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금영⁄ 2023.12.11 09:44:38
홈쇼핑 업계가 불황을 타개하기 위해 연예인, 유튜버 등 인플루언서와 활발히 손잡고 있어 눈길을 끈다.
최근 롯데홈쇼핑엔 유튜버 ‘쯔양’이 등장해 화제가 됐다. 쯔양은 900만 구독자를 확보하고 있는 먹방 유튜버로, 그가 출연하는 영상은 평균 100만~200만 회를 달성할 정도로 인기를 끌고 있다.
롯데홈쇼핑은 1일 쯔양과 손잡고 TV홈쇼핑과 유튜브를 연계한 먹방을 선보이며 함박스테이크를 단독 론칭했다. 쯔양이 TV홈쇼핑에 출연한 건 이번이 처음으로, 이날 방송에서 쯔양은 자신이 운영 중인 레스토랑 ‘원조 쯔양돈까스’의 레시피로 만든 가정간편식 ‘쯔양 갈비 함박스테이크’를 판매했다.
방송 전부터 2000세트 이상 주문이 몰릴 정도로 관심을 받았고, 론칭 당일엔 준비한 물량 5500세트가 65분 만에 완판되는 성과를 거뒀다. 실시간 채팅 ‘바로TV톡’ 참여건수도 일반 식품방송 대비 3배 이상 증가했다. 전체 구매고객 중 3040세대 비중이 40%를 차지하는 등 젊은층 유입도 급증했다. 이날 방송은 TV, 모바일 등 롯데홈쇼핑 판매채널을 비롯해 쯔양의 공식 유튜브에서도 동시 송출됐다.
방송 중 실시간 채팅 창에는 “쯔양을 홈쇼핑 방송에서 보다니 신기하다”, “줄서서 기다려야 하는 맛집 음식을 집에서 즐길 수 있다니 바로 구매해야겠다” 등의 반응이 이어졌다. 롯데홈쇼핑 측은 영향력 있는 인플루언서와 협업한 차별화 상품과 이전에는 기대하지 못했던 먹방 유튜버의 TV홈쇼핑 출연이 긍정적인 성과로 이어진 것으로 평가했다.
박형규 롯데홈쇼핑 식품리빙부문장은 “쯔양과 협업해 가정간편식을 선보이고 먹방을 진행한 결과 고객들의 폭발적인 호응을 얻으며 완판됐다”며 “홈쇼핑 채널에서 콘텐츠커머스의 경쟁력을 확인한 만큼, 앞으로도 고객들에게 차별화 상품을 이색 콘텐츠와 접목시켜 새로운 쇼핑의 재미를 선보여 나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GS샵은 유튜버 박막례 할머니와 손을 잡았다. 120만 구독자를 보유한 박막례 할머니는 2020년 1월 초 ‘박막례 간장게장 만들기’ 영상으로 간장게장 레시피를 선보인 바 있다. 해당 영상은 현재까지 조회 수 약 348만 회, 댓글 1850여 개가 달릴 정도로 좋은 반응을 얻고 있는데, 이 레시피로 만든 간장게장을 홈쇼핑에서 선보인 것.
박막례 할머니는 “내가 느그들 간장게장 담아가꼬 올렸을 때 느그들 얼마나 난리 났었냐, 한 입만 달라고. 느그 어렵다고 한 번도 따라서 안 했지? 그래서 느그가 안 담아서 내가 담아서 내놓은 거 아니야”라며 출시 배경을 설명했고, 지난달 21일 GS샵 TV홈쇼핑을 통해 박막례 간장게장과 양념게장을 선보였다.
GS샵은 국내산 암꽃게를 세척한 뒤 무·양파·대파·멸치 액젓 등을 넣어 두 번 달인 간장을 부어 48시간 숙성한 뒤 냉동했고, 한 마리씩 개별 포장해 선보였다.
박효진 GS샵 푸드팀 MD는 “그동안 요리 솜씨가 좋은 연예인이 TV홈쇼핑에서 간장게장을 선보인 적은 있지만, 유명 인플루언서와 간장게장을 선보이는 것은 처음”이라며 “사전 구매 이벤트에서 이틀 만에 준비수량 2000세트가 모두 매진돼 할머니 인기를 실감했다”고 설명했다. GS샵은 박막례 할머니 게장에 이어 개그우먼 김신영이 론칭하는 ‘코다리조림’을 지난달 28일 선보이기도 했다.
CJ온스타일엔 김치 사업가로도 유명한 방송인 홍진경이 등장했다. 7월 말 CJ온스타일의 대표 프로그램 중 하나인 ‘최화정쇼’를 통해 선보인 ‘홍진경 더김치’는 1시간 동안 1만3000세트가 팔리고, 10억 원에 육박하는 주문 금액을 올리며 김치 카테고리 역대 최고 판매량을 달성했다.
홈쇼핑 업계가 이처럼 인플루언서와의 협업을 다수 선보이는 건 업계 전반에 불어닥친 위기를 타개하기 위한 것으로 풀이된다. 11일 업계에 따르면 한국 홈쇼핑 시장 규모는 2020년 16조2700억 원에서 14조 7460억 원으로 9.4% 줄었다. 올해는 이 규모가 14조 4510억 원, 내년의 경우 14조3070억 원으로 줄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이는 코로나19 사태를 기점으로 유통 생태계가 온라인 중심으로 재편되면서 시청자 감소세를 나타내고 있는 데에 따른 영향이라는 분석이다. 송출 수수료가 매년 늘어나고 있는 것도 부담이다. 한국TV홈쇼핑협회에 따르면, 주요 홈쇼핑업체 7개사(GS·CJ·롯데·현대·NS·공영·홈앤쇼핑)의 지난해 송출 수수료 규모는 1조9065억 원으로 2018년 대비 33.3%나 치솟았다.
실제로 롯데홈쇼핑, 현대홈쇼핑, CJ온스타일의 3분기 매출은 각각 14.3%, 7.4%, 2.9% 줄었다. 위기를 타개하기 위해 홈쇼핑 업계는 인플루언서와의 협업을 늘리는 가운데, 자체 인플루언서를 키우는 움직임도 눈에 띈다. 롯데홈쇼핑은 최근 모바일TV ‘엘라이브’를 통해 청년 크리에이터들이 상품 판매를 진행하는 ‘크크쇼핑(크리에이터와 함께하는 크레이지쇼핑)’을 론칭했다. 청년 크리에이터들이 직접 제작한 상품 체험 영상을 선보인다.
이보현 롯데홈쇼핑 뉴미디어커머스부문장은 “콘텐츠 커머스 강화의 일환으로 신선한 아이디어와 잠재력을 보유한 청년 크리에이터들이 진행하는 모바일 생방송 크크쇼핑을 선보이게 됐다”며 “생활, 뷰티, 가전 등 다양한 상품을 크리에이터들이 직접 제작한 영상과 톡톡 튀는 진행으로 소개하며 기존 방송과는 차별화된 콘텐츠를 선보일 예정”이라고 말했다.
< 문화경제 김금영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