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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현장] ‘빛의 거장’ 카라바조, 국내 관람객 만나다

‘빛의 거장 카라바조 & 바로크의 얼굴들’전, 예술의전당 한가람미술관서 개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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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nbnews 김금영⁄ 2024.11.21 14:03:09

'빛의 거장 카라바조 & 바로크의 얼굴들'전 전시장 일부 전경. 사진=김금영 기자

38세의 젊은 나이에 짧은 삶을 마감했고, 현재까지 알려진 작품이 100여 점에 불과해 단 한 작품만 소장해도 많은 방문객이 몰리는 카라바조(미켈란젤로 메리시)의 다양한 작품들을 한곳에서 볼 수 있는 자리가 마련됐다.

‘빛의 거장 카라바조 & 바로크의 얼굴들’전이 개막했다. 전시는 바로크 미술의 창시자 카라바조의 작품 10점을 비롯해 동시대 거장들의 작품을 소개한다.

레오나르도 다 빈치, 미켈란젤로와 더불어 3대 천재 화가로 불리는 카라바조. 그는 빛과 그림자의 강한 명암 대조를 사용한 테네브리즘의 창시자이자 사실주의 기법을 처음으로 사용한, 바로크 예술사의 시작이자 현대 예술의 시작을 알린 작가로 불린다.

카라바조의 대표작 중 하나인 '도마뱀에게 물린 소년'. 사진=김금영 기자

정적이고 이상적인 아름다움을 추구한 르네상스 화풍과는 달리 역동적인 구도와 극적으로 생생하게 표현한 주제는 마치 눈앞에 있는 현실처럼 보였고, 당시 가톨릭교회가 직면한 반종교개혁정신과 맞물려 교회와 대중 모두에게 사랑을 받았다. 그가 구축한 화풍은 바로크 예술의 거장인 루벤스, 렘브란트, 벨라스케스 등에게도 영향을 미쳤다.

전시 주최사인 액츠매니지먼트는 “이번 전시는 카라바조가 13세에 롬바르디아에서 수련을 시작해 20대에 로마와 나폴리에서 명성을 얻고, 살인으로 점철된 인생과 비극적인 죽음을 맞이한 38세에 이르기까지의 여정을 따라 6개의 섹션으로 나눠 그의 주요 작품들을 선보인다”고 설명했다.

'골리앗의 머리를 든 다윗'은 보르게세 가문의 로마 컬렉션에서 유래한 작품이다. 사진=김금영 기자

이번 전시는 한국-이탈리아 수교 140주년을 기념하는 자리이기도 하다. 이에 주한이탈리아대사관, 주한이탈리아문화원, 이탈리아관광청, 주한이탈리아상공회의소의 후원과 지원으로 해외 반출이 엄격하게 제한되는 카라바조의 작품 공수가 이뤄졌다. 이탈리아 우피치미술관 소장품 중 카라바조의 대표작품인 ‘성 토마스의 의심’, ‘그리스도의 체포’, ‘이 뽑는 사람’ 세 점을 포함해 ‘묵상하는 성 프란체스코’, ‘골리앗의 머리를 든 다윗’, ‘도마뱀에게 물린 소년’ 등 카라바조의 대표 작품들이 이번 전시를 위해 서울을 찾았다.

‘도마뱀에게 물린 소년’엔 귀 뒤에 흰 장미를 꽂은 곱슬머리 소년이 등장한다. 과일 속에서 갑작스럽게 나타난 도마뱀이 소년의 손을 물어 사랑의 쾌락을 고통으로 바꾸는 장면은 르네상스 시기에 자주 다뤄지던 전형적인 모티프다. ‘성 토마스의 의심’은 카라바조의 작품 중 가장 많이 복제된 작품으로, 묘사적 효과의 정점을 보여준다. 특히 토마스 사도의 검지가 그리스도의 옆구리 상처를 깊이 파고드는 장면은 충격적이면서도 강렬한 인상을 남긴다.

예수가 겟세마네 동산에서 폰티우스 필라투스(본디오 빌라도)의 로마 병사들에게 체포되는 순간을 묘사하는 '그리스도의 체포'. 사진=김금영 기자

베들레헴 출신의 젊은 목동 다윗과 블레셋의 용사 거인 골리앗 사이의 결투에서 마지막 순간을 묘사한 ‘골리앗의 머리를 든 다윗’은 보르게세 가문의 로마 컬렉션에서 유래한 작품으로, 1606년경 보르게세 추기경의 의뢰로 카라바조가 제작한 것으로 보인다. 전시되는 작품은 개인소장으로 나폴리 카포디몬테 미술관의 카라바조파 작품 복원의 대가인 브루노 아르치프레테의 작업실에서 정밀하게 복원됐다.

성 세바스티아노가 황제 디오클레티아누스의 명령에 따라 기독교를 전파한 죄로 순교하게 될 운명을 깨닫는 바로 그 순간을 담은 ‘성 세바스티아노’, 두 손에 해골을 들고 그리스도의 죽음을 묵상하는 성 프란체스코의 모습을 담은 ‘묵상하는 성 프란체스코’, 예수가 겟세마네 동산에서 폰티우스 필라투스(본디오 빌라도)의 로마 병사들에게 체포되는 순간을 묘사하는 ‘그리스도의 체포’ 등도 눈길을 끈다.

카라바조의 정신과 그가 남긴 예술적 유산 살펴

작품을 감상하는 관람객. 사진=김금영 기자

이번 전시는 이와 같은 카라바조의 대표작을 비롯해 단순히 서양예술의 한 페이지를 장식한 바로크 시대를 조명하는 것이 아닌, 오늘날 우리에게 귀감이 되는 카라바조의 정신과 그가 남긴 예술적 유산을 집중적으로 다룬다. 또한 카라바조의 자연주의적 회화 개혁을 함께한 동료 화가들과, 17세기의 예술문화를 풍부하고 다채롭게 만든 동시대 거장들을 소개한다.

카라바조의 라이벌이자 당대 최고의 화가인 안니발레 카라치를 비롯해, 오라치오 로미 젠틸레스키, 구에르치노 등 바로크 회화를 대표하는 거장들의 작품을 통해 르네상스 시대가 막을 내리고 바로크 시대의 문을 연 17세기 바로크 회화의 발상지, 이탈리아를 찾아간다.

섹션 1 '카라바조의 예술적 뿌리를 찾아서' 공간 일부. 사진=김금영 기자

섹션 1 ‘카라바조의 예술적 뿌리를 찾아서’는 1571년 밀라노에서 태어난 카라바조의 예술의 원천을 찾아간다. 밀라노의 주요 교회들로부터 의뢰받은 작품을 모사하며 쌓은 경험은 작가의 예술세계에 큰 영향을 미쳤다. 해당 섹션엔 모레토의 베네치아 내륙 지방 회화인 ‘아기 세례요한과 성 엘리사벳과 함께 있는 성모마리아와 아기예수’가 소개된다.

카라바조는 카를로 보로메오 추기경이 이끌었던 밀라노 화파 예술가들, 특히 피지노와 로마초의 작업실을 자주 찾았는데 섹션 2 ‘카라바조와 거장들의 작업실’은 관련 작업들을 소개한다. 흑사병의 유행으로 추기경의 영적, 정치적 역할이 중요했던 시기에 피지노가 그린 붉은 추기경 복장을 한 보로메오의 측면 반신상 ‘성 카를로 보로메오의 초상(Portrait of Saint Carlo Borromeo)’ 등을 볼 수 있다.

작품들이 설치된 모습. 사진=김금영 기자

섹션 3 ‘정물화의 변모’는 단순한 장식을 넘어 카라바조가 독립적인 예술 장르로 구축한 정물화에 주목한다. 카라바조와 동시대에 활동한 밀라노 출신의 페데 갈리치아는 카라바조도 감탄할 만큼 정교한 과일 정물화를 그린 것으로 알려졌는데 ‘배가 있는 정물화’를 선보인다.

17세기엔 자연을 연구하는 방식이 카라바조의 자연주의와, 카라바조 못지않은 천재로 불린 안니발레 카라치의 고전주의로 나뉘었는데, 섹션 4 ‘온건한 고전주의’는 고대 예술의 장엄함을 되살려 아름다움의 보편적 이념을 추구한 카라치의 작품 등을 소개한다.

전시는 오늘날 우리에게 귀감이 되는 카라바조의 정신과 그가 남긴 예술적 유산을 집중적으로 다룬다. 사진=김금영 기자

카라바조는 온화한 성격과는 거리가 먼 인물로, 난폭한 성향으로 자주 폭력 사태에 휘말리곤 했는데 섹션 5 ‘카라바조의 동료와 대립자들’은 그와 함께 범죄를 저지른 동료 오라치오 젠틸레스키를 비롯해 적으로 꼽힌 조반니 발리오네 등의 작품도 소개한다. 또한 카라바조가 나폴리에서 만나 작업실을 공유했던 루이 핀송의 작품도 전시된다.

마지막으로 섹션 6 ‘카라바조의 유산과 카라바조주의자들’은 전 세대에 걸쳐 영향을 미친 카라바조의 파급력을 살핀다. 페데리코 추카리와 조반니 발리오네 같은 주요 학파(매너리즘)의 창시자들은 그의 작품을 비판하기도 했지만, 카라바조의 그림이 현대 회화의 길을 개척했다는 사실은 의심의 여지가 없다는 설명이다.

섹션 6 '카라바조의 유산과 카라바조주의자들'은 전 세대에 걸쳐 영향을 미친 카라바조의 파급력을 살핀다. 사진=김금영 기자

미켈라 린다 마그리 주한이탈리아문화원장은 “이번 전시는 16세기와 17세기에 활동했던 카라
바조의 화풍을 따른 후예들을 일컫는 이른바 카라바제스키(Caravaggeschi)의 작품으로 더욱 풍성하게 구성됐다. 이들의 작품을 통해 관람객들은 이탈리아와 유럽의 바로크 시대 미술을 감상할 수 있을 것”이라며 “이번 전시가 이탈리아와 한국 간의 의미 있는 문화 교류의 장이 될 것이며, 우리 모두에게 이탈리아의 예술과 문화에 대한 이해를 심화할 수 있는 기회가 될 것이라고 믿는다”고 말했다. 전시는 예술의전당 한가람미술관에서 내년 3월 27일까지.

< 문화경제 김금영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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