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윤수⁄ 2024.02.01 17:28:25
최근 한미그룹과 OCI그룹의 통합 결정을 두고 오너 일가 내부에서 파열음이 나오고 있는 가운데, 송영숙 한미그룹 회장이 “통합을 반대하는 두 아들도 결국 거시적 안목으로 이번 통합의 대의를 이해할 것이라고 믿는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1일 한미그룹에 따르면 송영숙 회장은 최근 임원회의에서 “가족 간의 이견이 다소 발생했지만 한미그룹과 OCI그룹의 통합은 차질없이 진행될 것”이라며 이같이 말했다.
송 회장은 아들인 임종윤‧임종훈 한미약품 사장이 이번 통합에 반대하는 가처분을 신청한 데 대해서는 “가슴 아픈 일이지만 100년 기업 한미로 키워나가기 위해서는 결단할 수밖에 없었다”고 밝혔다.
아울러 그는 “오직 R&D를 외치며 평생을 산 임성기 회장은 나의 오랜 친구이자 인생의 동반자”라며 “그가 유언처럼 남긴 마지막 말씀에 담긴 ‘한미의 비전’을 영원히 지켜내는 것이 나의 소명”이라고 덧붙였다.
이날 한미그룹도 “혁신신약 개발을 통해 글로벌 제약사로 도약하겠다는 한미의 확고한 비전을 실현할 수 있는 최선의 길이 이번 통합”이라고 밝혔다.
한미그룹에 따르면 지난 2020년 8월 한미그룹 창업주 임성기 회장 타계 후 세간의 관심이 집중된 ‘포스트 임성기 리더십의 향방’과 ‘그룹의 지향점’은, 임 회장이 세상을 떠나기 전 손주들에게 남긴 마지막 말에 실마리가 담겨 있다.
당시 함께 있던 송영숙 회장의 메모로 세상에 알려진 임성기 회장의 마지막 당부는 한미그룹의 중심에 ‘신약개발’과 ‘R&D(연구‧개발)’가 단단히 서야 한다는 것이다. 1개 프로젝트마다 10년 이상씩 소요되는 혁신신약 개발이 흔들림 없이 지속돼야 하며, 특정 개인의 즉흥적 경영 스타일에 한미의 R&D DNA가 흔들려서는 안된다는 의미다. 분유나 식품, 진단 사업 등이 아닌 글로벌 헬스케어 산업의 핵심을 관통하는 ‘혁신신약 개발’ 만이 한미가 나아가야 할 방향임을 명확히 제시한 것이다.
한편 송영숙 회장과 유족들은 임성기 회장 별세 후 부과된 5400억 원 규모의 상속세로 깊은 고뇌를 겪은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작년 10월 상속한 한미사이언스 주가가 3만 원 이하로 하락한 시기에는 ‘선대 회장이 한평생 일군 한미그룹을 통째로 매각하는 상황까지 가는게 아닌가’하는 절박한 위기감에 휩싸였던 것으로 전해졌다.
최근까지 여러 해외 사모펀드들은 송 회장에게 현 주가의 2배가 넘는 금액을 제시하며 경영권 매각을 제안하기도 했으나, 송 회장은 50년간 일궈온 한미의 일방적 매각 방식은 단호히 거부했다.
송 회장의 장녀인 임주현 사장은 상속세 재원을 마련하면서도 아버지가 남긴 한미의 철학과 비전을 지켜낼 수 있는 방법에 대해 송 회장과 깊이 논의했다. 이때 제시된 ‘OCI그룹과의 통합안’은 “상속세 재원을 마련하면서도 창업주의 유산인 ‘한미의 DNA’를 지키며 R&D 중심 제약기업으로 단단히 서는 최선의 방안”이라는 송 회장의 결단으로 급진전됐다.
이 방안은 한미그룹 지주회사인 한미사이언스 최대주주에 OCI홀딩스가 오르는 동시에, OCI홀딩스 1대 주주에 송영숙 회장과 임주현 사장이 오르는 절묘한 통합 모델이다. 한미사이언스 이사회도 ‘만장일치’로 송 회장의 의사 결정으로 힘을 실었다.
이번 결정에 대해 글로벌 신약개발 경쟁에서 ‘뒷심’ 부족으로 번번이 고배를 마셔왔던 한미그룹이 진정한 ‘글로벌 플레이어’로 도약할 수 있는 기틀을 마련하게 됐다는 평가가 나온다.
송 회장은 통합 발표 이후 한미 임직원들에게 띄운 글을 통해 “글로벌 시장을 선도하는 탑 티어 기업으로 올라설 힘찬 동력을 마련하게 됐다”면서 “회사가 한미 가족 여러분 삶의 울타리가 돼 주겠다는 약속은 더욱 굳건해질 것”이라고 밝혔다.
< 문화경제 이윤수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