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768호 김금영⁄ 2024.02.08 10:27:25
폼페이 최후의 날 쏟아지는 화산재를 피하려고 엎드린 한 남자의 캐스트부터 현재 미술시장을 휩쓸고 있는 일본 작가 아야코 록카쿠의 대규모 작품, 그리고 유서 깊은 역사를 자랑하는 볼로냐 일러스트 원화까지…. 요즘 미술계에서 핫한 작품들을 만나볼 수 있는 이 모든 전시는 한 기획사의 손을 거쳐 탄생했다.
전시 기획사 ‘씨씨오씨(CCOC)’는 현재 더현대서울 알트원에서 ‘폼페이 유물전 – 그대, 그곳에 있었다’(1월 13일~5월 6일), 예술의전당 한가람미술관에서 ‘아야코 록카쿠, 꿈꾸는 손’(2023년 12월 2일~2024년 3월 24일), CxC 아트뮤지엄에서 ‘볼로냐 일러스트 원화전 57th’(1월 19일~4월 21일)을 선보이고 있다.
다채로운 색깔을 지니면서도 현시대 트렌드를 반영한 이 전시들은 관람객의 호응을 얻고 있다. 폼페이 유물전은 전시 개막 당일 더현대서울 오픈 시간에 맞춰 많은 관람객이 전시 입장을 기다리는 오픈런이 이어졌고, 첫날 하루에만 약 2000명이 넘는 관람객이 다녀갔다. 아야코 록카쿠, 볼로냐 일러스트 전시 또한 각종 온라인 커뮤니티와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방문 후기 및 인증샷이 이어지고 있다.
이 전시들을 기획한 강욱 씨씨오씨 대표를 만났다. 그는 “전시는 기획할수록 어렵다”고 하면서도 지금까지 선보여온 전시들에 대한 깊은 애정을 보였고, 앞으로 선보이고 싶은 전시에 관해 이야기할 때 유난히 눈을 반짝였다.
- 전시 기획사 씨씨오씨를 차린 배경 및 씨씨오씨는 무슨 뜻을 품고 있는지 궁금합니다.
“처음엔 전시 기획, 갤러리 운영, 서적 출판 등을 진행하는 회사에 1996년 입사해 직장 생활을 하다가 2013년 독립했습니다. 계기는 예술가 파블로 피카소가 태어난 도시 말라가에 위치한 ‘피카소 생가 박물관’ 방문이었는데요. 당시 피카소 생가 박물관 전시를 말라가대와 자매결연을 맺고 있던 인천대학교 주최로 여는 이야기가 나오고 있었는데, 기회가 닿아 이 전시의 기획, 운영을 맡으면서 전시 기획사를 차리게 됐습니다. 미술을 전공하진 않았지만, 전시 기획을 하면서 예술을 통한 힐링의 힘, 차별화된 콘텐츠의 매력을 느꼈고, 이 길을 본격적으로 가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죠.
후배랑 맥주를 마시면서 회사 이름을 고민하다가 ‘꼭’이라는 단어가 떠올랐어요. ‘꼭’ 찾고 싶은 전시, ‘꼭’ 좋은 전시 기획사를 만들고 싶은 마음에 이 발음을 바탕으로 한 ‘CCOC(Content Creators Of Culture)’이라 명명했습니다.”
- 내부에 기획운영팀, 상품개발팀, 홍보 마케팅팀, 인플루언서팀이 구성돼 있는데 각각 어떤 역할을 하나요?
“기획운영팀은 자료 조사 및 전시 기획, 상품개발팀은 엽서, 포스터 등 전시 관련 상품 개발, 홍보 마케팅팀과 인플루언서팀은 전시를 알리고 각종 마케팅을 전개하는 역할을 담당합니다.
전시에서 관련 상품개발 또한 매우 중요한 부분인데요. 처음엔 엽서, 포스터 위주로 상품을 선보였는데 외국 출장을 많이 다니다 다양한 굿즈를 봤고, 이를 국내 전시에도 선보이면 좋겠다는 생각에 내부에 팀을 두고 상품 개발을 시작했습니다. 과거부터 현재까지 1등 상품은 엽서이고, 도록과 마그넷, 포스터, 파일, 마우스패드, 머그컵 등도 고루 인기가 많습니다. 매 전시마다 참여 작가와 협의를 거쳐 관람객에게 전시에 대한 좋은 추억을 간직할 수 있는 상품을 개발하고 있어요.”
- 씨씨오씨가 그간 선보여 온 전시 중 대표적인 전시를 소개하자면?
“가장 기억에 남는 전시이기도 한데요. 2015년 선보인 ‘안토니 가우디’전입니다. ‘피카소, 고향으로부터의 방문’전을 회사 설립 후 첫 전시로 선보이는 과정에서 스페인 출장을 자주 오가다 보니 자연스럽게 스페인의 대표적인 건축가인 가우디의 건축물이 눈에 들어왔어요. 그래서 바르셀로나에 출장 갔을 때 시간이 날 때마다 가우디가 만든 건축물들을 보러 다녔습니다. 가우디가 다녔던 대학교에서 그의 작업에 대해 연구하는 교수가 직접 투어를 해줘 잘 알려지지 않았던 가우디의 공간들도 볼 수 있었습니다. 가우디가 대표작 ‘사그라다 파밀리에’를 만들기 전 시골에 만든 작은 성당에도 가봤고요. 공을 정말 많이 들인, 제일 애정이 가는 전시입니다.
또 기억나는 건 2017년 선보인 ‘무민 원화전’이 있네요. 무민은 세계적으로 유명하지만, 의외로 무민이 어떤 캐릭터이고, 어떤 역사적 배경 속 탄생했는지 모르는 사람들이 많아요. 저 또한 일본에서 후배가 무민 도록을 사 왔을 때 일본에서 유명한 하마 캐릭터인 줄 알았어요. 알고 보니 핀란드의 국민화가 토베 얀손의 손에서 태어난, 북유럽 신화 속 트롤을 모티브로 한 캐릭터였고, 마냥 귀여운 외모와 달리 전쟁 이후 황폐했던 시대적 배경 속 탄생했다는 점이 놀라웠어요. 무민 그림을 보며 느낀 따뜻함과 캐릭터가 품은 긍정의 메시지를 국내 관람객에게도 전하고 싶어 무민 캐릭터 저작권을 관리하는 ‘무민 캐릭터스’의 대표이자 토베 얀손의 조카인 소피아 얀손에게 전시를 제안했습니다. 당시 국내에도 무민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을 시기였는데, 전시 또한 호응을 얻어 기간을 연장하기도 했습니다.”
- 두 전시가 가장 고생한 전시인가 보네요.
“당시엔 힘들었는데 가장 힘든 전시였냐고 묻는다면, 또 그렇다고 생각되진 않네요. 가장 고생하는 전시는 늘 최근 전시인 것 같아요(웃음).”
- 최근 전시가 볼로냐 일러스트 원화전, 폼페이 유물전, 아야코 록카쿠 전시인데요. 어떤 전시들인가요?
“폼페이 유물전은 나폴리 국립 고고학 박물관의 소장품으로 채워진 전시로, 선명한 색채의 프레스코 벽화, 거대한 조각상, 섬세한 청동 조각, 사람 캐스트 등 고대 유물 127점과 몰입형 미디어 콘텐츠가 특징입니다. 이 전시는 폼페이 자체로 의미가 있어요. 화산 폭발로 한순간에 화산재로 뒤덮여 멸망했지만, 남겨진 유물들을 통해 당시 사람들의 삶과 사랑, 고대 도시의 찬란한 문명을 엿볼 수 있죠.
손에 직접 물감을 묻혀 화면에 칠하는 ‘핑거 페인팅’ 기법으로 유명한 아야코 록카쿠 작가는 그림을 처음 봤을 때 따뜻하고 힐링되는 느낌이 강렬했어요. 그림을 보고만 있어도 즐거웠죠. 경제 침체 속 모두가 힘든 분위기인데 그림을 보면서 마음의 안위를 찾길 바랐습니다.
볼로냐 일러스트 원화전은 씨씨오씨가 오랜 시간 이어오고 있는 대표 전시 중 하나이기도 합니다. 1964년부터 열리기 시작해 현재까지 60년 이어져 온 역사와 전통을 자랑하는 ‘볼로냐 아동 도서전’의 핵심 프로그램으로, 1967년부터 시작해 지난해 57회를 맞이했습니다. 매년 70여 개국, 3000명이 넘는 아티스트들이 공모에 참여하고 있으며, 이번 전시엔 지난해 선정된 일러스트 작가 80명의 원화작품 약 400여 점을 전시합니다. 저도 어린 자녀를 키우면서 볼로냐 아동 도서전의 수상작들을 읽어 주곤 했는데요. 단순 동화책 속 그림이 아니라, 전 세계 작가의 특성이 묻어 있는 일러스트 원화의 작품성을 국내 관람객에게 보다 많이 소개하고 싶어 2019년부터 꾸준히 열어오고 있습니다.”
- 특히 아야코 록카쿠는 현재 미술시장에서 매우 인기가 높은 작가인데, 섭외 과정은 어땠나요?
“아야코 록카쿠가 3~4년 전부터 아트신에서 점점 유명해지기 시작할 무렵 한국에서 관련 전시를 열면 좋겠다고 생각했습니다. 당시 작가는 네덜란드 델레이브 갤러리를 통해 작품을 활발하게 선보이고 있었는데요. 이 갤러리를 찾아갔습니다. 제가 영어를 잘하는 것도 아니고, 전공자도 아니기에 직접 만나서 이야기해야 진심이 전달될 것 같았거든요. 지난해 2월 말 즈음 갤러리를 찾아갔던 날 눈이 많이 내렸었는데요. 당시 작가에게 많은 전시 제안이 들어오는 상태였지만, 대부분 메일을 통해 연락할 때가 많은데 이렇게 직접 찾아오는 경우가 없었다며, 흔쾌히 전시 허락을 받았습니다.”
- 각 전시마다 주요 타깃층이 달랐을 것 같은데 전시를 꾸릴 때 주안점을 둔 부분은?
“폼페이는 역사적 유물을 다루는 전시로 온 가족이 즐길 수 있도록 구성했습니다. 아야코 록카쿠는 감각적인 전시에 관심이 많은 2030대 여성 관객을 주요 타깃층으로 뒀고요. 아동도서와 관련된 콘텐츠를 다루는 볼로냐 일러스트 원화전엔 어린이 관람객이 많이 방문하고 있습니다.
주요 타깃층이 어릴 경우 작품 캡션이나 전시 설명을 최대한 쉽고 문체도 부드럽게 작성하고요. 폼페이 유물전의 경우 확실한 정보가 중요하기에 전문가에게 철저한 검수, 고증 과정을 거쳤습니다. 아야코 록카쿠 전시의 경우 작가가 밑그림을 그리지 않고 작업하다 보니 작품명이 없는 경우가 많은데요. 그래서 관람객에게 상상의 나래를 열어줄 수 있도록 설명보다는 이미지 위주로 전시장을 꾸렸습니다.
공통적으로는 인증샷을 찍을 수 있게 했습니다. 폼페이 유물전은 일부 작품, 아야코 록카쿠와 볼로냐 일러스트 원화전은 자유롭게 사진을 찍을 수 있도록 하고, 일부 포토존도 구성했습니다. 과거엔 작품 감상에 집중하는 전시 문화와 작품 이미지 저작권 등의 문제로 사진 촬영을 금지하는 전시가 대부분이었는데요. 현재는 전시장을 찾아 사진을 찍어 추억을 남기고 이를 공유하는 것이 주요 트렌드가 되면서 전시장에 포토존을 구성하는 게 거의 필수가 됐습니다. 예컨대 더현대서울에서 2022년 선보인 테레사 프레이타스 사진전엔 꽃밭 포토존을 마련했는데 사진을 찍기 위한 줄이 매일 길게 늘어설 정도였습니다. 사진을 찍을 땐 작품 관리에 특히 신경을 써야 하기에 이 부분은 작가와 충분한 협의를 거치고 있습니다.”
- 현재 전시에 대한 반응은 어떤가요?
“예상치 못한 부분도 있어 흥미로워요. 폼페이 유물전의 경우 폐허가 된 폼페이의 현장을 생각하고 온 분들이 많은데 의외로 멀쩡한 유물의 상태를 보고 놀라는 관람객이 많아요. 화산 폭발로 인해 한순간에 도시를 뒤덮은 화산재가 역설적이게도 타임캡슐 역할을 해 도시 전체가 1700년이 넘는 긴 시간 동안 놀랍도록 완벽하게 보존된 거죠. 발굴 작업 또한 매우 세심하게 이뤄진 영향도 있고요.
아야코 록카쿠 전시엔 애초 주요 타깃층으로 잡은 2030대 여성 관객층뿐 아니라 초등학생 자녀와 방문하는 부모 관객도 많아요. 마치 만화 같은 귀여운 캐릭터에 알록달록하고 다채로운 색감이 이들의 관심을 사로잡은 것으로 보입니다. 볼로냐 일러스트 원화전은 지난해 예술의전당에 이어 올해엔 CxC 아트뮤지엄에서 열리고 있는데 더 넓어진 전시 공간을 활용하며 꾸준히 관심을 받고 있어요.”
- 주로 예술의전당, 더현대서울 등에서 전시를 많이 선보여 왔는데 특별한 이유가 있는지, 또 각 전시장의 성격에 따라 전시 콘셉트도 달라질 것 같은데 이 부분이 궁금합니다.
“더현대서울은 MZ세대 위주의 젊은 방문객이 많고, 예술의전당은 이보다는 연령대가 높은 방문객이 많은 편입니다. 이에 맞춰 더현대서울에서는 너무 무겁지 않으면서도 감각적인 전시, 예술의전당 공간에서는 클래식한 전시를 주로 선보여 왔습니다. 하지만 다양한 문화 콘텐츠가 나오고, 관람객의 문화 수요도 높아지면서 점점 이 경계가 허물어지고 있음도 느낍니다.”
- 씨씨오씨가 선보일 전시를 기획할 땐 어떤 것을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나요?
“회사의 운영 목적은 수익을 내는 것이기에 수익이 나는 것이 현실적으로 중요합니다. 또 수익이 나야 원하는 전시를 마음껏 시도하는 기회를 얻을 수 있죠. 그렇기에 이 전시가 과연 흥행할 수 있을지, 없을지 철저한 분석을 거치는데요. 결국 좋은 전시가 흥행할 수 있기에 좋은 작가와 콘텐츠를 발굴하고, 트렌드를 잘 읽으려는 노력이 중요합니다.”
- 전시 기획사는 항상 몇 년 뒤의 전시 트렌드를 예상하고 전시를 기획해야 하는데 현재 주목하고 있는 트렌드가 있다면?
“예전엔 트렌드가 잘 보였는데 점점 어려워지는 걸 느낍니다. 전시는 콘텐츠뿐 아니라 홍보 마케팅 등 복합적인 요소가 결합돼 이뤄지기에 빠르게 트렌드가 변하는 세상 속 점점 예측하기 어려워지고 있습니다.
또 지금은 전시가 단순히 다른 전시하고만 경쟁하는 시대가 아닙니다. 일례로 4~5년 전엔 전시장을 예쁘게 꾸며놓으면 많은 주목을 받았는데, 지금은 전시가 아니더라도 재미있거나 시각적으로도 눈길을 사로잡는 팝업 스토어가 다양한 업계에서 수많은 곳에 마련되고 있습니다. 핫한 장소에 간 경험을 공유하고 이를 드러내고 싶어하는 MZ세대에게 이런 팝업은 매력적인 곳이고, 입장료를 내야 하는 전시와 달리 무료로 갈 수 있는 팝업도 많아 많은 발걸음이 이어지고 있죠.
그래서 전 오히려 다시 클래식한 전시가 많은 주목을 받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최근 몇 년 동안 시각적으로 화려하고, 쉽고 편하게 접근할 수 있는, 이른바 힙한 콘텐츠를 다루는 전시가 많은 주목을 받았는데요. 이 욕구를 팝업 등 여러 다른 콘텐츠를 통해 충족 가능하게 되면서 묵직한 무게감을 지닌 클래식한 전시를 찾는 사람들이 늘어날 것이라는 거죠.
실제로 지난해엔 합스부르크 왕가와 영국 내셔널갤러리 명화전 등 클래식한 전시가 화제가 됐고, 현재 씨씨오씨가 선보이고 있는 폼페이 유물전에도 많은 관람객의 방문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올해 주요 예술기관들의 라인업을 살펴봐도 클래식한 전시 성향이 눈에 띄고요. 힙한 콘텐츠의 주목 시기 이후 클래식한 전시들이 떠오르는 추세는 거의 5년 주기로 반복되고 있는데요. 다시 클래식 전시의 시대가 도래하는 시점이 왔다고 봅니다.”
- 올해 또 어떤 전시들을 선보일 계획인가요?
“4년 전부터 준비 중인 스페인 작가 하비에르 카예하의 전시를 여름 선보일 예정입니다. 코로나19 사태, 작가와의 일정 조율, 장소 섭외 등으로 아쉽게 미뤄졌었는데 올해 드디어 선보일 계획이고요. 7월엔 가산동에 새롭게 만들어지는 공간의 개관전으로 프랑스 작가 장 줄리앙의 작품을 선보일 예정입니다.
기존 선보였던 전시의 업그레이드 버전도 준비하고 있어요. 내년엔 과거 선보였던 스웨덴 대표 초현실주의 사진작가 에릭 요한슨의 전시를 완전히 새로운 형태로 선보이려 준비 중입니다. 2026년엔 가우디 전시를 새로운 콘셉트로 선보이려 합니다.”
- 앞으로 도전해보고 싶은 전시, 목표는?
“크게 두 가지가 있는데요. 첫 번째는 스웨덴 여류 작가 힐마 아프 클린트의 전시 개최입니다. 2015년 스페인 말라가에 있는 피카소 미술관에서 순회전을 할 때 처음으로 이 작가의 작품을 보게 됐는데요. 작품이 매우 화려하면서도 현대적인데 캡션을 보니 ‘1905년’이라고 적혀 있는 거예요. ‘1995년’을 ‘1905년’으로 잘못 적은 것으로 생각될 정도로 작품 완성도, 크기, 색감 모두가 매우 세련돼서 놀랍고 인상깊었어요. 심지어 1890년대 작품도 있었죠.
해당 전시엔 ‘초현실주의의 선구자’라는 제목의 영상도 있었는데, ‘초현실주의’라는 이름을 처음 쓰면서 유명해진 칸딘스키보다 10여 년 앞서 초현실적인 그림을 그려냈던 화가임에도 불구하고 미술사에 잘 알려지지 않은 작가의 생애를 다루고 있었어요. 그때 온몸의 털이 곤두설 정도로 충격을 받았습니다. 현재도 유일무이하게 충격을 받았던 전시로, 그만큼 전시가 준 감동이 대단했습니다.
전시를 본 다음날 바로 도록을 사서 귀국한 뒤 여러 기관을 찾아가 전시를 열고 싶다고 제안했는데 아무도 이 작가에 대해 모르더라고요. 그런데 몇 년 뒤 2018년 뉴욕 솔로몬 구겐하임 미술관에서 ‘힐마 아프 클린트 회고전’이 열렸고, 이 전시는 미술관 개관 이래 최다 관객을 동원한 전시가 됐어요. 기쁘기도 하고, 국내 전시를 아직 성사시키지 못했다는 생각에 아쉽기도 했어요. 이후에도 스웨덴에 갈 일이 있을 때마다 관계자들과 접촉하는 등 국내에서 이 작가의 전시를 열기 위해 현재까지 노력 중입니다. 언제가 될지는 모르지만, 꼭 선보이고 싶은 전시입니다.
두 번째 목표는 전시장 개관이에요. 현재는 롯데시네마와 손잡고 임대 형태로 CxC 아트뮤지엄을 프로젝트 공간으로 선보이고 있는데, 씨씨오씨가 직접 관리, 운영하는 전시장을 만들어 지금까지 시도해보지 못했던 신선하고도 다양한 형태의 전시를 마음껏 시도해보고 싶어요. 씨씨오씨가 전시를 선보인 지 어느덧 10년이 넘었는데요. 단순 전시 횟수가 아니라, 기억에 남는 전시, 좋은 전시를 많이 주최할 수 있도록 앞으로도 노력할 생각입니다.”
< 문화경제 김금영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