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773호 김응구⁄ 2024.06.07 08:54:06
윤석열 대통령과 훈 마넷 캄보디아 총리가 5월 16일 정상회담을 열고 ‘한국·캄보디아 전략적 동반자 관계 수립에 관한 공동성명’을 채택했다.
캄보디아는 아세안에서 가장 빠르게 성장하는 국가 중 하나다. 이번 총리 방한은 2014년 12월 훈 센 총리 이후 10년 만이다. 두 정상은 공동성명에서 양국 관계를 ‘전략적 동반자’로 규명하기로 했다. 그간 한국과 캄보디아 간 외교 관계를 칭하는 명칭은 따로 존재하지 않았다.
국가안보실 김태효 1차장은 정상회담 후 브리핑에서 “전략적 동반자 관계 수립은 1997년 재수교 이후 27년간 꾸준히 확대해 온 교류와 협력이 축적된 결과”라며 “캄보디아와의 관계를 시작으로 우리의 한·아세안 연대구상을 본격 추진한다는 의미도 있다”고 말했다.
한국과 캄보디아의 관계가 ‘전략적 동반자’로 정립됨에 따라 양국은 행정부·입법부 간 교류를 확대하고 정치·안보·국방 분야, 경제·금융 분야, 사회·문화·환경 분야의 협력을 강화키로 했다.
아울러 캄보디아에 제공하는 대외경제협력기금(EDCF) 차관 규모를 15억 달러에서 30억 달러로 증액하고, 공여 기간도 2022∼2026년에서 2022∼2030년까지로 연장한다.
국내 건설사들도 훈 마넷 캄보디아 총리 방한에 맞춰 발 빠른 행보를 보이고 있다. 캄보디아 경제발전을 위한 협력 방안을 논의하거나, 총리 고문(顧問) 자격으로 여러 정책 의사결정에 도움을 주겠다고 약속했다.
정원주 대우건설 회장, 훈 마넷 총리 예방… 협력방안 논의
정원주 대우건설 회장은 5월 17일 서울 소공동 롯데호텔에서 훈 마넷 캄보디아 총리를 예방하고 협력방안을 논의했다. 이날 정 회장은 2014년 개소한 ‘캄보디아 광주진료소’ 프로젝트를 후원했던 인연과 지난해 12월 캄보디아를 방문해 세이 삼 알 토지관리 도시건설부 장관을 만났던 경험을 전하며, 캄보디아의 한국기업 투자유치 정책과 양국 간 경제협력 방안에 대한 관심을 전달했다.
정 회장은 “대우건설은 글로벌 메이저 건설사 중 하나로, 베트남 하노이신도시를 비롯한 도시개발사업의 성공을 통해 얻은 노하우와 경쟁력을 바탕으로 캄보디아의 신도시·부동산 개발사업 진출을 희망하고 있다”며, “이 같은 신도시·산업단지 등의 개발사업으로 한국을 포함한 글로벌 투자자본을 유치하면 캄보디아 경제발전에 큰 역할을 담당할 것으로 확신한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훈 마넷 총리는 “현재 추진 중인 ‘한·캄 우정의 다리’ 사업에 대우건설이 적극적으로 참여해주길 희망한다”며 “이번에 체결된 월드브릿지그룹과의 MOU를 바탕으로 현지 기업과의 협력 모델을 만들어주고, 아울러 다양한 사업모델도 발굴해주길 바란다”고 말했다.
훈 마넷 총리는 특히 “캄보디아는 신재생 발전, 수처리 등 다양한 인프라 사업을 계획하고 있으며, 주거 부동산 외 산업단지·물류허브 사업에 대해서도 캄보디아 정부가 적극 지원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대우건설 백정완 사장을 비롯한 경영진은 5월 16일 대한상공회의소에서 열린 ‘한·캄보디아 비즈니스 포럼’에 참석해 캄보디아 현지 진출을 위한 활동에 전력을 다했다. 이날 대우건설은 캄보디아 현지기업인 월드브릿지그룹과 현지 개발사업 협력을 위한 업무협약(MOU)을 체결했다. 이번 MOU를 통해 두 회사는 현지 산업단지를 포함한 부동산 사업 공동 개발 협력체계를 구축하고, 물류단지와 부동산 부지 개발 사업 추진을 위해서도 협업키로 했다.
월드브릿지그룹은 1992년 설립한 캄보디아 물류 1위 기업으로, 부동산·금융 등 여러 분야에서 활약하고 있다. 캄보디아에서 동남아시안게임 선수촌 단지를 비롯해 여러 부동산 개발사업을 추진한 경험이 있다. 지난해 12월 정 회장이 캄보디아를 방문했을 때 리씨 시어 월드브릿지그룹 회장을 만나 협력방안을 논의한 적이 있는데, 이 같은 활동이 이번 MOU 체결로 연결됐다는 게 대우건설의 설명이다.
정 회장은 올 초 “단순시공만으로는 이윤확보와 성장에 한계가 있어 해외에서도 시행과 시공을 병행하는 디벨로퍼로 성과를 거둬야 한다”며 “해외 신도시 개발사업 분야의 확대와 이를 통한 세계 건설 디벨로퍼로의 변신을 추진해야 할 때”라고 강조했다. 이번 캄보디아 총리 예방과 현지기업과의 MOU 체결은 그 같은 대우건설의 중장기 추진 전략에 따라 동남아 시장에서 개발사업 확대를 위해 노력한 성과라고 회사 측은 전했다.
대우건설 관계자는 “정원주 회장이 강조한 세계 건설 디벨로퍼로의 성장 전략을 바탕으로 지속적인 네트워크 확대와 협력체계 구축을 추진하고 있다”면서, “이번 캄보디아 총리 예방과 MOU 체결을 새로운 시장 개척을 위한 계기로 삼아 양국 간 협력과 경제발전에 기여하고자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중근 부영그룹 회장, 훈 마넷 총리 고문으로 위촉
이중근 부영그룹 회장은 훈 마넷 캄보디아 총리의 고문으로 위촉됐다.
이 회장은 5월 17일 소공동 롯데호텔에서 훈 마넷 총리, 순 찬돌 부총리, 참 니몰 상무부 장관, 치링 보텀 랑사이 주한캄보디아대사 등이 참석한 가운데 총리로부터 고문 위촉장을 받았다.
훈 마넷 총리가 한국 기업인에게 직접 고문 위촉장을 수여한 건 이번이 최초다. 이 회장은 앞으로 훈 마넷 총리의 고문으로서 캄보디아의 경제 개발을 비롯해 다양한 정책 의사결정에 도움을 줄 계획이다.
이 회장은 그간 훈 마넷 총리를 비롯한 캄보디아 지도부와 함께 캄보디아 발전을 논의해왔다. 주택 정책은 물론 캄보디아도 겪고 있는 저출산, 대중 교통망 설립·개발 등 여러 방면에서 조언과 도움을 주고 있다.
이처럼 이 회장은 캄보디아의 국가 발전과 한‧캄보디아 우호 증진에 기여한 공로를 인정받아 지난해 훈 센 전 총리로부터 캄보디아 최고 훈장인 국가유공훈장을 받기도 했다.
부영그룹은 지금도 캄보디아에서 다양한 사회공헌 활동을 펼치고 있다.
“출장 중 혹서의 날씨에도 보호조치 하나 없이 오토바이로 아이들을 태우고 다니는 어머니의 모습을 봤다. 뒤에서 엄마 허리를 잡고 졸고 있는 아이가 혹여나 손을 놓치면 생명을 잃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어 아이들이 위험한 상황에 놓이거나 다치지 않고 탈 수 있는 안전한 대중교통의 필요성을 느꼈다.”
이 회장은 이 같은 생각에 캄보디아에 버스 1300대를 기증했다. 그러면서 “캄보디아의 주 교통수단인 오토바이나 뚝뚝이가 공중교통수단인 버스로 전환된다면 국력 또한 크게 향상될 것”이라고 말했다. 아울러 “학생을 비롯한 시민들이 냉방 장치가 있는 버스를 타고 이동 중에 책을 보는 등 시간을 효율적으로 활용할 수도 있을 것”이라고 전했다.
기증 버스에는 부영그룹의 브랜드 이미지인 원앙과 함께 한글 ‘사랑으로’가 적혀 있어 대중교통 여건 개선과 함께 한국을 알리는 역할도 하고 있다.
부영그룹은 그동안 동남아, 아프리카, 중남미에 칠판 60만 개와 디지털 피아노 7만 대 등 교육용 기자재를 기부해왔다. 캄보디아에는 교육용 칠판 4만여 개와 디지털 피아노 3000여 대, 초등학교 300개 건립 기금을 기부했다. 더불어 태권도 발전기금 55만 달러를 비롯해 컨테이너 3대 분량의 의류·신발 등을 기부하고, 응급차를 비롯한 의료기금 지원도 이어나가고 있다.
부영그룹은 캄보디아 주거 환경 개선에도 큰 도움이 되고 있다. 수도 프놈펜에 1만5000세대의 미니 신도시급 아파트 ‘부영타운’을 건설 중이다. 현재 아파트 1474세대를 포함한 주상복합단지 공사가 완료돼 분양 예정이다. 부영타운 내에는 어린이집·유치원, 초‧중‧고등학교, 간호대학까지 71개 교실에 1800여 명을 수용할 수 있는 ‘우정 캄보디아 학교’를 개교할 예정이다.
최근에는 프놈펜한국국제학교를 인수해 운영하고 있다. 이 학교는 전 세계 34번째로 문을 연 대한민국 교육부 정식인가 한국국제학교다. 교민 2세들이 더 나은 교육 환경에서 공부하며 훗날 한국과 캄보디아의 가교역할을 하도록 지원하고 있다.
〈문화경제 김응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