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금영⁄ 2024.07.30 10:26:14
언뜻 보면 비슷해 보이지만, 자세히 볼수록 달라지는 화면의 변주가 신비롭다. 그 변주는 음표를 써내려가듯 화면 위에서 자유롭게 춤을 추는 것 같다.
아르떼케이가 이달 26일부터 다음달 18일까지 신사동 전시장 1층에서 김지선, 이미솔 작가 2인전 ‘Rythme des sentiments aux émotions: 자유진행리듬’을 연다고 20일 밝혔다. 두 작가의 작업의 출발점은 일상의 순간이다. 이 일상의 순간을 저마다의 리듬과 시각으로 담아낸 두 작가의 작품을 통해 이 계절의 경쾌함을 느낄 수 있다.
김지선의 작업은 우연히 떠오르거나 의도적으로 떠올린 하나의 기억에서 출발한다. 작가는 이 기억에서 연쇄적으로 발생하는 또 다른 기억들이 혼재되는 과정을 그려낸다. 희미해져가는 기억 속에 잔상처럼 남은 순간을 다루고, 이를 입체적으로 표현하기 위해 작가는 테라핀, 콜드 왁스, 오일 스틱 등 여러 물성을 가진 재료를 사용하거나 붓질의 속도를 변주해 기억의 속도를 표현하며 혼재한 기억의 파편을 자신만의 리듬으로 가시화한다. 작가는 “이 과정을 통해 특정한 기억에서 시작한 작업들이 각자의 시공간을 초월해 익숙하면서도 낯선 장면이 되길 바란다”고 이야기한다.
김지선의 ‘Humming-ing’(2024)은 손끝을 스치는 바람, 그 바람에 동요하는 나뭇잎, 부유하는 풀벌레 소리 등 오감으로 기억된 일상 속 찰나의 순간을 포착한 작업이다. 꼬리에 꼬리를 무는 감각들은 서로 진하게 뒤엉키며 생동감 넘치는 환희의 장을 이룬다.
특히 이번 전시를 위해 그는 한강을 찾았던 기억을 많이 떠올렸다고 한다. 기억의 잔상이 떠오를 때마다 당시 느꼈던 강렬한 감정들을 오롯이 화면에 담았다. 감정은 시시각각 변하기 마련이라, 그림을 그리는 현재 느껴지는 감정들의 레이어도 화면에 차곡차곡 쌓여 무수한 변주들을 만들어 냈다. 고요하면서도 때로는 역동적인 힘이 느껴지는 화면의 매력은 보는 이에게도 무수한 감정들을 떠올리게 한다.
이미솔의 일상은 매일 집근처 산을 오르는 것에서 시작한다. 그는 숲과 가까운 곳에 거주하며 날마다 자신이 바라보는 자연의 풍경을 그리게 됐다고 한다. 숲을 관찰한 작가는 진정 표현하고자 하는 것이 확고해졌는데, 그것은 자연 그 자체보다는 매일 같은 것을 반복하는 힘과 그 속에서 새로운 것을 발견하는 기쁨이었다. 늘 똑같아 보이는 풍경 속에서도 시간의 흐름에 따라 서서히 변해가는 풍경이 보였고, 이를 발견하고 그리는 행위 자체가 작가에게는 특별한 일상이 됐다.
그의 ‘이파리의 춤 여름’(2024)은 저마다의 움직임들로 분주한 생명체들의 운동들로 구성된 연녹빛 무보(dance notation)다. 작가는 캔버스 한 칸마다 그날 숲 속에서 마주한 잎들을 그려 넣고, 시간의 흐름에 따라 여러 칸이 모여 만든 숲을 보여주는 방식으로 작업을 진행해왔다.
최근엔 작업에 변화가 생겼는데, 수채를 사용하며 색을 중첩할 때 발생하는 우연적 효과에 집중하면서 붓질이 점차 즉흥적이며 유연해졌고, 많은 칸을 여러 날로 채우기보다는 ‘오늘’ 본 것을 집중적으로 그리게 됐다.
이번 전시는 김지선의 리듬을 ‘기억의 형상에 기반한 열린 작업’으로 바라보고, 이미솔의 리듬을 ‘매일매일의 질서 정연한 미적 노동의 결과물’이라고 이야기한다.
아르떼케이 측은 “같은 시공간 안에 있더라도 각기 다른 시선과 감정, 리듬으로 호흡하며 살아가는 우리의 모습은 각자의 ‘자유진행리듬’ 속에 살고 있다고 표현할 수 있다. 전시의 제목인 이 단어는 외부 환경에 영향을 받지 않고 자신만의 고유한 주기와 리듬으로 진동하고 있는 상태를 뜻한다”며 “이번 전시 자유진행리듬에서는 일상의 순간을 저마다의 리듬과 시각으로 평면에 담아내는 김지선, 이미솔의 작품을 만날 수 있다. 두 작가의 흐름 속 리듬을 담은 이번 전시를 통해 관람자가 자신만의 자유진행리듬을 감각하는 순간을 마주하길 바란다”고 밝혔다.
한편 2021년 9월 1일, 본격적으로 사업을 시작한 아르떼케이는 경매회사 케이옥션의 100% 출자 회사로 예술의 긍정적인 가치를 전달하고, 새로운 형태의 작가 매니지먼트를 선보이는 것을 목적으로 설립됐다.
< 문화경제 김금영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