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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수제맥주 축제, 거리서 대형 쇼핑몰로 옮긴 KCBF 조직위원회 김정현 위원장

지난여름 아이파크몰서 ‘브루어리 인 용산’ 개최… 화제성 끌어올리며 새로운 수제맥주 판로 개척… 수원 스타필드로까지 확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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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nbnews 제783호 김응구⁄ 2024.11.11 14:34:59

김정현 위원장은 지난여름 아이파크몰에서 개최한 ‘브루어리 인 용산’을 두고 “절반의 성공, 절반의 실패”라고 결론 지었다. 실패 없는 성공은 없으니 그렇게 다음을 향해 또 나아간다. 사진=김응구 기자
 

유난히 뜨거웠던 지난여름, 모처럼 수제맥주가 한껏 주목받았다. 코리아 크래프트 비어 페스타(KCBF) 조직위원회가 마련한 수제맥주 축제 덕분이다. 서울 도심, 그것도 대형 쇼핑몰에서 열린 이 축제에 소비자는 관심을 잔뜩 보냈고, 참여 브루어리(양조장)들은 만족했다.

지난 8월 27일부터 9월 2일까지 서울 용산 아이파크몰에서 열린 수제맥주 축제 ‘브루어리 인 용산’ 얘기다. 첫날에는 개그맨 김민경까지 행사장을 찾아 행사의 주목도를 높였다.

김정현 KCBF 조직위원회 위원장은 “세계 유수의 맥주 콘테스트에서 매년 최상위권을 휩쓸 정도로 한국의 맥주 양조 실력은 세계 최고 수준이지만 정작 우리나라 사람들은 이런 사실을 잘 모른다”고 했다. 그는 이어 “찾아가는 축제가 아닌 도심 한가운데로 찾아오는 축제, 맥주 맛 그 자체가 콘텐츠가 되는 행사로 준비했다”고 말했다.

김정현 위원장의 도전은 이제 막 시작됐다. 오랜 시간 공들여 기획한 만큼 좋은 성과를 자신한다. 그간 어떤 과정을 밟았는지, 앞으론 어떤 방향으로 진행할지 자세히 들어봤다.

- 수제맥주 뉴스를 찾기 힘든 요즘이어서 그런지 이번 축제에 유독 눈이 갔어요. 관심도 많이 받았죠?
“수제맥주가 지자체에서 하는 축제라든지 시장 행사라든지, 이런 데서 잘 팔려요. 매출이 잘 나오죠. 하지만 매년 한다고 해도 단발성인 거고요. 그래서 브루어리, 그러니까 생산자한테 지속적인 판매망을 만들어주는 게 좋겠다는 생각으로 이번 행사를 기획하게 됐어요.”

- 지자체·시장이 주체가 되는 행사나 적어도 일회성에 그치는 행사는 아니라는 얘기군요.
“사람이 많이 모이는 도심, 특히 인구 밀도가 높은 서울이나 경기 지역의 대형 쇼핑몰 안에서의 가능성을 보기 위한 기획이기도 했어요. 어느 정도의 성과가 분명 있었고, 더 공부해야 할 점도 있었죠. 많이 배웠어요.”

- 성과 중에서도 가장 두드러지는 부분은 어떤 겁니까.
“이번 행사가 끝나고 나서 용산 아이파크몰에서 연락 와서 내년에도 해달라는 얘기를 전달받았어요. 앞으로 정기적으로 해보자는 얘기죠. 이뿐만 아니라 스타필드에서도 연락이 왔어요. 쇼핑몰 안에서 수제맥주 행사를 열어보자는 거죠.”

- 한때 수제맥주 인기가 엄청났죠. 지금은 확실히 예전 같지 않고, 무엇보다 판로, 그러니까 유통망에 고민이 많아요.
“현재 저희가 파악하고 있는 수제맥주 양조장이 200곳 정도예요. 대개 유통 구조가 복잡하고 판로가 열약해요. 그래서 저흰 직영 체제로 백화점 등 여러 곳에다 수제맥주만 모아서 사람들이 사가는 모습을 보여주고 싶은 겁니다. 주류 백화점이라든지 주류 편집숍은 많이 있어요. 근데 이런 곳들은 와인, 위스키, 소주 등 모든 주종이 있는 거고, 그저 한쪽에 수제맥주가 약간 있는 정도죠. 그것도 수제맥주만 있는 게 아니라 외국 수입맥주도 있어요. 수제맥주는 유통기한이 한 달 정도밖에 안 돼요. 냉장 보관은 필수고요. 그러니까 신선하고 미생물이 살아있는 맥주를 마시려면 국내산 수제맥주를 마시는 게 가장 좋은 거죠.”

 

지난 8월 27일부터 9월 2일까지 서울 용산 아이파크몰에서 열린 수제맥주 축제 ‘브루어리 인 용산’에서 김정현 위원장(앞줄 왼쪽)이 개그맨 김민경 씨(가운데)와 함께 포즈를 취하고 있다. 사진=김응구 기자
 

- 사실 저는 이렇게 봤어요. 수제맥주가 여러 이유로 흐름이 끊겼다고들 얘기하는데, 제대로 된 맛이라든지 멋을 소비자가 다 파악하기도 전에 그렇게 됐다고 생각해요. 하지만 지금 말씀해주신 대로 이 맛과 멋을 알 수 있는 장을 마련해 주면 소비자는 거기로 찾아가서 선택할 겁니다.
“맞아요. 요새 소비자들은 과음을 즐기는 게 아니어서 그렇게 돼요. 맛있는 술을 마시고 싶은 겁니다. 또 최근 트렌드와 잘 맞고요. 하이볼도 그런 의미로 유행하는 거잖아요. 근데, 술이라는 게 유행이 있더라고요. 전통적으로 강했던 소주나 맥주 이런 걸 대체하는, 아무리 대기업이라 해도 할 수 없는 게 있잖아요. 파리바게뜨가 큰 기업이어도 동네 빵집의 소금빵을 못 이기듯 이제 이런 제품들이 살아날 것 같아요.”

- 곰곰이 생각했습니다. 사람 많이 오가는 야외에 행사장을 차리지 않고 복잡한 도심, 그중에서도 쇼핑몰로 들어갔어요. 분명 이유가 있을 거란 말이죠.
“얼마 전 석촌호수에서 행사가 있었죠. 한 여섯 개 브루어리가 왔더라고요. 또 같은 시기 가락동농수산물시장에서도 스무 곳 정도 브루어리가 참여한 행사도 있었고요. 제가 그런 장소를 택하지 않고 굳이 쇼핑몰로 갔던 이유는 분명해요. 일단 사람들이 쇼핑하러 오는 곳이고, 여기에 가도 수제맥주를 살 수 있다는 인식을 심어주고 싶었던 겁니다.”

- 충분히 계획한 기획이었다는 말씀이군요.
“예를 들면, 제주도에서 열심히 술을 만드는 1인 양조장이 있어요. 서울에서 열리는 행사에 참여하려고 합니다. 술을 만들어요. 그리곤 차에 싣고 배를 타고 목포로 가서, 밤새 운전해서는 현장에 도착해요. 장비를 풀고 돗자리 깔고 팝니다. 근데 거기서 판매에 실패했어요. 아마도 사람이 많이 없었거나 비가 왔거나 그런 상황이겠죠. 그러면 직간접 손실이 어마어마해요. 어떤 데 가면 잘 됐지만 또 어떤 데선 안 된 거예요. 당장 몇백만 원 이익은 될 수 있어도 그분한테 장기적인 이익은 되지 않을 겁니다.”

- 그러니까 제주도의 소규모 수제맥주를 서울에서도 안정적으로 살 수 있다면, 소비자는 그걸 안 사 마실 이유가 없다, 이런 해석이죠?
“바로 그겁니다. 근데 저희가 이런 팝업을 한 군데에서만 열면 브루어리 입장에선 참여하기 쉽지 않죠. 10박스만 보내달라고 하면 물류비용이 더 들어요. 그렇지만 이런 팝업이 롯데백화점이나 현대백화점에 있고, 아이파크몰이나 스타필드에도 있어요. 그렇다면 이건 해볼 만하지 않겠냐는 거죠.”

- 일반적인 주류 백화점이나 주류 편집숍하고는 완전히 다른 구조네요.
“특정 메이커에 납품이 쉽고 재고가 쌓이지 않는 것들, 유통기한이 긴 것들 위주로 수제맥주가 들어가는 편집숍도 있어요. 하지만 이런 경우는 한정적이고, 한두 브랜드에 지나지 않아요. 100평 정도 되는 매장에 수제맥주만 다 들여놓고 판매하는, 이런 매장이 열 곳, 스무 곳 된다면 브루어리들은 수제맥주를 더 잘 만드는 데 집중할 겁니다. 그러면서 브루어리들끼리 더욱 치열하게 경쟁하고, 그렇게 맛의 경쟁이 이뤄지면 정말 맛있는 맥주들이 나올 게 분명해요. 결론을 말씀드리자면 소비자와 생산자를 연결한 유통, 새로운 수제맥주의 유통 구조를 만들기 위해 이번 축제를 기획했다고 보시면 좋겠어요.”

 

김정현 위원장은 용산 아이파크몰에 이어 수원 스타필드에서도 12월 6일부터 내년 1월 2일까지 수제맥주 팝업을 연다고 밝혔다. 사진=김응구 기자
 

- 아까 아이파크몰은 물론 스타필드에서도 축제가 이어질 거라고 얘기했어요. 아이파크몰은 이번에 행사가 열렸던 곳이니 이해가 가는데, 스타필드는 좀 의외예요.
“아마 (쇼핑몰) 담당자끼리는 좀 알고 지내는 듯해요. 그래서 이런 행사를 한다고 하니 스타필드 관계자가 현장에 왔었나 봐요. 현장을 몇 번 둘러보고 이런 게 우리 쪽에도 들어왔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겠죠. 어차피 그분들은 이런 행사나 축제 정보에 항상 귀를 기울이고 있잖아요.”

- 게다가 1박 2일이든 2박 3일이든 단발성으로 치고 빠지는 행사가 아니라 유통 구조를 뒤바꾸는 행사여서 더 깊게 눈여겨봤겠군요.
“팝업치고는 좀 고급스러워 보이잖아요. 지자체가 하는 행사는 웬만한 데를 다 가봤는데 정말 정신없어요. 일단은 장소 선택이 굉장히 중요합니다. 저희가 유통 구조의 메인이랄 수 있는 백화점, 쇼핑몰을 행사 장소로 선택한 이유죠.”

- 축제 주최자로 KCBF와 함께 UBENT라는 곳도 이름을 올렸어요. 어떤 회사죠?
“UBENT 함민희 대표가 실행을 전부 담당했어요. 그 실행이라는 게 A부터 Z까지, 그러니까 디자인부터 실질적인 실무는 물론 운영 전반을 다 맡아서 했죠. 이번 행사를 위해 고생도 참 많이 해서 고맙기도 하고 미안하기도 하고 그렇습니다.”

- 축제를 끝낸 지금, 스스로 어떻게 평가하나요.
“소비자는 이제 좀 더 좋은 술을 마시고 싶어 하죠. 소주와 맥주를 섞어 마시는 시대는 지난 지 오래잖아요. 그냥 맥주만 마셔도 좋죠. 내 몸에 부담도 없고요. 가볍게 한잔하는 건 아무렇지도 않아요. 하이볼이 유행하는 이유도 그렇잖아요. 높은 도수의 술에서 낮은 도수로 내려가고, 가끔 한잔하기를 즐기는 트렌드와 잘 맞잖아요. 그래서 저희가 이번에 야심 차게 준비했었고, 절반의 성공과 절반의 실패라고 평가하고 있어요.”

- 절반의 실패라는 건 이해가 쉽지 않은데요. 어떤 의미일까요.
“브루어리들이 매출을 충분히 올리진 못했으니까요. 확실히 지자체나 시장, 한강 이런 데서 하는 맥주 축제는 맥주가 많이 팔려요. 하지만 메인 콘텐츠가 맥주는 아녜요. 맥주 축제라고 해서 가보면 맥주가 아닌 공연이 메인이에요. 왜냐면 모객이 돼야 하니까요. 사람들을 많이 끌어모아야 하잖아요. 허나 쇼핑몰에서 맥주 팝업을 열면 쇼핑하기 위해 가는 사람들, 그러니까 거기서 영화도 보고 옷도 사고 밥도 먹으러 나오는, 그런 분들은 진짜 술만 볼 수 있거든요. 수제맥주 하나에 집중할 수 있는 겁니다. 몇천 명, 몇만 명 모이는 행사에서 이 맥주가 어떤 술인지도 모르고 줄 서기 귀찮으니까 짧은 줄 가서 한잔 마시는 게 아니라 이건 내가 좋아하는 스타일의 맥주네, 이건 나의 기호에 맞아, 이런 맥주를 찾을 수 있는 거죠.”

 

‘브루어리 인 용산’은 3층 이벤트홀과 7층 더루프탑에서 열렸다. 더루프탑에 몰린 소비자들만 봐도 행사 분위기를 짐작할 수 있다. 사진=KCBF 조직위원회
 

- 참여 브루어리들은 더 신나겠군요. 그런 만큼 제품 개발에 더욱 신경 쓸 테고요.
“저희가 파악하기로 전국에 수제맥주 브루어리가 200군데 정도 있는데, 독특한 시도를 하는 곳이 많아요. 대부분 차별화하기 위해 노력합니다. 물론 1인 브루어리도 꽤 되고, 그 지역에서만 유통·판매되는 걸로 만족하는 경우도 있어요. 그럼에도 여전히 많은 수의 브루어리 운영자는 레시피에 대한 고민을 끝없이 해요. 공부도 많이 한 분들이고요. 그래서 독특한 지역 특산물을 넣은 맥주도 때마다 선보이곤 하죠.”

-그런 브루어리들이 많이 참여할수록 축제는 계속 성장하고, 결국엔 국내 유통 구조까지 새롭게 바꾸는 계기가 될 거라는 얘기죠?
“그렇게 된다면 입이 즐거운 수제맥주는 계속 생산되고, 그런 맥주가 메인 콘텐츠가 되는 행사를 제대로 만들 수 있어요. 점점 더 잘될 것 같아요. 저는 그래서 이번 행사를 되짚어보면, 발전적인 방향으로 갈 수 있는 토대를 마련했다, 이렇게 보고 있습니다.”

- ‘브루어리 인 용산’은 원래 계획했던 것보다 기간이 좀 더 늘어났어요.
“한 달 정도 연장됐죠. 아이파크몰 측에서 요청해 왔어요. 철수하기 전에 계속 진행하면 좋겠다고 하더라고요. 더불어 1년에 한 번이든 몇 번이든 정례적으로 해보자는 말도 들었고요. 아이파크몰에선 11월 15일부터 내년 1월 2일까지 팝업을 또 운영합니다. 소비자가 맛을 보고 골라서 사갈 수 있도록요. 지난여름엔 12개 브루어리가 참여했지만 이번엔 20곳 정도와 함께할 계획입니다. 그래서 병입하지 않았던 맥주들은 지금 그 작업을 하고 있죠. 크리스마스 시즌에 맞춰 선물 세트를 준비해야 하니까요. 수원 스타필드는 12월 6일부터 내년 1월 2일까지 4주간 팝업을 엽니다. 한 28평쯤 되는 공간이니까 좀 크죠.”

수제맥주 인기가 예전만 못하다는 얘기를 종종 듣는다. 현실이기도 하다. 한때 붐이었다. 하루건너 신제품이 나왔다. 이종(異種)간 컬래버레이션도 무척 활발했다. 그러면서 상품화 ‘자격’ 논란도 있었다. 제품력 없는 상품은 도태되기 마련. 정리되고 또 정리돼 지금까지 왔다. 그런데도 판매가 시원찮다는 건 판매 방식을 바꿔야 한다는 얘기다. 그걸 김정현 위원장이 건드리는 중이다. 그리고 첫발을 내디뎠다. 아주 만족스러운 결과는 아니라지만 이쯤이면 됐다. 다음을 기대할 수 있다는 건 적어도 70~80%의 결실은 얻었다는 의미다. 나머지는 차차 채워가면 된다. 그렇게 90%를 넘겼을 때, 대한민국 수제맥주는 미국의 시카고가 부럽잖게 된다. 유럽의 에일맥주가 부럽잖게 된다.

〈문화경제 김응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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