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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 세종시즌] 자체 제작 늘리는 세종문화회관…신작·스타 캐스팅 풍성

안호상 사장 “공연장이 백화점·호텔·리조트와 콘텐츠 경쟁하는 시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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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nbnews 제764호 김금영⁄ 2024.01.17 15:39:25

“올해는 제작극장을 지향하는 세종문화회관의 방향을 더욱 명확히 하겠다.”

안호상 세종문화회관 사장이 올해 세종문화회관 운영 계획을 밝혔다. 세종문화회관은 ‘2024 세종시즌’을 중심으로 컨템포러리시즌 ‘싱크 넥스트(Sync Next) 24’ 등을 전개하며 관객과 만난다. 특히 올해 세종문화회관은 단순히 공연을 감상하는 공간을 넘어 시민의 삶 속에서 함께하는 ‘세종 라이프’, ‘세종 스타일’의 새로운 극장경험을 제안한다는 목표다.

게오르규 내한 ‘토스카’, 국내 무대서 만나는 ‘일무’ 등

지난해 7월 뉴욕 링컨센터 전석 매진으로 찬사를 받은 서울시무용단의 '일무'는 5월 16~19일 완결된 4막 구성의 뉴욕 버전을 국내에서 처음 선보인다. 사진은 '일무' 공연 장면. 사진=세종문화회관

세종문화회관은 세계 수준의 제작극장을 목표로 자체 제작 시스템을 강화하기 위해 산하 예술단을 통해 공연 콘텐츠를 기획, 제작하는 데 집중하는 ‘세종시즌’을 전개해 왔다. 2024 세종시즌(3월 22일~12월 30일)은 서울시예술단의 작품 24편을 비롯해 기획 2편과 공동주최 3편까지 총 29개(총 229회) 작품으로 구성됐다. 올해 새롭게 출범하는 서울시발레단 공연 등 일부 공연은 추후 공개할 예정이다.

2024 세종시즌에서는 세계 최고 수준의 아티스트와의 협업이 눈에 띈다. 대표적으로 오페라 디바 안젤라 게오르규가 9월 서울시오페라단(단장 박혜진) ‘토스카’(9월 5~8일)를 통해 한국 관객과 만난다. 독일 바이로이트 페스티벌의 주역으로 활동하며 유럽 무대에서 인정받은 사무엘 윤이 함께 출연해 호흡을 맞춘다. 서울시오페라단은 지난해 세계 정상급 테너 성악가 이용훈의 ‘투란도트’ 출연을 성사시킨 바 있는데 올해도 스타 캐스팅을 이어간다.

박혜진 단장은 “오페라에는 노래를 들으러 오는 관객이 많아 성악가 역량이 매우 중요하다. 지난해 투란도트에도 이용훈의 노래를 들으러 많은 관객이 공연장을 찾았다”며 “올해는 게오르규가 내한하는데 세계적 성악가이기에 섭외 과정부터 만만치 않았다. 하지만 주어진 환경에서 열심히 하고 있다. 좋은 무대를 함께 꾸릴 것”이라고 말했다.

서울시오페라단은 이뿐 아니라 베르디 대표작 ‘라 트라비아타’(4월 19일~5월 5일)와 가난하지만 예술을 사랑하는 젊은 보헤미안을 그린 푸치니 걸작 ‘라보엠’(11월 21~24일)을 선보인다. 주제는 ‘만남’이다. 박혜진 단장은 “2022년 ‘사랑’, 지난해엔 ‘행복’, 그리고 올해는 ‘만남’을 키워드로 한 오페라를 선보인다. 모든 사랑은 만남으로 시작하는데 이 과정에서 이별 또한 많이 한다. 때로는 죽음이 만남을 갈라놓기도 한다”며 “이처럼 만남은 많은 의미를 가졌는데 다양한 만남의 노래를 들려주는 오페라들을 준비했다”고 말했다.

1월 9일 열린 '2024 세종시즌' 사업발표회에 참석한 (왼쪽부터) 안호상 세종문화회관 사장, 김덕희 서울시뮤지컬단 단장, 박혜진 서울시오페라단 단장, 고선웅 서울시극단 단장. 사진=세종문화회관

지난해 7월 뉴욕 링컨센터 전석 매진으로 찬사를 받은 서울시무용단의 ‘일무’는 5월 16~19일 완결된 4막 구성의 뉴욕 버전을 국내에서 처음 선보인다. 안호상 사장은 “일무를 뉴욕 링컨센터에 무대에 올린 건 지난해 세종문화회관의 주목할 만한 성과 중 하나였다”며 “올해엔 그 무대를 국내 관객 또한 만날 수 있도록 준비했다”고 말했다. 10월엔 한국 무용계의 살아있는 전설 국수호와 한국 현대무용의 새로운 패러다임을 제시하며 평단의 기대를 받고 있는 김재덕이 신작 ‘국수호, 김재덕의 사계’(10월 31일~1월 3일)를 선보이며 일무의 뒤를 잇는다.

고선웅 단장이 직접 각색·연출하는 서울시극단의 신작 ‘욘’(John, 3월 29일~4월 21일)과 ‘퉁소소리’(11월 11~27일)를 비롯해 주목받는 신진 창작자, 연출가들의 신작도 기대를 모은다. 서울시극단이 선보이는 욘은 헨리크 입센 만년의 작품으로, 작가 자신의 모습을 투영하며 한 인간의 번영과 몰락을 다뤘다. 소설 ‘최척천’을 극화하는 퉁소소리는 동아시아적 풍치 속에서 민중이 겪는 파란만장한 수난사와 그 속에 끈질기게 살아남은 이들의 역사를 조명한다. ‘연안지대’(6월 14~30일)는 레바논 출신의 연출가이자 극작가 와즈디 무아와드의 자전적 작품으로, 내전과 망명 등으로 그와 가족이 겪어야 했던 절망과 참상을 감각적으로 형상화한다.

고선웅 단장은 “지난해 개인적으로 서울시극단이 잘했다고 생각한다. 올해는 조금 더 단단해져야겠다는 마음에 공연에 두께감을 더하고자 했다”며 “옛날에나 있었던 전쟁 갈등 등이 점차 첨예해지는 오늘날, 세상이 갈수록 이상해져 간다는 느낌이 든다. 기후 변화 등의 현상도 심상치 않다. 이토록 혼란스러운 세상을 살아가는 우리의 이야기들을 좀 더 진지하게 쳐다보고 싶다는 생각 아래 올해 선보일 작품들을 선정했다”고 말했다.

서울시뮤지컬단의 창작 뮤지컬 '다시, 봄' 공연 장면. 사진=세종문화회관

창작 뮤지컬 ‘멕베스’ 매진으로 지난해 연말을 화려하게 장식한 서울시뮤지컬단은 신작과 레퍼토리 작품을 각각 1편씩 공연한다. 2022년 공연예술창작산실 연극·뮤지컬 대본 공모 선정작인 ‘더 트라이브’(4월 19일~5월 5일)는 무미건조한 삶을 살아가는 현대인 앞 불현듯 나타난 원시 부족이 일상에 변주를 만들어내며 웃음과 감동을 전하는 작품이다. ‘다시, 봄’(5월 8일~6월 7일)은 중년 여성의 인생 2막 이야기를 무대에 올린 작품으로, 서울시뮤지컬단의 대표 레퍼토리로 자리 잡았다.

김덕희 단장은 “서울시뮤지컬단은 시립단체로서의 뮤지컬단 역할에 대해 고민하며 창작 뮤지컬 작업에 꾸준히 집중해 왔다. 이 일환으로 지난해 다시, 봄이 좋은 반응을 얻었고, 최근엔 쉽지 않은 도전이었지만 셰익스피어의 비극을 뮤지컬로 만든 멕베스도 성황리에 막을 내렸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올해도 다양한 시도를 이어가려 한다. 지금까지는 다양한 연령대를 공략하는 작품을 선보였다면 올해 무대에 올리는 더 트라이브는 MZ세대를 겨냥한 작품으로, 세종문화회관에 좀 더 젊은 관객이 올 수 있도록 노력하려 한다”며 “다시, 봄은 LG아트센터 서울로 자리를 옮겨 선보이는데 마곡에 이전해 새 관객을 형성하고 있는 LG아트센터 서울과 더불어 서울시뮤지컬단도 관객 확장을 이어가려 한다”고 말했다.

서울시합창단(단장 박종원)은 ‘낭만’을 주제로 하이든과 브람스(M 컬렉션 시리즈-고전과 낭만, 4월 4~5일), 슈만(M 컬렉션 시리즈-낭만적인 낭만, 10월 17~18일)의 유려한 낭만주의 시대의 음악을 들려준다. ‘로미오와 줄리엣’을 우리 가곡으로 만나는 ‘가곡시대’(6월 21일), 매년 전석 매진을 기록하는 인기 공연 ‘한여름의 메시아’(8월 8~9일), 크리스마스를 장식하는 ‘송년음악회’(12월 5일)도 마련됐다.

서울시국악관현악단(단장 김성국)은 동시대 최정상 연주자를 조명하는 ‘명연주자 시리즈’(3월 22일), 현대적 관점으로 국악을 재해석하며 새로운 전통을 쓰는 ‘실내악 시리즈’(5월 10일, 10월 25일)를 마련했다.

서울시예술단 공연뿐 아니라 기획 공연과 공동 주최 공연도 진행한다. 5월 해리 포터 필름콘서트 다섯 번째 시리즈 ‘해리 포터와 불사조 기사단 인 콘서트’(5월 11~12일)와 10월 안토니오 파파노 지휘, 피아니스트 유자 왕이 협연하는 ‘런던 심포니 오케스트라 내한공연’(10월 1일)이 눈길을 끈다. 이밖에 일본 스타 극작가 미타니 코키 작품 ‘웃음의 대학’(5월 11일~6월 9일), 김성녀의 뮤지컬 모노드라마 ‘벽 속의 요정’(10월 31일~11월 10일), 유니버설발레단 ‘호두까기 인형’(12월 19~30일)도 관객을 만난다.

'싱크넥스트(Sync Next) 24' 키비주얼 이미지. 사진=세종문화회관

2022년부터 시작해 매년 여름 세종문화회관을 젊은 예술 감각으로 변화시키는 컨템포러리 시즌 ‘싱크넥스트(Sync Next)’는 올해 더욱 다양한 아티스트와 폭넓은 장르의 작품으로 돌아온다. 특히 이번 시즌에서 시각예술 우국원 작가가 시즌 키비주얼을 맡고 시즌 아티스트로도 참여한다.

또한 유럽 무대에서 주목받는 이란의 극작가이자 연출가 아미르 레자 쿠헤스타니는 최신작 ‘블라인드 러너’로 처음 한국 관객들과 만난다. ‘싱크 넥스트 24’의 참여 아티스트들과 전체 라인업은 5월 초 성수동에서 진행하는 ‘세종 팝업’에서 공개할 예정이다.

구독서비스·스위트석 등 서비스 확장

세종문화회관 외관. 사진=세종문화회관

2024 세종시즌은 공연뿐 아니라 ‘구독서비스’, ‘스위트석’ 등 새로운 관객서비스 도입을 통해 극장이라는 공간을 보다 흥미롭게 경험할 수 있는 방법을 올해 제안한다. 관객 세대를 확장하고 세분화된 취향에 호응하기 위해 도입한 구독서비스는 3만 9600원으로 1년 내내 세종시즌 공연을 최대 40%까지 할인받는 프로그램이다.

패키지 구성은 연간 시즌을 합창, 무용, 국악, 뮤지컬, 오페라, 연극 여섯 개의 장르로 구별한 ‘장르 패키지’, 세대별 맞춤형 ‘동행 패키지’로 나뉜다. 동행 패키지는 청소년 대상 ‘올패스 패키지’와 65세 이상 실버층 대상 ‘실버 패키지’로 구성했다. 청소년 세대는 올패스 패키지로 1만 원에 공연을 볼 수 있다. 실버 패키지는 높은 할인율과 더불어 공연별 프로그램북이 1권씩 포함된다. 여기에 대극장 VIP룸을 전용 라운지로 활용해 대기 없이 티켓을 수령하고 케이터링과 함께 굿즈를 제공 받는 경험인 스위트석을 운영해 차별화된 경험을 추구하는 최근 관객 흐름에 호응한다는 계획이다.

안호상 사장은 “현시대는 공연장이 호텔, 백화점, 리조트의 콘텐츠와 경쟁하는 시대다. 연말마다 더현대서울에 크리스마스 마켓을 보러 가려면 미리 예약하고 번호표를 뽑아야 한다고 들었다. 과거 단순 상품을 소비하는 시대와 달라졌다는 걸 느낀다. 리조트 또한 엔터테인먼트를 전면에 내세우는 곳이 많다. 그런 곳에서의 서비스와 우리의 상품이 경쟁을 피할 수 없는 시대”라며 “이미 관객은 변화에 민감하고, 다양한 변화를 받아들일 준비가 돼 있다. 반면 공연시장은 콘텐츠적 측면에서는 앞서 있지만 서비스 제공 방식 자체는 낡아 있다. 개선의 필요성을 느꼈고, 올해 대대적인 변화를 시도한다”고 말했다.

세종문화회관 문화동행프로젝트 '모든누구나' 키비주얼 이미지. 사진=세종문화회관

더 많은 사람들이 문화예술을 향유하도록 세종문화회관은 올해 서울특별시 ‘약자와의 동행’ 정책에 발맞춰 기존 사회공헌사업을 세종문화회관 문화동행프로젝트 ‘모든누구나’로 통합, 확대해 운영한다. 이 프로젝트를 통해 서울시민이라면 ‘모든누구나’ 예술을 누리고, ‘모든누구나’ 예술가가 될 수 있다.

세종문화회관 대극장에서 누리는 예술경험 ‘누구나 클래식(구 천원의행복)’, 음악으로 키워가는 문화소외 청소년들의 꿈과 희망 ‘누구나 꿈나무오케스트라’, 서울 구석구석 직접 찾아가는 예술의 즐거움 ‘누구나 예술로 동행’, 일상을 축제의 공간으로 변모시키는 ‘누구나 세종썸머페스티벌’ 등  다채로운 사업들이 시민들의 삶 속으로 찾아간다.

미술관과 아카데미는 세종문화회관이 공연뿐 아니라 미술과 예술교육을 통한 세계적 수준의 복합문화공간으로 거듭나기 위해 재정비를 마쳤다. 올해 세종미술관의 공동주최 전시로 ‘오사카 파노라마’전(1월 26일~4월 7일)과 ‘스튜디오 지브리 타카하타 이사오’전(4월 17일~8월 6일)이 준비됐다. 세종예술아카데미는 새롭게 조성된 시민편의공간인 세종라운지와 연계해 지하 1층의 서클홀 강의실을 재개관했다. 예술인문, 감상, 음악체험 강의가 이뤄지고 기존의 2층 스퀘어홀 강의실과 오픈스테이지에서는 어반 드로잉, 여행 드로잉 등 초급과정에서 심화과정까지, 스트레칭, 케이팝 댄스까지 실기 강좌 중심의 프로그램이 준비된다.

장기적으로는 세종문화회관의 리노베이션을 계획 중이다. 안호상 사장은 “세종문화회관 대극장을 리노베이션하고, 콘서트홀을 리빌딩해 1800석 규모로 선보일 것"이라고 말했다. 광화문 광장 개장 효과도 언급하며 “접근성이 개선되고 극장과 문화예술에 대한 시민들의 거리감이 확연히 줄었다”고 평가했다.

안호상 세종문화회관 사장은 "공연장이 호텔, 백화점, 리조트와 콘텐츠 경쟁을 하는 시대에서 특색 있는 자체 콘텐츠 제작은 매우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사진=세종문화회관

안호상 사장은 “2021년 세종문화회관 사장 취임 이후 ‘과연 우리가 잘 하고 있나’ 생각을 여전히 하지 않을 수 없다. 가장 큰 변화는 제작극장으로의 변화다. 과거 공연장은 자체 제작보다는 좋은 콘텐츠 만드는 민간회사나 해외 콘텐츠를 소개하는 게 대세였던 시기가 있었다. 제작극장을 운영하면 망하는 줄 알았던 시대였다”며 “그런 시기 LG아트센터, 예술의전당 등이 만들어졌고, 세종문화회관도 자리했다. 격동의 시기를 거쳐 현재는 서울시무용단의 일무, 서울시오페라단의 투란도트, 서울시뮤지컬단의 다시, 봄 등 세종문화회관의 대표적인 자체 레퍼토리가 구축됐다”고 짚었다.

그는 이어 “일무는 뉴욕 링컨센터 3회 공연이 전부 매진됐고, 투란도트와 다시, 봄의 흥행도 세종문화회관의 자체 제작 행보에 용기를 줬다”며 “덕분에 2021년도와 비교해 지난해 큰 성과를 거뒀다. 어려운 코로나19 사태 속에서도 작품수는 130%, 공연횟수는 164%, 관람객수는 219% 증가했다. 이런 변화에 일조한 사람 중 한 명이라 자부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공공극장은 자체 콘텐츠를 제작해야 하는 시대적 사명이 있다. 해외 콘텐츠만으로는 높고, 다양해진 관객의 수준과 수요를 만족시킬 수 없다. 또한 우리나라도 얼마든지 차별화된 콘텐츠를 만들 수 있는 역량을 갖췄다. 이에 세종문화회관은 산하 예술단의 제작 작품은 늘리고, 외부 초청했던 프로그램들은 줄이고 있다”며 “예술시장이 다른 많은 영역과 경쟁하는 상황 속에서도 자체 제작 없이는 가치를 지켜낼 수 없다. 세종문화회관은 산하 예술단과 함께 제작극장으로서의 길을 앞으로도 묵묵히 걸어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 문화경제 김금영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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