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화오션(옛 대우조선해양)이 군사기밀 유출 혐의로 HD현대중공업 직원 9명이 유죄를 받은 사안과 관련해 이를 지시하거나 개입‧관여한 임원을 수사해 달라는 고발장을 경찰청 국가수사본부장에 제출했다.
4일 한화오션은 입장문을 내고 방위사업청(방사청)이 HD현대중공업에 대한 부정당업체 제재를 면제해 준 것이 부당하다며 이같이 밝혔다.
한화오션은 “지난 2012~2015년 HD현대중공업 직원들이 수차례 방사청, 해군본부 등을 방문해 KDDX(한국형 차기구축함) 개념설계보고서 등 군사기밀을 불법 탈취하고, 이를 비밀 서버에 업로드해 광범위하게 공유하면서 입찰 참가를 위한 사업제안서 작성 등에 활용했음은 2022년 11월경 확정돼 공개된 형사판결문 기재만으로도 명백히 확인할 수 있는 객관적 사실”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HD현대중공업 고위 임원의 명시적 또는 묵시적 지시나 관여 없이는 수년간 여러 차례에 걸쳐 대담한 방법으로 군사기밀을 탈취해 회사 내부에 비밀 서버를 구축, 운영하면서 관리하고, 수사를 회피하기 위한 대응매뉴얼까지 작성하는 일련의 조직적인 범행이 일어나기 어렵다는 점은 굳이 판결문 등이 아니더라도 상식을 가진 일반인이라면 누구나 손쉽게 추론 가능한 일”이라고 주장했다.
한화오션 측은 “이처럼 방위산업의 건전한 발전 및 경쟁질서의 근간을 뒤흔드는 현대중공업의 조직적인 범죄행위에도 불구하고, 최근 방사청은 현대중공업의 대표와 임원이 형사처벌을 받은 사실이 없다는 이유로 현대중공업에 대한 부정당제재를 면제해 주기에 이르렀다”고 비판했다.
앞서 HD현대중공업은 군사기밀 유출 사고로 방사청 입찰시 보안감점 1.8점을 받았고, 지난해 11월 HD현대중공업 직원 9명은 군사기밀 탐지 수집 및 누설해 군사기밀보호법 위반 혐의로 유죄 확정판결을 받은 바 있다. 이에 대해 방사청은 지난달 계약심의회에서 HD현대중공업에 대해 ‘행정지도’로 결론을 내고 입찰 참가 자격을 유지시키기로 했다.
이에 대해 한화오션은 “수사 당시에는 수사가 진행 중이라는 이유로 해당 사업을 맡기고, 유죄판결이 선고되고 나니 처벌받은 대상자에 임원이 존재하지 않는다는 이유로 여전히 해당 사업을 수행하는 데 아무런 문제가 없다고 판단한다면, 정부 스스로 방산업체들에게 ‘직원들을 시켜 군사기밀을 훔쳐서라도 사업을 수주하고 꼬리자르기만 하면 된다’는 잘못된 인식을 제공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한화오션은 “향후 방위산업에서 최소한도의 법의 테두리 내에서 공정하게 경쟁하는 토양이 회복되기를 바라면서 우리나라의 방위산업 역사상 유례를 찾기 힘들 정도의 범죄행위를 저지른 현대중공업의 대표나 임원에 대한 경찰의 엄중한 수사를 촉구한다”면서 “조직적인 군사기밀 탈취 범죄의 배후와 그 전모가 확인되고 이에 상응하는 처벌과 제재가 이루어지지 않는다면 이는 곧바로 불법적인 특혜에 해당하고, 이러한 불공정한 특혜는 도약하는 K방산의 신뢰를 갉아먹고 자주국방의 기본 토대를 근본에서부터 무너뜨릴 것”이라고 강조했다.
<문화경제 한원석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