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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말 쏟아지는 행복한 공연 속 눈에 띄는 창작 뮤지컬 ‘멕베스’

세종문화회관 M씨어터서 30일까지 공연…김덕희 서울시뮤지컬단 단장 “고전 재해석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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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nbnews 김금영⁄ 2023.12.18 16:51:31

셰익스피어 원작 ‘멕베스’의 창작 뮤지컬 공연 장면. 멕베스 역의 배우 성태진(왼쪽), 부인 멕버니 역의 유미가 열연 중이다. 사진=세종문화회관

세종문화회관(사장 안호상)과 최정예 창작진이 의기투합한 셰익스피어 원작 ‘멕베스’의 창작 뮤지컬이 연말 무대를 채우고 있다.

셰익스피어의 4대 비극 중 하나인 ‘멕베스’는 욕망에 잠식돼 점차 파멸돼가는 멕베스의 이야기를 그린다. 다만 창작 뮤지컬 ‘멕베스’는 멕베스를 고전 속 악인이 아닌, 고뇌하는 한 인간으로 그려내며 차별점을 뒀다.

열세한 전장에서 승리를 거두고 돌아왔음에도 합당한 대가를 받지 못한 멕베스가 갖게 되는 왕위에의 욕망에 어느 정도의 정당성과 공감을 부여해 과연 멕베스의 욕망이 나쁘기만 한 것인지 끊임없이 질문을 던진다.

또 맥베스가 번뇌하는 과정 속 그의 아내 맥버니는 자신의 탐욕을 맥베스를 통해 실현하는 극의 히로인으로 등장한다. 둘의 암투와 욕망은 탄탄한 셰익스피어의 서사와 모던한 각색 안에서 관객을 새로운 뮤지컬 장르 ‘왕실 느와르’로 이끈다.

본 공연 시작 전 진행되는 창작 뮤지컬 ‘멕베스’ 프리쇼 장면. 사진=세종문화회관

관련해 김덕희 서울시뮤지컬단 단장은 “악인이 주인공인 뮤지컬에서 코러스를 서사극적으로 활용함으로써 관객으로 하여금 맥베스에 대한 감정몰입과 거리두기가 모두 가능하도록 시도했다”고 밝혔다.

특히 눈길을 끄는 건 배우들이 한껏 과장된 표정과 몸짓으로 왕관을 갖고 노는 프리쇼다. 이때만큼은 어떤 노래도, 대사도, 정형화된 춤도 등장하지 않는다. 오직 날것의 움직임이 무대를 채운다.

조윤지 연출은 “발리를 갔을 때 한 오래된 사원에 갔는데 낮엔 관광객이 많았으나, 퇴장 시간이 되자 사람들이 하나둘 떠나고 그 자리를 마치 원래 주인인 양 행세하는 원숭이들의 모습에서 기이한 감각을 느꼈다. 먼 옛날 해당 사원엔 주인이 있고, 이를 둘러싼 여러 욕망들도 많았을 것이다. 하지만 결국 현재는 이런 것들에 관심 없는 원숭이들이 사원을 차지했다”며 “프리쇼에서도 마치 원숭이처럼 등장하는 배우들은 멕베스를 비롯해 그토록 극 중 인물들이 갖고 싶어하는 왕관을 던지고 논다. 왕관 하나를 갖겠다고 서로 죽고 죽이는 인물들을 바라보는 허무한 감각을 마치 사원의 원숭이와도 같은 존재들의 움직임으로 보여주고 싶었다”고 설명했다.

 

음악 또한 뮤지컬 ‘멕베스’가 보여줄 수 있는 원작과의 차별점이다. 맥베스의 음악 장르는 맥베스와 맥버니를 죽음의 소용돌이로 끌고 가기에 좋은 욕망의 왈츠를 포함해 처연한 발라드, 행진곡, 대관식 찬가, 원시적 리듬의 월드뮤직까지 다양하다. 박천휘 작곡가는 “셰익스피어의 작품의 매력은 워낙 모두가 다 안다. 그래서 더 도전하기 어려운 작품이다. 특히 연극 아닌 뮤지컬로 바꾸는 과정에서 원작의 대사들을 매력적인 음악으로 바꿔야 하는 어려움도 있었다”며 “변칙적인 박자와 홀수박의 불규칙성을 통해 긴장감을 만들고자 했다”고 말했다.

창작 뮤지컬 ‘멕베스’는 멕베스를 고전 속 악인이 아닌, 고뇌하는 한 인간으로 그려내며 차별점을 뒀다. 사진=세종문화회관

이에 맞춘 배우들의 열연도 눈길을 끈다. 멕버니 역을 맡은 이아름솔, 유미 배우는 “처음 곡을 연습했을 때 멕버니가 부르는 노래의 음역대가 굉장히 폭넓고 또 높아 어려웠따. 하지만 처절하게 욕망을 부르짖는 멕버니의 정서가 잘 묻어나는 음역대이기에 이겨내려고 노력했다”며 “드라마와 잘 어우러지며 멕버니의 심리를 증폭시킬 수 있는 드라마틱한 선율이 무대에 이어진다”고 말했다.

멕베스의 액션 연기도 등장한다. 멕베스를 연기하는 성태준, 한일경 배우는 “기존 알고 있던 멕베스와 다른 부분이 많아서 대본을 보고 흥미롭다고 생각했다. 막상 임하니 어려운 부분도 많았지만, 재미있는 부분도 많다”며 “너무나 사랑받는 고전을 건드린다는 부담감도 없지 않아 있었지만 복잡한 큐브도 불규칙 속 다양한 정렬이 있듯 색다른 시선으로 멕베스를 바라보고 연기하려 했다”고 말했다.

원형 경기장 아레나를 형상케 하는 무대 연출은 무대 전환을 최대한 자제하고 몰입감을 더한다. 또 맥베스와 맥버니의 악행을 무대 위에서 또 다른 시선으로 바라보게 하는 연출적 도구로도 활용된다.

김덕희 서울시뮤지컬단 단장. 사진=세종문화회관

주제의식은 그대로 담았지만, 달라진 엔딩은 뮤지컬 ‘맥베스’를 관람한 관객에게 여운을 남긴다. 김은성 작가는 “신화적인 장치를 덜어내고, 현대적인 인간관계의 결말을 보다 보여주려 하다 보니 느와르 장르 식의 마무리가 됐다”며 “하지만 근본 메시지는 동일하다. 셰익스피어 원작에서 ‘욕망이 용기를 만드는 자리. 그 자리를 탐하게 되면 비극으로 이어지고 반복될 수밖에 없다’는 굴레의 여운을 주는 대사가 나오는데 뮤지컬 또한 이를 강조하는 방식으로 각색했다”고 말했다.

연말 행복한 공연이 가득 쏟아지는 공연계에서 ‘멕베스’는 어찌 보면 가장 눈에 띄는 작품이기도 하다.

김덕희 단장은 “창작 뮤지컬에 바람이 있다면 다양성이다. 프리쇼를 비롯해 뮤지컬 ‘멕베스’는 기존 뮤지컬과 다른 시도를 다양하게 보여준다. 연말에 따뜻한 공연들이 쏟아지지만 이처럼 다양성을 추구하는 관객의 취향도 분명히 존재하고, 멕베스는 여기에 부합하는 공연”이라며 “또한 시대가 바뀌어도 변하지 않는 고전의 힘, 거기에 현대적 각색, 음악, 연출을 더한 뮤지컬 ‘맥베스’는 충분히 매력적이다. 셰익스피어 작품을 연극 등으로 진지하게 접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부담없이 관람할 수 있는 뮤지컬로도 접할 수 있는 기회다. 무게를 좀 내려놓고 즐겁게 공연을 관람하길 바란다”고 말했다.

한편 2일 첫 공연을 매진시키며 흥행하고 있는 뮤지컬 ‘멕베스’는 세종문화회관 M씨어터에서 20일까지 공연된다.

< 문화경제 김금영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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뮤지컬  세종문화회관  서울시뮤지컬단  멕베스  안호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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