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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 여전한 RTD 열풍 속 테킬라 新바람마저 불까? 올 한 해 주류시장 전망

믹솔로지 인기에 작년 이어 RTD 시장 ‘파란불’… 소비 주춤 위스키 대신 테킬라에 주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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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nbnews 제768호 김응구⁄ 2024.03.20 17:42:30

삼정KPMG 경제연구원의 보고서에 따르면 국내 주류기업은 내수 시장의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수출로 외연을 확장해야 한다. 사진은 지난해 태국 방콕에서 열린 한류 페스티벌 ‘KCON’ 모습. 하이트진로는 이 행사에 공식 후원사로 참가했다. 사진=하이트진로

올 한 해 국내 주류시장에는 어떤 ‘바람’이 불까. 단언하긴 어렵지만 예측은 가능하다.

우선, ‘RTD(즉석간편음료)’ 열풍은 계속 이어질 전망이다. RTD는 하이볼 등의 칵테일을 소비자가 쉽게 마시도록 상품화한 제품이다. 최근 폭발적 인기에 힘입어 제품군이 다양화되고 있다. 이미 포화상태라는 지적도 있다.

아울러 고공행진 중이던 위스키 소비가 한풀 꺾이면서 그 자리를 테킬라가 대체할 것이란 전망도 나오고 있다.

RTD 열풍 한동안 계속될 듯

하이트진로는 RTD 시장의 성장에 발맞춰 사이더 제품인 ‘써머스비’의 망고라임 맛을 새롭게 선보였다. 사진=하이트진로

현재 국내 주류시장에는 RTD 제품이 강세다. 하이볼을 중심으로 재작년부터 이어진 믹솔로지(Mixology) 열풍이 계속되는 모양새다. 믹솔로지는 술에 음료 등의 재료를 섞어 만든 칵테일이다.

하이트진로는 2월 28일 사이더(Cider) 제품 ‘써머스비’의 망고라임 맛을 새롭게 선보였다. 알코올도수 4.5도에 500㎖ 캔 제품 하나만 출시했다. 사이더는 사과를 발효해 만든 알코올도수 1~6도의 과실주다. 유럽에선 와인, 맥주와 함께 가장 대중적인 주류다. 사과 발효주 베이스에 탄산을 첨가한 이 제품은 칵테일 레시피에도 활용될 만큼 다른 주류와 섞어 마셔도 잘 어울린다.

하이트진로는 최근 RTD 시장의 성장에 발맞춰 써머스비 제품군 확대로 소비자에게 좀 더 가까이 다가간다는 전략이다. 써머스비는 우리나라를 비롯해 전 세계 55개국에서 판매되고 있다. 경쟁이 점점 심화하는 국내 RTD 시장에서 최근 3년 동안 1위 자리를 지키고 있다.

BGF리테일이 운영하는 편의점 CU는 올해 초 주류제조업체 부루구루와 가수 츄가 함께 만든 칵테일 ‘츄-하이’ 2종을 선보였다. 알코올도수 5도의 이 제품은 희석식 소주에 과즙, 탄산수 등을 넣어 만든 하이볼이다. 달콤하면서 상큼한 맛을 내세운 이 제품은 콘셉트에 맞춰 상큼발랄한 이미지의 아이돌 츄를 모델로 발탁했다. 제품 이름도 그의 이름에서 따왔고, 패키지 역시 젊은 느낌이 나는 분홍색과 하늘색을 활용했다.

전통주 기업인 서울장수도 지난 1월 말 하이볼 콘셉트의 신제품 ‘얼그레이주’를 출시하며 RTD 시장에 뛰어들었다. 이 제품은 ‘장수막걸리’에 스리랑카산 홍차 ‘우바(Uva)’를 섞어 발효시킨 술이다. 회사 측은 부드러운 풍미와 과하지 않은 단맛으로 다른 음식과 페어링하기에 적합하다고 설명했다.

지난해 8월에는 빔산토리코리아가 ‘짐빔 하이볼’ 2종을 출시하면서 가수·배우 엄정화와 걸그룹 르세라핌의 김채원을 광고 모델로 내세웠다.

국내 주류업계는 한동안 이 같은 RTD 붐이 계속 이어질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특히, 여름 시장을 앞둔 4~5월에 제품 출시가 잇따를 것으로 보고 있다. 지난해 CU의 하이볼 매출은 전년보다 553.7% 급증했다.

주류업계 관계자는 “MZ세대 사이에서 믹솔로지 문화가 하나의 트렌드로 자리 잡은 만큼, 주류업체들은 올해도 RTD나 주류와 섞어 마시기 좋은 제품을 계속해서 선보일 것”이라고 말했다.

위스키 인기, 테킬라가 이어받을까?

국순당은 세계적인 슈퍼모델 캔달 제너가 2021년 출시한 ‘818 데킬라’를 국내에 론칭했다. 이어 2월 23일부터 3월 7일까지 더현대 서울에서 ‘818 데킬라’ 팝업스토어를 운영했다. 사진=국순당

관세청 수출입무역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10월부터 올해 1월까지 위스키류 수입량은 7884t(톤)으로, 전년 같은 기간의 1만1426t 대비 31% 정도 감소했다. 지난해 전체 위스키 수입량은 3만586t으로 역대 최대치를 기록했지만, 하반기부터 증가세가 주춤하고 있다.

더구나 팬데믹 기간 젊은 층에서 큰 인기를 끌었던 와인의 경우도 2021년 연간 최대 수입량인 7만6575t으로 정점을 찍은 이후 2년 연속 감소 중이다.

이와 때를 같이 해 국내 주류업체들은 테킬라 등 새로운 주종을 대안으로 제시하고 있다. 테킬라는 최근 미국 젊은이들 사이에서 엄청난 인기를 끌고 있다. 이 열풍은 최근 국내로 이어지고 있다. 수출입무역통계에 따르면 테킬라 수입액은 2020년 253만1000달러에서 지난해 647만6000달러로 3년 만에 155.8% 성장했다.

하이트진로는 2월 14일 멕시코 테킬라 ‘코모스(KOMOS)’를 출시했다. 테킬라 최상위 등급인 울트라 럭셔리급 브랜드다. 100% 블루 아가베(blue agave)로 만든다. 국내에 선보이는 제품은 ‘코모스 아네호 크리스탈리노’와 ‘코모스 엑스트라 아네호’ 두 가지다. 둘 다 750㎖ 용량에 알코올도수는 40도다. 패키지는 파란색과 터키색 수제 도자기 병을 사용했다. 또 병마다 고유 번호를 넣어 소장가치를 높였다.

이틀 뒤 국순당은 세계적인 슈퍼모델이자 인플루언서인 캔달 제너가 2021년 출시한 ‘818 데킬라’를 국내에 론칭했다. 역시 8년 이상 된 블루 아가베 100%로 만든다. 제품군은 ‘블랑코(Blanco)’, ‘레포사도(Reposado)’, ‘아네호(Anejo)’, ‘에잇리저브(8 Reserve)’ 등 네 가지다. 브랜드별로 오크통에서 짧게는 3주, 길게는 8년가량 숙성 과정을 거친다. 국순당은 이번 론칭을 기념하고자 2월 23일부터 3월 7일까지 서울 영등포구 더현대 서울 지하 1층 메인 행사장에 ‘818 데킬라’ 팝업스토어를 운영했다.

디아지오코리아는 세계적인 멕시코 테킬라 브랜드 ‘돈 훌리오’로 국내 프리미엄 주류시장을 공략한다. 이 회사는 3월 12일 서울 성동구의 한 멕시칸 레스토랑에서 ‘돈 훌리오’를 소개했다. 이날 행사에선 ‘블랑코’, ‘레포사도’, ‘아네호’ 등 기존 라인업과 함께 지난해 국내 출시한 최상급 ‘돈 훌리오 1942’를 소개했다. ‘1942’는 창업자 훌리오 곤잘레스가 테킬라 양조 60주년을 기념하고자 지난 2002년 세상에 선보인 럭셔리 테킬라 브랜드다. 그가 처음 테킬라를 시작한 해인 1942년을 따서 이름 붙였다.

올 한해 주류기업은 어떻게 대처해야 할까

삼정KPMG 경제연구원이 2월 29일 발표한 보고서는 국내 주류기업의 대응 전략 등을 제시했다.

믹솔로지 트렌드에 힘입어 RTD 시장의 고(高)성장세를 전망한 발표도 나왔다.

삼정KPMG 경제연구원은 2월 29일 ‘요동치는 주류시장, 기업의 돌파구는?’이란 제목의 보고서를 발표했다.

이 보고서는 최근의 주류 소비 취향 변화를 네 가지로 압축해 소개했다. 가장 먼저 ‘술자리는 싫지만 혼술·홈술은 즐기는 소비자’다. 소용량이나 저도주를 즐기는 라이트 유저(light user) 증가, 회식 중심에서 즐기기 위한 목적으로 소비 패턴 변화, 음주 시에도 건강과 즐거움을 동시에 추구하는 헬시플레저(Healthy Pleasure) 문화 확산. 팬데믹을 기점으로 혼술·홈술이 확산하면서 이처럼 음주 패턴이 급격히 변화했다는 것이다.

그다음이 ‘고가(高價) 주류를 탐닉하는 소비자 증가’다. 홈술의 장기화로 엔트리급에서 고가로 소비 스펙트럼을 넓히는 동시에 프리미엄 주류를 디깅(digging)하는 소비자가 증가했다. 이들 소비자는 제품의 맛, 품질, 브랜드 스토리를 관심 있게 들여다보고 아낌없이 소비한다. 위스키의 경우 스카치위스키에 편중됐던 수요가 고가인 싱글몰트로 이동하는 한편, 수입국도 스코틀랜드뿐만 아니라 일본 등으로 다변화됐다.

‘나만의 술을 찾는 소비자’도 생겨났다. ‘홈텐딩’(집+바텐딩) 문화가 확산하면서 집에서 직접 술을 섞어 마시는 믹솔로지 트렌드가 새로운 주류문화로 정착됐다. 원하는 비율로 섞어 마시는 다양한 ‘섞음주’도 등장했다. 하이볼은 물론 ‘막사’(막걸리+사이다), ‘연맥’(연태고량주+맥주) 등을 말한다.

마지막으로 ‘디토(Ditto) 소비 확산’이다. 주류 구매 실패를 최소화하고자 소셜미디어(SNS)에서 주류 인플루언서들의 게시물을 보고 따라 구매하는 디토 소비가 확산 중이다. 복잡한 소비 환경에서 정보 검색에 드는 시간과 실패 확률을 줄여줄 소비 전략으로 부상하고 있다. 술은 종류가 다양하고 값이 비싸 디토 소비에 적합한 특성이 있다고 봤다.

이 보고서는 국내 기업의 대응 전략도 제시했다. 먼저, 내수 시장의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수출로 외연을 확장해야 한다고 짚었다. 국내 주류시장은 이미 포화상태인 만큼 성장 잠재력이 높은 지역(나라)으로 진출하는 것이 필수적이다. 보고서는 그에 앞서 해외시장에 소주·막걸리 등 우리나라 술의 글로벌 인지도를 높이려는 노력이 선행돼야 한다고 조언했다.

제조·유통 등 주류 밸류체인 전반에 첨단 기술을 융합해 차별화된 경쟁력을 갖춰야 한다는 의견도 냈다. 주류산업의 디지털 전환 속도는 다른 산업보다 더딘 편이다. 그럼에도 현재 생산·유통·고객 전반에 걸쳐 디지털 기술(빅데이터·인공지능) 결합이 진전 중인 만큼, 기업들은 디지털 기술, 자사 비즈니스, 고객 여정 간 유기적 연계에 주력하면서 중장기적으로 마주할 디지털 비즈니스 환경에 선제적으로 대비해야 한다는 것이다. AI(인공지능) 기술을 바탕으로 한 큐레이션으로 개인 맞춤형 주류 추천 서비스를 펼치거나 무인 와인숍을 구축하는 등 리테일테크(소매유통사업에 정보통신기술 접목) 활용을 폭넓게 검토하면서 고객 경험 고도화에 나설 시점이라고 평가했다.

마지막으로 포트폴리오 재점검으로 주종(酒種)의 다변화와 제품 라인업을 확장할 필요성이 있다고 분석했다. 주류제조업계는 다양한 소비자의 기대·요구를 반영한 신제품과 레귤러 제품으로 시장을 동시에 공략하는 투트랙 전략을 펼치면 시장 지배력 유지·확대가 가능하다는 것이다. 특히, 당분간 RTD 시장의 고성장세가 전망되는 만큼 RTD나 신제품 기술개발을 지속하고 음용 경험의 다양화를 주도하면서 고객에게 차별화 가치를 제안해야 한다.

서울장수는 1월 31일 하이볼 콘셉트의 신제품 ‘얼그레이주’를 출시하며 RTD 시장에 뛰어들었다. 사진=서울장수

해외여행객 주류 면세 한도 확대

올해는 해외여행자의 주류 면세 한도가 확대될 전망이다. 현재 주류는 400달러 이하에서 2병·2ℓ까지 면세가 적용된다. 다시 말해 술의 면세 한도는 두 병이고, 이 두 병의 총용량이 2ℓ 이하면서 합산 가격이 400달러 이하일 때 면세가 된다.

관세청은 2월 13일 이 같은 내용을 골자로 하는 ‘2024년 주요 업무 추진계획’을 발표했다. 이 내용에 따르면 위스키 같은 양주를 구매할 때 추가로 받는 미니어처 등은 면세 한도에서 제외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고광효 관세청장은 “집행을 하다 보니 맥주 한 캔이나 양주 미니어처도 한 병으로 계산해야 하는 문제가 있었다”며 “관계 부처와 논의해 합리적으로 조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주류 면세 한도가 개편된다면 2022년 이후 2년 만이다. 당시 정부는 주류 면세 한도를 한 병(1ℓ·400달러 이하)에서 2병(2ℓ·400달러 이하)으로 확대했다.

〈문화경제 김응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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