스타들이 해당 패딩들의 모델로 활약하며 더욱 주목받았다. 대표적으로 ‘수지 패딩’으로 알려진 K2 숏다운 ‘씬에어 에이스’를 비롯해 한소희를 내세운 휠라의 ‘밀라노 다운’ 컬렉션, 배우 고윤정을 광고 모델 발탁한 디스커버리 익스페디션의 ‘헤이니 2in1 크롭패딩’, 상업광고 복귀로 화제가 된 이효리 효과를 본 LF의 글로벌 스포츠 브랜드 리복의 ‘펌프 패딩’ 등이 있다.
실제 10~20대가 자주 이용하는 패션플랫폼 ‘지그재그’에 따르면 지난달 기준 숏패딩 판매액은 1년 전보다 145%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학생들 사이에서는 롱패딩은 보온성은 뛰어나지만, 부모 세대가 입는 것으로 인식돼 잘못 입으면 유행에 뒤처진다는 인식으로 롱패딩에 대한 관심은 뒷전으로 밀린 바 있다.
하지만 영하권 추위가 시작되면서 발목까지 내려오는 롱패딩의 인기가 급상승하고 있다. 세계톰보이가 운영하는 여성복 지컷(g-cut)에 따르면 본격적인 추위가 시작된 지난달 24일부터 이달 3일까지 열흘 간 롱패딩 매출이 직전주 동기 대비(11월 14~23일) 100%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기존에 숏패딩이 대부분이었던 에스아이빌리지(S.I.VILLAGE) 내 여성 패딩 카테고리 인기 순위도 같은 기간 롱패딩이 휩쓴 것으로 드러났다. 실제로 현재 에스아이빌리지 내 여성 패딩 카테고리 인기 순위 10위권 내 제품 중 7개가 롱패딩이다.
특히 다양한 스타일링이 어렵다는 지적을 받아 온 롱패딩의 변화가 눈길을 끈다. 어둡고 투박한 디자인이 대부분이었던 롱패딩 대신 올해는 슬림하고 세련된 스타일, 아이보리, 베이지, 카키 등의 밝은 색상이 인기이며 퍼 장식이 가미된 칼라(깃), 목 선을 높게 디자인한 하이넥, 퀼팅 디테일 등이 적용됐다.
여성복 지컷은 올해 숏패딩과 함께 다양한 스타일의 롱패딩을 선보였는데, 그 중 벨티드 퍼 후드 구스다운 패딩이 여성 패딩 매출 1위를 차지했다. 이밖에도 프론트 더블 버튼 구스다운 패딩, 폭스퍼 후드 롱 구스다운 사파리 패딩 등의 롱패딩의 판매가 좋았다.
여성복 보브(VOV, Voice of Voices)의 디태처블 후드 구스다운 트렌치 패딩도 같은 기간 브랜드 내 롱패딩 매출 1위를 차지하며 인기몰이 중이다. 기본적인 롱패딩 디자인이 아닌 트렌치 코트 형태의 패딩으로 독특함을 더했으며 탈부착 가능한 후드가 내장돼 다양한 스타일로 연출할 수 있는 제품이다. 트렌치코트 특유의 소매 버클, 플랩, 더블 버튼, D링 벨트장식이 특징이다.
스튜디오 톰보이(STUDIO TOMBOY)에서 출시한 리버시블 퍼 롱패딩도 상위권을 차지하며 매출이 급속도로 상승 중이다. 이 제품은 양면으로 착용 가능해 제품 하나로 서로 다른 스타일을 완성할 수 있는데, 한 면은 패딩의 느낌으로 다른 한 면은 사파리의 느낌으로 연출할 수 있다. 퍼 장식과 목 부분 안감에 스트라이프 니트 배색 디테일을 넣어 따뜻하면서도 세련된 디자인을 완성시켰다는 설명이다.
신세계인터내셔날 관계자는 “올해는 롱패딩이라도 발목까지 내려오는 투박한 ‘이불패딩’ 대신 슬림한 실루엣을 강조하거나 밝은 색상으로 여성스러움을 가미한 제품들이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면서 “날씨 변화에 맞춰 롱패딩과 숏패딩 기획전을 각각 진행하며 겨울 매출을 극대화하겠다”고 말했다.
소식을 접한 네티즌은 “추운데 장사없다”, “요새는 롱패딩도 예쁘게 나온다”, “숏패딩이든 롱패딩이든 원하는 거 입으면 된다”, “유행보다는 추위 이기는 게 더 중요하다” 등 다양한 반응을 보였다.
< 문화경제 김금영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