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원석⁄ 2024.01.18 15:52:59
# 1. A업체는 코로나 치료제 개발 사업을 추진한다고 홍보하며 일반투자자로부터 수백억 원대의 자금을 모집한 뒤 이를 횡령했다.
# 2. B업체는 2차전지를 개발한다며 이와 관련된 연구원 등 전문가를 사외이사 등으로 영입해 사업이 본격적으로 추진되고 있는 것처럼 투자자들을 속였다. 하지만 해당 전문가는 이사회에 전혀 참석하지 않는 등 경영 참여가 사실상 전무했다.
이처럼 상장기업 대주주나 경영진이 인기 테마사업에 신규 진출한다고 발표해 투자자들을 유인하고 주가를 상승시킨 후, 보유주식을 고가에 매도하고 실제 사업은 추진하지 않는 이른바 ‘신규사업 가장 불공정거래’가 해마다 반복되고 있다.
이에 18일 금융감독원(금감원)은 지난해 신규사업을 가장한 불공정거래를 집중 점검한 결과, 7건을 적발해 증권선물위원회 의결을 통해 검찰에 고발하는 등의 조치를 완료했고, 13건에 대한 조사를 진행 중이라고 밝혔다.
코로나19가 기승을 부린 2020년과 2021년에는 마스크나 진단키트, 치료제 등 관련 사업이 ‘인기테마’로 각광받았고, 2022년 이후에는 2차전지, AI(인공지능), 빅데이터 등 미래 과학 사업이 유망 사업으로 부각됐다.
이러한 투자 트렌드를 악용해 실제로 해당 사업을 추진할 의사나 능력이 없음에도 유망 신사업에 진출할 것처럼 투자자를 기망하는 불공정거래가 고질적으로 반복되고 있다는 게 금감원의 지적이다.
문제는 금감원이 조사 후 조치를 마친 불공정거래에 이용된 기업 7곳 중 6곳이 상장폐지 또는 매매거래가 정지되는 등 투자자들의 막대한 투자 손실을 초래하고 주식시장에 대한 신뢰를 크게 훼손하고 있는 실정이다.
금감원은 “주주나 기업 가치보다 사익을 극대화하기 위한 주가조작꾼들의 전형적인 주가부양 수법 중 하나이자 자본시장의 투명성과 신뢰도를 저해하는 중대 위법행위”라고 지적했다.
금감원은 이러한 신규사업 가장 불공정거래가 무자본 M&A(인수‧합병)세력 등 소위 ‘주가조작꾼’들이 빈번히 이용하고 있고, 그 수법 또한 교묘하고 치밀하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조치를 완료한 7건 중 3건(42.9%)은 무자본 M&A세력의 경영권 인수 과정 및 인수 6개월 내에 불공정거래 행위가 발생한 것으로 나타났다. 조사 중인 13건 중 7건(53.8%)도 불공정거래 행위 직전 최대주주가 변경된 것으로 나타나, 금감원이 무자본 M&A세력의 연루 가능성 등에 대해 집중적으로 조사 중이다.
이러한 과정에서 횡령·배임이 함께 발생되는 경우도 많았다. 조치를 완료한 7건 중 3건은 조사과정에서 횡령·배임 혐의가 확인됐다. 불공정거래에 연루된 회사는 주로 코스닥 상장사로, 조사대상 20건 중 18건(90.0%)에 달했다. 이들 중 10개사가 상장폐지되거나 매매거래가 정지된 상태다.
금감원은 “사업 테마별로 중점 조사국을 지정해 집중 조사하는 한편, 해외 금융당국 및 식약처‧관세청등 국내외 유관기관과의 협조 등을 통해 신규사업의 실체를 끝까지 추적‧조사하겠다”면서 “이를 통해 투자자들이 더욱 신뢰할 수 있는 시장 환경을 조성하겠다”고 말했다.
<문화경제 한원석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