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원석⁄ 2024.01.02 18:12:07
이창용 한국은행(한은) 총재는 올해 통화정책에 대해 “물가안정을 최우선으로 추구하면서도 경기회복과 금융안정에 필요한 최적의 정교한 정책조합을 찾아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이창용 총재는 1일 발표한 신년사에서 “등산에서 정상 직전의 오르막길 또는 마라톤의 마지막 구간, 즉 라스트 마일(last mile)이 가장 어렵다”면서 “물가상승세의 둔화 흐름이 이어지겠지만 원자재가격 추이의 불확실성과 누적된 비용인상 압력 등의 영향으로 인플레이션 둔화 속도가 예상보다 더딜 수 있다”며 이같이 말했다.
이 총재는 “긴축기조가 지속됨에 따라 나타날 수 있는 금융불안 가능성에 철저히 대비할 필요가 있다”면서 “주요 선진국에서 상업용 부동산 대출의 부실 징후가 나타나고 있고, 국내에서도 부동산 PF(프로젝트 파이낸싱)를 중심으로 일부 위험신호가 감지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어 “우리 경제의 약한 고리를 중심으로 신용위험이 확대되지 않도록 각별히 주의해야 한다”며 “유사시 금융시스템 내의 유동성 안전판 강화를 위해 한국은행 대출의 적격담보 범위를 금융기관이 보유한 대출채권까지 확대하기로 한 만큼, 세부 시행 방안 등 관련 제도를 조속히 마련해 나가야 할 것”이라고 직원들에 당부했다.
이와 함께 이 총재는 “우리 경제는 명실상부한 선진 대열에 들어서 있어 경제가 어려워질 때마다 재정 확대와 저금리에 기반한 부채 증대에 의존해 임기응변식으로 성장을 도모하는 시대는 지났다”면서 “우리 경제의 지속 가능 성장을 저해하는 다양한 요인이 산재해 있어 여러 구조적 문제에 대한 해결 방안을 찾는 데 힘써야 한다”고 당부했다.
그는 앞으로 한은의 주요 연구 과제로 ▲과거 부동산 가격 급등·PF 부실화의 구조적 원인과 제도적 보완책 ▲디지털 시대 뱅크런(대규모 예금 인출)에 대응한 규제·감독체제 ▲비은행 금융기관의 중요도를 고려한 한은 유동성 지원 장치 개선 사항 ▲환율의 대외충격 흡수기능 활용 등을 제시했다.
아울러 이 총재는 “바람직한 디지털화폐(CBDC) 도입 방안의 모색을 위해 올해 약 10만 명의 국민들이 참여하는 디지털화폐(CBDC) 파일럿 테스트를 실시할 계획”이라며 “이를 통해 축적된 경험은 전 세계 중앙은행들이 참고할 수 있는 선례가 되고, 디지털 강국으로서 대한민국의 위상을 높일 것”이라고 기대했다.
또한 그는 “AI기술을 활용해 업무 프로세스를 효율화하고 생산성을 높여나가는 노력도 이어나갈 것”이라며 “우리 외환시장을 보다 개방적이고 경쟁적으로 만들기 위해 필요한 조치들을 정부와 함께 차질없이 이행해 나가겠다”고 다짐했다.
이 총재는 “맞닥뜨린 파고를 슬기롭게 헤쳐나가는 것이 중요하지만, 크고 작은 파도만을 경계하다 정작 우리 경제가 나아가야 할 방향을 잃어버리는 우를 범해서는 안된다”며 “한은이 보다 긴 안목과 통찰력을 가지고 미래 비전을 제시하는 든든한 나침반이 되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문화경제 한원석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