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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현대百 송한나 책임 큐레이터 “물건 파는 백화점(百貨店)→예술의 백화점(百畵店)으로”

기획력 앞세운 알트원 누적 유료 관람객 100만 명 돌파…“한권의 책 같은 전시 선보이고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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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nbnews 제776호 김금영⁄ 2024.06.26 10:30:12

현대백화점 송한나 책임 큐레이터. 사진=김금영 기자

최근 현대백화점이 더현대 서울 내 전시공간 ‘알트원(ALT.1)’의 누적 유료 관람객 100만 명 돌파 소식을 전했다. 사단법인 한국박물관협회가 발표하는 전국 사립박물관·미술관 운영실태조사에서 서울 소재 미술관의 연평균 관람객 수가 5만 5000명 안팎인 점을 고려하면 고무적인 성과다. 2021년 2월 26일 오픈한 알트원은 3년 만에 연간 약 30만 명의 고객이 유료 전시 관람을 위해 찾는 예술작품 향유의 공간으로 자리 잡았다.

여기엔 일반적인 백화점 ‘아트 마케팅’의 통념을 깨는 현대백화점의 공간 운영과 자체 전시 기획‧유치 역량이 주효했다는 평가다. 앤디 워홀의 대규모 회고전 ‘앤디 워홀: 비기닝 서울’을 시작으로 포르투갈 사진작가 테레사 프레이타스의 국내 첫 전시 유치, 프랑스 3대 미술관인 퐁피두센터와 손잡고 20세기 미술 거장 라울 뒤피의 국보급 작품 130여 점을 선보이고, 이탈리아 나폴리 국립 고고학 박물관 소장품 120여 점으로 구성된 ‘폼페이 유물전–그대, 그곳에 있었다’를 여는 등 총 11번의 전시 동안 알트원을 거쳐 간 작품만 1500여 점에 이른다.

현재도 현대백화점은 알트원에 새 전시 ‘서양 미술 800년: 고딕부터 현대미술까지’를 선보이며 관람객 맞이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관련해 더 자세한 이야기를 듣기 위해 현대백화점 송한나 책임 큐레이터와 만났다. 그는 시드니유태인박물관·전쟁과여성인권박물관·목아박물관 큐레이터, ‘박물관의 이해’·‘큐레이터 송한나의 뮤지엄 스토리’ 책 집필, 박물관 정기 구독 서비스 ‘뮤즈집’ 론칭 등 다양한 이력과 경험을 보유한 전문가로, 현재는 현대백화점이 예술적 경험을 통해 고객과 소통할 수 있도록 전시, 연계 행사를 총괄 기획하고 있다.

최근 현대백화점이 더현대 서울 내 전시공간 '알트원(ALT.1)'의 누적 유료 관람객 100만 명 돌파 소식을 전했다. 사진은 알트원 전시장 입구. 사진=김금영 기자

- 뮤즈집 설립, 큐레이터 스쿨 운영, 박물관 큐레이터 등 다양한 이력을 지녔는데 현대백화점 책임 큐레이터를 맡은 계기는?

“저는 특정 주제를 단순 나열식으로 보여주는 것보다 흐름과 맥락이 자연스럽게 읽히는 전시 기획에 관심이 많았어요. 마치 하나의 이야기 같은 전시를 기획하는 큐레이터가 되고자 노력하며 여러 현장에서 일해왔습니다. 또 이런 전시를 많은 사람이 접하기를 바랐어요. 코로나19 사태 당시 많은 전시관이 문을 닫으면서 문화 콘텐츠를 접할 기회가 많이 없어진 사람들을 대상으로 ‘집으로 찾아가는 박물관’ 콘셉트의 정기구독 서비스 뮤즈집을 선보여 좋은 반응을 얻었습니다.

그러던 중 현대백화점에서 일할 기회가 생겼어요. 처음엔 고민했어요. 백화점은 근본적으로 상품을 판매하는 상업적인 곳인데, 저는 교육적 측면에 집중하는 뮤지엄 전시를 기획해 왔기에 가치가 상충될 우려가 있다 생각했거든요. 그래서 현대백화점 현장을 직접 둘러보며 방문객이 무엇을 사고, 관심을 두고, 대화를 나누는지 살폈는데, 100가지가 넘는 다양한 물건(貨·재물 화)을 파는 현장에선 100가지가 넘는 다양한 대화(話·말씀 화)가 이뤄지고 있었어요. 그 모습을 보고 백화점이 추구하는 가치는 단 한 가지가 아니라는 걸 느꼈고, 이를 전시로 풀어낼 수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래서 숫자 100에 ‘그림 화(畵)’자를 써서 100화(畵)를 이곳에서 선보이자고 결심했죠.”

'서양 미술 800년: 고딕부터 현대미술까지'전 전시장 일부. 정교한 묘사와 기교가 중요시되던 기조가 중요시된 시대가 있는가 하면, 바로 그 옆 공간엔 이런 틀을 모두 벗어난 추상적인 작품들이 배치된 모습이 눈길을 끈다. 사진=김금영 기자

- 이번 전시 ‘서양 미술 800년사: 고딕부터 현대미술까지’ 기획 배경이 궁금합니다. 전시를 함께 마련한 지엔씨미디어와는 지난해 라울 뒤피 전시 등을 통해서도 협업을 전개한 바 있죠.

“알트원은 당대의 유명 작가 또는 트렌디한 느낌의 전시를 그간 많이 선보여 왔어요. 더현대 서울의 위상과 더불어 알트원에 대한 관심도 높아진 현시점에 이번엔 예술의 정점에 포커스를 맞춰 전체적 서사를 보여주는 전시의 필요성을 느꼈습니다.

지엔씨미디어와는 이미 성공적인 협업을 한 바 있고, 이번 전시에 함께 한 로빌란트 보에나 갤러리도 전시 개최에 긍정적이었어요. 지난해 프리즈 서울에 갔다가 로빌란트 보에나 갤러리의 수석 큐레이터를 만나 더현대 서울에서 같이 차를 마셨는데, 마침 그날이 지엔씨미디어와 함께 선보인 라울 뒤피 전시의 마지막 날이었어요. 알트원에 함께 갔는데 뒤피를 안다고 반색하면서 현대백화점의 전시공간과 전시를 다루는 애티튜드 또한 마음에 든다고 하더군요. 그렇게 협업을 시작해 전시 기획, 준비에 약 1년이 걸렸어요.”

전시에 대해 소개하고 있는 현대백화점 송한나 책임 큐레이터. 사진=김금영 기자

- ‘서양 미술 800년: 고딕부터 현대미술까지’전은 말 그대로 서양 미술의 역사에 다가가는데요. 800년사라 하면 다룰 내용이 방대했을 텐데 이를 전시에서 어떻게 축약해 보여주고자 했나요?

“현재 우리가 보편적으로 생각하는 서양 미술사 여정을 되짚기 위해 시간을 거슬러 올라가다 보니 본격 14세기부터 시작하더라고요. 제한된 전시공간에서 너무 많은 이야기를 보여주면 메시지 전달이 잘 안 될 것 같아 각 여정을 가장 잘 보여줄 수 있는 세기별 대표 작품들로 테마를 꾸렸어요. 그만큼 작품 선정이 중요하기에 전시 개막 한 달 전까지 고민할 정도로 각별하게 신경을 기울였습니다.”

- 각 전시공간의 절묘한 이어짐이 인상적이었습니다. 굉장히 정교한 묘사와 기교가 중요시되던 기조가 중요시된 시대가 있는가 하면, 바로 그 옆 공간엔 이런 틀을 모두 벗어난 추상적인 작품들이 배치된 모습이 흥미로웠어요.

“바로 그 흐름을 보여주고자 했어요. 전시를 통해 서양 미술사의 맥락이 어떻게 바뀌는지 살필 수 있죠. 굉장히 장식적인 요소가 부각됐다가 이런 요소들이 점점 간결화되더니 결국엔 붓칠 하나 없이 캔버스만 덩그러니 놓여 있는가 하면, 눈에 보이는 실존하는 것 위주로 그림을 그리다가 눈에 보이지 않는 생각을 그리기도 하는 등 전시의 흐름을 따라가다 보면 서양 미술사의 다채로운 여정을 함께할 수 있습니다. 결코 획일되지 않은 그 변화의 흐름에서 흥미와 매력을 느낄 수 있어요.”

아르테미시아 젠틸레스키의 작품 '참회하는 막달라 마리아'가 설치된 모습. 사진=김금영 기자

- 이번 전시에서 특별히 눈여겨볼 만한 추천작이 있다면?

“17세기 여성화가 아르테미시아 젠틸레스키의 작품 ‘참회하는 막달라 마리아’요. 그녀의 작품이 걸려 있으면 ‘가장 아름다운 미술관’이라고 불릴 정도로, 현존하는 여성화가 중 최고라고 평가받지만, 인생은 굉장히 기구했어요. 불과 18세 때 화가였던 아버지의 동료에게 겁탈당했는데, 겁탈당한 피해자가 오히려 욕을 먹던 시대적 배경 속 온갖 모멸과 비난, 심지어는 고문까지 당했죠. 하지만 그녀는 이에 굴하지 않고 복수심, 증오를 그림으로 표현했어요.

그런데 이번에 전시된 ‘참회하는 막달라 마리아’는 굉장히 온화하고 차분한 분위기에요. 이는 작가의 심적 회복 과정이 반영된 영향입니다. 그림을 잘 살피면 해골의 모습이 눈에 띄는데요. 아픔을 상징하는 해골을 배경으로 스며들 듯 처리하면서 증오에 차서 살기보다는 이를 흘려보내고 극복하려 한 작가의 심정이 오롯이 느껴지는, 인상 깊은 작품입니다. 단순 그림의 기교가 뛰어나서, 아름다워서가 아니라 작가의 삶과 예술이 합치된 작품이라 감상해보기를 권합니다.”

현대백화점 무역센터점에서 열린 '마음에 달을 품다, 문 위시(MoonWish)' 전시에서 고객이 작품을 감상하고 있는 모습. 사진=현대백화점

- 최근 더현대 서울 알트원이 유료 관람객 100만 명 돌파 소식을 전했습니다. 흥행 요인은?

“알트원이 위치한 더현대 서울은 MZ세대를 비롯해 국내외 관광객 등 다양한 층의 방문이 이어지며 관심을 받고 있는데요. 알트원은 뮤지엄급 전시가 가능한 환경으로 퀄리티 높은 콘텐츠를 선보여 이전 관심에 부응하며 시너지 효과를 봤다고 봅니다.

또 알트원이 대표적으로 잘 알려져 있긴 하지만, 현대백화점은 알트원뿐 아니라 14개 지점의 공간을 활용해 늘 다양한 전시를 전개, 홍보도 활발히 진행하고 있습니다. 지점별 방문 고객의 성향도 다양해요. 판교점의 경우 가족 단위 방문객이 많아 현대어린이책미술관을 활용한 전시를 많이 선보이고 있어요.

동시 기획한 전시를 각 백화점 지점 특성에 맞춰 선보이기도 했어요. 더현대 서울 5층의 ‘에픽 서울’ 공간에서 국내외 작가들의 작품을 관람, 구매할 수 있는 아트페어 ‘아트 투고(Art To To)’를 4월 진행했는데요. 백화점 주변에 살기보다는 관광객 등 잠시 머물다 가는 방문객이 많은 더현대 서울의 특성을 반영한 행사였어요. 반응이 좋아 이를 판교점에서도 진행했는데, 백화점 체류 시간이 길고, 가족 방문객이 많아 ‘행복’, ‘일기’ 등 가족이 함께 관심을 가질만한 주제들의 작품들로 구성을 했고, 이벤트로 아트 라이브 드로잉 쇼도 진행했어요.”

고객이 현대백화점 더현대 서울 5층 에픽 서울 '아트 투 고' 전시장에서 전시를 관람하고 있다. 사진=현대백화점

- 유료 관람객 100만 명 돌파엔 알트원이 선보인 콘텐츠의 힘이 큰 몫을 했다고 보는데요. 전시 기획 과정 및 이때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점은 무엇인지 궁금합니다.

“현대백화점 각 큐레이터마다 지닌 장점과 성향에 따라 접근방식이 달라요. 저의 경우 현대백화점에 입사하자마자 가장 먼저 한 건 14개점을 모두 다니며 고객 그리고 제 관점 모두에서 전시를 살피는 거였어요. 그러다 아이디어가 떠오르면 메모장에 적었고요. 그렇게 차근차근 전시 관련 아이디어가 모여 목차가 만들어졌을 때 팀원들과 모여 함께 점검하고 의견을 나눴고요.

전 시각적으로 즐거운 데 그치지 않고, 울림을 주고, 생각하게 하는 전시를 늘 기획하려 해요. 어렸을 때 박물관은 제게 답을 찾아가는 여정의 공간이었어요. 어떤 질문을 하면, 부모님은 답을 알려주지 않고 관련 박물관에 저를 데려갔어요. 박물관에서도 제가 궁금해하는 답이 딱 나온 공간을 바로 찾을 순 없었고, 전시장 처음부터 기승전결 흐름을 찾아가다 보면 자연스레 원하는 답에 이를 수 있었죠. 그 과정이 재미있어서 현재까지 이르렀고요. 지금도 궁금한 게 있으면 포털사이트에 바로 답을 찾아보기보다는 박물관에 가요. 예컨대 과거 시절 과학수사가 어떻게 이뤄졌는지 궁금하면 국립과천과학관을 찾아가 해당 자료들을 살펴봐요.

이처럼 저는 전시는 결과에 집중하는 게 아닌, 과정을 보여주는 한권의 책 같아야 한다고 생각해요. 기승전결에 따라 강약을 조절하지 않고, 흥미를 잡아두기 위해 처음부터 끝까지 ‘강강강강’ 기조를 이어가면 전시의 메시지가 없어질 수 있어요. 유명한 작가의 작품을 보여주는 것도 중요하지만, 한권의 책을 찬찬히 읽어가며 하나의 주제를 진득하게 녹여낸 메시지와 서사가 담긴 전시 또한 필요합니다.”

현대백화점 송한나 책임 큐레이터는 현대백화점이 예술적 경험을 통해 고객과 소통할 수 있도록 전시, 연계 행사를 총괄 기획하고 있다. 사진=김금영 기자

- 백화점은 트렌드에 민감한 곳이죠. 그만큼 백화점 전시 기획도 유행 기조를 잘 읽어야 하지 않나요.

“그간 인류가 살아온 역사를 보면 비단 예술뿐 아니라 모든 분야의 유행이 돈다고 하죠. 이는 힘들 때 누구나 찬란했던 순간을 상기하기 때문이라고 봐요. 실제로 코로나19, 전쟁, 경제침체 등으로 힘든 현재, 과거 오렌지족, X세대의 복고 패션이 레트로, 뉴트로 등의 이름으로 돌아왔어요. 이는 인류가 그 다음 스텝으로 가기 위해 가장 찬란했던 시기를 되돌아보며 힘을 얻는 시간이라고 생각해요. 예술 또한 그런 과정들이 이어지고 있고요. 그래서 ‘현재 이 분야가 유행’이라고 단편적인 장면을 포착하는 방식으로 논하기엔 어렵고, 꾸준히 전체적인 흐름을 읽어가는 게 중요하다고 봐요.”

- 전시 전문 공간과 백화점에서의 전시 기획을 모두 경험했는데 특별히 느낀 바가 있다면?

“과거엔 ‘무조건 전시는 미술관, 박물관에서 봐야 한다’는 기조가 강했는데, 현재는 백화점 전시가 예술에 진중하게 접근하며 경계를 깨고 있어요. 자본력을 갖춘 기업이 훌륭한 작품을 구매, 소장하는 데 그치지 않고 훌륭한 문화 콘텐츠를 전시해 예술적 경험을 고객에게 제공하면서 백화점 전시는 새 지평을 열었죠.

저 또한 입사 전엔 전문 전시를 원하는 관람객이 ‘백화점 안 미술관’에 거부감이 있지 않을까 했는데, 많은 사람이 알트원을 비롯한 현대백화점 전시를 찾는 걸 보고 예술과 일상이 분리되지 않고 일상 속 예술이 자연스럽게 소비되는 시대에 우리가 살고 있다는 걸 느꼈어요.”

더현대 서울 내 전시공간 '알트원(ALT.1)'에서 열렸던 라울 뒤피 전시 현장. 사진=현대백화점

- 백화점 전시에 대한 작가들의 반응은 어떤지 궁금합니다.

“여전히 백화점 전시에 우려, 선입견을 갖는 경우가 있지만 과거에 비해 많이 긍정적으로 바뀌었어요. 2월 현대백화점 무역센터점에서 열렸던 ‘마음에 달을 품다, 문 위시(Moon Wish)’전의 경우 박물관에서만 볼 수 있었던 퀄리티 높은 달항아리 작품을 백화점에서도 선보이고 싶다는 생각에 기획한 전시였어요. 당시 달항아리 명장을 직접 찾아다니며 설득해야 했는데, 백화점 전시에 익숙하지 않은, 일부 연세가 있는 작가들의 경우 거부감을 내비치기도 했어요. 예술은 미술관에서만 볼 수 있는 게 아니라 일상에 스며드는 존재임을 강조하면서 긴 설득의 시간을 거쳐 결국 성사될 수 있었죠.

처음엔 우려했던 작가들도 막상 전시가 시작되고 나니 현장에서 만족감을 표했어요. 특히 전시 때 달항아리를 눈으로만 보는 게 아니라 교감할 수 있도록 차단봉을 다 치우고 관람객이 만져볼 수 있게 했는데요. 본인들이 편견 속에 살았다는 걸 느꼈다며 ‘관람객과 보다 소통할 수 있는 폭이 넓어지는 기회였다’는 작가들의 피드백을 들었을 때 뿌듯했어요.

알트원의 경우 해외 유명 갤러리, 박물관에서도 전시를 허락할 정도로 전시 전문 공간으로 자리 잡아 이곳에서의 전시에 많은 작가들이 호의적인 반응을 보이고 있어요. 기획을 비롯해 대관 요청도 적게는 한달에 8건, 많게는 20건까지 들어오고 있어요. 알트원은 내년 말까지 이미 전시 계획이 잡혀 있는 상태입니다. 1년에 몇 개의 전시를 선보이겠다는 목표보다는 퀄리티 있는 전시를 제대로 보여주겠다는 목표 아래 작가 섭외, 전시 기획이 이뤄지고 있어요.”

더현대 서울 내 전시공간 '알트원(ALT.1)'에서 열렸던 '폼페이 유물전 – 그대, 그곳에 있었다'전 현장. 사진=김금영 기자

- 그간 현대백화점을 통해 선보여온 전시 중 가장 기억에 남는 전시는?

“입사 이후 알트원을 비롯해 문화홀, 갤러리 H, 백화점 유휴 공간 등 정말 수많은 공간에서 전시를 기획해 하나만 꼽기는 어렵네요. 아무래도 가장 최근 전시들이 생각나요. ‘서양 미술 800년: 고딕부터 현대미술까지’전의 경우 방대한 서양 미술의 역사를, 몇천 평짜리 큰 미술관이 아닌 다소 제한된 공간에 선보였지만, 내용을 잘 풀었다고 관계자들이 만족감을 표하며, 이 전시를 그대로 가져가 세계에 선보이고 싶다고도 했어요.

무역센터점 달항아리 전시의 경우 ‘달항아리는 옛 유물 아냐?’ 하며 고리타분하게 생각했던 분들에게 달항아리 제작 과정을 알려주고, 이를 직접 만지며 달항아리와 교감할 수 있는 자리라 뜻깊었어요. 한 30대 젊은 관객은 ‘유물은 힙한 거네요’라고 말하기도 했고요. 결국엔 컬렉팅까지도 잘 이뤄졌어요.”

- 올 하반기 현대백화점에서 볼만한 전시 기대작은?

“9월 국내 미술계 큰 행사인 ‘키아프 서울’이 열리는데요. 현대백화점은 키아프 서울의 메인 후원사로 협력 관계를 꾸준히 이어오고 있는데 이 기간에 맞춘 8월 중순부터 9월 중순까지 ‘더현대 아트 스테이지’를 전개할 예정이에요. 현대백화점 전점에서 전시, 각종 교육 프로그램 등 예술의 향연을 볼 수 있을 겁니다.”

현대백화점 송한나 책임 큐레이터는 "'현대백화점에 가면 늘 기대되는 전시가 있다'는 말을 들을 수 있는 전시를 기획하고 싶다"고 말했다. 사진=김금영 기자

- 앞으로 기획해 선보이고 싶은 전시가 있다면?

“현대백화점의 이야기를 기획해보고 싶어요. 작은 슈퍼로 시작한 현대백화점은 현재는 거대한 쇼핑몰이 됐죠. 또 처음엔 단순 물건만 팔다가 현재는 미술관이 들어오고 다채로운 문화 콘텐츠도 경험, 소비하는 공간이 되면서 백화점(百貨店)이라는 개념 자체도 희미해지고 있어요. 실제로 더현대 서울에서는 아예 백화점 명칭이 빠지기도 했고요.

10년, 20년이 지나면 ‘백화점이 무슨 뜻이냐’고 묻는 세대가 등장할지도 몰라요. 한 예로 글로벌 대기업으로 성장한 LG의 전신이 ‘금성전파사’인데 전파사가 뭐 하는 곳인지 요즘 세대는 잘 모르더라고요.

현대백화점의 역사만 봐도 과거부터 현재까지 사람들의 의식주(衣食住)와 소비 경험이 어떻게 바뀌고 진화해왔는지 읽어볼 수 있어요. 단순히 백화점 연혁을 소개하는 게 아니라 역사와 더불어 바뀌어온 생활사를 보여주면서 우리의 삶까지 되돌아볼 수 있는 하나의 이야기책과 같은 백화점 전시를 만들어보고 싶어요. 백화점은 우리의 생활사를 보여주는 가장 좋은 박물관이라 생각해요.

또 궁극적으로는 ‘현대백화점 가면 늘 기대되는 전시가 있어’라는 기대감을 줄 수 있는 공간을 만드는 데 기여하고 싶습니다. 현재도 현대백화점에 가면 어딘가에는 늘 전시가 이뤄지고 있으니 여기에 관심을 갖고 지켜봐주길 바랍니다.”

< 문화경제 김금영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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