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예은⁄ 2024.01.24 14:16:31
"최근 (PF 리스크) 사례와 같이 일부 회사의 리스크관리 실패가 금융시장에 충격요인으로 작용할 경우에는 해당 증권사와 경영진에 대해 엄중하고 합당한 책임을 물을 수밖에 없다는 점을 이 자리에서 분명히 말씀드린다."
24일 오전 여의도 금융투자협회. 10개 증권사 대표가 한자리에 모인 이 곳에서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은 증권사 수장들을 앞에 두고 이같이 말했다. 부동산PF 리스크가 금융시장 불안요인으로 작용하지 않도록 증권사 대표가 직접 리스크 관리에 만전을 기할 것을 당부한 것이다.
국민 자산형성에서 증권업계의 역할과 신뢰제고 방안 등을 논의하기 위해 마련된 간담회 분위기는 이 발언으로 순식간에 얼어붙었다.
이 금감원장은 부동산 PF 리스크 관리와 내부통제 강화 등에서 증권사의 책임감 있는 개선 노력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PF사업장에 대한 철저한 리스크 분석을 통해 부실 사업장은 신속하고 과감하게 정리해주시기 바란다”며, “위기 상황에 선제적으로 대비하기 위해 충당금도 충분히 적립할 것”을 당부했다. 이 발언과 함께 일부 회사의 리스크관리 실패에 대해 해당 증권사는 물론 경영진에 대해 엄중하고 합당한 책임을 묻겠다는 발언이 첨언됐다.
증권업계 내부통제 문제에 있어서 그는 “최근 검사를 통해 다양한 형태의 불건전 영업행위와 사익추구 행위가 발견되었다”고 말했다. 그는 “이것이 금융투자업계에 만연한 성과만능주의에 기인한 것”이라며, “이러한 불법행위가 적발될 경우 신분상 불이익은 물론 획득한 수익 이상의 금전 제재를 부과하는 등 강력하게 조치해 나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경영진들이 이를 방지하고 내부통제 조직이 실효성 있게 작동할 수 있도록 각 대표들이 “인적·물적 자원을 확충하고, 위법행위 임직원에 대해서 단호하게 대응하여 줄 것”을 당부했다.
이날 간담회에서 김주현 금융위원장 역시 “혁신기업과 국민 자산형성 지원 강화를 위한 자본시장 체질 개선에는 증권사의 역할이 중요하다”며, “증권사들이 위탁매매, 부동산 중심의 영업관행에서 벗어나 ‘종합 기업금융 서비스 제공기관’으로서의 역할을 확대해 나갈 것”을 주문했다. “정부도 증권업계와 함께 제도개선 방안을 논의해 나갈 것”임을 밝혔다.
김 위원장은 이 자리에서 자본시장을 통한 국민 자산형성 지원에 보다 직접적으로 초점을 둔 정책 추진을 약속하며, “증시 수요기반 유지·확충을 위한 금융투자소득세 폐지, ISA 세제지원 강화 등의 세제개편과 함께, 소액주주 권익 개선을 위한 상법 개정, 지배주주의 편법적인 지배력 확대 방지를 위한 자사주 제도개선 등을 차질없이 추진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국내 증시의 저평가 해소를 위해서는 기업 스스로의 주주가치 제고 노력을 독려·지원하기 위한 '기업 밸류업 프로그램'을 도입해, 기업 스스로가 자사가 저평가된 이유를 분석하여 대응전략을 마련하도록 유도할 것이라 밝혔다.
이어진 토론에서 증권사 및 유관기관은 자본시장에 대한 국민적 관심이 높아진 것을 그 어느 때보다 실감하고 있고, 기대와 함께 엄중한 책임감을 느낀다고 밝혔다.
이어 고객 맞춤형 자산관리·신탁 서비스 강화, 국민들이 안심하고 장기투자할 수 있는 상품 개발 등 업계 차원에서 할 수 있는 과제를 발굴·추진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증권업계는 불공정거래 문제 해소를 위한 정부 방침에 공감을 표하면서, 시장의 최전선에서 불공정거래를 차단하고 투자자를 보호할 수 있도록 IT 시스템 고도화, 내부통제 강화 등을 추진해 나갈 것이라 밝혔다.
또한, 불완전판매가 발생하지 않도록 상품판매 관련 심의·사후관리 강화 등을 추진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김 위원장은 마무리 발언을 통해 “국민들이 우리 자본시장을 ‘장기적인 자산형성의 장’으로 활용할 수 있도록, 신뢰회복을 위한 업계의 강도 높은 자정 노력”을 당부했다. 이 금감원장도 “금융투자업계가 새로운 경영질서 확립을 위해 노력해준다면 감독당국도 적극적으로 뒷받침하겠다”고 말했다.
한편, 이날 간담회에는 KB증권, NH투자증권, 미래에셋증권, 삼성증권, 한국투자증권, DB투자증권, 대신증권, 신영증권과 모간스탠리, 제이피모간 대표가 참석했다.
<문화경제 김예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