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응구⁄ 2024.02.26 16:29:24
서울 중구에 남대문 쪽방 주민들의 보금자리가 될 공공임대주택과 청계천 공구 상인들이 이전할 공공임대상가가 들어선다.
서울 중구(구청장 김길성)는 개발로 인해 세입자가 쫓겨나지 않는 ‘선(先)이주 선(善)순환’ 재개발 방식이 전국 최초로 적용된 관내 재개발사업 우수사례를 26일 소개했다.
선이주 선순환은 원주민이나 상인 등 세입자가 재정착할 시설을 사업지역 내에 먼저 조성해놓고 이들을 이주시킨 다음, 기존 건축물들을 철거하고 본 개발을 시행하는 정비사업 방식이다.
해당 사업지역은 남대문 쪽방촌이 있는 양동구역 제11·12지구와 청계천 공구거리로 불리던 수표구역이다. 두 지역 모두 노후 도심 개선과 기능 회복을 위한 도시정비형 재개발사업 정비구역이다. 각각 지상 35층과 23층 규모이며 업무시설, 근린생활시설 등이 들어설 예정이다.
양동구역 제11·12지구에는 쪽방 주민 178명이 열악한 환경 속에서 살고 있다. 처음에는 다른 지역에 거주 시설을 확보해 주민들을 이주시키려 했지만, 이 지역에 계속 남고 싶은 당사자들과 이주대상지 주민들의 극렬한 반대에 부딪혀 백지화됐다.
현재 사업지구 내에 지상 18층의 공공임대주택(182세대)과 복지시설이 건립 중이다. 공공건축물 기부채납 형식이며, 공정률은 21%로 내년 10월이 준공 목표다. 주민들이 새 건물로 모두 이주하면 쪽방은 철거되고 본 정비사업이 시작된다.
수표구역에는 1960년대부터 약 240곳의 영세 공구상이 밀집해 있었다. 이 지역도 재개발구역으로 지정되면서 강력한 비난 여론에 직면했고 수년간 반대 시위가 끊이지 않았다.
중구와 사업자는 산업 생태계 보전과 개발이 공존하는 선이주 선순환 방식을 채택했다. 정비사업 기간에 산업 기반이 무너지지 않도록 인근 을지로3가와 세운재정비촉진지구 내 유휴부지에 대체영업장 160곳을 설치해 공구상들을 옮겼다. 아울러 구역 내 전면 철거 대신 단계별 철거를 통해 상인들의 이주 시간을 확보했다.
앞으로 수표구역 내에는 토지와 건축물 기부채납 형식으로 지상 8층의 공공임대상가(131실)가 들어선다. 대체영업장에 있는 상인들이 이곳에 입주하면 도심 전통산업은 명맥을 유지할 수 있다.
김길성 중구청장은 “양동구역와 수표구역은 지역만의 고유한 가치와 개발이 지향하는 가치가 충돌 없이 얼마든지 공존할 수 있음을 증명한 사례”라며 “이를 발판 삼아 주민 상생형 개발이 정착되도록 신속하고 과감한 행정 지원을 이어갈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올해 2월 기준으로 도시정비형 재개발사업이 벌어지는 구역은 중구에만 26곳이다. 중구는 지난달 29일 정비사업 시행자들과 간담회를 열고 두 사례를 공유하며 갈등 없는 개발사업 추진을 당부했다.
〈문화경제 김응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