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원석⁄ 2023.12.20 18:16:09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내년 말 2%선에 근접하며 오름세가 점차 둔화될 것이란 전망이 나왔다. 다만 국제유가와 국내외 경기 등과 관련된 불확실성이 높은 상황이다.
20일 한국은행(한은)은 ‘물가안정목표 운영상황 점검(2023년 12월)’ 보고서에서 내년 하반기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2.3%로 전망된다며 이같이 밝혔다.
구체적으로는 소비자물가 상승률(전년동기대비) 전망치를 2024년 상반기 3.0%(근원물가 2.6%)·하반기 2.3%(2.1%), 2025년 상반기 2.1%(2.0%)로 제시했다.
한은 보고서를 통해 “물가상승률은 유가가 다시 크게 상승하지 않는다면 수요측 압력이 약화된 가운데 공급충격의 영향도 점차 줄어들면서 둔화 흐름을 이어갈 것이지만 속도는 완만할 것”이라면서 “향후 국제유가 추이, 국내외 경기 흐름, 누적된 비용압력의 영향 등과 관련된 불확실성이 높다”고 전망했다.
한은은 하방리스크로 ▲국내외 수요부진 심화 ▲유가 하락 등을, 상방리스크로는 ▲중동사태 등 지정학적 불안 고조에 따른 유가 재급등 ▲비용압력 파급영향 강화 ▲기상이변 등을 꼽았다.
한은은 내년에 양호한 고용상황이 이어지는 가운데 가계의 실질구매력이 점차 개선될 것이라며 향후 민간소비 등 내수 측면에서의 물가압력은 크지 않을 것으로 내다봤다. 다만 통화 긴축의 영향이 지속되며 회복세는 완만할 것으로 봤다.
정부정책 측면에서는 전기‧도시가스 요금의 점진적 인상과 유류세 인하조치 환원될 경우 등이 내년 물가 상승 둔화 흐름을 더디게 하는 요인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있다고 한은은 분석했다.
2019년 이후 0%대에 머물던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2021년 2.5%, 지난해 5.1%로 급등하며 물가안정목표인 2%를 웃돌았다. 특히 지난해 소비자물가는 IMF 외환위기 직후인 1998년(7.5%) 이후 24년 만에 가장 높은 수준을 나타냈다.
한은은 “올해 소비자물가는 연간(1~11월) 기준 전년 같은 기간보다 3.6% 상승해 오름세가 지속되고 있으나 지난해에 비해 둔화했다”면서 “근원물가 상승률(식료품‧에너지 제외 기준)도 지난해 말 이후 완만한 둔화 흐름을 지속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한은에 따르면 지난 2년간 물가 급등을 주도했던 유가와 국제곡물가 등 원자재 가격이 지난해 중반 이후 낮아지며 주요국 물가상승률은 둔화되고 있다. 국제유가는 OPEC(석유수출국기구)와 비(非) OPEC 산유국 협의체인 ‘OPEC+’의 감산 연장과 이스라엘‧하마스 전쟁 영향으로 9~10월 90달러를 웃도는 수준으로 높아졌다. 하지만 최근 중동사태 확산 가능성이 축소되고, 글로벌 수요부진 우려 등으로 70달러대 중반으로 다시 낮아졌다. 설탕을 제외한 국제식량가격도 곡물을 중심으로 지난해 중반 이후 하락세를 지속했다.
한편 이창용 한은 총재는 이날 열린 물가안정목표 운영상황 점검 관련 기자간담회에서 “국제유가 등 원자재가격의 향후 추이와 관련한 불확실성이 큰 가운데 누적된 비용인상 압력의 영향이 지속되고 있고 노동비용도 여전히 높은 상황”이라며 “인플레이션을 목표 수준으로 되돌리기 위한 ‘라스트 마일(last mile)’은 지금까지보다 쉽지 않을 수도 있다”고 말했다.
이 총재는 물가 목표 2%를 달성하기 위한 마지막 단계인 ‘라스트 마일’에 대해서 “지난주 미 연준과 유럽중앙은행이 최근의 인플레이션 둔화 흐름을 반영해 물가 전망을 하향 조정하면서도 여전히 인플레이션에 대한 경계심을 늦추지 않고 있는 점도 ‘라스트 마일’의 어려움을 반영한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전했다.
이 총재는 “올 한 해를 되돌아보면 인플레이션 둔화 과정에 상당한 진전이 있었다”며 “지난해 7월 6.3%까지 높아졌던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올해 11월 중 3.3%로 크게 둔화했으며 근원인플레이션도 지난해 11월 4.2%에서 지난달 2.9%로 낮아졌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이 총재는 “금리 인상의 영향이 지속되면서 물가 둔화 흐름이 이어질 것으로 보이지만, 여전히 목표 수준을 크게 웃도는 물가 오름세가 지속되고 있어 인플레이션에 대한 긴장을 늦추기에는 아직 이른 것으로 판단된다”고 진단했다.
미국의 금리 인하에 대한 기대감이 커지는데 대해 이 총재는 “제롬 파월 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 의장의 언급은 금리를 더 올리지 않더라도 현 수준을 유지하면서 오래가면 상당히 긴축적인 효과를 가질 것이라는 (말로) 해석한다”면서 “(미 연준이) 인하 논의를 본격적으로 시사한 것은 아닐 수 있다고 조심스럽게 관측한다”고 말했다.
<문화경제 한원석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