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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화랑, 느림의 미학 일깨우는 ‘자연 회귀적 열망전’

2024 예감전…모혜준, 우병윤, 이상덕, 이채영 작가 참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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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nbnews 김금영⁄ 2024.04.08 08:55:31

모혜준, ‘20240129’. 한지에 펜, 53x41cm. 2024. 사진=선화랑

선화랑이 3월 13일부터 4월 13일까지 2024 예감_‘자연 회귀적 열망 : The Longing to Return to Nature’ 주제 아래 작가 4인의 그룹전을 연다.

예감전은 주제 아래 앞으로 작품 활동의 귀추가 주목되는 작가를 선정하고, 각 작가의 역량과 비전을 보여주는 자리다. 이번 전시엔 모혜준, 우병윤, 이상덕, 이채영 작가가 참여한다.

선화랑 측은 “최근 2~3년간 뜨거웠던 미술시장의 열기는 미술에 대한 관심과 예술의 향유, 미술 애호가의 증가라는 긍정적인 신호이기도 했지만, 한편으로는 미술작품의 목적성과 역할에 대해 다시금 되돌아보게 되는 계기가 됐다”며 “엔데믹 전환 이후 사람들의 외부 활동과 자유로움은 다시 정상화되는 듯했지만 사회 환경적으로 경기 침체와 자연의 불균형까지 예상치 못한 큰 피해를 감당해야만 하는 처지에 놓이게 됐다. 미술계와 현 사회, 환경적인 문제를 인지하고 미술작품을 통해 좀 더 진정성 있는 내면 탐구를 촉구하고, 또 다른 사유의 시간을 제공하고자 한다”며 전시 기획 의도를 밝혔다.

우병윤, ‘중첩(重疊, Superposition)’. 사진=선화랑

이에 ‘자연 회귀적 열망’을 주제로 가속화의 절재, 느림의 미학을 다시 한번 일깨우고자 한다. 좀 더 자기 충만의 시간과 영혼의 해방을 추구하며 정신적인 안위와 안정에 가치를 두고자 한다는 의도다.

1전시실은 모혜준, 우병윤 작가의 작품으로 구성됐다. 두 작가는 자신만의 재료와 물성, 행위가 조화를 이루며 반복과 중첩의 과정으로 이루어진 추상적인 화면을 선보인다. 모혜준의 작업은 균일하고 일정한 듯하지만 자세히 들여다보면 조금씩 다른 선들의 집합체이며 펜의 뭉침과 성김, 색의 휘발로 인해 예기치 못한 이미지 또는 우연적인 효과를 마주하게도 되는데 이는 계획을 하더라도 예측 불가한 결과물이 나타나는 것처럼 미술이라는 매개체를 통해 삶의 다양성을 경험해 나가고자 하는 작가의 마음이 담겨있다.

우병윤의 화면은 점, 선, 면, 색과 같이 기본적인 조형요소들이 화면 위 공간에서 서로 경계를 오가며 규칙적인 패턴인 듯 보이지만 불규칙적인 구조를 이룬다. 이는 각기 다른 존재들이 조화를 이루며 살아가는 자연과 닮아 있다.

이채영, ‘숨’. 한지에 먹, 190x300cm. 2023. 사진=선화랑

2전시실은 이상덕 작가와 이채영 작가의 작품으로 구성됐다. 두 작가는 본인의 시각적 경험과 기억에서 기인한 풍경을 묘사하며 심상을 담아낸다.

이상덕은 화면을 통해 우리의 눈에 새로운 차원의 공간을 제안하고 소개한다. 화면 안에 착시를 의도적으로 설계해 우리에게 다른 시각과 공간을 보고 느끼게끔 하는 작가의 장치다. 콜라주를 활용하고 구성해 새롭게 공간의 깊이를 만들어내고 그림자를 추가해 현실인지 가상인지를 모호하게 하는 흥미로움을 선사하지만 이는 대상을 바라보고 인지하고 감성적으로 느끼는 우리의 시각에 좀 더 다양성과 여유로움을 갖기를 원하는 작가의 바람이 곁들여 있다.

이채영의 풍경은 수평의 구조가 강조되는 건물이나 벽, 나무와 덤불, 저수지, 늪 등이 반복적으로 등장한다. 감정을 절제한 채 먹의 농담을 이용해 모노크롬의 채도로 대상의 정교한 관찰과 기록으로 채워진다. 과거의 시간이 있기에 미래를 내다볼 수 있는 것처럼 이채영의 화면 속에 남겨진 장소는 앞으로의 다가올 시간에 대한 또 다른 기대를 갖게도 함을 역설적으로 이야기한다.

이상덕, ‘세상의 사이’. 장지에 먹, 혼합채색, 콜라주, 116.8x91cm. 2023. 사진=선화랑

선화랑 측은 “자연과 인간이 성장해 나아가는 과정은 완성된 예술작품과 닮아있다. 공통적으로 느껴지는 각 작가의 작업을 들여다보면 평면적 화면 위로 시간을 머금은 흔적과 반복, 순환의 과정이 쌓여있고 이것은 자연의 순리와도 직결돼 보인다”며 “즉흥적이고 우발적인 것은 곧 금세 휘발되기 쉽지만 각 작가 저마다의 차곡차곡 쌓아 올린 시간과 행위의 흔적을 통해 우리의 삶의 발자취를 되돌아볼 수 있는 시간을 권유한다. 자연이 우리에게 전해주는 것처럼 내면의 여유 공간과 마음의 평안을 위한 회복의 시간으로 다가오기를 희망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속도는 기계의 시간이며, 느림은 자연의 시간이라는 말은 4인 작가의 화면과 어울리는 말인 것 같다. 느림은 빠른 속도에 박자를 맞추지 못하는 무능력함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다. 좀 더 부드럽고 우아하고 배려 깊은 삶의 방식을 제안하는 것”이라며 “작품들의 화면은 일상의 시간을 좀 더 새로운 공간으로 전이 시키고 시간의 속도를 늦춤으로써 현실을 벗어나 그 너머의 세계를 사유하게 한다”고 밝혔다.

< 문화경제 김금영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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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화랑  모혜준  우병윤  이상덕  이채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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