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 자료 수집을 좋아하던 한 시골 소년이 있었다. 그는 자신의 한평생을 거기에 바쳤다. 시간이 흘러 어느덧 소년의 머리에도 흰 서리가 내려앉았다. 하지만 그것조차도 그림 수집에 대한 그의 뜨거운 열정을 잠재우지는 못하고 있다. 그는 여전히 전시회가 열리는 곳이라면 어디든 들러 어깨가 쳐질 만큼 가방 가득 미술자료를 챙기는 현재 진행형 동사다. 그 주인공이 바로 김달진미술자료박물관의 김달진 관장이다.
이 책은 ‘호모 아키비스트(Homo Archivist)’, ‘미답의 길을 걸은 아키비스트’, ‘미술계 넝마주이 전설’, ‘걸어 다니는 미술 사전’, ‘움직이는 미술자료실’, ‘미술계 114’ 등 다양한 별명을 가진 김 관장을 미술저술가 김재희가 16차례 인터뷰하고 그의 일기를 읽고 써낸 전기적 에세이다.
1부는 김달진 관장의 인생을 관통한 ‘오로지 수집’을 다룬다. 이 부분에서는 그의 어린 시절과 집안 사정, 학생 때 “쓸데없는 짓을 한다”는 소리를 들으며 했던 수집과 그에 대한 생각, 고교 졸업 후 집안 사정으로 대학 진학을 포기한 채 여러 직장을 전전하면서도 수집을 놓지 않았던 일화, 월간지 기자 시절과 국립현대미술관에 발을 들여놓기까지의 딱하고 어려웠던 과정, 국립현대미술관에서 임시직으로 일하면서 글로 썼던 제언 등에 집중한다. 이를 통해 수집의 근원과 수집을 향한 그의 진정성, 수집의 결과물과 꿈을 펼치기 위한 대담한 활동, 전문성의 발휘 등에 무게를 둔다.
2부는 김달진 관장의 ‘널리 나누기’에 초점을 맞춘다. 국립현대미술관을 그만두고 ‘가나아트’ 근무 경력을 바탕으로 김달진미술연구소를 개소한 뒤, 월간지 ‘서울아트가이드’를 창간하고, 달진닷컴을 오픈하기까지의 과정을 소개했다. 그뿐 아니라 ‘미술자료 플랫폼’이 될 미술자료박물관을 열어 일반인들에게 열람을 허락하고, 다양한 전시 활동으로 자료를 공유하는 과정도 들여다본다. 여기에 오프라인 매체를 비롯해 온라인으로도 기록하는 김 관장의 실천정신도 챙겨 담았다.
김재희 지음 / 벗나래 펴냄 / 240쪽 / 1만 7000원
< 문화경제 김금영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