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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주 친화 경영③] 부동산 침체에도 주주 환원 강화 나서는 건설사

삼성물산 “자사주 1조 원 소각” 발표… 현대건설, 주당 600원 최소배당금 설정… DL이앤씨, 주주환원율 25%로 높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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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nbnews 제776호 김응구⁄ 2024.07.17 14:34:17

국내 건설사들이 건설 경기 침체에 따른 실적 부진에도 불구하고 배당 확대나 자사주 소각 등으로 주주 환원 정책을 강화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올 상반기 국내 상장사들의 자사주 매입·소각이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크게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정부가 밸류업(기업가치 제고) 정책을 추진하는 가운데 주주 환원이 강화된 것으로 풀이된다.

7월 10일 한국거래소가 발표한 ‘2024년 상반기 기업 밸류업 프로그램 관련 시장 동향’에 따르면, 올 상반기 자사주 매입은 지난해 상반기(1조8000억 원) 대비 25.1% 늘어난 2조2000억 원으로 집계됐다. 자사주 소각 규모는 7조 원으로 늘어 지난해 2조4000억 원 대비 190.5% 확대됐다.

같은 기간 상장기업 배당액은 총 34조2000억 원으로 지난해 동기(32조9000억 원) 대비 3.7% 증가했다. 유가증권시장에서 32조2000억 원, 코스닥시장에서 2조 원의 배당이 진행됐다.

국내 건설사들은 건설 경기 침체에 따른 실적 부진, 수익성 악화에도 불구하고 배당 확대나 자사주 소각 등으로 주주 환원 정책을 강화하고 있다. 주주들에게 신뢰를 주고 신규투자를 유치하기 위해서다. 이는 중장기 주주 환원 정책에 따른 것이다. 자사주 소각은 유통 발행주식 수를 줄여 주당순이익을 높이는 효과를 내는 만큼 자사주 매입이나 배당보다 더 강력한 주주 환원 정책으로 통한다.

삼성물산은 지난 3월 보통주 780만7563주, 우선주 15만9835주 등 1조 원 규모의 자사주 소각 정책을 발표했다. 사진=삼성물산

삼성물산, 1조 원 규모 자사주 소각 정책 발표

삼성물산은 지난 3월 자사주 소각 정책을 발표했다. 보통주 780만7563주(지분율 4.2%), 우선주 15만9835주(지분율 9.8%) 등 1조 원 규모다. 아울러 올해 배당금을 확대해 보통주 1주당 2550원, 우선주 1주당 2600원을 배당하기로 했다. 배당 규모는 총 4173억 원 수준으로 전년 대비 10.9% 늘어난 수치다.

삼성물산은 지난해 2월 3개년(2023~2025년) 주주 환원 정책을 발표했다. 여기에는 3조 원 규모의 자사주 전량 분할 소각 계획이 포함됐다. 당시 삼성물산이 보유한 자사주는 전체 발행주식 수의 13.2% 수준이었고, 이를 5년에 걸쳐 전량 소각할 계획이었지만, 해마다 1조 원씩 3년에 끝내기로 한 것이다.

한화투자증권은 7월 16일 “삼성물산이 매출액 증가와 이익률 개선이 동시에 이뤄지면서 이익 레벨이 한 단계 높아졌으며, 향후 견조한 실적이 지속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한화투자증권 송유림 연구원은 삼성물산 건설부문에 대해 “하이테크 부문 수주는 지난해 12조2000억 원에서 올해 8조3000억 원으로 줄어들 전망이나 신사업 수주를 본격적으로 늘려 지속 가능한 성장 체계를 구축해나갈 계획”이라며, “기존 사업은 수익성 중심의 사업 기조를 이어가는데, 수주가 국내외에 고르게 분포돼 있고 주택 사업도 재개발·재건축에 집중돼있어 관련 리스크가 제한적인 점이 긍정적”이라고 분석했다.

송유림 연구원은 특히 “지난해 발표된 3개년 주주 환원 정책은 관계사 배당수익의 60~70% 수준의 현금배당(최소 주당배당금 2000원 유지)과 보유 자사주를 5년간 분할 소각하겠다는 내용”이라며 “현재까지 보유 자사주 중 보통주 4.2%와 우선주 전량을 소각했고, 투자는 2023년 8000억 원에 이어 2024년 1조 원(로직스 제외) 이상을 계획 중”이라고 설명했다.

송유림 연구원은 “호실적을 바탕으로 한 밸류업 기대감은 지속될 전망”이라고 언급했다.

현대건설은 배당성향 20~30%를 유지하고 주당 600원의 최소배당금을 설정함으로써 주주들에게 안정적인 배당을 보장한다. 사진은 지난 3월 열린 주주총회 모습. 사진=현대건설

현대건설, 주당 최소배당금 설정… 안정적 배당 보장

현대건설은 2019년 이후 5년째 보통주 1주당 600원, 우선주 1주당 650원의 배당액을 유지하고 있다.

현대건설은 지난 3월 21일 서울 종로구 계동 본사에서 열린 정기 주주총회에서 “주주 배당금으로 675억 원을 편성하고 보통주 600원, 우선주 650원으로 결정했다”며 “이는 회사 투자 재원 확보와 주주 가치 제고를 동시에 고려한 결과”라고 설명했다.

현대건설은 지난해 10월 지속적인 주주 환원 정책을 이어나가고자 향후 3년간 적용할 배당정책을 발표하고 이를 이행해나가고 있다. 여기에는 배당성향 20~30%를 유지하고, 추가로 주당 600원의 최소배당금을 설정함으로써 주주들에게 안정적인 배당을 보장한다는 내용이 담겼다. 배당성향은 외환 관련 평가손익을 제외한 별도 조정 당기순이익을 기준으로 하며, 영업이익 기준으로 환산 시 15~25% 수준이다.

지난 2022년 이후 고금리와 원자잿값 고공행진 등으로 건설업계 업황이 크게 악화하는 상황에서도 현대건설은 이와 무관하게 배당을 유지하면서 주주들의 신뢰와 예측 가능성 제고에 힘썼다.

현대건설은 또 배당 기준일을 기존 결산기 말일에서 주주총회 이후로 변경함으로써 배당 예측 가능성을 제고했다.

이날 윤영준 현대건설 대표는 주주들에게 “올해도 우리를 둘러싼 경영환경은 녹록지 않다”며 “유가 안정화에 따른 주요 산유국의 발주재개 전망은 긍정적이지만 고금리·고물가 장기화, 고조되는 지정학적 리스크, 더딘 부동산 경기회복은 경영 부담을 가중시킬 것으로 전망된다”고 우려했다.

그러면서 “현대건설은 2024년 경영목표를 수주 28조9900억 원, 매출 29조7000억 원으로 설정하고, 지난해 일궈낸 값진 성과들을 또 다른 도약의 발판으로 삼을 것”이라고 밝혔다.

윤영준 대표는 이어 “주주의 배당 예측 가능성을 높이기 위해 배당 기준일을 배당금 결정 이후로 변경했으며, 최저 배당금을 설정한 개선된 배당정책을 발표했다”면서, “(오늘 발표한) 경영전략과 주주 환원 정책을 철저히 이행해 주주 가치가 극대화되도록 임직원 모두 혼신의 노력을 다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현대건설은 영업이익의 50% 이상을 에너지 전환사업 등 신성장동력 확보를 위한 투자에 활용할 계획이며, 회사의 성장을 통해 이익을 극대화하고 실적에 연계한 배당을 통해 주주 친화적인 정책을 이어나갈 방침이다.

DL이앤씨는 2024~2026년 3개년 동안 순이익의 25%를 주주 환원에 활용하는 신규 주주 환원 정책을 발표했다. 사진=DL이앤씨

DL이앤씨, 총 주주환원율 15%에서 25%로 상향

지난 2월 1일, DL이앤씨는 잠정 실적발표를 통해 연결기준 2023년 연간 매출 7조9945억 원, 영업이익 3312억 원이 예상된다고 공시했다. 2023년 연간 매출은 2022년 대비 6.6% 증가한 실적이다. 신규수주는 2022년보다 25.2% 증가한 14조8894억 원을 기록하며 연간 목표인 14조4000억 원 대비 4894억 원을 초과 달성했다.

DL이앤씨는 이와 함께 매출 8조9000억 원, 영업이익 5200억 원, 신규수주 11조6000억 원의 2024년 연간 목표를 제시했다. 매출 목표는 2021년 기업분할 이래 최대 실적을 달성한 2023년보다 약 1조 원 상향됐다. 영업이익 목표 역시 2023년 실적인 3312억 원 대비 57% 이상 증가했다.

DL이앤씨는 이날 이사회를 열고 보유 중인 보통주 자사주 293만9077주를 소각하기로 결의했다. 이는 발행된 전체보통주의 7.6%에 해당한다. 자회사인 DL건설과의 포괄적 주식교환을 위해 발행할 신주의 수량을 사전에 소각함으로써 주주의 이익을 보호하려는 선제적 조치라고 회사 측은 설명했다.

DL이앤씨는 또 2024년부터 2026년까지 3개년 동안 연결기준 순이익의 25%를 주주 환원에 활용하는 신규 주주 환원 정책을 발표했다. 주주환원율 25%는 현금배당(10%)과 자사주 매입(15%)으로 구성됐다. 기존 주주환원율 15%(현금배당 10%·자사주 매입 5%) 대비 10%포인트 개선된 정책이다.

DL이앤씨 관계자는 “건설업 전반에 걸쳐 어려운 경영환경이 지속하고 있지만, 수익성 높은 양질의 프로젝트를 선별한 후 수주 활동에 매진할 것”이라며, “안정적 재무구조를 바탕으로 다양한 공사 수행 경험과 노하우를 활용해 매출과 이익을 지속적으로 증가시키는 한편, 주주 환원 측면에서도 업계를 선도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DL이앤씨는 지난 5월 10일 주주총회와 이사회를 열고 서영재 대표를 선임했다. DL이앤씨의 대표 교체는 2021년 기업분할 이후 처음이다.

DL이앤씨는 이날 “서영재 대표의 영입은 탄소 포집·저장·활용(CCUS), 소형모듈원전(SMR), 수소·암모니아 등 신사업을 발굴해 차세대 성장 동력으로 육성하겠다는 의지”라고 설명했다.

서영재 대표는 홈뷰티 기기, 식물재배기 등 기존에 없던 신개념 가전을 시장에 안착시킨 주역이다. 신사업 발굴부터 구현, 사업화까지 각 성장 단계를 모두 경험한 당사자인 만큼 신성장 동력의 사업화 추진 속도를 높여 가시적 성과를 내는 데 주력할 계획이라고 회사 측은 밝혔다.

DL이앤씨는 서영재 대표가 전략기획·경영진단 등의 업무를 맡았던 경험과 성숙기 사업을 턴어라운드에 성공시킨 노하우를 바탕으로 선제적·시스템적·그물망식 리스크 관리에 기여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DL이앤씨는 특히 조직 체계와 업무 프로세스 개선 경험이 풍부한 서영재 대표의 리더십을 바탕으로 혁신 속도를 더욱 높일 계획이다. 스마트 건설기술, 인구 구조 변화 등을 중심으로 한 건설 패러다임 변화에 조직의 대응력을 높이기 위한 목적이다.

건설업계에선 주요 건설사의 주주 환원 강화 정책을 이례적으로 받아들인다. 원자잿값·노임 상승에 따른 공사비 인상과 부동산 PF(프로젝트파이낸싱) 경색 위기 등으로 건설업 부진이 심화하고 있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건설업 불황이 장기화하는 가운데 건설사들이 내실을 다지고 견조한 실적을 유지하는 것에 집중하면서 주주 친화 정책을 더욱 강화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문화경제 김응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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