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통 공룡’ 편의점의 활약이 눈부시다. 과거 편의점에서 선보이지 않았던 다양한 킬러 콘텐츠를 공략, 이를 활발하게 선보여 어려운 경영 환경 속에서도 외형과 매출 성장을 이어가고 있는 것. 문화예술 업계와의 컬래버레이션 장도 이중 하나다.
아이돌 컴백 포스터·앨범 쭉 늘어선 편의점 풍경
아이돌 컴백을 알리는 포스터와 앨범이 쭉 늘어선 곳. 앨범 매장이 아닌 편의점이다. 요즘 엔터테인먼트 업계는 아이돌 컴백과 홍보의 장으로 편의점에 주목하고 있다.
GS리테일이 운영하는 편의점 GS25는 지난해 엔하이픈을 시작으로 현재까지 8회에 걸쳐 케이팝 아이돌 및 아티스트의 앨범 판매를 진행해 왔다.
올해 2월엔 쏘스뮤직 여자 아이돌그룹 르세라핌의 미니3집 ‘EASY(이지)’를 자체 앱 ‘우리동네GS’와 오프라인 매장에서 업계 단독으로 판매해 눈길을 끌었다. 가장 최근인 9월 20일부터 10월 4일까지는 화사의 미니 2집 ‘O(오)’ 앨범을 판매했다.
앨범 판매뿐 아니라 음악 페스티벌 참여, 이벤트 등을 통한 이색 협업도 주목받았다. ‘2023 BTS 페스타’ 동참, 엔하이픈 미니 5집 ‘오렌지블러드’ 사전예약 및 콘셉트 스토어 운영, 점포 BGM 크러쉬 신곡 미리듣기 이벤트 등이 대표적이다.
컬래버 상품을 내놓기도 했다. 지난해 11월 제로베이스원과 손잡고 샌드위치, 케이크를 선보였다. 컬래버 상품 2종에 제로베이스원 멤버들을 동물로 형상화한 스티커 1개를 동봉했고, 총 18종의 스티커를 모두 모아 인스타그램에 인증샷을 올리면 추첨을 통해 개별 멤버의 폴라로이드 사진 및 사인 CD를 증정하는 이벤트도 함께 진행했다.
힙합 레이블 AOMG와는 스파클링 와인 ‘AOMG 스파클링(모스카토), 750ml’를 총 6000병 한정 수량으로 단독 출시했다. 협업을 기념해 특별 제작된 LP음반과 와인의 컬래버 세트도 선보였다. LP엔 AOMG 소속 대표 뮤지션이 참여한 특별 단체곡을 담았다.
이마트24엔 가요를 비롯해 클래식, 팝까지 다양한 음악 장르의 앨범이 등장했다. 이마트24는 4월 미국의 유명 가수 테일러 스위프트의 11번째 정규 앨범 ‘더 토처드 포이트 디파트먼트(The Tortured Poets Department)’ 예약 판매를 진행했다. 해당 앨범은 이마트24 모바일 애플리케이션(앱) ‘예약 주문하기’를 통해 구입할 수 있었다. 고객이 상품 픽업 기간 중 직접 지정한 날짜와 선택한 매장에서 상품을 수령할 수 있도록 해 편의성을 높였다. 여기에 스위프트의 특별 포스터도 선물로 증정했다.
이에 앞서 조용필 한정판 음반, 피아니스트 임윤찬의 새 앨범 ‘쇼팽: 에튀드’를 업계 단독으로 선주문 판매해 관련 업계의 관심을 받았다. 조용필 한정판 음반의 경우 기존에 조용필 콘서트 현장에서만 구매가 가능했던 ‘USB(이동식 저장장치) 음반’ 형태로 제작됐으며, 1500매 한정 수량으로 제작돼 한정판의 가치를 높였다. 임윤찬 앨범은 ‘임윤찬 포토엽서세트’를 함께 구성했다.
새 소비층 확보 및 젊은 고객층과의 소통 효과
편의점과 문화예술과의 컬래버는 긍정적인 시너지 효과를 낳고 있다. GS25는 새로운 소비층 확보 효과를 톡톡히 누리고 있다. 특히 외국인 관광객 관심 끌어들이기에 성공했다.
실제로 GS25가 ‘우리동네GS’ 앱에서 진행한 케이팝 앨범의 사전예약 판매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 외국인 고객의 매출 비중이 54%를 차지한 것으로 나타났다. 구체적으로 외국인 고객의 인당 앨범 구매 개수는 47개로, 내국인보다 2.6배 많은 수치를 기록했다.
GS25는 전 세계적으로 K-컬처 트렌드가 주목받는 가운데, 외국인 관광객이 케이팝 앨범에 포함된 포토카드나 스티커 같은 랜덤 굿즈를 얻기 위한 다중 구매를 하는 동시에 해외 지인들에게 선물하기 위해 대량으로 앨범을 구매하는 경향 때문인 것으로 분석했다.
이마트24는 차별된 가치를 중시하는 젊은 층과의 소통 및 이마트24의 특별한 이미지를 각인시키는 효과를 얻고 있다. 최근 음원 스트리밍 플랫폼이 대중화돼 실제 음반을 구입해 듣는 비율이 낮아졌지만, 이런 추세 속에서도 실물 음반 소장 가치를 중시하는 ‘수집가’ 팬의 분명한 니즈가 존재함을 파악, 이를 제대로 공략한 것.
이를 위해 이마트24의 서비스 플랫폼 MD는 판매할 앨범을 선정할 때 단순히 인기 음악이 아니라 고객이 소장하고 싶어 하는 음반이 무엇인지를 중점적으로 보고 있다. 강력한 팬덤을 보유하고 있는지, 파급력은 어느 정도인지 등 여러 관점에서 살펴보고, 선보일 음반을 선정한다. 이 과정에서 고객과의 소통은 자연스럽게 이뤄진다.
문화예술 유통의 장으로서의 편의점의 역할은 보다 확대될 전망이다. 케이팝 앨범이 내국인뿐만 아니라 외국인 고객을 신규 고객으로 확보할 수 있다는 점을 확인한 GS25는 외국인 고객의 수요에 맞춰 인천공항과 주요 관광지 인근 매장에서 케이팝 앨범 판매를 강화하고 있다.
외국인 관광객이 공항에 도착하자마자 케이팝 앨범을 구매할 수 있는 편의성을 제공하며, 이를 통해 외국인들이 한국에서의 첫 쇼핑 경험으로 케이팝 앨범을 선택할 수 있도록 접근성을 높이고 있다. 또한 GS25는 내년 월 1회 이상 케이팝 앨범 판매를 목표로 엔터테인먼트사와의 협력을 강화할 계획이다. 이 밖에 에스파 VR 콘서트 티켓 사전 예약 판매를 진행하는 등 문화 상품 판매 영역 확대 가능성을 열어두고 있다.
GS리테일 측은 “GS25가 해외 케이팝 팬에게 새로운 문화를 경험하는 소비 공간으로 발전하고 있다”며 “앞으로도 케이팝을 비롯한 다양한 문화 콘텐츠와 협업해 국내외 고객에게 특별한 경험을 제공할 수 있도록 지속적으로 차별화된 서비스를 확대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이마트24는 노벨문학상을 수상한 한강 작가의 도서 온라인 예약 판매를 진행하며 문학까지 아우르는 등 영역 확대에 나서고 있다. 1차 판매로 ‘소년이 온다’, 2차 판매로 ‘채식주의자’를 한정 판매했다.
이마트24 측은 “편의점이 단순히 상품만 판매하는 곳이 아닌, 이색 상품을 한계 없이 선보일 수 있는 플랫폼으로 거듭나고 있다”며 “앞으로도 다양한 장르의 음반을 비롯해 문화 콘텐츠 서비스 상품을 개발해 기존 편의점의 범주를 뛰어넘는 이색 상품을 선보일 계획”이라고 말했다.
한편 한국편의점산업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전국 편의점 수는 5만 5200개를 넘어섰다. 2010년 8조 3981억 원이던 국내 편의점 시장 규모는 2015년 17조 1947억 원으로 5년 새 2배 넘게 성장했고, 2020년에는 24조 4795억 원을 찍었다. 업계는 지난해 편의점 시장 규모가 30조 원을 넘겼을 것으로 보고 있다.
< 문화경제 김금영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