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762호 김금영⁄ 2023.12.21 10:39:22
매주 서울옥션 홈페이지에선 오프라인 경매현장에서 드는 패들 못지않은 응찰 경쟁이 뜨겁다. 2014년 ‘이비드 나우(eBid Now)’ 온라인 경매를 론칭하고, 2016년 온라인 경매에 특화된 자회사 서울옥션 블루를 설립한 서울옥션은 오프라인뿐 아니라 온라인 경매 또한 활발히 진행하고 있다.
특히 최근엔 3040세대 ‘영 컬렉터’의 안목을 살펴보는 온라인 기획 경매 ‘컬렉터스 룸’(컬렉터의 방)을 진행해 눈길을 끌었다. ‘컬렉터의 수장고를 들여다본다’는 테마의 이 경매는 현 미술시장의 중심인 5060세대 컬렉터가 아닌, 미래 시장을 이끌 주요 컬렉터로 성장 중인 영 컬렉터의 안목을 미리 살펴볼 수 있는 자리로, 이들의 작품 컬렉팅 스토리를 공유할 수 있는 오프닝 행사, 프라이빗 세일도 함께 진행했다.
이 경매를 기획한 서울옥션 온라인경매팀 정태희 팀장을 만났다. 2014년 서울옥션에 입사해 다양한 온라인 경매를 기획하고, 현장에서 경매사로도 활동하고 있는 그는 “이번 컬렉터스 룸을 통해 3040세대 컬렉터의 다양한 취향과 성향을 확인할 수 있었다”고 짚었다.
- 현재 소속돼 있는 온라인경매팀은 어떤 역할을 수행하고 있나요?
“서울옥션은 크게 세계적 거장이나 유명 작가의 작품 등 고가의 미술품을 주로 다루는 오프라인 메이저 경매, 그리고 오프라인 경매에서 선보이지 못한 신선한 작품들을 다양하게 선보이는 온라인 경매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새 작가 발굴 및 신뢰성 향상을 위해 재능 있는 젊은 작가들의 작품을 모은 기획전도 온라인 경매에 2~3개월에 한 번씩 선보이고 있고요.
오프라인과 온라인 경매는 각각의 성격에 맞춰 국내외 작가들의 작품을 한쪽에 치우치지 않고 다방면으로 만나볼 수 있도록 하며 시너지 효과를 내고 있습니다. 한 예로 지난 9월 세계적 아트페어 프리즈, 키아프 주간에 많은 해외 컬렉터가 한국을 찾았는데요. 당시 서울옥션 강남센터 5~6층에 이우환, 쿠사마 야요이 등 미술계 거장들의 작품을 모은 특별전을, 온라인을 통해선 한국 회화의 미래를 이끌어갈 젊은 작가를 조명하는 ‘뉴앤넥스트: 회화의 미래’ 경매를 진행해 컬렉터들의 다양한 수요를 맞출 수 있도록 꾸렸습니다.
해외에서는 많은 옥션 하우스가 온라인 경매 채널을 운영하는데, 온라인 플랫폼상에서만 비즈니스가 이뤄지는 경우가 많습니다. 한국에서는 온라인 경매에서 작품 정보를 확인하는 데 그치지 않고, 이를 직접 보고 싶어 하는 경우가 많아 서울옥션 강남센터를 활용해 프리뷰 전시를 선보이기도 합니다. 이를 위해서 온라인경매팀도 다방면으로 협력하고 있습니다.”
- 최근 3040세대 영 컬렉터의 수장고를 들여다보는 온라인 기획 경매 컬렉터스 룸을 진행했는데, 기획 배경은?
“기존 메이저 경매의 주요 타깃은 자본력을 갖춘 5060세대 컬렉터로, 작품 수급 또한 이에 맞춰 이뤄지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이 가운데 미술시장이 근 2~3년 동안 호황기를 겪으며 새로운 컬렉터가 많이 진입했고, 이중 특히 3040세대가 도드라졌습니다. 서울옥션에서도 2021~2022년 3040세대 컬렉터의 회원 가입이 많이 늘었습니다. 하지만 세계 유수 경매 회사들이 이들에게 관심을 보이고 주목하는 자리는 그간 거의 없었습니다. 이들 또한 자신들이 수집한 작품을 재판매할 때 경매 회사를 거치기보다는 개인 간 거래, 또는 3040세대 컬렉터들이 모인 온라인 커뮤니티 등을 주로 이용했지, 대중에게 자신들의 수집품을 소개할 기회는 없었다고 입을 모았습니다.
이 현상을 바라보며 ‘뉴 컬렉터 그룹도 분명 미술시장에서 어떤 역할을 할 수 있을텐데 그간 방치됐던 것이 아닐까’, ‘그들은 어떤 사연을 갖고 무슨 목적으로 작품 수집을 시작했을까’, ‘그들이 관심을 갖는 작가는 누구일까’ 궁금해졌고, 이것이 컬렉터스 룸의 출발점이었습니다.”
- 3040세대 영 컬렉터들의 작품 수집 목적·방법에서 어떤 특징이 읽혔나요?
“‘이 작가의 작품 가격이 몇 년 안에 눈에 띄게 오를 것’이라는 등 투자적 관점에서 접근하는 경우는 생각보다 많지 않았습니다. 그보다는 ‘한국에 현재 잘 알려지지 않는 이 작가의 작품을 내가 먼저 선점한다’는 희소성 가치를 중요시하고, 여기서 뿌듯함과 성취감을 느끼는 경향이 눈에 띄었습니다. 마치 숨겨진 보물을 발굴하는 탐험가가 된 것처럼요.
이를 위해 작가 정보를 알아보는 방식도 앞선 세대와 차이점을 보였습니다. 앞선 세대는 주로 자신과 관계를 맺은 갤러리, 경매 회사 등을 통해 정보를 접했다면, 디지털 환경에서 태어나고 자란 이들은 온라인 플랫폼, 사회관계망서비스(SNS) 등을 활용해 국내뿐 아니라 해외 작가 또는 갤러리의 정보를 알아보고 공부한 뒤 직접 연락까지 하는 등 적극적인 태도를 취했습니다. 이는 통계로도 확인됩니다. 미술시장 전문 연구소 아트 이코노믹스가 발표한 자료집에 따르면, 컬렉터들의 32%가 ‘누구의 조언을 따르지 않고 온라인상에서 알아서 작품을 구매했다’고 답했습니다.”
- 영 컬레터는 주로 어떤 작가, 작품에 관심을 보이고 있나요?
“취향도 다양했습니다. 기성 컬렉터층은 투자적인 관점에서 안정적인 작품을 택하거나 추천을 받는 경향이 많았습니다. 예컨대 단색화 열풍이 불 때는 이우환, 윤형근, 하종현 등 이름만 대도 누구나 알만한 유명 작가들, 가치를 안정적으로 인정받을 수 있는 거장들의 작품이 인기를 끌었죠.
반면 영 컬렉터층은 이런 정보들을 인지하고는 있지만, 굳이 유행, 흐름을 따라가지 않는 사례가 많았습니다. 그보다는 근 몇 년 안에 수집한 작품을 되팔 생각 없이 현재는 주목받지 않더라도 장기적인 관점에서 작가의 미래 성장 가능성을 보고 접근하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스스로의 취향에 맞는 작가를 찾는 성향도 강했습니다. 이에 따라 만화같이 알록달록한 캐릭터가 도드라지거나 거친 느낌의 스트리트 아트 등 여러 장르의 작품들이 골고루 주목받았고요. 컬렉터스 룸 기획 당시 다양한 영 컬렉터들을 만나 인터뷰를 진행했는데요. 한 컬렉터의 경우 아이처럼 순수한 캐릭터 그림을 좋아해 관련 작품을 찾아 수집하다가 결혼 10년 차에 손꼽아 기다리던 아이가 생겨 예상치 못하게 컬렉팅에 더 재미를 느낀 경우도 있었습니다.”
- 컬렉터스 룸 기획 시 출품작 선정 및 가격 책정은 어떻게 이뤄졌나요?
“출품작 선정 시 다양한 수집품 중 한국 경매시장에서 한 번도 선보이지 않았던 신선한 작품들을 선보이는 데 주안점을 두고 컬렉터와 논의를 거쳤습니다. 덕분에 저도 몰랐던 작가들의 작품들을 많이 접하는 기회가 됐습니다.
하지만 그렇다보니 가격 책정 시 출품작 중 기존 미술시장에 나와 있는 데이터가 없는 경우도 있었습니다. 이때 비슷한 또래의 젊은 작가들의 작품 가격을 기준으로 잡아야 할지, 아니면 희소가치 등을 고려해 너무 가격을 내리지 않고 실험적인 시도를 해봐야 하나 고민하다가 평소와 달리 과감하게 후자 쪽을 택해 진행해 봤습니다. 작품 출처나 진품 감정도 철저히 거쳤고요. 12월 13일까지 서울옥션 홈페이지를 통해 응찰을 받았습니다.”
- 컬렉터스 룸은 온라인 경매뿐 아니라 프라이빗 세일, 오프닝 파티까지 다양한 방식으로 진행됐는데 특별한 이유가 있나요?
“보다 다양한 작품을 접할 수 있는 경험을 다각도로 제공하고 싶었습니다. 온라인 경매엔 박서보, 심문섭, 장승택, 멜 보크너, 니얼 캠벨 등 국내외 유명 작가의 작품 50점을 선보였고요. 이보다 좀 더 가격대가 높은 작품들 40점은 프라이빗 세일을 통해 선보였습니다. 프라이빗 세일에 출품되는 작품들 이미지 노출은 홈페이지에서 쉽지 않아 이를 직접 접하고 다른 미술 애호가들과 교류할 수 있는 오프닝 파티를 마련했습니다.
특히 이번 파티엔 주류 수입회사 비이엑스 스피리츠 코리아가 함께 했습니다. 기존엔 기업의 후원, 협찬을 받을 경우 경매 도록에 기업의 이름이 들어가는 정도에 그치는 경우가 대부분이었는데요. 이런 형식적인 협업보다는 보다 재미있는 볼거리, 놀거리를 제공하면 컬렉터의 관심과 참여가 더 높아질 것이라 판단했습니다. 이에 파티 현장에 비이엑스 스피리츠 코리아의 부스를 만들어 ‘1792 버번 위스키’ 등 주류를 제공하며 예술과 함께 즐기는 장을 마련했습니다.”
- 컬렉터스 룸에 대한 사람들의 반응은 어땠나요?
“프라이빗 세일과 온라인 경매를 병행하고 파티까지 함께 연 시도가 거의 없었기에 걱정도 됐는데, 250명이 넘는 미술 애호가들이 찾아와 성황을 이뤘습니다. 국내 미술시장에 잘 소개되지 않았던 출품작들 또한 신선했다는 평가를 받았습니다. 프라이빗 세일엔 작품들 문의가 특히 많이 이어졌습니다. 이중 해외 활동을 활발하게 이어가고 있는 한국의 젊은 작가들에 대한 관심이 높았고, 관련 작품들도 몇몇 팔려 이에 대한 수요를 체감했습니다.
컬렉터 입장에서도 경매 회사를 통한 작품 판매는 이번이 처음인 분들이 많았는데요. 이들에게도 이번 경험을 통해 어떤 의미를 심어줄 수 있을까 고민하다가 경매의 위탁수익금 일부를 좋은 일에 써보자고 제안했고, 흔쾌히 동의의 뜻을 받았습니다. 이에 따라 경매 위탁수익금 일부는 국외 소재 한국 문화유산의 환수 지원 및 보존 복원 사업을 지원하는 데 사용될 예정입니다. 컬렉터에게 첫 경매 참여에 대한 좋은 기억을 심어주고, 이를 발판삼아 앞으로 서로 좋은 작가, 작품에 대한 정보를 교류하는 장이 보다 확대되기를 바랍니다.”
- 컬렉터스 룸은 영 컬렉터의 스토리와 성향을 살펴볼 수 있는 장이었는데요. 영 컬렉터를 비롯해 아트 컬렉팅에 막 입문한 초보 컬렉터들에게 작품 구매 시 어떤 조언을 해주고 있나요?
“작품 구매 시 어떤 관점으로 접근할 것인지부터가 시작입니다. 심미적 관점을 비롯해 젊은 작가의 미래 가능성을 보고 같이 성장하는 과정에서 느끼는 만족감도 있을 것이고, 또 어떤 분들은 투자 목적도 있겠죠.
그런데 저는 첫 컬렉팅을 하는 분들에겐 자신에게 감동을 주는 작품을 사는 게 중요하다고 조언합니다. 미술의 제1가치는 삶에 만족도를 주는 심미적 관점에서 비롯된다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처음부터 투자 목적을 내세우기보다는 자신이 마음에 들고, 감동을 받는 작품 컬렉팅을 시작하고, 이 경험이 축적되다 보면 미술시장의 흐름도 점점 보이고, 작품을 보는 자신만의 관점도 생겨 그때부터 보다 다양한 결로 자신만의 컬렉션을 꾸릴 수 있습니다.
가격대는 처음부터 무리해서 고가의 작품에 접근하기보다는 자신의 예산을 고려해야 하는데 평균적으로 500만 원대 내외, 비싸면 2000만 원대의 범위까지 추천하는 편입니다. 현재는 2~3년 전처럼 미술시장 호황기가 아니어서 작품 가격이 조금씩 오르고 있는 작가들, 혹은 최근 갤러리 전시에서 작품이 솔드아웃 되고 있는 작가들의 작품에도 주목하는 게 좋습니다.
경매회사를 통해 컬렉팅을 시작하고 싶은 분들은 회원가입을 하면 담당자가 배정됩니다. 첫 컬렉팅 시 현재 사고 싶은 작품을 놓칠까 봐 염려하는 경우가 많는데요. 각 담당자가 해당 작품이 경매에 어느 정도 빈도로 나오고, 다음 경매에 대기 작품이 있는지, 또 다른 추천 작품이 있는지 등을 상담해주기에 무리해서 작품 구매를 강행할 필요가 없습니다. 지속적인 커뮤니케이션을 통해 자신만의 컬렉션을 꾸려가는 과정이 중요합니다.”
- 본인 또한 미술계에 입문했던 시절이 있었을 텐데요. 경제학과를 졸업해 미술에 관심을 가진 계기는?
“원래는 기자가 되고 싶었어요(웃음). 저 때는 인문계 고등학교를 다닌 대부분의 학생들은 경제학과를 지원했고 저도 자연스럽게 이 흐름에 올라탔어요. 어렸을 때부터 전시도 나름 많이 보러 다니곤 했지만 이를 제대로 공부해볼 생각은 없었는데 ‘왜’라는 질문이 저를 뒤흔들었어요. 경제학과에서는 수요와 공급의 논리에 따른 계산이 중요하지, ‘왜’라는 질문을 잘 하지 않았거든요. 그런데 어느 순간 ‘내가 왜 이걸 공부하고 있지’ 의문이 생기더라고요. 그 와중 교양학점을 받기 위해 회화과 미술사 수업을 들었는데, 작가들의 다양한 사고방식과 이들이 던지는 질문 그리고 스스로에게 품는 의문들이 흥미로웠어요.
더 공부하고 싶은 생각에 대학원을 가야겠다고 마음을 먹었는데 당시 주변에서 ‘경제학과 나와 전공을 살려 순탄하게 먹고 살 수 있는 길을 뒤로 하고 왜 험한 길을 택하려 하냐’고 많이들 말렸어요. 그런데 더 오기가 생기더라고요. 그길로 아르바이트를 해 150만 원을 모아 경유 10시간을 거쳐 파리로 무작정 떠났어요. 한인 사이트를 통해 저렴한 가격에 방을 빌려 한 달 정도 있었는데요. 엄청 고생했는데 ‘그럼에도 이길을 가봐야겠다’ 마음이 굳혀지더군요. 이후 귀국해 대학원에 진학해 미술을 공부했어요. 한 번도 전문적으로 배워본 적이 없는 분야라 어려웠지만, 제가 이를 잘 이해해 미술을 어려워하는 대중에게 조금 더 쉽게 전달할 수 있는 방식으로 일을 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고, 그 마음이 저를 현재까지 이끌었습니다.”
- 경매사로도 활동 중이죠. 제일 많이 듣는 질문은 뭔가요?
“작품 감정은 어떻게 하는지, 작품 가격 평가는 어떻게 하는지, 어떤 작품이 왜 경매에 나가지 못하는지 등의 질문이 많았고요. 경매사는 어떻게 되는 거냐는 질문도 많이 받았어요. 저 또한 첫 경매 때는 정말 많이 떨렸는데, 지금은 스스로에 대한 믿음이 있고, 선배, 동료 경매사의 조언도 받아 서로 호흡을 맞춰 잘 이끌어가고 있습니다.
온라인경매팀 그리고 경매사로서의 역할 모두 특별한 매력이 있어요. 온라인경매팀에서는 매주 홈페이지에서 경매를 진행하면서 ‘우리가 짜놓은 구성이 과연 사람들에게 설득력이 있을까’ 고민하고, 나름의 초조함도 있는데요. 기다림의 미학 뒤 찾아오는 응찰의 순간엔 짜릿함이 큽니다. 현장에 서는 경매사로서는 작품에 대한 사람들의 관심이 눈에 직접적으로 보여 격양되고 생동감이 느껴집니다. 현장 분위기를 잘 유도해 좋은 작품에 컬렉터들의 패들이 올라가는 순간 희열도 느끼고요. 컬렉터와의 직접적 교감도 많이 이뤄집니다.”
- 앞으로 3040세대 영 컬렉터는 미술시장에서 어떤 역할을 하게 될까요?
“시장 규모의 차이는 있지만, 외국 미술시장을 견줘 이야기 드릴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미국 현대미술 시장 성장의 기반엔 예술가 앤디 워홀 이후로 팝아트가 대중에게 설득력 있게 접근되는 과정도 영향이 있었습니다. 앞선 세대에 팝아트는 낯설었지만, 1960~1970년대 팝아트에 관심을 보이던 젊은 컬렉터 층이 2000년대 와서 그림을 구매할 수 있는 자산이 생기면서 컬렉팅을 활발하게 하기 시작했고, 앤디 워홀을 비롯해 장 미쉘 바스키아 등 팝아트 작가의 작품이 미술시장에서 높은 평가를 받게 됐죠. 이것이 현재 미술시장의 중심을 구성하고 있는 5060세대가 거쳐 온 과정입니다.
현재 한국 미술시장을 휩쓸고 있는 박수근, 김환기 등 거장의 작품들 또한 5060세대가 초보 컬렉터였던 시절부터 그들의 눈에 익었던 작품이었습니다. 컬렉터는 시대상이 반영된, 또한 본인들의 삶이 녹아 들어간 작품들에 영향을 받아 컬렉션을 하게 되는데, 이에 따라 단색화가 주목받았었죠. 현재는 각자의 개성을 추구하는 3040세대 컬렉터가 컬러풀하면서도 감각적인 패션 브랜드의 영향을 받은 이미지들, 일러스트 같은 팝적인 요소의 작품들에 관심을 보이고 있습니다. 세월이 흘러 이들이 미술시장의 중심축으로 성장하면 또 새로운 장르의 작품들이 미래 사랑받을 것이라 생각됩니다.
실제로 이들은 이미 미술시장에 영향을 미치기 시작했습니다. 3040세대 컬렉터가 디지털 환경에 빠르게 대응하면서 온라인상 작품 구매는 낯설지 않은, 일상의 하나로 들어왔고요. 이 흐름에 맞춰 경매 회사들도 과거처럼 오프라인 메이저 경매에만 힘을 쏟지 않고 온라인 경매를 다양하게 기획, 늘려가고 있습니다.
이에 따라 한국 미술시장도 세계에 영향력을 넓혀가고 있습니다. 세계적 아트페어 프리즈도 한국에 상륙했고, 해외의 큰 이슈가 바로 한국에 영향을 주며, 해외의 유명 갤러리가 국내에 들어오거나, 반대로 국내 갤러리도 해외 곳곳에 진출하고 있죠. 향후 5~10년 내엔 더 많은 변화가 이뤄져 한국미술 시장의 외연이 넓어지고 공부할 것도 더 많아질 것입니다.”
- 컬렉터스 룸과 같이 3040세대 컬렉터가 주가 된 경매 등을 또 계획하고 있는 게 있나요?
“컬렉터스 룸 경매는 내년에도 추진할 생각이고요. 오프라인 경매보다 상대적으로 제약이 적은 온라인 경매를 통해 더 다양한 시도들을 해보고 싶습니다.
국내에서는 좋은 작품을 한데 모아서 월마다 한 번씩 오프라인 메이저 경매 형태로 선보이는 경우가 아직 일반적인데요. 외국에서는 컬렉션이 희소가치가 있다고 판단되면 한 컬렉터의 소장품으로만 경매를 꾸리는 경우도 흔합니다. 이번에 컬렉터스 룸을 진행하면서 몇몇 컬렉터에게 ‘내 소장품들로 기획전을 마련해줄 수 있냐’는 제안을 받았는데, 젊은 컬렉터와 합을 맞춰 재미있는 기획 경매를 온라인에서 많이 시도해보고 싶습니다. 이런 장이 많아질수록 한국 미술시장의 다양성을 확보하는 데 좋은 영향을 주고, 시장의 새로운 먹거리를 만드는 데 보탬이 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갤러리나 외부 기획자와 협력해서 작품을 큐레이션해주는 기획 경매도 진행하고 싶습니다. 경매 회사는 주로 컬렉터와 접촉하고, 이를 통해 작품 수급이 이뤄지는데요. 외부 전문가들과 좋은 작품, 작가에 대한 정보를 교류하고 경매를 기획하면 보다 퀄리티가 높아질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기업과의 컬래버도 계속 이어갈 생각입니다. 특히 내년엔 더 다양한 브랜드와 협업해 더 재미있는 자리를 만들며 시너지 효과를 내고 싶습니다. 원화를 구매하지 못하더라도 작품 이미지 등을 활용한 상품 구매로 컬렉팅을 시작하고 싶어하는 초보 컬렉터층도 있는데요. 이들에게 이런 경험을 제공할 수 있는 아트상품 개발도 활발히 이뤄질 수 있길 기대합니다.”
- 올해의 성과를 돌아보고, 내년의 포부를 밝히자면?
“올해 시작은 솔직히 불안했습니다. 지난해 미술시장 매출이 처음으로 1조 원을 돌파하는 등 올해 상반기까지는 좋은 분위기가 이어질 것이라는 관측도 있었는데 이에 동의하진 않았습니다. 미술시장은 경기와 심리에 많이 민감한데, 지난해 5월을 기점으로 특히 시장의 흐름이 많이 꺾인 것이 지표로 확인됐기 때문입니다.
그렇기에 미술시장 호황기 시절 유입된 뉴 컬렉터의 이탈을 조금이라도 막고, 그들의 관심을 꾸준히 미술시장에 붙여놓기 위해 컬렉터스 룸을 비롯해 다양한 온라인 기획 경매, 컬래버 행사 등을 진행했습니다. 뉴 컬렉터의 미술에 대한 관심이 확 붙었다가 꺼지지 않도록 확신을 주고, 앞으로의 미술시장을 함께 만들어간다는 이 기조는 내년에도 이어갈 계획입니다.”
< 문화경제 김금영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