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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김덕희 서울시뮤지컬단 단장 " '틀림' 아닌 '다름' 인정하는 공연으로 더 많은 관객 만난다"

'다시, 봄'과 '맥베스' 이어 올해 '더 트라이브'가 새로 써가는 레퍼토리 역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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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nbnews 제769호 김금영⁄ 2024.03.08 13:21:03

김덕희 서울시뮤지컬단 단장. 사진=세종문화회관

지난해 연말 흥미로운 무대를 만났다. 보통 연말엔 한해를 마무리하는 따뜻한 분위기 속 행복을 이야기하는 밝은 공연들이 무대를 채우기 마련인데 서울시뮤지컬단의 선택은 달랐다. 셰익스피어의 4대 비극 중 하나인 ‘맥베스’를 택했고, 이를 연극이 아닌 창작뮤지컬로 재해석해 선보였다. 무모해 보였던 이 도전은 제대로 통했다. 첫 공연 매진을 시작으로 공연 막바지 4회차도 추가로 매진됐고, 공연예매사이트 관람객 평점은 9.0점에 이르며 흥행성, 작품성 모두 인정받았다. 세종문화회관 ‘2023 세종시즌’ 마무리를 화려하게 장식하기에 충분한 작품이었다.

서울시뮤지컬단의 도전은 올해에도 계속된다. 현재 4월 19일 세종문화회관 S씨어터에서 개막하는 뮤지컬 ‘더 트라이브(THE TRIBE)’ 연습에 한창이다. 비극 맥베스로 지난해를 마무리했다면, 올해를 여는 더 트라이브는 웃음 가득한 희극으로 분위기가 반전된다. 또한 그간 서울시뮤지컬단은 전 연령대를 고려한 작품을 주로 선보여왔는데, 이번 공연을 통해서는 MZ세대 관객의 마음을 제대로 사로잡겠다는 포부다.

관객의 확장성도 시도한다. 중년 여성의 인생 2막 이야기를 다루며 많은 공감을 불러일으켜 지난해 매진 행렬을 이어간 서울시뮤지컬단의 대표 작품 ‘다시, 봄’이 올해 5월엔 세종문화회관에서 마곡동 LG아트센터 서울로 무대를 옮겨 관객을 만난다. 이를 위한 준비도 한창이다.

이 모든 일을 이끌어가고 있는 서울시뮤지컬단의 김덕희 단장을 만났다. 지난해의 성과와 더불어 올해 서울시뮤지컬단은 어떤 행보를 보여줄지, 자세한 이야기를 들어봤다.

서울시뮤지컬단이 지난해 선보인 창작뮤지컬 '맥베스' 공연 장면. 사진=세종문화회관

- 지난해 ‘2023 세종시즌’ 마지막을 장식한 맥베스가 인상적이었습니다. 연말 선보이는 비극 공연에다가 워낙 유명한 작품이 원작이기에 우려도 있었죠.

“셰익스피어의 작품을 뮤지컬로 만드는 건 무모한 도전이라고들 합니다. 원작이 누구나 알 정도로 인지도가 높고, 텍스트도 좋아서 사람들의 기대치가 매우 높거든요. 또 원작의 아름다운 대사들이 뮤지컬 속 노래로 바뀌는 과정에서 함축, 생략돼 대사의 고유한 맛과 분위기가 사라질 수 있는 위험성도 높습니다. 이에 뮤지컬보다는 연극으로 만들어지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 그럼에도 맥베스를 창작뮤지컬로 선보인 이유는?

“어려운 시도이기에 더 해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서울시뮤지컬단은 국내에서 유일하게 뮤지컬 타이틀을 지닌 국공립 단체입니다. 뮤지컬계의 긍정적인 변화에 기여할 수 있는 일이라면 리스크를 감수하더라도 도전하는 것이 국공립 단체의 역할이라 생각했습니다.

1순위에 둔 것은 한국 창작뮤지컬의 성장과 다변화입니다. 현재 한국 창작뮤지컬은 뮤지컬 본고장 미국 브로드웨이 무대에 오를 정도로 세계 뮤지컬 시장에서 주목받고 있습니다. 한국 창작뮤지컬이 해외 대형 라이선스 공연과 비교해도 손색없을 정도로 성장한 것은 사실입니다. 다만 시장의 빠른 성장 속도에 인프라가 따라가지 못했습니다. 그래서 창작 작업 때 제작편수에 비해 인력이 부족해 완성도 있는 텍스트를 찾기 어려운 상황도 자주 맞닥뜨립니다. 이에 위험을 감수하고 새로운 시도를 하기보다는 이미 어느 정도의 흥행이 검증된 소설, 웹툰, 영화 등을 원작으로 한 뮤지컬 제작이 많아졌죠.

물론 흥행은 중요하지만, 이것만 고려하면 창작뮤지컬이 다루는 소재에 한계가 생길 수 있습니다. 그렇기에 계속 새 텍스트를 찾고, 아티스트를 발굴하는 게 중요한데 이를 국공립 단체가 나서서 해야 한다고 생각했습니다.

이는 ‘제작극장으로의 전환’을 선언한 세종문화회관과의 방향과도 맞닿습니다. 과거엔 성공이 보장된 대형 라이선스 공연이 무대에 많이 올랐는데, 안호상 사장 부임 이후 대관 중심 극장에서 벗어나 직접 콘텐츠를 발굴, 제작하는 제작극장으로 방향을 바꿨죠. 세종문화회관 산하 예술단인 서울시뮤지컬단도 이에 맞춰 창작뮤지컬을 지속 선보이고 있습니다. 단장을 맡은 뒤 현재까지 7편의 작품을 선보였는데, 모두 창작뮤지컬이었고, 이중 신작도 4편이었습니다. 맥베스도 이 중 하나고요.”

창작뮤지컬 '맥베스'는 첫 공연 매진을 시작으로 공연 막바지 4회차도 추가로 매진됐다. 사진=세종문화회관

- 매일매일 콘텐츠가 쏟아지는 시대에 뮤지컬 분야에서도 늘 새롭고 다양한 소재에 대한 관객의 수요가 높지 않나요?

“그럴 것 같지만, 결국엔 꾸준히 인기 있는, 고유의 패턴 소재가 있어요. 사람들이 막장 드라마를 막장이라고 욕하면서도 계속 찾아보는 것처럼요. 뻔하다는 걸 알면서도 자신도 모르게 익숙한 걸 찾고, 새로운 건 처음엔 불편해하죠. 그래서 소재든 형식이든 관객에게 익숙해지는 시간이 필요한데, 그럴 여력이 없는 제작환경 속 결국 사랑, 로맨틱 코미디 등 안정적인 소재를 택하는 뮤지컬이 많아요. 이 소재들이 결코 나쁘다는 게 아니에요. 문제는 치우침이죠. 편중되지 않고 보다 다양한 이야기를 보여줘야 하는 게 바로 예술의 역할이니까요.

뮤지컬의 다양성을 보다 넓히려면 이를 받아들이는 태도도 중요합니다. 일상생활 속 우리는 ‘다르다’와 ‘틀리다’를 구분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은데요. 이는 실제로 자신의 생각과 다른 것은 틀리다고 인식할 때가 많기 때문입니다. 예컨대 ‘연말엔 사랑 공연을 봐야 한다’는 것처럼요. 이 가운데 연말에 비극, 스릴러, 호러, 미스터리 장르의 공연을 보고 싶어 하는 관객층이 분명히 존재할 텐데 말이죠. 이 다양성을 인정하고 꾸준히 도전하는 것이야말로 예술의 존재 이유라고 생각합니다. 이 측면에서 맥베스가 좋은 반응을 얻어 뿌듯했습니다.”

김덕희 서울시뮤지컬단 단장이 질문에 답하고 있다. 사진=세종문화회관

- 올해는 더 트라이브가 그 도전을 이어갑니다. 어떤 공연인가요?

“유쾌한 이질감을 다루는 창작 신작입니다. 앞서 언급했듯 자신의 생각, 다른 이질적인 상황을 받아들일 때 불쾌해하는 경우가 있는데요. 이걸 틀린 게 아니라 다른 것이라고 인정하면 불쾌하지 않고 오히려 흥미를 느낄 수도 있습니다. 이렇듯 이질감을 받아들이는 과정을 유쾌하게 그리는 작품입니다.

프랑스 파리를 배경으로 한 극엔 두 주인공이 등장합니다. 남자주인공 조셉은 유물 복원가인데 보수적인 집안에서 자라 차마 커밍아웃하지 못한 인물입니다. 여자주인공 끌로이는 영화감독을 꿈꾸지 만, 현실은 성공하지 못한 시나리오 작가로 자존감이 바닥을 칩니다. 둘 다 사회적으로 억압당한 경험을 기저에 깔고 있죠.

어느 날 이들은 한 고대 유물을 만진 뒤 거짓말을 하지 못하는 상황에 놓입니다. 거짓말을 하면 이 유물에서 고대 부족(tribe)이 튀어나와 막 노래를 부르고 춤까지 추는 아찔한 상황에 놓이게 되거든요. 이들은 처음엔 당황하지만, 거짓말을 못 하게 되자 오히려 정작 자신들이 외면했던 스스로의 내면에 집중하게 됩니다. 그리고 틀렸다고 부정하던 자신들의 존재도 되돌아보게 되죠.”

창작뮤지컬 '더 트라이브' 포스터. 사진=세종문화회관

- 더 트라이브는 2021년 한국예술종합학교 음악극창작협동과정 졸업독해를 거쳐, 2022년 공연예술창작산실 뮤지컬 대본 공모에 선정됐습니다. 어떤 매력을 느껴 이 공연을 선택했나요?

“좋은 작품을 리서치하다 한국예술종합학교 졸업 공연 영상을 볼 기회가 있었는데 마침 그 공연이 현재 더 트라이브의 근간이 된 공연이었습니다. 기존 전형적인 이야기, 소재의 틀을 벗어나 전혀 예상치 못한 이야기로 흘러가는 매력이 있었습니다. 보통 뮤지컬에서 해피엔딩은 주인공이 이루지 못한 것을 성취하면서 끝나잖아요? 그런데 이 작품은 ‘원하는 것이 이뤄지지 않아도 우리는 행복할 수 있다’는 색다른 방식으로 해피엔딩에 접근했어요. 거기에다 음악까지 좋았고요.

지난해 자투리 예산을 짜내서 단원들과 낭독공연을 진행했는데, 너 나 할 것 없이 모두가 공연에 빠져들었습니다. 이후 대본을 수정하고, 음악을 업그레이드하는 과정을 거쳐 올해 본격 연습에 들어갔습니다.

더 트라이브는 뮤지컬 제작 과정의 한계를 극복한 작품이기도 합니다. 하나의 제대로 된 뮤지컬이 만들어지기 위해서는 대본 발굴부터 낭독공연, 트라이아웃(시범공연), 본공연까지 체계화된 과정이 필요합니다. 이는 단기간에 이뤄질 수 없고, 최소 3년이 필요하죠. 하지만 보통 국공립 단체는 그해 연말에 예산이 편성, 확정되는 행정 구조상 거의 모든 결정을 단년도에 결정해야 해서 중장기적 작품 개발 과정을 적용하기엔 어려운 점이 있습니다.

더 트라이브의 경우 빠르게 좋은 대본을 발굴해서 이 과정들을 단축할 수 있었습니다. 이 창작 시스템을 계속 이어가려 합니다. 현재도 내년 선보일 신작의 대본, 음악 작업에 이미 들어갔고, 올해 7월 내부에서 낭독공연을 진행할 예정입니다. 결국 공연화 할 좋은 콘텐츠 IP(지식재산권)를 선점하기 위한 선구안이 중요합니다. 이에 평소에도 레이더를 켜고 콘텐츠 리서치에 나서고 있습니다.”

창작뮤지컬 '더 트라이브'는 MZ세대를 주요 타깃으로 둔 공연이다. 사진=세종문화회관

- 특히 더 트라이브는 MZ세대를 주요 타깃으로 뒀다고 밝혔습니다. 그런데 본래 뮤지컬 주요 관람객층은 MZ세대 아닌가요?

“실질적으로 들여다보면 대극장 뮤지컬과 대학로 일대의 소극장 뮤지컬이 선보이는 작품의 주요 타깃층과 마케팅 방식이 다릅니다. 대학로 소극장에서는 MZ세대, 공연 마니아를 위한 마니악한 공연들도 많이 선보이고요. 반면 대극장은 특정 관객층만으로는 객석을 모두 채울 수 없어 일반 관람객도 쉽게 접근이 가능한 공연을 위주로 선보이죠. 이에 서울시뮤지컬단도 시민이 찾는 세종문화회관의 특성에 맞춰 특정 세대에 집중하기보다는 전 연령층에게 맞춘 작품을 주로 선보여 왔습니다.”

 

- 이 가운데 올해 MZ세대 관람객에게 주목하는 이유는?

“제작극장의 성장을 위해서는 새 관객층이 필요합니다. 세종문화회관은 오랜 역사를 지닌, 서울을 대표하는 전통극장의 위상을 지녔지만, 그렇기에 젊고 혁신적인 이미지와는 다소 거리가 있다는 인식이 있었습니다. 공연장이 장기적으로 운영되기 위해선 기존에 안주해선 안 되고 새로운 변화를 적극 받아들여야 합니다. 이에 새 관객층으로 시대 트렌드에 민감한 MZ세대를 확보할 필요성을 느꼈습니다. 세종문화회관이 매해 여름 선보이는 컨템퍼러리 시즌 ‘싱크 넥스트’도 젊은 관객을 끌어들이기 위한 노력의 일환이고요.

더 트라이브도 여기에 힘을 보태고자 합니다. 그래서 과감한 시도도 합니다. 더 트라이브 공연 원작의 작가와 작곡가가 각각 연출, 음악감독을 맡았습니다. 이 창작진은 MZ세대이고요. 공연을 만들 때 원작의 IP를 확보한 뒤 경력 등을 고려해 더 경험이 많은 전문가를 섭외하는 경우가 많지만, 더 트라이브의 코드를 가장 잘 이해하고 표현할 수 있는 건 이들이라는 믿음이 컸습니다. 실제로 만나서 작업해보니 신진의 재기발랄함과 더불어 적당한 타협점에 만족하지 않고 완성도의 기준이 높은 점이 인상 깊었습니다. MZ 취향을 가득 담은 작품이 실제로 관객에게 어떤 반응을 얻을지 궁금합니다. 이 변화들이 서울시뮤지컬단에도 또 하나의 기회가 될 것이라 생각합니다.”

김덕희 서울시뮤지컬단 단장은 서울시뮤지컬단의 대표 레퍼토리 구축에 노력하고 있다. 사진=세종문화회관

- 서울시뮤지컬단의 대표 레퍼토리 중 하나로 자리 잡은 ‘다시, 봄’도 올해 돌아옵니다. 이 공연의 어떤 점이 관객의 마음을 사로잡았다고 보나요?

“서울시뮤지컬단 단장으로 처음 왔을 때 단원 24명 중 특히 50대 여자 단원 7명에게 눈길이 갔습니다. 한때는 주역으로 공연의 중심에 섰던 이들이지만, 나이가 들어감에 따라 점차 비중이 줄고, 때로는 맞지 않는 역할을 맡아 자존감이 떨어진 모습이었죠.

뮤지컬단을 이끌어가는 데엔 단원들의 자기개발, 성장에 동기 부여가 되는 환경을 만드는 것도 중요합니다. 그래서 이들이 주인공이 되는 작품을 만들어야겠다고 생각했습니다. 또 예술경영 측면에서도 실질적으로 2030대 관객이 뮤지컬 주요 소비층이지만, 안정적 시기에 접어든 386세대, 즉 50대 관객 또한 새로운 관객층으로 많이 떠오르고 있었습니다. 이에 이들이 공감할 수 있는 이야기를 만들어보자 마음 먹었습니다.

이를 위해 뮤지컬에서는 잘 시도되지 않았던 ‘디바이징 시어터’ 방식을 취했습니다. 작가가 써주는 대본을 그대로 연기하는 게 아니라 각각의 배우들과 인터뷰를 하고 그들이 살아온 삶에 대해 들은 뒤 맞춤형 대본을 작성하는 방식으로요. 그래야 더 단원들도, 공연을 보는 사람들도 공감할 수 있을 것이라 판단했습니다. 그래서 단원들과 2박 3일 강원 화천군으로 워크숍을 갔는데, 화천군에 사는 50대 그룹을 모아 단원들과 교류하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무대에 서는 배우로서가 아니라 한 인간으로서 자신의 삶에 대한 이야기를 끌어내기 위해서요. 삶에 대해 행복했던 순간에 대한 그래프도 그렸는데, 공통적으로 결혼 직후 그래프가 뚝 떨어지더라고요(웃음).

워크숍 과정에서 자신의 삶을 돌아보던 단원들은 실컷 웃기도, 때로는 울기도 했어요. 이 이야기가 대본에 담겼고요. 그 꾸미지 않은 진실된 삶의 이야기에 공감한 관객이 많았습니다. 동떨어진 이야기가 아니라 바로 내 엄마, 아내의 이야기였기 때문이죠.”

서울시뮤지컬단의 대표 작품으로 자리잡은 창작뮤지컬 '다시, 봄' 공연 장면. 사진=세종문화회관

- 올해엔 이 공연이 LG아트센터로 무대를 옮기는데 달라지는 점이 있나요?

“공연을 선보인 2022년 첫해와 지난해가 다시, 봄을 제작, 개발하는 해였다면, 올해는 이 공연의 안정적인 레퍼토리화에 주안점을 두고 있습니다. 첫해와 지난해 공연을 올리며 완성된 탄탄한 대본을 바탕으로 어떤 배우라도 연기할 수 있게 좀 더 보편적인 방향으로 수정 작업 중입니다.

LG아트센터에서의 공연은 새 도전이기도 해요. 역삼동에서 마곡동으로 이전한 LG아트센터는 기존 충성 관객층을 비롯해 양천, 김포, 부천 등에서 새로운 관객층 유입까지 성공시켰어요. 다시, 봄이 광화문을 떠나 마곡동에서 공연하면서 기존 세종문화회관을 찾지 못했던 새로운 관객층을 만날 수 있는 기회라 기대가 큽니다.”

 

- 한국 아이돌, 드라마, 영화의 인기가 전 세계에서 높아지며 K-컬처의 위상이 높아졌습니다. ‘김종욱 찾기’, ‘그날들’, ‘영웅’, ‘명성황후’ 등 한국 창작뮤지컬도 세계에서 사랑을 받고 있고요. 서울뮤지컬단은 K-뮤지컬 열풍에 일조하기 위해 어떤 노력을 기울이고 있나요?

“세종문화회관이 제작극장으로의 전환을 선언하면서 서울시뮤지컬단도 브랜드화할 수 있는 대표작을 만들기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현재는 그 레퍼토리를 쌓는 과정입니다. 안정적인 레퍼토리 작품 4~5개 정도가 만들어지면, 2년 주기로 신작을 안정적으로 개발할 수 있는 구조가 만들어집니다. 공연 투어도 활발하게 할 수 있고요. 다시, 봄이 대표 레퍼토리로 자리를 잡아가고 있고, 이어 좋은 반응을 끌어낸 맥베스도 올해 연말 즈음 다시 선보이며 레퍼토리화 과정에 박차를 가할 계획입니다.

여기서 그치지 않고 해외 진출, 학술사업 등 더 다양한 공연 사업을 전개해 시너지 효과를 내기 위해선 공공단체와 민간회사 등의 협력도 중요하다고 봅니다. 민간이 시도하기 어려운 작품 개발을 공공단체가 나서서 하고, 성공한 작품들을 롱런할 수 있게 민간으로 이양하는 시스템을 한국도 본격 고민해야 할 시점입니다.”

창작뮤지컬 '다시, 봄'은 올해 LG아트센터 서울 무대에 오른다. 사진=세종문화회관

- 공연창작집단 ‘뛰다’, 안산문화재단, 서울예술단 등 다양한 문화예술 현장을 거쳤습니다. ‘프로듀서 출신 뮤지컬 단장’으로도 알려졌고요. 현재까지의 여정을 돌아본다면?

“운 좋게 기획팀장을 맡아 국립단체에서 작품 개발하는 작업을 꾸준히 해왔었어요. 어느 순간 경험할 수 있는 것은 다 해봤다는 생각이 드는 시점에 마침 서울시뮤지컬단 단장 공고가 떴습니다. 보통 예술단체 단체장은 연출, 배우 등 예술가 출신이 맡는 경우가 많았는데요. 그렇기에 오히려 프로듀서로서 경험한 프로듀싱 시스템을 더 다양하게 시도해볼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에 도전했죠.

존경하는 선배가 안호상 세종문화회관 사장입니다. 예술경영 1세대로서 세종문화회관을 이끌어가며 예술계 내에 혁신적이면서도 긍정적인 변화를 만들었죠. 저도 주어진 환경에 안주하지 않고, 늘 새로운 시도, 변화를 통해 좋은 선례를 남기고 싶습니다.”

김덕희 서울시뮤지컬단 단장은 "진심으로 재미있는 공연을 만들고 싶다"고 말했다. 사진=세종문화회관

- 2022년 2월 서울시뮤지컬단 단장으로서 임기를 시작해 어느덧 3년 차에 접어들었습니다. 이루고 싶은 목표는?

“조직은 누가 리더로 오느냐에 따라 완전히 방향과 성격이 바뀌곤 하는데요. 미래에 제가 부재하는 상황이 오더라도 단원들이 방향을 잃지 않을 수 있는 대표 레퍼토리를 안착시키고 싶습니다. 아무것도 쌓이지 않은 백지상태에서 다시 모든 걸 시작하는 건 큰 손실이니까요. 안정화된 레퍼토리를 꾸준히 무대에 올리고, 각 단장에 따라 여기에 다채로운 색을 얹히면 관객도 단원도 만족할 수 있는 공연을 꾸준히 선보일 수 있을 것입니다.

이 중장기적 목표를 위해 올해도 달립니다. 올 여름 낭독공연을 비롯해 광화문 야외 광장에서 즐길 수 있는 뮤지컬 콘서트를 선보일 계획입니다. 단순히 객석에 앉아 노래를 듣고 박수를 치는 데에 그치지 않고 진정 시민과 함께 즐길 수 있는 공연 형태를 고민 중이에요. 진심으로 재미있는 공연을 만들고 싶어요. 쉽진 않지만 그렇기에 더 도전하고 싶습니다.”

< 문화경제 김금영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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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종문화회관  서울시뮤지컬단  안호상  김덕희  LG아트센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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