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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기온의 뉴노멀 시대①] ‘지구 열대화 시대’ 현대자동차그룹, 열관리 기술로 냉난방 패러다임 바꾼다

온도 제어 위한 3대 기술 공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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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nbnews 제780호 김예은⁄ 2024.09.13 10:07:45

지난해 7월 제78차 유엔 기후 목표 정상회의에서 안토니우 구테흐스 유엔 사무총장은 “지구온난화(global warming) 시대는 끝났다. 지구 열대화(global boiling)가 도래했다”고 경고했다. 사진=pixabay

“지구온난화(global warming) 시대는 끝났다. 지구 열대화(global boiling)가 도래했다.”


지난해 7월 제78차 유엔 기후 목표 정상회의에서 안토니우 구테흐스 유엔 사무총장은 이 같은 발언으로 가열화(global heating) 수준을 넘어선 급격한 지구 기온 상승의 위기를 경고했다.


2024년은 12만 5000년 전 마지막 간빙기 이후 가장 뜨거운 해라고 평가받던 2023년을 넘어서 ‘역사상 가장 뜨거운 해’의 또 다른 방점을 찍었다.


유럽연합(EU) 기후변화 감시기구 코페르니쿠스(C3S) 발표에 따르면 올해 7월 21일은 지구 역사상 가장 더운 날로 기록됐다. 지난 21일 전 세계 지표면의 평균 기온은 17.09℃를 기록했는데 이는 C3S가 1940년 관측을 시작한 이래 가장 높은 기온이다.


이와 같은 급격한 기온 상승의 속도는 45억 년 지구 역사에서 보기 드문 현상이다. 카를로 부온템포 C3S 국장 역시 “지난 13개월의 기온과 이전 기온 기록의 차이가 컸다는 점이 놀랍다”며 “기후변화로 인해 앞으로 몇 달, 몇 년 안에 새로운 기록이 깨지는 것을 보게 될 것"이라 언급했다.


이처럼 이상 기온 현상이 가속화되자 기업들은 급변하는 환경을 기술로 대응할 채비를 하며 신기술들을 속속 공개하고 있다.


현대차·기아는 차량 내에서 냉/난방에 대한 패러다임 전환이 필요하다고 판단, 다양한 온도 제어 기술을 개발하고 있다.

8월 22일 서울 중구 장충동에 위치한 ‘크레스트 72’에서 열린 히트 테크데이에서 열에너지통합개발실 정영호 상무가 발표하고 있다. 사진=현대자동차그룹 제공

현대자동차·기아는 8월 22일 서울 중구 장충동에 위치한 ‘크레스트 72’에서 현대차·기아의 연구개발 성과를 선보이는 ‘히트 테크 데이(Heat Tech Day)'를 개최하고, 차량의 실내 온도를 제어해 탑승객이 쾌적함을 느낄 수 있도록 하는 세 가지 기술을 공개했다.


현대차·기아에 따르면 온도 제어 기술은 전동화, 자율주행 시대의 차량 에너지를 효율적으로 관리할 수 있도록 에너지를 절감해 주며, 탑승공간 내 인간공학(Ergonomics)을 실현함으로써 모빌리티를 생활공간으로 전환시키는 핵심 기술이다.


이번에 공개한 세 가지 기술은 ▲차량 유리에 부착하면 실내 온도를 크게 낮추는 ‘나노 쿨링 필름’ ▲탑승객 주위의 발열체를 통해 체감 온도를 빠르게 끌어올리는 ‘복사열 난방 시스템’ ▲세계 최초로 48V(볼트) 시스템을 적용해 유리 내부의 금속 코팅에서 빠르게 열을 내뿜어 서리와 습기를 제거하는 ‘금속 코팅 발열 유리’다.


현대차·기아는 3가지 온도 제어 기술을 소개하고 기술을 실제 차량에 적용, 양산 적용 수준의 기술 완성도를 기반으로 참석자들이 그 효과를 직접 체험할 수 있도록 했다.

나노 쿨링 필름을 부착한 차량(36도)과 부착하지 않은 차량(48.5도)의 실내 온도 비교 모습. 사진=현대차그룹 제공

나노 쿨링 필름, 창문 부착으로 여름철 차량 내부 온도 최대 10℃ 하락
지난해 7월, 현대차·기아는 ‘나노 테크 데이’ 행사를 통해 다양한 최첨단 나노 소재 기술을 공개했다. 당시 공개됐던 나노 쿨링 필름은 차량에 부착하기만 해도 실내 온도를 크게 낮출 수 있는 기술로 주목을 받았다.


이번 행사에서 현대차·기아는 기존 대비 향상된 성능과 품질을 바탕으로 제작된 대면적의 나노 쿨링 필름을 현대차 아이오닉 6 차량에 적용해 공개했다. 내/외장 색상이 동일한 차량 두 대를 마련, 한 대에는 나노 쿨링 필름을 시공하고 나머지 한 대에는 출고 상태 그대로 전시해 실내 온도 차이가 드러날 수 있도록 했다.


이날 전시에서 나노 쿨링 필름 시공 차량의 센터 콘솔 부근 실내 온도는 36.0℃를, 그렇지 않은 차량은 48.5℃를 기록하는 등 두 차량의 차이는 최대 12.5℃를 기록했다.


나노 쿨링 필름은 차량 외부의 열을 차단하기만 하는 기존 틴팅 필름과는 달리, 외부 열 차단과 더불어 차량 내부의 열을 외부로 방출하는 기능까지 추가로 갖춘 첨단 소재다.


태양 에너지의 근적외선대 파장을 반사하는 두 개 층과 내부의 중적외선대 파장을 외부로 내보내는 한 개 층을 포함, 총 세 개 층으로 구성되며, 차량 유리에 부착하는 것만으로도 여름철 실내 온도를 최대 10℃ 이상 낮출 수 있다.


특히 가시광선의 투과도를 자유롭게 조절할 수 있기 때문에 유리창을 어둡게 하지 않으면서 기존 틴팅 필름과 함께 사용하는 것도 가능하다. 틴팅 필름과 함께 부착한다면 틴팅 필름의 열 차단 효과에 나노 쿨링 필름의 차단/방사 효과가 더해져 더욱 효과적이라는 것이 회사 측 설명이다.


지난 4월, 현대차는 틴팅이 법적으로 금지된 파키스탄에서 투명한 나노 쿨링 필름을 70여 대의 차량에 무상으로 장착해 주는 ‘메이드 쿨러 바이 현대(MADE COOLER BY HYUNDAI)’ 캠페인을 진행한 바 있다.


이어 6월에는 세계 최대 국제 광고제 ‘칸 라이언즈(Cannes Lions) 2024’에 공식 세미나 연사로 초청돼 나노 쿨링 필름 기술과 파키스탄에서 펼친 캠페인에 대해 소개했다. 칸 라이언즈에서 기술을 주제로 공식 세미나를 진행한 것은 완성차 업체 중 현대차가 처음이다.


이날 기술에 대한 소개를 듣고 실제 차량의 온도 비교 평가를 확인한 한 참석자는 “눈으로 보기에 특별한 것 없는 필름이 차량 실내 온도를 12℃ 이상 떨어뜨린 것을 보니 경쟁력 있는 기술이라고 생각된다”며 소감을 전했다.


기술을 개발한 현대차·기아 에너지소자연구팀 이민재 책임연구원은 “국내에서 최초로 실제 차량에 적용한 나노 쿨링 필름을 선보이게 돼 기쁘다”며 “고객들이 나노 쿨링 필름을 만날 수 있도록 기술의 완성도를 양산 수준까지 빠르게 끌어올리는 데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참석자가 복사열 난방 시스템을 체험하고 있는 모습. 사진=현대차그룹 제공

몸을 감싸는 복사열 난방 시스템, 3분 안에 온열감 전달
이 밖에도 현대차·기아는 겨울철 탑승자의 몸을 빠르게 데워주는 기술인 복사열 난방 시스템에 대해 소개하고 기아 EV9에 이 기술을 적용, 현장에서 참석자들이 직접 체험할 수 있도록 했다.


복사열 난방 시스템은 탑승자의 다리 부위를 둘러싼 위치에 복사열을 발산하는 발열체를 적용해 겨울철 차가워진 탑승자의 몸을 빠르게 덥히는 기술이다. 이 기술을 통해 공조장치의 건조한 바람이 피부에 직접 닿음으로써 느끼던 불편함이 해소되고 건조하지 않은 쾌적한 난방이 가능할 것으로 보고 있다.


현대차·기아는 복사열 난방 시스템을 기존 공조 시스템과 함께 활용한다면 적정 온도에 도달하는 데 에너지를 17% 절감할 수 있고, 3분 안에 하체에 따뜻함이 전달되기 때문에 탑승객의 쾌적함이 크게 향상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특히 실내 난방을 위해 소요되는 에너지 사용량 저감을 통해 겨울철 전기차 주행거리 확대에도 크게 기여할 것으로 기대를 모은다고 회사 측은 밝혔다.

 

현대차·기아는 복사열 난방 시스템을 향후 출시되는 신차에 탑재한다는 계획이다.


핵심 기술은 고온 필름형 발열체와 화상 방지 시스템이다. 110℃까지 열을 발생시키는 필름형 발열체가 각 모듈 안에서 열을 발생시키고 이를 감싸고 있는 직물 소재가 인체에 따뜻한 온도로 열을 조절해 원적외선을 방출한다. 또한 각 발열체 모듈에는 신체가 닿는 즉시 이를 감지하고 온도를 낮추는 화상 방지 시스템이 적용되어 혹시 모를 화상 위험을 없앴다.


이날 행사에 전시된 EV9에는 총 9개에 달하는 위치에 복사열 난방 발열체를 적용했다. 운전석에는 스티어링 컬럼 아래쪽과 도어, 센터 콘솔 등 5곳, 동승석에는 도어, 센터 콘솔, 글로브박스 아래쪽 등 4곳이다.


기술에 대해 발표한 현대차·기아 통합열관리리서치랩 오만주 연구위원은 “겨울철의 추위를 가장 빠르게 없앨 방법 중 하나는 복사 난방”이라며 “복사열 난방 시스템을 통해 빠르면서도 건조하지 않은 난방이 가능해질 것이므로 고객들이 겨울에도 차를 타는 데 거리낌이 없어질 것으로 기대한다”고 소감을 밝혔다. 

MLV외장설계1팀 정기헌 파트장이 금속 코팅 발열 유리 기술에 대해 소개하고 있다. 사진=현대자동차그룹 제공

금속 코팅 발열 유리가 열 발생시켜 서리와 습기 제거
이날 현대차·기아는 세계 최초로 48V 시스템을 적용한 ‘금속 코팅 발열 유리’ 기술을 소개했다.


금속 코팅 발열 유리는 차량 전면의 접합 유리 사이에 약 20개 층으로 구성된 금속 코팅을 삽입해 유리 스스로 열을 발생시켜 겨울철 서리나 습기를 제거할 수 있도록 하는 기술이다.


특히 48V의 고전압 시스템을 통해 영하 18℃에서도 유리 표면의 성에를 5분 내에 완전 제거할 수 있어 기존 내연기관차 공조 시스템과 비교해 약 10% 더 적은 전력으로 최대 4배 빠른 제상이 가능하다.


여름철과 같은 더운 날씨에는 전력을 쓰지 않고도 삽입된 금속 코팅이 외부에서 오는 태양 에너지를 최소 60% 차단할 수 있어 차량의 에너지 효율 개선에 도움이 된다.


무엇보다 캐나다나 북유럽 등 혹한 지역의 전면 유리에 주로 적용되던 텅스텐 와이어 열선 대비 시인성이 크게 개선돼 열선이 전혀 보이지 않고, 빛 번짐이나 왜곡 없이 운전자에게 깨끗한 시야를 제공할 수 있다는 점이 가장 큰 장점이다.


현대차·기아는 이 기술이 우리나라뿐 아니라 글로벌 혹한 지역의 안전에 큰 도움이 될 것으로 판단하고 있으며, 금속 코팅 발열 유리가 적용되면 앞 유리의 서리와 습기를 제거하기 위해 설치하던 공조 시스템을 대체할 수 있어 더 효율적이고 자유로운 디자인이 가능할 것으로 보고 있다.


이날 행사에는 실제 차량에 탑재되는 것과 동일한 크기의 금속 코팅 발열 유리가 전시돼 참석자들에게 관심을 받았다. 참석자들은 전시된 유리를 직접 만져보며 높은 시인성과 발열 성능을 확인했다.


현대차·기아는 금속 코팅 발열 유리 관련 기술을 국내외 주요 시장에 특허 출원했으며, 향후 출시되는 신차에 적용할 예정이다.


기술 개발을 담당한 현대차·기아 MLV외장설계1팀 정기헌 파트장은 “금속 코팅 발열 유리가 적용되면 단순히 고객의 편의와 쾌적성이 높아지는 것뿐만 아니라 주행 안전에도 큰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한다”며 “특히 운전자의 시야를 방해할 수 있는 서리를 빠르게 제거할 수 있는 48V 시스템과의 만남으로 기술의 효용과 완성도가 한층 높아질 것”이라고 밝혔다.


현대차·기아 관계자는 “오늘 공개한 차량 실내 열관리 기술 외에도 모터와 엔진, 배터리 등 현대차·기아는 모빌리티 전체의 열을 관리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며 “앞으로도 고객의 일상을 편리하고 쾌적하게 만들기 위해 다양한 열 관리 기술을 연구해 나갈 예정”이라고 밝혔다.

<문화경제 김예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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