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바쉬 C. 카샵 편집, 허우성-허주형 번역 / 운주사 펴냄 / 876쪽 / 5만 원
달라이 라마는 자기 자신에 대해 “나는 그저 한 명의 승려일 뿐”이라고 말하곤 한다. 그러나 그의 존재를 단지 한 명의 승려뿐으로 보는 사람은 없다. 그의 행보는 세계의 양식 있는 시민들에게 큰 영향을 끼치기 때문이다.
그는 6살 때 제14대 달라이 라마로 즉위한 뒤 티베트에서 벌어진 고난의 역사와 함께해오고 있다. 중국의 티베트 침략 이후 1959년 그는 인도로 망명했으며, 티베트 민족의 염원을 대변하고 전하는 역할을 맡고 있다.
이 책은 인도국가변호사협회의 회장이자 인도 의회인 로크 사바(Lok Sabha)의 의장을 역임한 수바쉬 C. 카샵이 달라이 라마의 글 100편을 모아 엮은 것으로, 달라이 라마의 정치철학을 한 눈에 볼 수 있게 해준다.
티베트인의 이익뿐 아니라 인류의 보편적 가치에 부합하고 발전시키고자 하는 달라이 라마의 정치 철학을 이 책에서 확인할 수 있다.
그의 정치 철학은 민주주의다. 입법, 행정 및 사법 기관들이 지정된 영역 내에서 자유롭게 작동하고, 기본적인 인권과 자유를 보장해야 한다고 주장하기 때문이다. 그는 자신을 포함한 그 어떤 사람의 독단적인 권력에도 반대한다. 당연히 티베트 정치에 민주주의를 도입해오고 있으며, 모든 권력을 이양했다.
그러나 경제 정책에 있어서는 특이하게도 마르크스주의자 또는 사회주의자에 가까운 면모를 그는 보인다. 그 자신이 사회 경제이론에 관한 한 자신은 마르크스주의자라고 말하기도 했다. 가난하고 소외당한 이들을 위한 정의에 입각했기에 그는 이러한 입장을 취하고 있으며, 현실적으로 혼합경제를 통한 발전을 추구한다.
그의 인생은 ①티베트의 종교적, 정치적 지도자로서, ②세계적인 영적 지도자로서, ③불교 승려로서의 사명과 역할을 짊어지는 세 가지로 요약될 수 있다. 티베트 불교의 바탕 위에서 출발하지만 결국 인류 전체의 정치적, 사회적, 도덕적, 영적 사안으로 논의를 넓혀가는 달라이 라마의 면모를 종합적으로 보여주는 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