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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 증권업계, 토큰증권(ST) 시장 선점 위해 ‘합종연횡’

2023년부터 컨소시엄 결성 잇따라… 2030년 시장 규모 367조 원 전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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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nbnews 제770호 한원석⁄ 2024.04.05 09:48:38

토큰증권발행(STO). 사진=연합뉴스

금융당국이 올해 상반기 중으로 토큰증권(ST) 법제화 법안을 통과시킬 의지를 내비친 가운데 국내 증권사들의 움직임이 가속화되고 있다. ST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해 블록체인 기술기업, 조각투자 사업자 등 스타트업부터 정보통신기술(ICT)·인터넷은행 등 대기업까지 다양한 상대방과 ‘동맹 체제’를 구축하고 있다.

전 세계 ST 시장은 2030년까지 5조 달러(약 6600조 원) 규모로 성장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에 따라 미술품, 음악저작권, 탄소배출권, 태양광 등 다양한 종류의 상품이 출시되고 증권사간 협업을 통한 유통 플랫폼들도 출시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증권업계 ‘미래 먹거리’ 토큰증권(ST)

토큰증권(Token Security)에 대한 설명자료. 자료=금융위원회

우리나라에서 증권은 ‘자본시장과 금융투자업에 관한 법률(자본시장법)’의 규제를 받아 발행된다. 기존에는 종이로 된 실물 증권만 발행이 가능했으나, 정부는 2019년 9월 전자증권제도를 도입하며 상장사의 실물 증권을 금지하고 서버의 중앙화 원장에 기재되는 전자증권을 통해서 주식, 채권 등의 증권을 발행 및 유통할 수 있도록 했다.

이와 달리 토큰증권은 분산원장 기술(Distributed Ledger Technology)을 기반으로 발행된 디지털화된 증권이다. ‘증권토큰 발행(Security token offering‧STO)’이란 부동산, 미술품 등 실물 및 금융 자산을 블록체인 기반의 토큰에 연동한 디지털 자산인 토큰증권으로 발행하고 유통하는 것을 말한다.

토큰증권은 중개자 역할이 최소화되고 공시 업무의 자동화 등을 통해 시간과 비용이 절감되고, 거래 장소와 시간의 제약을 받지 않고 매우 작은 단위의 거래도 가능해 부동산과 같은 실물자산의 유동성을 높일 수 있다.

이러한 토큰증권이 가장 활발히 발행되는 분야는 바로 ‘조각투자’이다. 이에 대한 관심이 커지면서 국내 조각투자 시장은 2020년을 기점으로 음원‧부동산‧미술품을 중심으로 활성화됐다. 세계 최초의 음악수익증권 플랫폼인 ‘뮤직카우’와 미술품 투자 플랫폼 ‘투게더아트’, ‘열매컴퍼니’가 큰 주목을 받았다.

특히 뮤직카우는 2022년 9월 금융위원회의 혁신금융서비스로 지정돼 음악수익 증권을 발행했다. 앞서 금융위는 같은해 4월 조각투자 사업의 법적 안정성 및 시장 예측가능성을 높이기 위해 ‘조각투자 증권 등 신종증권 사업 관련 가이드라인’을 발표하고, 이어 증권선물위원회가 뮤직카우가 발행한 저작권료 참여청구권의 증권성을 인정해 투자자 보호장치 마련을 조건으로 자본시장법에 따른 제재 절차를 보류하는 조치안을 의결한 데 따른 것이다.


미래에셋-SKT-하나금융, 컨소시엄 구성해 토큰증권 시장 주도권 확보 나서

지난해 5월 (사진 왼쪽부터) 함영주 하나금융그룹 회장과 최현만 미래에셋증권 회장(현 고문)이 토큰증권 컨소시엄인 ‘넥스트 파이낸스 이니셔티브(NFI)’ 업무협약을 맺고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하나금융

증권업계가 토큰증권에 주목하는 이유는 성장 잠재력이 크기 때문이다. 보스톤컨설팅그룹(BCG)과 하나금융경영연구소에 따르면 올해 국내 토큰증권 시장의 시가총액은 34조 원, 2030년엔 367조 원 규모로 불어날 전망이다. 향후 증권사들은 STO 시장에서 기업공개(IPO)처럼 토큰증권 상장에 대한 주관수수료를 받거나 거래 중개에 따른 매매수수료 이익을 낼 수 있다.

미래에셋증권은 업계 선두 증권사 지위를 바탕으로 토큰증권 등 디지털 자산 시장 주도권 확보를 위해 발 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미래에셋은 컨소시엄과 실무협의체 연합이라는 ‘투 트랙’ 전략을 펼치고 있다.

먼저 지난해 3월 SK텔레콤(SKT)과 토큰증권 컨소시엄인 ‘넥스트 파이낸스 이니셔티브(NFI)’를 결성한 데 이어, 같은해 6월에는 하나금융그룹도 컨소시엄에 합류했다. 여기서 미래에셋증권은 기초자산 발굴·발행을 맡고, SKT는 블록체인 등 인프라스트럭처 구축을 책임진다. 하나은행은 규제‧시장환경 변화에 대한 공동 대응 및 생태계 조성 등을 통한 블록체인 활용 서비스 상용화 방안을 모색하고, 하나증권은 미래에셋증권과 토큰증권의 발행·유통·조달 등 직접적인 사업 협력으로 시너지를 창출할 계획이다.

토큰증권 사업에 필요한 메인넷(Mainnet‧블록체인 네트워크)은 복수의 금융기관이 노드(Node‧네트워크 연결점)로 참여해야 해서 양사의 협력은 토큰증권 인프라 구축에서도 시너지가 발휘됨으로써 새로운 시장과 손님의 가치를 창출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함영주 하나금융그룹 회장은 “이제 막 태동하는 토큰증권 시장에서 업계 최고의 경쟁력과 인프라, 그리고 경험을 갖춘 미래에셋증권과 협업하게 돼 기쁘다”며 “견고한 파트너십을 통해 변화의 기회를 적극 활용하고 미래 디지털 금융 혁신을 주도함으로써 손님들에게 새로운 가치와 참신한 경험을 제공할 것”이라고 말했다.

최현만 미래에셋증권 회장(현 고문)은 “NFI에 하나금융그룹이 가세하면서 미래에셋이 오랫동안 꿈꿔온 금융업 혁신에 한걸음 더 다가섰다고 생각한다”며 “토큰증권 사업을 시작으로 미래 세대의 니즈를 공감하고 적극 반영한 혁신 금융서비스 출시에 전념할 것”이라고 밝혔다.

또한 미래에셋증권은 토큰증권 실무협의체인 ‘ST 워킹그룹(STWG)’도 꾸렸다. 토큰증권과 적합성이 높은 기초자산·비즈니스 모델을 보유한 블록체인 기업과 조각투자사·로펌 등이 참여한 속한 연합체다. 현재 종합생활금융플랫폼 갤럭시아머니트리, 토큰증권 컨설팅업체 크로스체크 등이 참여하고 있다.

미래에셋증권 관계자는 “NFI가 생태계 구축과 확대에 집중하고 STWG 참여사는 그 생태계 안에서 다양한 혁신을 시도해 두 연합이 시너지를 내도록 할 계획”이라며 “토큰증권 통합플랫폼 개발에 착수해 현재 진행 중이고 연내 플랫폼 공개를 목표로 하고 있다”고 말했다.

 

신한투자-SK증권, 블록체인글로벌과 ‘프로젝트 펄스’ 출범

신한투자증권과 SK증권 로고. 사진=각 사

지난 3월 18일 신한투자증권과 SK증권, 블록체인글로벌 3사는 금융 분야 블록체인 기술 적용을 통해 금융 인프라와 Web 3.0 서비스 간 시너지를 위한 ‘프로젝트 펄스’를 출범한다고 밝혔다. ‘프로젝트 펄스’는 금융 분야에서 블록체인 기술 적용 가능성을 탐색하는 협업 이니셔티브로, 토큰증권 시장에 새로운 활력을 불어넣겠다는 취지로 설립됐다.

첫 번째 활동으로 조각투자 및 혁신금융서비스 사업자 대상으로 블록체인 금융 인프라 시범 사업을 운영해 손쉬운 토큰증권 발행과 유통을 위한 최적의 인프라와 금융 솔루션을 제공할 계획이다.

참여 기업은 블록체인 전문 테크기업인 블록체인글로벌의 시큐체인(SecuChain) 기반 토큰증권 인프라와 신한투자증권과 SK증권의 비즈니스 컨설팅을 받을 수 있다. 블록체인글로벌은 조각투자 사업자의 혁신금융서비스 인프라 및 플랫폼 전체 구축 경험과 관련 원천기술을 보유하고 있다.

이들 3사는 비용 효율화뿐만 아니라 조각투자사업자 및 혁신금융서비스 사업자가 안정적인 사업을 영위할 수 있도록 다양한 지원 사업을 마련한다. 프로젝트 펄스 참여 기업은 별도 구축 비용 없이 월 구독료 형태로 인프라를 효율적으로 이용할 수 있다. 향후 토큰증권 관련 법이 개정되더라도 기존 인프라에 대한 영향을 최소화해 지속적으로 사용할 수 있다.

신한투자증권과 SK증권은 혁신금융서비스를 위한 토큰증권 계좌관리시스템을 구축하고, 발행부터 청산까지 토큰증권 업무 전반을 지원한다. 기초자산 상품 구조화부터 계좌 관리, 미러링(분산원장 및 증권사 등 계좌에 증권 소유 내역을 기록하는 시스템)을 포함한 규제 대응 지원 등 사업자 맞춤형 원스탑 비즈니스 컨설팅을 제공한다.

프로젝트 펄스 측은 “프로젝트 펄스는 조각투자 사업자가 토큰증권 관련 법 개정 불확실성에 대비하고 시장 선점을 시도할 수 있는 최고의 기회”라며 “싱가포르의 ‘프로젝트 가디언’과 같이 프로젝트 펄스가 국내 디지털자산 시장 발전의 마중물이 되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프로젝트 가디언’은 싱가포르투자청과 JP모건 등 다수의 금융 기업, 핀테크 기업들이 협력한 자산 토큰화, 탈중앙화 금융(DeFi‧디파이) 검증 프로젝트다.

한국투자증권, 카뱅‧토뱅과 손잡고 ‘업계 최초’ 토큰증권 분산원장 인프라 구축

한국투자ST프렌즈. 사진=한국투자증권

한국투자증권은 지난해 9월 업계 최초로 토큰증권 발행 관련 인프라 구축을 완료했다고 밝혔다. 앞서 한국투자증권은 지난해 5월 카카오뱅크와 토스뱅크, 카카오엔터프라이즈, 오픈에셋 등과 함께 토큰증권 협의체 ‘한국투자ST프렌즈’를 구성하고 발행 인프라 개발을 시작한 바 있다.

한국투자증권의 분산원장 인프라는 향후 관련 제도 변화에 대한 대응과 시스템 개선이 용이하도록 클라우드 시스템을 기반으로 구현됐다. 해당 인프라가 기존 증권거래 시스템과 충돌하지 않도록 양 시스템 간 연동 작업도 이뤄졌다.

연동 작업을 위해 새로 개발된 ▲스마트 계약 통한 배당 처리 ▲분산원장 예수금 활용한 즉각적인 거래 완결성 보장 ▲개인정보 처리 및 보호 기술 등은 특허 출원이 진행되고 있다.

최서룡 한국투자증권 플랫폼본부장은 “이번 발행 인프라가 분산원장 기술이 제도권 금융으로 편입되는 과정에서 중요한 변곡점이 될 것”이라며 “안정적인 제도 정착과 투자자 보호에 힘써 선도 사업자로서의 위상을 공고히 하겠다”고 말했다.

한국투자ST프렌즈는 다양한 토큰증권 관련 테스트를 통해 기능과 안정성을 강화할 방침이다. 아울러 문화 콘텐츠 투자 플랫폼 펀더풀, 토지·건물 거래 플랫폼 밸류맵 등 여러 분야의 콘텐츠 기업들과 협업해 토큰증권 상품화에도 집중할 계획이다.

 

<문화경제 한원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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